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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177화 (177/325)

# 177

또 무슨 일 터졌어?

내가 그린 그림대로 영업부의 조직도가 재편되면 김 차장의 부서 내 차장 파워가 1/2에서 1/3로 줄어들 것이기에 당연히 불편한 기색을 보일 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이런 건 확실히 있었던 거 같다.

김 차장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기에 어쩌면 그래서 더 이걸 진행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김 차장과 함께 롱런을 하기 위해선 김 차장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로 하여금 내 의견을 알아서 따라오게끔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추월을 해버린 입장 아닌가.

내가 일반 사원일 때부터 김 차장은 팀장이었다.

그랬기에 그에게 부장의 권위를 앞세울 마음은 없다.

다만 내가 부장의 권위를 앞세우기 전에 그가 알아서 인정해주고 또 따라와 준다면 얼마나 좋겠나.

지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면, 앞으로의 관계는 꼬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난 더 내 의견을 더 강하게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처음 팀장을 달고 당시 우리 팀 대리였던 양 팀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던 건 어쩌면 아직 그런 경험이 없어서 관계 정리를 제대로 못 한 내 탓도 컸다고 본다.

그랬기에 이번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그러려면 지금 당장은 좀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내 의견을 조금 과하게 주장해서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조직도를 바꾸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섰다.

“응? 왜 같이 들어오세요?”

“아, 점심을 공 차장하고 같이 했었습니다.”

김 차장과 함께 점심을 먹고 복귀한 회사.

난 곧바로 그와 함께 영업 마케팅부 사무실에서 장 부장을 찾았다.

그리고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위치해 있는 자리에 김 차장이 앉는 걸 곁눈질로 보며 장 부장에게 점심 식사 동안 김 차장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고맙게도 장 부장은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보여줬다.

“이건… 흐음, 글쎄…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부분은 더 이상 아닌 거 같다. 어차피 난 갈 사람이잖아. 지금 당장 바뀔 조직도도 아니고… 일단 난 대충 알고만 있을게. 공 차장이 직접 이사님 찾아뵙고 여쭤봐. 그게 맞는 거 같다.”

장 부장이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하는 순간 김 차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아주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날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혼자 속으로 뭔가 생각을 하면서 무의식중에 끄덕인 고개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럼 제가 직접 이사님께 건의를 드려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그런데 공 차장.”

“네, 부장님.”

“한 번씩 변화를 줘보는 건 좋아. 그런 변화 속에서 직원들 텐션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문제는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 책임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거야.”

책임지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완벽한 세팅이라는 건 절대 있을 수가 없다.

지난 홍성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맨파워 관련 진리 중 하나다.

사람 관리만큼 힘든 게 어디에 있고, 또 해도 해도 계속해야만 하는 게 어디에 있을까.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총대를 멜 용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이사님 방에 올라갈 거면 지금 올라가. 4시부터 임원 회의 있다.”

“네.”

잠시 영업 기획부로 내려가서 다이어리를 챙기며 박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의드릴 게 있다고 하자 마침 시간이 빈다며 올라오라고 했다.

난 차장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부장진(부장 예정자)의 입장으로 박 이사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박 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이건 아닌데… 하는 눈초리로 날 쳐다볼 때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내가 구상한 조직도를 설명했다.

내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 이사는 자신이 우려하는 부분들을 지적했다.

“그렇게 바꾸면 현재 양 팀장이 맡고 있는 기획 1팀의 색깔이 너무 애매모호해지지 않나? 지금 공 차장 네 말은 영업 마케팅부에서 버거워하는 브랜드 일부를 기획 1팀으로 보내자는 말이잖아. 그럼 영업 마케팅부, 영업 기획부의 구분이 없어지는 거 아냐.”

“아닙니다. 브랜드 일부를 보내자는 게 아닙니다.”

“업무 과부하가 걸리기 전에 영업 마케팅부의 업무를 기획 1팀으로 분산시켜주자며. 그게 그 말 아냐?”

“영업 마케팅부가 컨트롤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아웃렛 관리만 기획 1팀으로 보내자는 뜻이었습니다.”

“…!”

박 이사는 입을 반쯤 벌린 채 몇 차례 눈을 감았다 뜨기만을 반복했다.

“전국에 깔린 백화점 대비 대형 아웃렛 수 비율은 대략적으로 백화점 30개당 대형 아웃렛 하나꼴입니다. 그 정도 컨트롤이야 영업 마케팅부에서 맨파워만 좀 떼어주면 양 팀장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을 거로 보입니다. 그렇게 양 팀장이 현재 컨트롤하고 있는 H.I 편집샵과 Kidshub에서 아웃렛 사업까지 전담해서 맡아 나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게 기존 사업과 아웃렛 사업으로 기획 1팀, 2팀으로 다시 나눈다?”

“네, 그리고 해외 영업부 같은 경우는 현재 안 팀장이 컨트롤하고 있는 만토바와 모리엘츠를 포함시켜 다시 해외 영업 1팀과 2팀으로 나누는 거죠. 해외 영업 1팀은 만토바와 모리엘츠, 그리고 영업 2팀은 기존의 업무. 그렇게 되면 영업 마케팅부는 기존 조직도 그대로 마케팅 1, 2, 3팀 체제를 유지하면서 아웃렛 관련 업무를 양 팀장에게 토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근데….”

“…네.”

“안 팀장 그놈…진짜 믿을 만하냐? 또 차장 달아줘 놓으면 방방 떠서 이리저리 물 흐리고 다니지 않겠냐고.”

