#270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
“네, 일단 공항 픽업은 저희가 할 겁니다. 그리고 신 사장님 한국 일정 동안은 그 의전을 본사에서 인차지를 해주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느냐고 사장님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장님이 직접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면 그렇게 해야지.”
신 사장의 한국 방문 건에 대해 장 대표와 통화를 했다.
원래라면 폴앤크루 쪽에서 그 의전을 모두 책임져야 하겠지만, 사업의 스케일이 너무 커져 버렸고, 신 사장네 건물에 폴앤크루가 들어가는 건 자연스럽게 확정이 되다 보니까 그 부분에 있어 폴앤크루가 앞으로 나올 이유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그럼 저희 쪽에서 호텔 섭외부터 다 인차지를 하는 거로 하고, 대표님은 강 대표하고 이야기 나눠 보시고 편하신 날로 날짜만 보내주세요. 그럼 제가 거기에 맞춰서 신 사장님 일정을 조율해 놓겠습니다. 어차피 본사 와서 사장님과 투자 건으로 이야기 나누는 건 반나절도 채 안 걸릴 겁니다.”
-긍정적인 거야?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신 사장을 직접 한번 만나 봐야겠다고 말씀하신 뉘앙스만 놓고 보면, 투자의 디테일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라, 서로 안면 트고 직접 자리를 마련하셔서 먼 길 오는 파트너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보여주시겠다…. 뭐 그 정도가 전부인 거 같더라고요.”
-참 대단하다, 공 부장 너도. 떡 한 조각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스위스 가서 방앗간을 통째 가져와 버려? 참 나… 졌다. 인정.
“에이…. 뭐 그런 말씀을 다 하십니까. 따지고 보면 대표님이 강 대표 보내서 소스 다 깔아놓은 거 제가 주워 먹기만 한 거죠. 대표님이 직접 가셔서 그 건물을 보셨음 대표님도 당연히 그렇게 하자고 제안을 하셨을 겁니다.”
-강 대표는 아직도 이해를 못 해. 그 건물이 어쩌다 홍성 타워가 되게 생겼는지. 아무튼 알았다. 어차피 우리 입장에서야 거기 입점이 목적이었고, 그게 해결됐으니 손 떼는 게 맞는 거지. 공 부장이 의전 알아서 잘 해드리고, 내가 강 대표랑 이야기해 보고 날짜 줄 테니까 우린 그럼 신 사장 한국 오시면 그때 다 같이 만나서 소주나 한잔하는 거로 하자.
“네, 대표님은 딱 그 정도만 해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장 대표와의 통화를 끝내고 박기태를 시켜 신 사장의 한국 방문 스케줄을 정리해 보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였다.
내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네, 영업부 공은태입니다.”
-사장실 윤나정입니다.
“네, 윤 대리님.”
-자리에 계셨네요.
사장실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호출이 걸리겠단 예상 정도는 하고 있었다.
“네, 어쩐 일이십니까.”
-사장님께서 부장님 자리에 계시면 호출 좀 넣어 달라고 하셔서요.
“지금이요?”
-네.
“음…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그럼 보안실 연락해서 3호기 엘리베이터 블록 풀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거 타고 올라오시면 됩니다.
곧바로 재킷을 챙겨 입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진 다음 사장 층으로 올라갔다.
난 사장실 데스크의 윤 대리에게 입 모양만 방긋거리며 ‘왜?’라고 물었다.
그러자 윤 대리는 자기도 모른다는 식으로 어깨만 살짝 올렸다 내리며 사장실에 이문 전무님과 박 이사가 1시간 전부터 들어갔으며 아직도 이야기 중이라고만 설명했다.
“호출 넣어 주세요.”
윤 대리가 사장실로 내가 올라왔다는 호출을 넣었고, 난 이내 윤 대리의 들어가도 된다는 사인을 받고 사장실 문을 두드렸다.
사장실 안에서 이문 전무님은 골프채를 잡고 계셨다.
사장님과 박 이사는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고.
난 우선 고개부터 숙인 다음 문 앞에서 기다렸다.
“와서 앉지.”
사장님이 박 이사의 옆자리를 손짓하며 내가 앉을 자리를 지정해 주셨고, 툭 하고 골프채로 공을 맞힌 이문 전무님을 향해서도 하던 걸 그만하고 와서 이제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스위스 양반은 그래서 언제 오신다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오늘 최종 스케줄을 정리했는데, 다음 주 화요일 저녁에 인천 공항으로 들어오게 될 겁니다. 시간이 늦어서 그날은 픽업만 해드리고 호텔 체크인 도와드린 다음 정식 일정은 수요일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사엔 수요일에 오신다?”
“네, 괜찮으시겠습니까?”
“좋아.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윤 대리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미 비워진 커피 잔을 쟁반 위로 수거한 뒤 내게 마실 것을 물어봤다.
