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양해를 좀 구하겠습니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식사 자리 내내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하던 상대가 조금씩이라도 내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게...
사실 그 전까지는 제대로 된 소개도 없었고, 나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상무보와 박 이사를 수행하기 위해 따라온 본사 직원 정도로만 취급을 받아왔었다.
당연했겠지.
내가 상대였어도 그랬겠다.
하지만 박 이사가 날 가리키며 “만토바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온 장본인.” 이라고 다시 소개를 하는 순간 날 바라보는 상대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만큼 만토바는 이 업계(꼭 한국이 아니더라도)에서 가공할 만한 존재였고, 또 홍성이 그런 만토바를 한국에 끌고 들어온 건 작년 한 해 국내 패션 업계에선 가장 큰 이슈였으니까.
“으음...”
옆방에서 흘러나오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이 방의 침묵과 동시에 뚝 하고 끊어졌다.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던 호텔 레스토랑 매니저가 자연스런 손놀림으로 회전 원탁 테이블 위의 요리들을 보기좋게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런 매니저를 향해 상대 전무가 술 주전자를 눈짓하며 좀 더 채워오라고 주문했다.
몇 시간 전 상무보의 사무실.
백화점 측이 제안한 점심 식사에 응하러 가기 전 먼저 상무보의 사무실에서 다같이 만났었다.
그리고 무척 편한 분위기 속에서 박 이사를 통해 자리에 참석할 상대들의 전력을 전해들었다.
전력.
그랬다.
우린 싸우러 가는 거지, 하하호호 하며 인맥 쌓기겸 호텔 음식을 얻어먹으러 가는 게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같이 모인 상무보의 사무실 분위기가 가벼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비록 상대가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우린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한성 건으로 아쉬운 소리는 우리가 아니라 상대가 할 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우린 그 아쉬운 소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이건 양쪽의 힘의 균형과는 별개로 홍성은 시장을 독식할 마음이 없는 기업이다.
애초에 그랬다.
그건 꼭 지금에 와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신입일 당시, 아직 홍성이 국내 업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기 전부터도 홍성은 홍성의 길을 가는 기업이었지 시장을 장악하고 독식해서 무작정 파이부터 키우고 보자...하는 스타일의 기업은 아니었다.
한성...
이 시점에 와서 한성이 왜 CGM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홍성과 함께 국내 컨트롤 업계를 끌고 나가는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우리 홍성은 한성이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더 잘 나가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한성처럼 역사가 있고 또 나름 굵직한 브랜드들을 많이 컨트롤해 본 이력이 있는 기업에 위기가 찾아오는 걸 우리 홍성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한성까지 무너지면...결국 브랜드 본사들이 다시 몇 년 전처럼 자기들이 직접 한국에 들어와서 브랜드를 컨트롤 해보겠다고 기회만 엿보기 시작할 거야.”
우리가 한성을 어느정도는 보호를 해줘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홍성만으로는 버겁다.
이 업계 자체가 정말 미묘한 이해관계들이 많이 얽혀있어서,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해외 굵직한 브랜드들이 일제히 단합해서 컨트롤 기업을 끼지 않고 자체적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겠다고 해버리면 홍성이나 한성과 같은 컨트롤 기업은 그 개념 자체가 아예 한국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홍성과 같은 컨트롤 기업의 생존을 유지시켜주고 있는 게 또 아이러니 하게도 국내 유통판들이다.
전 세계 어딜 가봐도 한국처럼 몇몇 유통판이 시장을 아예 분할 독점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주 특이한 케이스다.
한국이 좁은 시장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한국은 절대 작은 시장이 아니고, 또 한국 사람들처럼 패션에 관해 민감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도 몇 없다.
그렇게만 따지면 절대 작은 시장이 아닌데, 또 재밌게도 그 시장을 한국은 몇몇 대기업이 아예 분할 독점을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그들이 무슨 수로 완벽하게 그 많은 브랜드들, 그 많은 지점들을 다 컨트롤을 하겠나.
절대 불가능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냥 지점 관리에만 집중하고, 그 많은 지점에서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많은 브랜드들과의 마찰을 중간에서 컨트롤 해 줄 우리 홍성과 같은 컨트롤 기업을 자기네 하청 기업 정도로 생각하며 함께 가고 있는 거다.
