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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02화 (202/325)

# 202

절대 거절할 수 없을 겁니다

“어쩌면 저희 홍성 인터내셔널이 패션 가이드 로즈마리 채널의 컨텐츠들을 지금보다 좀 더 화려하고 다이나믹하게 만들어드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로즈마리는 미간을 좁히며 말없이 날 쳐다보기만 했고, 이지혜 역시 입술을 오물거리며 나와 로즈마리를 번갈아 쳐다봤다.

“차마 홍성이 직접 만들면 어색해지는… 하지만 로즈마리 님께서 관심만 있다고 하시면 현재 저희 홍성 인터내셔널이 가지고 있는 모든 소스를 로즈마리 채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즈마리는 테이블 쪽으로 몸을 바짝 붙여서 앉았다.

로즈마리를 만나기 4시간 전 회사에서였다.

사장님이 구입하셨던 모리엘츠 하이엔드 컬렉션의 행방을 알아낸 장 본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는 영업부에서 그 컬렉션이 왜 필요한 거냐고 물었다.

“시간 괜찮으시면 미팅 한번 할 수 있겠습니까? 상무님이랑 같이.”

-안 그래도 나 지금 상무님이랑 같이 있어. 상무님 방으로 올라와.

폴앤크루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상무 방은 더 이상 예전의 상무 방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다양한 재질의 원단 샘플들이 굴러다녔고, 책상 위엔 다양한 브랜드의 카탈로그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스타벅스 종이컵과 소파 옆에 위치해 있는 간이 쓰레기통 속으로는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가 담겨 있었다.

장 본부장 역시 출근 후 거의 모든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는 듯, 더 이상 상무 방에 대한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내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건네자 상무님은 어지럽혀진 회의 테이블 위를 대충 정리하며 내게 자리를 권했다.

“모리엘츠 컬렉션을 찾으셨다고요?”

“네.”

“어디다 쓰시려고요?”

“폴앤크루 마케팅을 시작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무와 장 본부장은 말없이 내 입만 주시했다.

그리고 난 그런 상무와 장 본부장에게 패션 가이드 로즈마리 채널을 소개해 줬다.

“유튜브?”

“흐음….”

상무와 장 본부장의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우리가 지금 그랜드 오픈(완벽한 구성을 갖춰서, 하나의 단독 매장으로 완벽하게 브랜드를 론칭시키는 작업)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 차원에서 투자를 약속받은 프로젝트인데 그렇게 마케팅 비용을 알뜰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어?”

장 본부장다운 의심이었다.

그리고 그의 의심에 상무의 걱정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검증이 안 된 방법으로 욱여넣기식의 마케팅을 하다 보면 지난 몇 달간 시간, 돈, 에너지 다 쏟아부어서 만들어 낸 브랜드가 시작부터 자칫 궁한 이미지로 시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이거 신중해야 되는 거야. 무엇보다 첫 이미지가 중요해. 급할 건 없다, 공 부장. 회사 차원의 투자가 안 이뤄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모험을 하나? 보장이 된 방법들만 선택해도 부족할 판에.”

“제 생각도 본부장님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만약 지금 나온 컬렉션만 가지고 뭔가를 하기가 어중간하단 생각이 드시면 차라리 컬렉션 몇 개 더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시작하죠. 급할 건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말했다.

“가성비를 따진 게 아닙니다.”

“…?”

“가성비를 따질 거였음 판매 인센티브를 많이 넣어서 매장 직원들한테 목숨 걸고 푸시를 하게끔 만들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오히려 그동안 상무님과 본부장님이 날밤을 새워가며 만들어낸 폴앤크루의 이미지를 더 궁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가성비를 따진 게 아니라 현재 홍성이 가진 소스 안에서 최대한 고급스럽게. 그리고 폴앤크루를 가장 폴앤크루답게 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난 두 사람의 걱정을 잠시 눌러놓고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갔다.

“로즈마리 채널에 폴앤크루의 영상이 업데이트되는 건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 한 달 동안 저희 영업부는 전국에 있는 유통 판에 SS 매장 콘셉트를 재점검하고 폴앤크루의 디피(디스플레이) 포인트를 재설정한 뒤에 폴앤크루 판매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노 마케팅으로?”