난 딱히 생각이 없었는데, 사장님께서 커피 한 잔씩을 다시 갖다달라고 일괄적으로 주문을 해버리시는 바람에 나 역시 커피면 충분하다고 대답을 해야 했다.
“내가 공 부장 부르기 전에 여기 박 이사하고도 이야기를 좀 나눠 봤어.”
“네.”
뭔지는 몰라도 그냥 대답부터 하는 거였다.
“회사의 확장 계획 스피드를 영업부가 계속 추월을 하고 있어.”
난 슬쩍 박 이사의 눈치를 살폈다.
물론 사장님이 하신 말씀의 뉘앙스는 칭찬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 입장에선 포상의 개념이 참 애매해지는 거야. 회사는 분명 올해는 이정도 성장을 계획하고 그 계획을 목표로 예산을 산정하지. 그리고 집행을 하는 거고. 그런데 이번 인터라켄 건처럼 예산을 초과하고, 그리고 또 초과된 예산이 다음 해 예상 목표치를 바꿔버리게 되면 그때부터 회사는 머리가 아파지는 거야.”
“…네.”
“지금까지는 그날 공 부장이 했던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칭찬을 한 거였고, 지금부터는 포상을 줘야지.”
“…?”
“그래서 그쪽에서 부르는 투자 크기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야?”
“5밀리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금액은 아닙니다.”
“5밀리언, 5밀리언…. 60억이네? 근데 실질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디까지나 3, 4층 리모델링에 한하는 거 아니었어?”
“물건값도 필요하죠.”
“그렇지, 물건값…”
“그리고 물건값을 제외하더라도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소 2밀리언 이상은 필요한 거 같더라고요.”
“건물이 8밀리언 짜리라고 안 했었나?”
“구입 당시엔 그랬지만, 지금은 최소 12밀리언 까지는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거 같았습니다.”
“그야 뭐 그쪽에서 하는 말인 거고. 우리가 그런 말까지 다 믿어줄 이유는 없잖아.”
“….”
“8밀리언짜리 건물에 전 층 리노베이션을 하는 것도 아니고 3, 4층 리모델링이 들어가는 건데 그 비용만 2밀리언이다….”
“안에 자체 에스컬레이터를 깔겠다고 합니다. 1층에서 스타벅스가 들어가기로 되어 있는 2층까지는 그냥 기존에 있는 계단을 그대로 이용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스타벅스를 보고 오는 사람들은 계단에 익숙할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숙제는 스타벅스를 보고 온 사람들을 어떻게 3, 4층으로 올리느냐입니다.”
“그렇겠지.”
“그걸 아시아적인 쇼핑몰 느낌을 곁들여서 실내 에스컬레이터를 넣게 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부분에 대해 비용을 좀 알아봤던 모양입니다.”
“제법 감각이 있는 양반이네.”
“감각이 있으니까 그 위치에 알을 박고 있는 호텔 건물을 무리해서 매입을 했던 거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설치 비용 외에도 건물 1층 로비 쪽에 시큐리티 가드를 쳐야 한다고 합니다.”
“시큐리티 가드?”
“네, 이게 한국에선 조금 생소한 개념이 될 수도 있는데, 유럽에서는 해당 건물과 같은 쇼핑몰 운영이 가능한 사이즈의 건물에선 그 부분이 거의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시큐리티 가드면 그게 아니에요?”
이문 전무님이 사장님에게 말했다.
“왜, 예전에 런던에서 우리 그거 했잖아요.”
“빌타워 오프닝?”
“네, 그거 할 때 빅토리아 스테이션에 들어가 있는 상점들이 깔아놓은 차단 같은… 뭐 그런 거 아닌가?”
“네, 맞습니다.”
난 곧바로 이문 전무님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국처럼 건물 자체 오픈을 동시에 하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오픈을 해야 하는 경우엔 반드시 그 시큐리티 가드를 설치해 줘야 한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경우는 기본 오픈 시간이 아침 7시입니다. 그런데 쇼핑 쪽은 9시 이후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스타벅스 마감 시간 역시 입점된 지점에 따라 약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밤 9시 전후로 생각을 해야 하고. 하지만 인터라켄의 쇼핑 쪽은 성수기가 아니라면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에는 클로징을 해 줘야 합니다. 스타벅스 측에 1층 자리를 내준다면 스타벅스 입장에선 금상첨화겠지만, 저희나 신 사장 쪽에선 그렇게 입점을 시키면 의미가 없는 게 되어 버리는 거죠. 결국 그 건물도 시큐리티 가드를 설치해 주고, 쇼핑 매장 쪽 오픈 시간이 안 되고, 또 지났더라도 스타벅스 고객들은 불편함 없이 건물 정문을 통해 2층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해줘야만 합니다. 그리고 또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걸 자연스럽게 잡아 줘야죠.”
