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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59화 (259/325)

#259

느낌 때문에요

“뭐 물론 마진율 같은 거 다 떠나서 폴앤크루 측에서 작정하고 계약을 깨겠다고 하시면 저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현재 폴앤크루에 집중시킨 맨파워 다 걷어내고, 다른 대형 브랜드 하나 따 오게 만들어서 거기에 집중시키는 게 훨씬 더 이익일 수도 있어요. 어차피 계약 깨지는 순간 폴앤크루 측으로부터 위약금 받을 거고, 그 위약금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오로지 회사 순이익으로 잡히는 건데… 저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죠.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잘 한번 생각해 보셨음 좋겠어요. 마진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폴앤크루 입장에서 홍성 본사는 모기업이기 이전에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는 건데, 왜 계속 저희 손을 억지로 놓으려고 하십니까?”

“파트너….”

손 부장이 이건 또 무슨 꿍꿍이냐는 식으로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런 손 부장을 향해 난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파트너죠. 그것도 해외 시장 공략에 들어가서 총알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 폴앤크루 입장에선 무조건 잡고 있어야 하는 절대적인 파트너. 지금의 폴앤크루가 있기까지 저희 본사 영업부가 했던 지난 일들은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서 지금의 폴앤크루가 있는 건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하는 식의 호소가 통할 거 같지는 않으니까요.”

난 피식하고 문 차장을 쳐다봤고, 그녀는 애써 내 눈빛을 피하며 힘든 미소를 지었다.

“다만 앞으로 같이 해나갈 일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보다 더 많고 중요한데, 지금 상황에서 폴앤크루는 굳이 저희 손을 놓을 이유가 없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은 겁니다. 마진…. 중요한 거 아닙니다. 저희는 폴앤크루가 홍성 본사를 상대로 포기한 마진만큼의 추가 매출을 충분히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드릴 수가 있습니다. 파트너십으로 말이죠.”

“어떻게?”

난 곧바로 양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부장님.

“혹시 남는 직원 있으면 우리 쇼핑백 있잖아요. 그거 좀 갖다주세요.”

-쇼핑백이요? 무슨… 아, 편집샵 쇼핑백이요?

“네. 그거 편집샵 브랜드별, 사이즈별로 하나씩 다 챙겨서 직원 하나 시켜서 회의실로 좀 갖다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보내겠습니다.

잠시 후 이지혜가 쇼핑백 여러 장을 챙겨서 회의실로 내려왔고, 난 이지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H.I 편집샵 쇼핑백들부터 시작해 Kidshub, 쁘띠토널, 그리고 SS 편집샵 쇼핑백들까지 그 쇼핑백들을 회의 테이블 위로 하나씩 넓게 펼쳤다.

“뭐… 하는 거야?”

이지혜가 나가고 난 후 손 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지금 폴앤크루 마진 이야기를 하다말고 갑자기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쇼핑백 이게 의외로 코스트가 많이 들어가는 사이드 아이템입니다. 이 대형 사이즈 쇼핑백 같은 경우는 주문 단가만 3달러가 넘어갑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왜 그렇게 심각하게 하느냐는 식으로, 하지만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손 부장은 그저 내가 하는 말을 듣기만 했다.

“소형 사이즈도 크게 다르지 않죠. 아기들 옷이라서 원단이 적게 들어간다고 옷 가격이 싸지는 게 아니듯, 이 소형 사이즈도 주문 단가 2달러 이상씩 합니다. 근데 이게 문제는 현재 홍성엔 디자인 팀이라는 게 따로 없고, 그래서 전량 외주 생산을 하고 있는데, 공장한테 쇼핑백 디자인 비용까지 다 지불을 해야 하다 보니까 코스트가 더 올라가 버리는 거죠.”

“…?”

“그런데 폴앤크루에는 꽤 쓸만한 디자인 팀이 있지 않습니까?”

손 부장과 문 차장은 동시에 미간을 좁혔다.

