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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43화 (243/325)

#243

명분이야 만들면 됩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난 강혜선을 은행 앞에 내려 주고 스타벅스를 찾았다.

커피 대신 가게 내부에 위치해 있는 스탠딩 선반에서 ‘SEOUL’이라고 프린팅되어 있는 머그컵 하나를 골라 구입했다.

“아뇨, 박스는 필요 없습니다. 그냥 주세요. 그냥 들고 가면 됩니다.”

그리고 출근을 하자마자 양 차장을 내 자리로 불렀다.

“우리 그때 기획 다 해놓고 강 대표 오는 바람에 잠시 킵해 놓자고 했던 거 있죠?”

눈치 빠른 양 차장은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스타벅스 머그컵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보기 쉽게 정리 좀 해주세요.”

대답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

나 역시 잠시 망설이고 있는 양 차장에게 말없이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잠시 후 양 차장은 알겠다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두 시간 뒤쯤 내가 주문한 걸 가지고 왔다.

“설마 강 대표한테 주려고 그러시는 건 아니죠?”

“어차피 우린 가지고 있어 봤자 써먹지도 못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부장님….”

“잘 쓸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잘 쓰겠죠.”

“부장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그냥 믿고 따라가지만…. 진짜 회사가 저희한테 이러면 안 되는 겁니다.”

“언제부터 상무님이 회사가 됐습니까? 아직 아닙니다. 아직 아니고…. 또 이번 일만 봐도 글쎄요…. 전 회의적이네요.”

“….”

“그럼에도….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뭐가 있을까 싶은 거죠, 전.”

“안 줘도 되는 거 아닙니까? 알아서 하겠죠. 요즘 강 대표 행보 보면 이걸 제안한다고 해도 짬처리 할 가능성이 높은 거 같은데….”

“그렇다고 이걸 우리가 가지고 있어서 뭐 합니까? 엿이라도 바꿔 먹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폴앤크루 아니면 써먹을 곳도 없는 기획인데 한번 줘봅시다. 우리가 가지고 있어서 뭐 합니까, 직접 써먹지도 못하면 미련만 남고 속만 쓰리지.”

“그러니까 그걸 왜요. 부장님이 뭐가 아쉬워서 짬처리 시킬지도 모르는 걸 피곤하게 직접 제안하고 설득을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제안은 해 보겠지만 그렇다고 설득까지 할 마음은 없습니다. 진짜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보여주는 순간 알겠죠.”

“하아….”

“감정 버리고 이성적으로 상황만 놓고 보면 강 대표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더 쉽게 진행을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프로젝트 기획할 당시를 생각해 보세요. 아이디어는 기가 막히는데 과연 해외 유통 채널을 어떻게 뚫을지 그게 문제 아니었습니까.”

“쩝…. 그건 뭐…. 그랬었죠. 차례대로 해 나간다 쳐도 분명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

“강 대표가 가지고 있는 채널이라면…. 틀림없이 한번 해볼 만합니다.”

“참 불공평하네요.”

양 차장은 체념하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긴다더니….”

“걱정하지 마세요. 적당한 선에서 영업부에 플러스되는 딜을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뭐 무슨 딜이 더 필요합니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있어도 그쪽이 우리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켜보죠. 어차피 짬될 기획 아닙니까. 이걸로 딜 쳐서 손해 볼 건 없죠, 우리 입장에선.”

“그니까 갑자기 왜요. 갑자기 왜 짬시키기로 한 이걸…. 저는 그냥…. 아닙니다.”

“뭔 말을 하다가 맙니까.”

“저는 그냥 부장님이 강 대표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거 자체가 싫습니다. 부장님 입장이 곧 영업부 입장 아닙니까.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폴앤크루를 상대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합니까.”

“설마요. 설마하니 제가 강 대표 앉혀 놓고 아쉬운 소리를 할 거 같습니까. 그런 거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저 오늘 점심시간 이후로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양 차장이 준비해준 내용물을 확인하는 데만 30분 정도가 걸렸다.