“아…. 그렇지, 그런 문제가 있겠네.”
“그런데 이걸 신 사장님은 건물에 들어오는 브랜드들의 수준이 있다 보니까 셔터 같은 재질이 아닌 아예 통유리로 설치를 해서 매장 오픈이 안 된 상태더라도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매장의 내부를 노출해 주자는 입장이더라고요.”
“그렇지. 그 양반이 뭘 좀 잘 아네. 쇼핑 구매라는 게 그날 와서 즉흥적으로 바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지. 그렇게 노출을 시킬 수 있는 텀이 많으면 많을수록 브랜드 입장에서도 좋을 거고.”
“네. 그러다 보니까 3, 4층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리모델링 비용보다 에스컬레이터를 깔고 시큐리티 가드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질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사실 총투자금 5밀리언.
홍성의 입장에선 앉은 자리에서 바로 결재가 가능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이 정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홍성의 입장에선 투자금을 줄일 것이 아니라 최대치로 뽑아서 거기서 올라올 수익 퍼센티지를 더 크게 먹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이고.
“공 부장한테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성사를 시킨 포상으로 성공 커미션을 따로 챙겨 주라고 하시더라. 회장님께서 말이야.”
이전 사장님을 회장님이라고 한 끗발 높게 불러주는 사장님의 모습에 순간 당황을 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물론 그 회장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공식적인 타이틀이 아닌 그저 이전 사장님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사장님께서 일부러 사용하신 타이틀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도 이젠 회장이라는 존재가 생겼다는 사실이 날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여쭤봤어. 얼마나 챙겨 주면 되겠냐고… 그랬더니 오히려 나한테 되물으시네? 얼마나 챙겨 줘야 할 거 같냐고. 하하하…. 우린 경험이 없는 거야, 아직. 나도 그렇고 회장님도 그렇고 아직 이런 해외 진출 건에 대해선 아무런 경험이 없고, 그걸 공 부장이 성사를 시켜 보겠다고 하는 거지. 우리 때는 성공 커미션이라는 것도 없었다. 안 그래, 박 이사?”
“그럼요. 성공 커미션 그런 게 어디에 있습니까? 그냥 실적을 좀 크게 올리면 회장님께서 직접 백화점 같은 데 데리고 가서 정장 한 벌 내려주시거나, 아님 그걸로 부족할 정도의 실적을 만들어내면 시계 하나 맞춰 주시는 게 고작이었죠.”
“그나마도 회장님이 제너러스하셨으니 그 정도였지, 다른 회사 같았음 그런 것도 없었어.”
나를 제외한 사장님과 이문 전무님, 그리고 박 이사는 예전의 홍성을 추억하듯 옅은 미소를 얼굴에 걸어 놓고 서로를 쳐다봤다.
“홍성하면 그래도 국내 컨트롤 업계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잖아. 다른 회사들에 비해 뭔가를 갖춰 놓고 첫 출발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회사에 비해 근속 연수가 높은 직원들이 많은 건 그만큼 처우가 좋았기 때문이야.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박 프로젝트를 때려 내도 회사가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나눠줄 수 있는 건 매출 인센티브나 금일봉, 혹은 백화점 상품권이 고작이었지. 이건 시대가 변해서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그만큼 회사가 많이 컸다는 말일 거야, 그렇지, 공 부장?”
“…네.”
나의 어정쩡한 대답에 사장님은 피식하고 웃으셨다.
“그래서 내가 회장님께 다른 제안을 하나 했어. 물론 회장님은 나한테 전권을 위임하셨지만, 공 부장이 준비한 프로젝트를 보고 공 부장의 포상을 따로 챙기시니 내 맘대로 할 수가 있나, 어디.”
“….”
“성공 커미션이라는 개념으로 뭔가를 주지 말고 신 사장 사업장에서 우리 홍성 본사로 들어올 토탈 영업 순이익에 대한 퍼센티지를 공 부장에게 인센티브 개념으로 나눠주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야.”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선 박 이사를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끝마치신 거 같았다.
박 이사는 그저 날 향해 씩 하고 미소를 보여줄 뿐이었고, 이문 전무님 역시 코끝을 찡긋거리셨다.
“물론 지나친 인센티브는 독이 될 수도 있어. 그래서 영업 순이익의 1퍼센트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공 부장 생각은 어때?”
“감사합니다.”
계산 같은 건 안 해봤다.
다만 그냥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투자 금액을 조금 더 올려 봐.”
“…네?”
“신 사장하고 이야기를 해서 초도 물량을 높이든지 해서 홍성이 그 건물에 던질 투자 금액을 한 10밀리언 정도로 잡아 보란 말이야. 결국 거기서 발생할 투자 수입 퍼센티지의 1퍼센트가 공 부장 몫으로 돌아갈 거 아냐.”