“전 오히려 타이틀의 무게만큼 안 팀장에게도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보다 입사 선배입니다. 차장 진급이 빠르지 않냐고 하기엔 입사 대비 전 안 팀장보다 2년 빨리 차장을 단 거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처리 능력이 뛰어납니다. 따지고 보면 제가 구상한 조직도 안에선 해외 영업부의 업무 카테고리가 가장 다양해지는 건데… 사실 이걸 쳐낼 수 있는 사람은 안 팀장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경험이 부족한 제가 부장을 달고 문제없이 영업부를 이끌기 위해선… 제 경험이 부족한 만큼, 그 부족한 경험을 커버해줄 수 있는 맨파워로 조직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야 당연한 거고….”

“그런데 문제는 현재 홍성 영업부의 맨파워가 타 기업에 비해 너무 젊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걸 더 이상 문제 삼기보다는 인정하고 그걸 문제가 아닌 강점으로 비틀어버리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팀장 수급은 되나, 그러면?”

“영업 기획부 같은 경우는 기획 1팀장에 차 대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고, 또 다른 한 명은 영업 마케팅부에서 수급을 해야겠죠. 그리고 해외 영업부 같은 경우는 영업 2팀에 최 대리가 올라가면 될 거고… 만토바와 모리엘츠를 컨트롤할 영업 1팀에… 장 대리를 앉혀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장 대리… 향은이라… 하긴. 어차피 만토바랑 모리엘츠는 센터 역할이 5할이잖아.”

“그렇죠. 센터 역할이 5할 이상이죠. 거기다 박 대리도 이제 슬슬 물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오히려 그 팀은 신경 쓸 게 전혀 없습니다.”

“잠깐만, 잠깐만… 야, 공 차장.”

“네, 부장님.”

“이게 말로만 들으니까 살짝 헷갈린다. 진짜 영업부가 커지긴 커진 모양이야. 여기 내가 이름만 보고는 얼굴이 안 떠오르는 애들이 제법 있어.”

“그러실 겁니다. 저도 영업 마케팅부 쪽은 성은 아는데, 이름이 헷갈리는 친구가 더러 있습니다.”

“방금 말한 내용 조직도를 그려가지고 보여줘.”

“그럼 팀장, 대리들까지는 사진도 첨부를 시켜서 만들어보겠습니다.”

“됐어. 팀장들까지만 알면 됐지, 대리들 얼굴까지 기억해서 뭐 하려고. 어차피 절반 이상이 여기서 경력 만들어서 딴 데로 갈 놈들인데.”

“이젠…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박 이사는 피식하고 웃었다.

“지금이야 맨파워가 부족해서 맨날 허덕이는 거지, CGM이 결국 한국 시장 손절하겠다고 하고 한성까지 초토화된 지금은 맨파워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있는 인원들을 어떻게 때에 맞춰서 승진을 시켜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거 같습니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

“그것도 문제다. 한 때였지만 그럴 때가 있었어. 어떻게 보면 그게 더 골때리는 거야. 위에서 안 빠져주면 또 거기에 지쳐서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버리거든.”

“계속 키워야죠.”

“그게 말처럼 쉽나.”

“안 팀장이 이번에 모리엘츠 전시회에 다녀와서 이런 기획안을 하나 만들어 올리더라고요.”

“…?”

“링겐을 저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거냐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CGM 나갔지 않습니까. 유아 아동복 시장은 현재 빈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놈도 진짜 웃긴 놈이야. 모리엘츠 뉴 컬렉션 보고 오라고 보냈더니 거기서 링겐 관련된 기획안이 왜 또 튀어나와?”

“항상 모두가 1을 보고 있을 때 남들보다 빨리 그 1을 다 보고 먼저 2로 넘어가 있는 사람입니다.”

“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닌데, 이대로 하자니 김 차장이 조금 걸리긴 하네. 일단 내려가서 조직도 하나 만들어 가져와.”

“네.”

“4시 전까지 갖다줄 수 있나? 임원 회의 하러 가서 눈치껏 찔러보자.”

“10분이면 됩니다.”

“아참, 그리고 안 팀장이 올렸다는 링겐 관련 기획안도 같이 가지고 올라와.”

“넵!”

그렇게 다시 사무실로 내려가 박 이사가 주문한 것들을 챙겨서 올려줘 놓고 퇴근 시간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였다.

4시 40분이 이제 막 지나고 있었다.

사실 4시 반만 넘어가면 그때부턴 업무가 밀려있지 않는 이상 초 단위로 컴퓨터 모니터로 시간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다.

20분만 더 있으면 슬슬 짐을 챙겨 퇴근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할 즈음이었다.

박 이사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임원 회의가 이렇게 빨리 끝이 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채 전화를 받았다.

-공 차장, 너 잠깐 회의실로 올라와 봐야겠다.

박 이사 목소리 주변에서 흘러들어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아직 임원 회의가 진행되는 중인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올 때 인사부장이랑 같이 올라와.

“…네.”

이렇게 빨리 뭔가 피드백이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었다.

나도 당황을 한 상태였다.

양 팀장에게는 슬쩍 이야기를 흘리긴 했지만, 정작 안 팀장과 장 대리는 모르는 상황.

난 서둘러 인사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실 앞에서 보자고 말한 뒤 임원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회의실로 올라갔다.

“뭔데? 또 무슨 일 터졌어?”

인사부장이 한껏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인사부장을 향해 난 안심하라는 투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계속 귀찮게 만들어 드려서 죄송합니다. 부장님.”

“뭐, 뭘?”

“들어가시죠.”

“아, 나도 뭘 알아야 깨질 때 깨지더라도 마음의 준비를 할 거 아냐.”

“깨질 일 없습니다.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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