“당분간은요. 조금 전에 상무님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급할 건 없다고. 제 생각도 똑같습니다. 아무리 대단위 투자가 이뤄진 브랜드라도 시장에 처음 나올 땐 판매 그래프가 올라가기 전까지 어느 정도 예열 기간이라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물며 폴앤크루의 경우는 말 그대로 PL 형식으로 게릴라성 론칭이 되는 건데 PL이라고 하기엔 SS 매장의 인지도 역시 너무 약하죠. 한 달간 매출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한 달은 저희 홍성 입장에선 무척 중요한 한 달이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

“비교를 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무슨 비교?”

“유튜브 마케팅 없이 진행되는 것과 유튜브 마케팅이라도 해서 진행을 하는 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바로 비교가 되지 않겠습니까?”

“…?”

“유튜브 마케팅은 아직 브랜드 구성이 다 안 갖추어진 상태에서 가만히 있지 말고 그냥 이거라도 한번 해보자 하는 거지, 이걸 메인 마케팅으로 가져가자는 게 절대 아닙니다. 브랜드 구성 다 끝나고 그래서 단독 매장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컬렉션이 모이면 그때 가서 브랜드 급에 맞는 유명 모델을 써야죠. 그리고 매거진에 노출도 시키고 대대적인 이벤트, 필요하다면 컬렉션 론칭 패션쇼까지도 해야죠. 하지만 달랑 컬렉션 네 개 나온 상태에서 그런 대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었다기보다는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의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유튜브 마케팅은 지금의 홍성이라면 반드시 하나 정도는 들어놓고 있어야 할 보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보험?”

“네. 그게 이번 폴앤크루 프로젝트의 메인 마케팅이 될 순 없겠지만… 그리고 또 모르죠. 그로 인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도… 이건 꼭 폴앤크루만을 위해 해보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유튜브 영상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한 달씩이나?”

“음….”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한 다음 상무에게 말했다.

“로즈마리를 현 상태에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그리고 구독자들로 하여금 진짜 명품 관련 전문가라는 느낌이 들 수 있게끔 업그레이드를 시켜놓고 폴앤크루를 입힐 계획입니다.”

“…?”

“나중에 로즈마리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하겠지만, 일단 제 계획은 그렇습니다. 이번 달 25일에 스위스 바젤에서 모리엘츠 전시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전에 21일에서 23일 사이에 파리에서 나크리스 본사 트레이닝 일정이 잡혀 있고요. 그 굵직한 두 일정에 로즈마리를 참가시켜 볼 생각입니다.”

“…!”

“그냥 참가를 시키는 게 아니라 브랜드 본사에서 진행하는 트레이닝 장면을 영상으로 만들어 로즈마리 채널의 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물론 나크리스 본사 측에 양해를 구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오… 재밌겠네.”

“대중이 진짜로 원하는 건 어쩌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 직접 가서 그 실물을 볼 수 있는 명품들의 리뷰가 아니라 명품 세상의 디테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채널에서 조회수가 잘 나온 영상들의 섬네일을 잘 보면 아시겠지만, 정작 제품 리뷰보다는 명품 업계 이야기, 혹은 부수적인 내용을 다룬 콘텐츠가 훨씬 더 조회수가 잘 나옵니다. 그리고 로즈마리가 그렇게 명품 브랜드의 본사에 직접 찾아가 트레이닝하는 영상, 혹은 브랜드 본사의 어느 정도 포지션이 있는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로즈마리, 혹은 그 채널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더 높아질 게 분명하죠.”

“그런데 남의 브랜드 트레이닝 장면을 촬영해도 되는 건가?”