그런데 이제 슬슬 유통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쇼핑에 의한 유통의 변화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롯데, 신세계 할 것 없이 백화점 사업은 무조건 마이너스다.
그 마이너스를 조금이라도 커버쳐보기 위해 레스토랑 공간을 확대시키고 별의별 짓을 다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표 지점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 마이너스 경영을 하고 있다.
그 마이너스 경영을 아웃렛 사업과 면세점 사업, 자체 인터넷 쇼핑 채널로 간신히 커버를 치고 있는 거고, 또 그것만으로도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백화점 자체 편집샵 브랜드들을 론칭시키며 직접 판매에 뛰어들고 있는 거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CGM인지 모르겠네요.”
“다른 선택권이 없었을 겁니다.”
상무보의 질문에 장 부장이 대답했다.
“우리 홍성이 만토바를 공유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우린 중국 시장 때문에라도 한성과 만토바를 공유할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고요.”
“꼭 중국 시장이 아니더라도 만토바는 절대 공유해선 안되는 거죠.”
이제 슬슬 뭔가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상무보의 말에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쪽에서는 전무님께 먼저 컨택을 했었는데, 전무님이 저한테 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무님이 직접 가시면 아무래도 입장이 있다보니 뭔가를 얻어오기 보단 들어주고 오실 게 더 많다고 판단을 하신 모양이에요.”
상당히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말이었다.
생각을 해봐도 그렇다.
상대측 전무가 아직 얼굴도 모르는 우리측 상무보에게 식사 자리를 먼저 제안할 이유는 없다.
나이를 떠나서 업계 경험이 미천한 상무보가 아닌가.
아무리 우리 쪽에서 박 이사가 동행을 한다고는 해도, 그들 입장에선 살짝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자리가 될 게 분명했다.
일단 사업적으로만 놓고 봐도 급이 안 맞으니까.
그래도 명색이 국내 유통판의 양대 산맥중 한 곳의 전무, 본사 상무가 나오는 자리인데 일개 컨트롤 기업의 상무보를 같이 밥이나 먹자고 초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나.
초대를 하고 제안을 해도 우리쪽에서 먼저 하는 게 맞는 거지.
그리고 우리쪽 전무님 정도는 되어야 그쪽에서도 먼저 자리를 청한 면이 서는 거고.
하지만 상무보는 홍성의 다음 세대 리더가 될 인물이다.
명분이야 만드려고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전무님이 입장을 확실히 하신 거죠.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던 양측의 관계 보다는 앞으로 홍성이 갈 길에 더 초점을 두고, 또 그걸 확실히 상대에게 전달하고 오라고...”
“...”
“내어주어야 하는 것보다 얻어오는 게 더 많은 자리가 되었음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무리 전무님이라도 그런 오더를 내리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을텐데...
말 그대로 싸우고 오라는 뜻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친선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자리라도 홍성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또 그쪽으로 일방적이긴 하지만 잘 다져져 있는 의미없는 관계 형성 보다는 실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뜻이었고.
“그래서 장 부장님과 공 차장님이 꼭 같이 가주셔야 하는 자리입니다.”
“...?”
“박 이사님 역시 그들과 오래된 안면이 있으니 직접적으로 뭔가를 긁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미 몇 시간 전 상무보의 사무실에서 나와 장 부장에게 젊은 패기로 상대를 함께 압박해보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럼 상대는 오히려 당황을 할 거라고.
“인맥으로 하는 사업은 우리가 을 일땐 언제나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아직은 우리가 을인 게 맞고.”
“그동안 만들어왔던 관계만 걷어내면 지금 상황에선 꼭 우리가 을인 것만은 아닙니다.”
내 말에 상무보는 자기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때 링겐에서 했던 것처럼 앞뒤 보지말고 딱 그 자리에만 집중하시면 될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포문은 내가 열어줄게.”
박 이사가 말했다.
포문...
만토바를 한국에 가지고 들어온 게 나였다는 걸 상대에게 넌저시 알린 게 바로 그 포문이었다.
그리고...
“이젠 뭐 나보단 공 차장, 네가 더 매섭잖아.”
장 부장이 말했다.