기본 골자야 내 아이디어로 만든 내용이었으니 이미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지만, 양 차장이 함께 잡아 준 디테일은 우리가 폴앤크루를 가지고 이런 내용까지 발전을 시켰었나 싶을 만큼 무척 구체적이었다.

그래서 더 아쉽고 또 미련이 남는 프로젝트, 폴앤크루.

여기서 조금만 더 감성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바라본다면 난 이 프로젝트로 인해 영업부에 떨어질 성과급보다 이 프로젝트와 함께할 무명 아티스트들에 대한 미련이 더 컸다.

서류 확인을 다 끝내놓고 캐비닛을 열어 서류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양 차장이 준비해 준 서류들을 챙겨 넣고 출근길에 샀던 스타벅스 머그컵을 함께 들고 전사 운영본부 사무실을 찾았다.

“여긴 어쩐 일이야, 이 시간에.”

모니터 뒤에 숨어 업무를 보고 있던 장 본부장은 고개만 살짝 들어 날 쳐다보며 물었다.

“이 시간에 찾아왔음 뻔한 거 아닙니까. 점심 먹으러 가시죠.”

이 정도만으로도 장 본부장이라면 눈치를 챘을 거다.

내가 평소 전사 운영본부 사무실을 내 집 드나들듯 찾아오는 사람은 아니니까.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

“뭐 좀 이르면 어떻습니까, 손에 일도 안 잡히실 텐데.”

“푸흡…. 들고 온 거 그건 뭐야?”

“아, 이거…. 나중에, 나중에 점심 먹고 와서 시간 나시면 한번 살펴보세요.”

난 그의 책상 위로 서류 봉투를 내려놓고, 그 위로 스타벅스 머그컵을 올려놨다.

“뭔데?”

장 본부장이 그 머그컵에 손을 뻗으려고 할 때 난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아채며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나중에요. 아따 참…. 뭐가 그렇게 급하십니까. 앞으로 남아도는 게 시간일 양반이.”

“뭐? 양반? 많이 컸다, 공 부장?”

“하하하…. 가시죠.”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 본부장 아닌가.

우리끼리는 아니까.

꼭 말로 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것쯤은 충분히 아니까 굳이 분위기를 무겁게 가져갈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그저 그렇게 됐냐는 식으로…. 그저 결국 그런 결정을 내렸느냐는 식으로 충분히 이해한다는 뉘앙스만 가져가면 될 거 같았다.

난 장 본부장을 내 차에 태워 회사를 벗어났다.

“회사 앞에 식당 많은데 뭘 또 차를 끌고 나와? 뭐 먹으러 가자고?”

“땡땡이 좀 쳐보자고요.”

“뭐?”

“제가 본부장님이랑 같이 일하면서 딱 하나 아쉬웠던 게…. 아니다. 이제 뭐 곧 갈 사람인데 포장해서 뭐 하겠어. 아쉬운 거 투성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게 땡땡이 한번 같이 못 쳐 봤다는 거예요.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본부장님 나가시기 전에 같이 땡땡이 한 번은 꼭 같이 쳐 보고 싶네요.”

“꼭 말년 휴가 복귀한 기분이네. 아무리 곧 나갈 사람이라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은태 네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날 아저씨 취급하기 있냐?”

평상시였다면 모르겠지만, 그동안 줄곧 공 부장이라고 불러주었던 장 본부장 입에서 아주 오랜만에 나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기분이 참 묘했다.

“마이웨이 하겠다고 사표 던진 순간 아저씨죠, 뭐. 이렇게 나가기 전에 먼저 찾아와서 밥 한 끼 대접하겠다고 하는 후배가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생각하세요.”

“얼씨구?”

“어? 그거 우리 집사람이 자주 하는 추임샌데. 얼씨구….”

“이런 소릴 하게 네가 만드나 보지, 집에서도.”

“하하하….”

“어떻게 알았어?”

“뭘요?”

“나 사직서 낸 거. 아직은 상무님 말고는 아무도 모를 텐데…. 아닌가?”

“아마…. 아직은 저까지만 알고 있을 겁니다.”

“흐음….”

“아직 상무님한테 이야기 못 들으셨나 보네.”

“오늘 못 봤어.”