“일전에 영업부 이지혜 씨가 나크리스 측 트레이닝 관계자에게, 트레이닝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서 이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매장 직원들에게 보여줘도 되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나크리스는 비밀스러운 내용은 전혀 없다며 얼마든지 촬영을 해도 된다고 대답을 했었죠.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 정도 푸시야 저희 쪽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안 될 겁니다. 상대가 나크리스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는 홍성이고. 나크리스가 안 된다고 해도 아쉬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홍성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나크리스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내 말에 상무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음 바젤에서 열릴 모리엘츠 전시에 참석시킬 계획을 잡고 있습니다. 이미 모리엘츠를 통해서 유럽권 CS를 대행하고 있는 업체의 VIP 인비테이션 레터 두 장을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사실 이게 진짜 메인이 될 겁니다. 아시아권과는 다르게 유럽권에서 열리는 모리엘츠 전시는 말 그대로 패션 피플들의 파티니까요. 이건 당장 저부터 어떤 규모의 파티장일지 궁금합니다. 그런 현장의 모습을 로즈마리가 영상에 잘 담아만 준다면 로즈마리의 채널도 그렇고 한국과 중국에서의 모리엘츠 인지도도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도요?”

“로즈마리 채널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인기가 좋다고 하네요.”

“아!”

“그리고 일정만 맞는다면 파리에서 바젤로 넘어가기 전에 쁘띠토널 부티크에 잠시 들러 로즈마리가 자신의 조카 옷을 한 벌 사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줘도 좋겠고요.”

“조카가 있어요?”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진. 하지만 없는 조카 한 명 정도 만들어내는 게 어디 유튜브 하는 사람들한테 일이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상 브이로그를 찍듯 폴앤크루 맨투맨 티를 입고 파리 시티 투어를 하면서 쁘띠토널 노출도 한번 해주고, 바젤에 넘어가서는 유명 패션 피플들과 화려한 파티를 갖는다…. 사실 이 일정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최소한 국내에선 업계 관계자들도 엄두를 못 내는 일정입니다. 홍성이니까 잡을 수 있는 일정이죠. 로즈마리 입장에선 절대 거절할 수 없을 겁니다.”

상무와 장 본부장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하이 퀄리티 행사에 VIP로 초대를 받는 로즈마리. 그녀가 파리 투어를 할 때 입고 다니는 옷이 폴앤크루라면… 대중들 입장에선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로즈마리의 선택이라면 말이죠.”

“흐음….”

“그걸 다 하는 데 한 달이 걸린다?”

“폴앤크루 리뷰 영상은 따로 찍을 겁니다.”

“…?”

“파리 투어를 하는 동안 로즈마리는 그냥 리뷰와는 상관없이 폴앤크루를 입을 겁니다. 그리고 그 영상에 많은 댓글이 달리겠죠. 입고 있는 옷 예뻐요, 브랜드가 뭐예요, 어디에서 살 수 있나요, 리뷰 좀 해주세요… 만약 그런 댓글이 안 달린다면 저희 영업부에서 댓글 작업을 할 겁니다.”

장 본부장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리뷰의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럼 잠깐….”

상무가 머릿속으로 전체 그림을 다시 한번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한국에서 홍성이 가지고 있는 모리엘츠로 리뷰 영상을 먼저 찍고 유럽으로 넘어가는 건가요?”

“디테일한 부분은 로즈마리를 직접 만나서 조율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상무님께서 재무부장 통해서 컨펌을 하나 받아주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비즈니스 클래스, 그리고 유럽 일정 동안 머물게 될 5성급 호텔 정도는 저희 쪽에서 제공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크리스 트레이닝 기간 동안에야 그쪽에서 제공을 하겠지만, 나머지 일정은 호텔 협찬이 없거든요.”

“그게 무슨 일이라고….”

“그리고 유럽 일정 동안 로즈마리가 폴앤크루를 입어 주는 건 저희가 그 일정을 세팅해 주고 또 비즈니스 클래스에 5성급 호텔을 제공하는 부분으로 커버를 치면 되겠지만, 진짜 폴앤크루를 리뷰할 때엔 그에 합당한 페이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당연하지.”

“50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500만 원… 그 정도면 최고 대우를 해주는 건가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 10분 이상짜리 영상을 오로지 폴앤크루를 리뷰하는 데 사용해주는데, 최소한 그 정도는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더 요구를 한다면 유럽에서 건져오는 영상 퀄리티에 따라 조율을 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코스트까지 제가 재무부장 통해서 따로 마케팅 코스트로 잡아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괜찮은 거 같은데, 본부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글쎄요… 저는 지금 그냥 전사 운영본부로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계속 영업부에 남아 있었음 저렇게 공 부장처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제가 무슨 수로 버틸까… 하는 생각? 하하하… 무섭네, 공 부장.”