“사장님 입에서 양심 없단 소리가 나올 정도면 최고의 극찬을 받은 거다. 그리고 오늘 식사 자리에 참석할 인원을 말씀 드렸을 때 웃으시는 것만 봐도...공 차장.”
“네, 부장님.”
“그런 자리일 수록 전혀 예상을 못했던 상대에게 허를 찔리는 게 더 아픈 법이야.”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게 바로 몇 시간 전 상무보 사무실에서 있었던 이야기 내용들이었다.
전혀 예상을 못했던 상대...
그들의 입장에선 그게 바로 나겠지.
탁.탁.
상대 전무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자신의 잔을 들어 그 잔으로 테이블을 두어차례 두드렸다.
큰 원탁 테이블.
일일이 일어서서 서로의 잔에 건배를 할 수 없으니 그렇게라도 건배를 하자는 뜻이었겠지.
난 어쩔 수 없이 받아만 두었던 잔을 들었고, 모두가 시원하게 그 잔을 비워내는 걸 보며 그저 술잔을 입술에 붙였다 떼어내기만 했다.
“공 부장님도 한 잔 하시지 그래요?”
“전 운전을 해야됩니다.”
“한 잔 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박 이사가 특유의 영업 센스를 발휘하며 관대하게 말했다.
“그래도...”
“에이...한 잔 쯤이야, 뭐. 식사 끝내고 커피 한 잔 하고...그러다 보면 금방 깨. 술이 좋아.”
그래서 나 역시 영업 센스를 발휘했다.
“그럼...”
내가 이 자리에서 가장 밑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절도있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잔을 상대 전무, 상무에게 보인 다음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 어딘가에서 본대로 말끔하게 비워낸 잔을 상대에게 확인시켜줬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회전식 원탁 테이블을 돌려 술 주전자를 내 앞으로 옮긴 뒤, 그 주전자를 들고 상대 전무와 상무의 자리로 가 그들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차례대로 상무보와 박 이사, 장 부장의 잔을 채워놓고, 이 자리에선 다시 입에 대지 않을 내 잔도 마저 채웠다.
“그럼 아까 하다가 잠시 끊어졌던 한성 이야기 좀 계속 이어서 해봅시다.”
상대 전무가 말을 하는 동안 그쪽의 본사 상무가 몇 차례 날 쳐다봤다.
그래, 한성은 한성이고 우린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많다.
나 역시 싱긋이 웃으며 그를 쳐다봤다.
“우리 입장에선 하라, 하지마라 할 수가 없는 입장이잖아요. 홍성이 만토바 물건을 받아서 깔고 있는 것처럼 한성도 그렇게 해보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홍성한테는 하라고 한 걸 한성한테 하지 말라고 하겠어요?”
“저희 역시 그 부분에 대해 참견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죠.”
상무보의 말 끝이 제법 단단했다.
“그리고 한성이 그렇게라도 해서 다시 자리를 잡아준다면 저희 홍성 입장에선 반길 일입니다. 어차피 저희가 다 가져갈 수 있는 파이가 아닙니다. 가져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고 싶지가 않고요. 비록 현재 저희가 만토바를 통해 많은 브랜드들을 새로 영입한 건 사실이지만, 이 브랜드들도 자기들끼리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대단합니다. 만토바로 모인 브랜드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죠. 그리고 만토바가 아닌 CGM을 선택한 브랜드들은 또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고.”
“그렇죠. 소비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브랜드들 사이에선 서로 물과 기름같은 관계가 있기도 하니까. 그게 이제 대략 만토바냐 CGM이냐로 갈린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유통판은 그 물과 기름을 적당히 공평하게 함께 끌어안아야 하는 거고.”
“그 부분에 대해 저희는 백 퍼센트 이해를 합니다. 그리고 또 저희는 한성이 CGM과 손을 잡았다고 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쟁 구도를 더 심화시킬 만큼 속이 좁지는 않고요.”
진짜 많이 성장을 했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상무보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작년 까지만 해도 샌님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던 상무보.
지금 상무보는 상대에게 홍성은 한성과 경쟁을 해서 유통판들이 원하는 마진 경쟁을 해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을 한바퀴 둘러서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말에 상대 전무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얼굴에 걸었다.
