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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10화 (210/325)

#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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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의 동생이 처음부터 같이 자리를 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난 상무님의 동생이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사장님과 전무님께서 입이 닳도록 장 본부장과 날 칭찬하셨다.

그리고 박 이사와 장 본부장, 그리고 난 폴앤크루의 성공을 상무님의 공으로 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내가 가장 기분이 좋은 건 자네들이 론칭한 브랜드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해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니야.”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시장에 깔았다는 자체만으로도 난 기분이 좋아.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말하기 전에 자네들끼리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해서 진행을 했고, 또 그걸로 무슨 결과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게 참… 기특하다, 다들. 그리고 고맙고.”

모두는 고개를 숙인 채 사장님의 칭찬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전무님 역시 평소와는 달리 시종일관 포근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언제쯤 내가 입을 대지 않아도 될까, 언제쯤 내가 말하기 전에 알아서들 해줄까… 사실 그래. 회사는 내 입장에서 언제나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은 존재야. 왜 그렇게 불안하고 초조한지 모르겠어. 어련히 알아서들 잘할까 싶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 기웃거리게 되고, 또 확인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계속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거지. 그런데 이젠 진짜 마음 놓고 지켜만 봐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물가에 내놓은 그 아이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커 준 거 같다.”

폴앤크루는 이제 막 시장에서 조금씩 반응이 올라오고 있을 뿐이었다.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는 표현도 사실은 조금 성급한 감이 있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현재의 반응에 충분히 만족을 하고 계셨다.

우리 모두는 그 만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브랜드 컨트롤만 전문적으로 해왔던 홍성.

그랬던 홍성이 이렇게 우리가 가진 루트와 소스들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자체 브랜드 론칭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의 만족이었다.

그 만족 속에는 영업매출이나 순이익 등 디테일함은 포함되지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한테는 조금 이례적인 포상이 이뤄질 거야.”

사장님이 말씀을 하셨고, 그 이례적인 포상이라는 것에 대해 전무님과 상무님, 그리고 박 이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리고 난 그 포상의 성격을 들은 후 이게 과연 누구 머리에서 나온 포상인지가 가장 먼저 궁금해졌다.

쉽게 말해 나와 장 본부장을 홍성에 꽁꽁 묶어놓겠다는 뜻이 가득 담긴 포상이었다.

상무님이 입을 열었다.

“제 그림에 대한 라이선스를 두 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장 본부장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화들짝 놀랐고, 난 잠시 멍했다.

“본부장님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애초에 출발을 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고, 또 공 부장님의 영업 능력이 더해지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겁니다.”

나와 장 본부장은 그저 입을 다문 채 사장님과 전무님, 그리고 상무님과 전무님의 눈치만 살폈다.

과연 이게 어떤 의미의 포상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제 그림들은 아직까지도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채 그저 작업실 구석에서 쌓여 있었겠죠. 이건 제 개인적으로 두 분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

“그리고 회사 차원에선 지금 당장은 이제 론칭을 한 브랜드다 보니까 그대로 두고 있다가, 천천히 성장하는 걸 봐 가면서 폴앤크루를 따로 분리를 시키는 게 어떨까 합니다.”

너무 성급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염려도 잠시, 상무님은 그렇게 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나와 장 본부장에게 설명했다.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를 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좀 들더라도 확실하게 분리를 해줘야지, 이렇게 본사에서 홍성이 컨트롤하고 있는 타 브랜드들과 함께 섞여 관리가 되다 보면 마진 부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올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른 컬렉션들을 계속 뽑아내려고 하면 전문적인 디자인팀도 따로 있어야 할 거 같고… 그 부분에 대해선 본부장님께서 세팅을 좀 해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공 부장님은 홍성 자체 브랜드들만 집중 영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영업팀을 따로 준비해 주셔야 할 거 같고.”

“네, 준비하겠습니다.”

“폴앤크루는 그저 홍성의 첫 자체 브랜드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쁘띠토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희가 매입을 했던 브랜드지, 저희가 기획을 했던 브랜드는 아니잖아요. 기획부터 론칭까지 다 홍성이 진행을 한 첫 브랜드.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이 나올 줄은 저도 예상을 못 했지만,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까 좀 더 힘을 줘서 띄워야겠다는 책임감이 드네요.”

“…네.”

“홍성의 오늘을 있게 만들어준 컨트롤 사업이 앞으로도 쭉 홍성의 주요 사업이 되겠지만, 내일의 홍성을 오늘의 홍성보다 좀 더 건강하고 알차게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회사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걸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사장님이나 전무님이 직접 하시지 않고, 그 두 분이 있는 앞에서 상무님이 하고 계신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다른 회사의 브랜드를 가져와서 대신 유통해주며 그에 따른 마진과 수수료 장사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는 홍성의 자체 브랜드들을 꾸준히 개발해서 좀 더 높은 마진을 남기겠다는 뜻.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에 필요한 투자가 만만치는 않겠지만, 지금의 홍성이라면 얼마든지 시도해 볼 만한 도전이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걸. 당장은 폴앤크루의 매출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와 장 본부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사장님과 전무님은 자신들 앞에서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 셋을 무척이나 대견한 눈빛으로 지켜만 보고 계셨다.

그 순간 난 알 수 없는 벅찬 소속감에 온몸이 떨려왔다.

소속감.