“….”

“대단하다. 이건 되든 안 되든… 그냥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야.”

거기까지가 로즈마리를 만나기 전 상무, 장 본부장과 함께 나눴던 대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난 그 대화 내용 중 로즈마리를 유혹하기에 적당한 내용들만 추려서 다시 이지혜와 로즈마리에게 전달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지혜는 입까지 벌리며 멍하니 있다가 급하게 정신을 차렸고, 로즈마리는 자기만의 계산 속에서 흥분을 감추기 위해 애를 썼다.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냥 리뷰를 해달라고 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폴앤크루 리뷰 영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에 맞는 페이를 해드릴 생각입니다. 저희는 50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희는 이런 쪽으로는 아직 경험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명 유튜버들의 이런 영상 협찬 건에 대해 어느 정도 페이가 적당한지 알아보지도 못했고요. 이 유튜브 마케팅 시장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본인 영상에 합당한 가격을 제시해 주시면 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저 역시 이렇게 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본 경험이 그동안 없습니다.”

“….”

“다들 메일로만 연락이 오죠. 보통 저한테 이런 리뷰 영상을 요청하시는 분들은 개인업자들이에요. 명품 브랜드들이 저 같은 개인 방송인에게 자기네 브랜드 리뷰를 해달라고 연락을 할 이유가 없죠.”

“…네.”

“하나같이 함께 브랜드를 키워나가자는 식으로 말을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지금 당장은 큰돈을 줄 여유가 없지만, 제 채널에서 제대로 홍보를 해서 브랜드가 뜨기만 하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이었어요. 그나마도 양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문 100만 원 정도라도 제시를 하죠. 그나마도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다는 거지, 그런 양심마저도 없이 자기와 함께 자기 브랜드를 띄워 보지 않겠냐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하하하….”

“웃기시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사실… 처음 이지혜 대리님께 연락을 받았을 때에도 그런 거라고 오해를 했어요. 두 번째 보내신 메일에 답장 안 보내드린 거 사과드립니다.”

이지혜는 가슴 앞으로 두 손을 흔들며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까 제가 너무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접촉을 시도했던 거 같아 오히려 더 죄송스럽네요.”

로즈마리는 고개를 짧게 흔들며 대답했다.

“500만 원… 저한테는 무척 큰돈입니다. 하지만… 폴앤크류 리뷰 영상은… 그냥 찍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건 안 될 소리고요.”

“…네?”

“저희 홍성 인터내셔널은 채널 가이드 로즈마리의 지난 세월과 노력을 그냥 갖다 쓰고 싶지 않습니다.”

“…!”

“반드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빌려 쓰고 싶습니다. 500만 원이면 괜찮은 금액입니까?”

“…네. 솔직히 저 정도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라면 200만 원….”

“그럼 500만 원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즈마리 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정도면 500만 원 가치가 되겠다 인정될 만한 리뷰 영상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제가… 실은….”

“…?”

“혼자 유럽을 나갈… 자신이 없어요. 언어가 안 됩니다.”

“여기 이지혜 대리가 함께 갈 겁니다.”

이지혜는 다시금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떠 날 쳐다봤다.

난 그런 이지혜의 눈길을 애써 무시한 채 말을 이어갔다.

“혹시 영상 촬영할 때 혼자 하시나요? 촬영을 도와주고 계시는 분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분들 티켓이랑 호텔 예약까지 함께 다 해야 할 거 같으니까요.”

“아니요. 편집만 전문 업체에 맡기고 촬영은 저 혼자 하고 있어요.”

“그럼 더 잘됐네. 이 대리가 같이 가서 나크리스 트레이닝부터 옆에서 통역을 좀 도와주는 게 어떻겠어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혼자 셀카봉 들고 모리엘츠 파티장을 누빌 수는 없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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