“어제저녁에 연락이 왔더라고요.”

“누구한테서? 상무님한테서?”

“네, 같이 한잔했습니다.”

“…….”

장 본부장은 침묵했고, 나 역시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갈 마음은 없었다.

때론 불편함을 없애고자 애를 쓰다가 그 애가 분위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불편함이 서로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하시더나?”

“너무 뻔한 변명, 그리고 자기 합리화…. 거기다 원래 술도 약한 양반이 절 만나기 전에 어디서 한잔하고 왔더라고요. 횡설수설….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어요. 진짜 상무만 아니었음 중간에 박차고 나오고 싶을 정도로 피곤하게 굴더라고요.”

“너무 그렇게 삐딱하게만 보지 마. 공 부장한테 연락을 할 정도였음 그 마음이 오죽했겠어?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 밀어 봤자 찜찜하기만 하잖아.”

“제가 밀었습니까, 어디. 본부장님이 미신 거지. 최소한 전 어제 속으로는 짜증이 나도 그걸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고요. 시원하게 사표 던지고 마이웨이 선언한 누구처럼….”

“그게 또 그렇게 되나?”

“또 상무님이 벼랑 끝에 섰다고 해서 밀면 좀 어떻습니까? 이럴 때 밀어 보는 거지, 언제 또 밀어 보겠느냐고요. 그리고 또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벼랑 끝까지 제가 몰았습니까? 자기가 자기 발로 가서 선 거 아니냐고요. 그리고…. 참 더럽게도 상무님이 떨어질 벼랑 끝엔 너무나 푹신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어요. 이중삼중으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나 떨어지면 곡소리 나는 거지, 상무님은 떨어져도 사장님이나 전무님한테 혼 한 번 나고 그걸로 땡 아닙니까. 그게 어떻게 벼랑 끝입니까. 그냥 뭐…. 낙법 연습하는 높이 정도인 거죠.”

“….”

“벼랑이 무섭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도박 못 하죠.”

“아, 근데 왜 이렇게 멀리 가. 왜 차를 이쪽으로 빼?”

“오소리 순대…. 기억하십니까?”

“오소리 순대?”

“왜 예전에 저 대리 막 달았을 때 샌젤위고 입점 건으로 이 도로 참 자주 탔었잖아요. 그때 본부장님이 주말도 없이 저 끌고 다니면서 그게 미안하셨던지 오소리 순대 파는 그 집에서 술 한 번 사주신 적 있는데 기억하십니까?”

“음….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그냥 그때 추억도 생각나고…. 또 그 집은 낮에 가서 한잔해야 제맛이죠.”

“술을 마시자고? 야 이 친구야…. 누가 일하다 말고 점심 먹으러 나와서 술을….”

“오늘 전 본부장님이랑 술 한잔 하는 게 제 업무입니다. 부장 딱지까지 달고 사무실 책상 앞에만 앉아서 마우스 까딱하는 게 부장이 해야 할 업무의 다는 아니잖아요?”

“….”

“지금 저는 회사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업무를 본부장님이랑 같이 하러 가는 길이라고요.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 있음 저한테 오라고 하세요. 저도 같이 사직서 집어 던져 버릴라니까.”

오소리 순대 모둠 중간 사이즈 한 접시와 탕 두 그릇을 시켜놓고 대낮부터 소주를 땄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그리웠던 거지, 술이 고팠던 건 아니었으니까.

거기다 자기 관리가 누구보다 철저한 장 본부장은 첫 잔을 마시고는 잘 안 들어간다며 술을 기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술안주가 대단했으니까.