“폴앤크루… 사실 디자인 팀이 꼭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맨투맨, 후드티… 그리고 BSF 컬렉션까지 다 원 패턴 디자인인데 엠보싱 찍어내고, 프린팅 넣을 것들만 편집하고 나면 그 후로 디자인 팀에서 크게 할 일은 없는 거 아닙니까? 현재 홍성이 지출하고 있는 쇼핑백 코스트 그대로 폴앤크루 쪽으로 넘겨드리겠습니다.”

“…!”

“폴앤크루 디자인 팀이 홍성 산하 모든 편집샵 브랜드의 쇼핑백 디자인, 그리고 쁘띠토널의 쇼핑백 디자인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폴앤크루 감성으로… 필요하시다면 디스플레이 머티리얼, 옷걸이 디자인까지 다 폴앤크루 디자인팀에게 맡기겠습니다. 이거 작은 사업 아닙니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쁘띠토널은 자체 디자인 팀이 있잖아.”

“그래도 결국은 에이전시 끼고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국내 자체 생산하기엔 단가가 안 맞죠. 중국, 베트남 이쪽에서 찍으니까 그나마 시핑 코스트 포함해서 2달러, 3달러에 맞춰지는 거지, 프랑스에서 찍으면 최소 두 배는 나옵니다. 그리고 결국 쁘띠토널의 매출 60퍼센트 이상도 중국 법인으로 넘기는 거까지 포함해 다 홍성 본사가 컨트롤해 주고 있는 건데, 그 정도 딜은 넣을 수 있고요.”

“흐음….”

난 회의 테이블 위로 펼쳐놨던 쇼핑백들을 챙겨 가장 큰 쇼핑백 안에 모두 담은 뒤 그걸 문 차장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애써 얼굴에 장난기를 심어놓고 말했다.

“영화에서 나온 말처럼… 우리 사업을 좀 대국적으로 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좁다 못해 박 터지는 작은 한국 시장을 놓고 간에 기별도 안 가는 마진 몇 퍼센트 때문에 서로 힘 빼지 말고, 한국 시장은 그냥 우리 본사 영업부한테 맡겨놓고 폴앤크루는 해외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시죠. 아깝게 생각하실 국내 시장 마진은 제가 책임지고 계속해서 다른 방법으로 메꿔 드리겠습니다.”

“흐음….”

“감히 제가 장 대표님이 계신 데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둘 위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시다시피 제 지분이라는 게 거기에 있으니까 이 정도 걱정은 해도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

“강 대표 혼자서만 너무 뛰어다니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폴앤크루는 이미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이 크게 열려 있는 브랜드입니다. 그럼 손 부장님은 영업부장으로서 거기에 집중을 하셔야죠.”

팩트를 두드리는 순간 손 부장의 두 눈은 크게 흔들렸고, 문 차장의 자세는 한결 더 공손해졌다.

“강 대표가 무슨 초인도 아니고 혼자 무슨 수로 해외 시장을 다 뛰어다니겠습니까? 가뜩이나 계약 기간 얼마 남지도 않은 사람인데… 있는 동안 최대한 알뜰하게 그 사람의 능력을 뽑아먹으려면 저렇게 혼자 뛰어다니게 만들 게 아니라 여기 있는 문 차장을 붙여주든, 아님 부장님이 직접 같이 다니시든 어떻게든 강 대표의 노하우를 훔쳐내야 할 거 아닙니까. 지금 폴앤크루… 다 좋은데 맨파워 밸런스가 너무 안 맞습니다. 한국 시장엔 홍성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고, 또 제가 이렇게까지 직접 붙어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저희 손을 못 뿌리쳐서 안달 난 사람들처럼 그러십니까?”

“흐음….”

“그냥 국내 시장은 우리한테 맡기세요. 그럼 폴앤크루 입장에선 홍성과 컨택할 영업 사원 한 명만 붙여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건데… 그렇게 맨파워 절약해서 어떻게든 강 대표 있는 동안 해외 채널 하나라도 더 효과적으로 뚫어내는 게 훨씬 더 남는 장사 아닙니까?”

손 부장을 보낸 장 대표의 일차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고, 난 추가 공격이 들어오기 전에 역공을 시도했다.

일주일 뒤.

오전 근무 중에 폴앤크루 사무실을 찾았다.