“이해해주신다니 다행이고, 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보람이 생기네요.”
그리고 본 게임은 지금부터...
난 상대가 먼저 만토바 관련 이야기를 꺼내기만을 기다렸다.
어쨌든 여기서 만토바 관련 이야기는 한 번은 나와야 한다.
자기네 자체 편집샵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상대.
작년에 있었던 CGM 건으로 상대는 그 편집샵에 들어가는 브랜드 구성을 모두 만토바 물건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 전까지야 직접 그쪽 MD팀에서 만토바와 폭스타운, 링겐을 우리처럼 출장 다니며 물건을 사입해왔지만, 작년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전량 국내에 들어와 있는 만토바 물건으로 그 편집샵을 채우고 있는 상황.
일종의 사과였다.
CGM의 한국 진출 초기 당시, 관계가 오래된 국내 컨트롤 기업편에 서지 않고 CGM 쪽으로 노선을 갈아탔던 자신들의 실수에 대한 사과.
그리고 우리 홍성은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걸로 해당 일을 일단락 시켰었고.
그 외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차피 우린 유통판이 무조건 필요한 입장인데, 거기서 적당히 사안을 마무리짓지 않고 감정적으로 고집을 부리면 결국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될 건 없으니까.
사업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나.
“그래서 말인데...”
그쪽 상무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희 편집샵을 구성하고 있는 브랜드들 중에 만토바와 CGM 양쪽에서 중복되는 브랜드 몇 개는...한성에서 좀 받았음 하는데...양해를 좀 구하겠습니다.”
이게 어떻게 양해야?
그냥 통보하는 거지.
그런데...우린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올 거라고.
그래서 얼굴에 걸고 있었던 거짓 미소가 조금 더 짙어질 뿐이었지, 당황을 하거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음...본부장님.”
“네, 상무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든 건 소비자의 결정입니다. 만토바 물건에 한해서 만큼은, 여기 백화점 측이 저희의 고객입니다. 소비를 강요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상무보가 싱긋이 웃으며 말했고, 그 말에 그제야 상대 본사 상무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그런데...”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생각을 다시 한 번 잘 해보셨음 좋겠습니다.”
“...?”
“물론 다른 의도가 있어서 하는 말은 절대 아니고요. 이탈리아 만토바 애들이 독일 CGM 그쪽 애들처럼 그렇게 합리적인 애들이 아닙니다. 기질 자체가 약간 다혈질이에요. 물론 국내에선 저희한테 전적으로 유통권한을 위임했지만, 그래도 매출 관련 보고는 저희가 꾸준히 해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
“지금 CGM 애들이 작전을 참 잘 쓴 거 같습니다. 이미 귀사 백화점 브랜드가 몇 해 전부터 중국 시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고, 또 사드 이후로 잠시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다시 살아나고 있는 시점이라는 걸 잘 분석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염려가 돼서 드리는 말입니다.”
“염려라면...”
“CGM이 한성을 끼고 귀사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작전이 과연 국내 시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겠다고 하는 발버둥인 건지, 아님 한성 따윈 어떻게 돼도 좋으니 일단 그렇게라도 중국 시장에 들어가겠다고 그런 작전을 쓰는 건지 잘 한 번 생각해보셨음 좋겠다는 뜻입니다.”
“음?”
“한국 시장 안에서야 괜찮겠죠. 그런데 CGM이 그렇게 귀사를 타고 중국 시장에 어거지로 진출을 했다고 치면 말은 달라지죠. 만토바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그걸 귀사가 중간에 끼어서 도왔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절대 양보를 해줄 수 없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한 거였다.
만토바를 움직이고 있는 건 홍성이라는 걸 잊지 말란 의미로.
“그렇게 되면...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귀사 1층 명품관 코너에 있는 이탈리아 브랜드 매장들...다 비게 됩니다.”
“...!”
“그리고 귀사 편집샵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음...한성 쪽으로부터 물량을 조금 분산시켜서 받으시겠다고 하니까, 그럼 저희는 지금까지 양측 관계로 현재 귀사 편집샵에 드리고 있는 특별마진을 원래 기본 베이스대로 변경시키겠습니다. 저희도 그 부분 만큼만 양해를 좀 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