오소리 순대 모듬은 그저 도울 뿐이었고 상무님과 강 대표라는 아주 먹음직스러운 안주가 있다 보니 한 잔을 몇 번에 걸쳐 잘라 마시던 장 본부장도 급기야는 절반씩 뚝뚝 끊어 마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린 소주 두 병을 시켜 사이좋게 한 병씩을 나눠 마셨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싶더라고. 운영본부장 타이틀 달고 내가 지금 의욕만 앞서는 애송이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들 각자의 역할이 있어 보이더라?”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강 대표. 뭐 그 연봉에 스카우트까지 받아서 왔을 땐 대표로서의 역할 플러스 상무님한테 따로 주문받은 내용이 있었겠지. 그 역할을 나름 잘 해내고 있으니 상무님이 별말 안 하고 계속 밀어주고 있는 거 아니겠냐고. 그리고 상무님도 그래. 우리 기준에서야 급발진하는 거로 보여도 또 자기 기준에선 그게 맞다 싶으니까 계속 액셀을 밟는 거 아니겠냐고. 그 사이에 끼어서 공 부장은 또 공 부장 나름대로 영업부의 이익을 따져가며 소신을 지키고 있고…. 근데 난 내 역할이라는 게 없더라고.”

“역할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 역할의 중요성을 상무님이 모르고 계시는 거죠.”

“그 역시 내 능력이 아닐까 싶더라고. 누굴 탓하겠어. 몸에 맞지도 않은 옷을 덜컥 손에 잡은 내 잘못이지. 전사 운영본부장 자리…. 나한텐 내 몸에 안 맞는 옷이었어. 분명 사장님이 나한테 이 자리를 주셨을 땐 기대하는 게 있으셨을 거야. 근데 난 그걸 못 해냈고, 또 제대로 된 역할 수행도 못 하면서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 건 내 체질에 안 맞고. 그럼 뭐 나가야지.”

“어제 상무님이랑 같이 있으면서 제가 아차 했습니다.”

“뭘?”

“본부장님 참 외로우셨겠다, 그동안…. 어디 한 군데 속 시원하게 하소연할 곳도 없으셨을 거고, 그나마 제가 그런 창구가 되어 드렸어야 했는데, 전 또 제 살길만 찾고 있었으니…. 죄송합니다.”

“누가 죄송해할 문제가 아냐, 이건. 사실 좀 지치기도 했고. 나도 나지만 공 부장 너도 최근에 고민 많았던 거 안다.”

“…네.”

“민규한테 그런 소리까지 했다며? 언제까지 홍성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뭐…. 민규한테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가겠다는 식으로….”

“저도 고민 많았죠.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중이고. 그런데….”

“….”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아졌습니다.”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야?”

“아뇨, 저한테 주문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 나가도 나갈 수 있는 거라면 챙겨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챙겨 먹고 나가자. 그게 꼭 돈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그래야 미련이 안 남을 거 같아요.”

“무슨 미련?”

“폴앤크루. 이렇게 망가지는 거 도저히 못 보겠네요.”

“이제 와 그런 소리 하면 뭐 해. 이미 뚝 떨어져서 나간 브랜드인데.”

“아무리 시즌별로 들어오는 거라도 잊지 마세요, 본부장님. 저랑 본부장님한테 상무님 작품에 대한 라이선스 퍼센티지가 있다는 거.”

“….!”

“명분이야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강 대표 본인도 지금 상당히 헷갈리고 있을 겁니다.”

“뭘?”

“자기가 파리에서 했던 일이랑 별반 차이도 없는 일을 하겠다고 파리 생활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저 같은 놈한테 까여 가며 있어야 하나…. 뭐 그런 현타?”

“돈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지 마. 그 정도 연봉이라면 솔직히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영혼까지 팔 수 있는 거 아냐?”

“본부장님은 안 파시잖아요. 왜 본인은 안 그럴 거면서 다른 사람들의 영혼값만 그렇게 쌀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저도 안 팝니다. 그리고 그냥 제 생각, 그리고 기대인데…. 강 대표… 초반 콘셉트를 좀 잘못 잡았다 뿐이지 그렇게까지 형편없는 사람 같지도 않고.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콘셉트예요, 저거 지금.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파리 현지에서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겠습니까?”

“그래서 뭐 어쩌겠다고?”

“푸흡….”

“왜 웃어?”

“사표까지 쓰신 분이 뭐가 그렇게 회사에 궁금한 게 많으실까…. 싶어서요.”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대리 기사님을 어렵게 불러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예상했던 대로 장 본부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거 뭐야?

“뭐가요?”

-이 기획서, 그리고 머그컵.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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