사업만 놓고 보면 사장님의 작전이 정확한 거다.
그리고 홍성은 신 사장에게 그 정도 요구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신 사장 역시 투자가 넉넉하면 그만큼의 여유가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니까.
하지만 난 그 순간 홍성의 플러스보다는 신 사장네 회사의 안전성이 먼저 우려되었다.
“왜 대답이 없어?”
“음… 사장님.”
“…”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분위기 자체가 그랬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고 그저 사장님은 인터라켄 프로젝트가 높은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그래서 더 많은 투자를 부어 보고 싶다는 입장이셨지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입장은 아니셨다.
그리고 이문 전무님은 아예 그 부분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눈치셨고, 박 이사는 듣고만 있는 입장이었다.
“일종의 이것도 홍성의 해외 프랜차이즈라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그런데 중국 쪽과는 그 개념이 아예 다르게 가는 거죠. 말 그대로 프랜차이즈입니다. 신 사장이라는 그곳의 점주를 두고 그 지점에 우리가 가진 재고를 밀어내고 또 그에 따른 홍성의 로열티를 받는 겁니다. 이미 홍성은 CGM의 홈그라운드에서 홍성의 이름을 크게 노출시킬 기회를 잡은 겁니다. 저는 여기서 홍성이 그곳에서 올라올 영업 순이익보다는 점주의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그래서 그 점주의 홍성에 대한 충성도를 더 크게 높이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아, 물론 제가 신 사장의 회사 수익을 확보해 주고 뒤로 백마진을 받는다거나 하는 얄팍한 계획을 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누가 뭐랬어?”
사장님이 장난스레 물으셨다.
하지만 난 살짝 걱정이 됐다.
떳떳했지만, 그랬던 만큼 불필요한 오해는 피하고 싶었다.
그곳에서 발생될 영업 순이익의 일정 퍼센티지를 포상의 개념으로 주겠다고 회사가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역행하는 의견을 내다 보니 사장님 이하 이문 전무님이나 박 이사가 그 부분에 대해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걱정이 앞섰던 거다.
“신 사장과 함께 그곳의 토탈 매출을 극대화시켜 보겠습니다. 그럼 자연적으로 그곳에서 홍성 본사로 들어올 영업 순이익도 높게 잡힐 거고, 제 보너스도 늘어나는 거 아니겠습니까?”
“재밌어?”
“네?”
“아주 그냥 일하는 게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이네. 보기 좋다. 보기 좋아서 하는 말이야.”
“아, 네… 재밌다기보다는… 네, 재밌습니다. 그런 거 같습니다. 재밌습니다. 실은….”
“….”
“그날 프레젠테이션할 때 일부러 말을 안 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부분?”
“이건 신 사장 역시 자신을 못 하는 부분이었고, 그렇다 보니 제가 괜히 프로젝트의 정당화를 위해 밝힐 수가 없었던 부분입니다. 신 사장이 스위스에서 다른 호텔을 장기 임대해서 여행사들을 상대로 객실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랬지.”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여행사들과의 관계가 긴밀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렇겠지.”
“여행사에게 객실 가격을 조금씩 낮춰서 판매해 주는 조건으로 여행사가 컨트롤하는 여행 그룹을 그 건물로 끌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제가 그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말씀드렸던 기대 매출은 그 부분은 제외를 시키고 순수히 워크인 게스트들을 상대로만 올릴 수 있는 매출을 잡았던 겁니다.”
“하하하….”
사장님이 웃음을 터뜨리시는 순간 이문 전무님을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고, 박 이사 역시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 보려고 애를 썼다.
“그냥 단순한 제 예상이고 또 기대일 뿐이지만… 아마 그날 제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PPT 화면에 띄웠던 기대 매출보다 최소 20퍼센트 이상은 높게 잡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신 사장 그 양반도 진짜 보통은 아니구나.”
“사람이 진솔합니다. 그리고 그가 보고, 또 가고 있는 목적이 너무 뚜렷합니다. 실수는 있을지 몰라도 홍성에게 실례를 할 사람은 절대 아닌 거 같았습니다.”
“공 부장.”
“네, 사장님.”
“자, 우리 이쯤 되면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번 해 보자.”
“무슨….”
“너네 대장 계속 이대로 자리 보존만 하게 만들 거야?”
사장님은 박 이사를 노골적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박 이사 지금 이사 단 지 얼마나 됐지?”
“올해 3년 차입니다.”
“그럭저럭 올해도 절반 이상 지나갔으니까 곧 꽉 찬 3년 하고 재계약 들어가야겠네.”
“…네.”
“3년… 회사를 계속 키우고 있는 건 누가 뭐래도 영업이고, 그럼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 이사도 이제 이사 총괄 한번 해 봐야 하지 않겠냔 말이지, 내 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