홍성이라는 소속감이 아니라, 그 홍성 안에서도 상무님과 함께 홍성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멤버에 내가 포함이 되어 간다는 소속감이 날 벅차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낀 박 이사는 잠시 갈등을 하다가 사장님과 전무님이 서 계신 쪽으로 자신의 위치를 고쳐잡았다.

“그래서 제가 지금부터 두 분께 조금 무리한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나와 장 본부장은 상무님의 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마치 이 사장실 안에 사장님과 전무님, 그리고 박 이사는 없는 것만 같았다.

오로지 나와 상무님, 그리고 장 본부장만 있는 듯한 착각.

그만큼 상무님의 기운이 예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또 유연해졌다는 뜻이겠지.

“폴앤크루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제 그림에 대한 라이선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들 기억하시죠.”

“네.”

“그 부분에 대해 전 그림 한 점당 가격을 측정하지 말고 매출 퍼센티지로 잡아달라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네, 그렇게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2퍼센트였나요?”

“그렇습니다.”

“1퍼센트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퍼센트는 본부장님과 공 부장님께서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때려봤다.

영업 순이익이 아닌 매출의 0.5퍼센트.

단순 계산으로 10억 매출을 올리면 500만 원이다.

물론 전국 유통 판에 깔려 있는 SS 편집샵 점포 수를 생각해 보면 제대로 컬렉션을 다 갖췄다는 가정하에 매 시즌마다 최소 초도 물량 30억 이상씩은 뿌릴 수가 있다.

여기서 본사의 매출이라 함은 실제 매장에서 올라오는 실매출과는 거리가 멀다.

본사가 각 매장으로 물건을 넘기는 매출을 의미한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큰 액수는 절대 아니다.

아직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브랜드도 아니고, 가야 할 길이 먼 브랜드.

아직은 보장보다는 리스크가 더 큰 브랜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영업부가 폴앤크루 매출로 챙겨가는 성과급과는 별개로 나와 장 본부장에게 그런 추가 포상을 주겠다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포상의 진짜 의미는 홍성에 뼈를 묻으라는 뜻이었다.

퍼센티지 분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난 널 놓치고 싶지 않으니 내 옆에서 날 위해 일을 해달란 뜻이니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금일봉의 형태가 흰 봉투에서 예상 액수가 조금 올라간 퍼센티지 인센티브로 바뀐 것뿐이니까.

확실히 사자는 사자라는 생각.

더 이상 상무님은 예전의 상무님이 아니었다.

우리가 현장에서 마진 1, 2퍼센트와 싸우고 있을 때, 상무님은 벌써부터 회사 전체를 두고 분리 경영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꼭 필요한 사람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포상의 성격을 바꿔버릴 정도로 유연하게 변해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가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대충 이야기 끝났으면 이제 민규 좀 들어오라고 하지.”

사장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무님이 내선 전화로 누군가를 호출했다.

잠시 뒤 노크 소리가 들렸고, 사장님 비서가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상무님의 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야 난 상무님의 동생이 꽤 오랫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면바지에 남방, 그리고 그 남방 위로 얇은 갈색 폴로 니트를 받쳐 입고 있었다.

흰색 운동화 역시 그리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었다.

문 앞에서 사장실 안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이며 그가 인사를 했다.

“와. 이리 와서 앉아.”

그때부터 상무님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동생을 챙기기 시작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어려 보였다.

나이는 상무님과의 나이 차이로 짐작을 할 수 있었지만, 고민 없는 얼굴, 해맑기만 한 그의 표정 때문에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다.

형 옆으로 자리를 잡고 앉은 상무님의 동생.

그리고 그 옆으로 박 이사가 한 칸 옆으로 옮겨 앉으셨고, 나와 장 본부장이 그들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하반기 공채 때 지원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하네요.”

사장님은 피식하고 웃으시며 말없이 지켜만 보셨다.

“영업 쪽 일을 한번 배워 보고 싶다고 하는데, 그러라고 했습니다. 공 부장님께서 잘 좀 가르쳐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굳이 공채에 지원을 하겠다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내가 던진 질문에 상무님의 동생은 그게 마치 면접관이 던진 질문이라도 되는 듯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사장님과 전무님께서는 무척이나 흥미 있게 지켜보셨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차례대로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굳이 공채로 입사를 하지 않더라도 생각이 그러시다면 전 얼마든지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차례대로 영업 쪽 일을 경험해 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

“본인의 힘으로 입사를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신 겁니까?”

“네,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누구한테요?”

“네?”

“그걸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으신 거냐고요.”

“그, 그건….”

애 하나를 앉혀놓고 내가 지금 장난을 너무 심하게 치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데리고 가야 하는 맨파워라면 이 정도 면접은 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시작한 즉흥 면접에 사장님과 전무님은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계셨고.

오히려 사장님과 전무님은 내가 좀 더 몰아붙이기를 은근히 원하시는 눈치셨다.

“영업이라는 건 말 그대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상대에게 파는 거죠. 그것도 그냥 팔아서 되는 게 아니라 파는 본인에게 남는 것도 있어야 하고, 또 그걸 사는 사람이 만족이라는 걸 해야 되는 거죠.”

“…네.”

“그냥 들어와서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셨으면 모르겠는데, 당당하게 공개 채용을 통해서 들어오겠다고 하시니까, 저는 그 역시도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본인의 힘으로 입사를 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신 거면… 홍성 말고 한성에서 하는 하반기 공채에 지원을 해보세요.”

“…!”

“그리고 거기에서 합격을 해 보세요. 그럼 모두가 그 열정과 의지를 인정해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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