며칠 전 장 대표와 전화 통화로 미리 점심 약속을 잡았고, 약속한 점심시간보다 훨씬 빨리 폴앤크루를 방문했다.

난 장 대표와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장 대표가 알렌 강도 같이 불렀다.

나쁘지 않았다.

알렌 강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시장 개척 건도 나름 궁금하기도 했고.

그리고 그 자리에서 상석을 장 대표가 차고앉고, 그 옆으로 대표 권한을 모두 장 대표에게 양보한 알렌 강이 자연스럽게 앉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홍성 멤버십 카드를 한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난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멤버십 카드?”

장 대표는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네, 예전에 대표님께서 기획하셨다가 브랜드 본사들로부터 제약이 걸려서 포기해야만 했던 프로젝트죠.”

장 대표가 홍성 본사 영업부 차장이었을 시절, 그러니까 내가 아직은 팀장 승진을 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당시 장 대표는 홍성이 컨트롤하고 있는 모든 브랜드들에 한해 홍성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 포인트 적립을 시켜 주자는 아이디어를 냈었다.

비록 브랜드들은 각자의 단독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 브랜드들을 국내에서 동시에 컨트롤하고 있는 건 홍성이었기에 어느 매장에서 구입을 하든 홍성 멤버십 시스템을 이용해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그 적립된 포인트가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어느 매장에서든 그 포인트 금액만큼 자유롭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해주자는 아이디어였다.

당시에도 홍성은 국내 컨트롤 1위 기업이었지만, 지금처럼 압도적인 1위 기업은 아니었다.

한성이라는 꽤 강력한 경쟁 업체가 있었고, 또 지금과는 달리 브랜드 본사의 매출 압박이 제법 셌었다.

장 대표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아이디어를 아이디어에만 그치게 만든 건 홍성 내부가 아닌, 우리가 컨트롤해 주는 브랜드 본사들이었다.

그들은 타 브랜드와 섞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홍성이 뭔데 자기네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들과 하나로 묶어서 홍성 멤버십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으려고 하냐며 단호하게 거절을 했었다.

그때 우린 명품 브랜드들의 브랜드 자부심이 어느 정도로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니까.

그땐 못 했지만, 지금은 할 수 있으니까….

“우선은 편집샵에서만 시행을 해볼 생각입니다. H.I 편집샵과 SS 편집샵. 이렇게 동시에 출발을 시켜 놓고 나크리스 같은 홍성에 무조건 우호적인 브랜드들을 하나씩, 하나씩 포섭해 나갈 생각입니다. 싫다고 하는 브랜드들 억지로 끌어들일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괜찮은 아이디어네.”

“누구 아이디어인데요. 당연히 괜찮죠.”

“푸훕….”

“적립 포인트로 일어나는 구매는 각 브랜드로부터 받아내는 마케팅 비용으로 커버를 할 생각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래서 말인데요. 폴앤크루도 같이 포함시켜도 되겠습니까?”

장 대표는 내가 홍성 멤버십 카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나의 의중을 이미 다 파악한 상태였다.

그저 싱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뭐 지금은 SS 편집샵에서 유통시키고 있으니까.”

“나중에 단독 매장 오픈 후에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잠시 후 장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고집을 부리고 싶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해.”

그 대답에 난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다.

“앞으로 마케팅 비용도 계속 따로 빼줄 테니까…. 한번 해 봐.”

“감사합니다, 대표님.”

“근데 뭐 하나만 물어보자.”

알렌 강이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 대표는 조심하지 않고 자신의 궁금증을 쏟아냈다.

“폴앤크루 국내 시장을 계속 잡고 있으려고 하는 이유가 뭐야?”

“느낌 때문에요.”

“느낌? 무슨 느낌?”

“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 폴앤크루가 직접 챙겨야 할 국내 시장을 저와 홍성 영업부가 대신 책임지고 맡아 드리면…. 그만큼 폴앤크루는 국내 시장에 쏟아야 할 에너지로 해외 시장을 지금보다 더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아니 확신이 들어서요. 폴앤크루… 이상하게 여기서 멈출 브랜드가 절대 아닐 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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