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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138화 (138/325)

# 138

한 번 해보는 거죠

생각이 많아진다.

될 거 같은데, 될 거 같은데...

아직 뭔가 뚜렷한 그림이 완성된 건 아니지만, 어차피 마진이라는 차,포를 떼고 둬야하는 장기판이라면 공격적으로 들어가는 게 맞는 거 아닐까.

회사는 분명 매력없는 마진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영업부의 사기 보다는 쁘띠토널 브랜드 띄우기에만 집중을 할 것이다.

내가 사장이라도 그럴 거 같다.

우선은 회사가 살아야 직원을 챙겨주더라도 제대로 챙겨줄 수 있을 거 아니겠나.

상황 탓만 하기 보다는 어차피 윗선에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이 난 거, 최대한 챙길 수 있는 부분은 챙겨먹는 게 현명하단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쁘띠토널이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이월 상품을 최대한 많이, 그것도 영업 기획부가 시즌 제품 마진으로 보게 될 손해를 커버칠 만한 수준으로 가지고 와야 하는데...이게 말처럼 쉬울 거 같지는 않았다.

"후우..."

17층.

점심 때 마신 술도 조금 깰 겸 나와 양 팀장은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사들고 17층으로 올라갔다.

담배를 피지 않는 양 팀장.

그는 내가 담배 두 개피를 연달아 피는 동안 나와 멀찌감치 떨어져서 스마트 폰으로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걸 계속 저렇게 쳐다보고 있는다고 해서 안 오를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시도때도 없이 저것만 붙잡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지나가는 말로 "양 팀장님은 절대 주식 같은 거 하지마세요. 사람 폐인 되겠어." 라고 하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 폰을 주머니 속으로 숨기는 양 팀장이었다.

"그래도 조금 올랐어요."

"오르면 뭐해?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이 안나오고 있는데."

"뼈 때리기 있습니까?"

"그냥 양 팀장님이 들어가 살아요."

"안 그래도 지금 그 생각 하고 있거든요? 부모님하고도 이미 다 이야기 끝냈고."

"아, 진짜?"

"후우...방법이 없잖아요, 방법이. 지혜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지혜? 이지혜가 뭐라고 했는데요?"

"집 이거야 들어와 살 사람 못 구해서 하루 이틀 더 묵힌다고 썩는 것도 아니고...부모님이 세 들어와 살던 사람들 나갈 때 여기저기 돈을 조금 만들어서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그러시더라고. 장가 밑천 미리 주는 거라고."

"충분하지 뭐. 요즘 경기에 그렇게 큰 돈 해줄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것만 해도 양 팀장님은 우리 사이에선 금수저예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편하게 생각하려고요. 생각해보면 제 주위에서 저한테 푸쉬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그냥 제가 마음이 급해서 저 스스로를 푸쉬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럴 수 있지."

"대학 공부까지 다 시켜줬는데, 직장 다니면서 돈 버는 놈이 아직까지 부모님한테 손이나 벌린단 소리는 진짜 안 듣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전에 세들어와 살던 사람들 나간다 하고 또 거기 들어와 살겠다는 사람이 안 구해졌을 때 피가 말랐어요. 그런데 이렇

게 어쩔 수 없이 부모님한테 다시 또 손을 벌리고 보니까...이젠 그냥 마음이 편해지네요. 그래, 도와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난 것도 내 복이다. 이젠 독립을 하자, 그게 효도하는 길이다...그런 생각이 들어요."

"독립도 그냥 한다고 하면 양 팀장님 부모님 성격상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은데요?"

"지혜 말대로 나가서 혼자 살아야 여자 만날 기회도 더 생길 거 같아요."

"지혜가 그런 말을 해요?"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아요. 이 나이에 아직까지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다고 하면 어떤 여자가 좋아라 하겠어요? 거기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겨서 데이트를 하더라도 혼자 사는 게 백 번 더 편할 거 같고."

"인정."

"그래서 지금 보고 있는 중이네요, 이렇게..."

"뭘요?"

"어떻게 인테리어를 해서 들어갈까...하고."

"아...아파트 시세 보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것도 보면서 인테리어 견적도 같이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냥 이참에 돈 좀 쓰더라도 아예 신혼집처럼 꾸며 버리려고요."

"우와...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양 팀장님 잡는 여자는 복 터졌네."

"숟가락, 젓가락만 들고와라? 노, 노...아무것도 필요없다. 그냥 몸만 와라...지금 제 심정이 그렇습니다. 하하하..."

"참...도대체 뭐가 문제지? 인물 좋아, 직장 괜찮아, 집 있어, 대출 크게 없어...아무리 봐도 이상적인 신랑감인데...눈이 높나?"

"뭐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죠. 어차피 지금까지 못 만나고 있는데, 이왕 만날 거 이상형에 가까운 여자랑 만나고 싶어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데요?"

"그냥 뭐...예쁜여자? 전문직이면 더 좋고, 거기에 나이도 어리면 어릴 수록 좋죠. 이십대 중후 반 정도? 난 이상하게 스튜디어스 이런 쪽이 좀 끌리더라고요."

"에라이..."

다 이유가 있는 거다.

난 피우고 있던 담배를 마지막 한 모금까지 알뜰하게 빤 다음 양 팀장에게 말했다.

"일하러 갑시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 양 팀장님은 재무 리스크팀으로 가세요."

"그런 다음에요?"

"현재 쁘띠토널이 가지고 있는 재고 파악 한 번 해보세요."

"그걸 본사 재무 리스크팀이 알고 있겠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죠. 이문 본부장님이 쁘띠토널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디테일을 뽑은 게 재무 리스크팀인데...재무 리스크팀에서 쁘띠토널이 가지고 있는 재고까지 다 떠안을 거면 다른 브랜드를 초이스 하는 게 더 경제적일 거라고 이문 본부장님한테 어드바이

스를 넣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오케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저는 이문 본부장님 한 번 찾아가 볼게요. 윤 부장님이야 어차피 이문 본부장님 라인 탔잖아요. 복잡하게 윤 부장님이랑 길게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난 곧바로 이문 본부장을 찾아갔다.

전사 운영본부.

점심 시간이 끝난지 한참이 지났지만, 이문 본부장은 자리에 없었다.

"사장님 모시고 전무님이랑 같이 식사하러 가셨어요."

"아..."

"아마 한 시간 정도는 더 걸리지 싶은데요. 보통 사장님 모시고 식사 하러 나가시면 두 시 반 정도에 들어오시거든요."

"그럼 나중에 본부장님 돌아오시면 저한테 전화 한 통만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뭐가요?"

바로 그때였다.

등 뒤에서 이문 본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장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갔기 때문에 두 시 반은 되어야 올 거라고 했던 운영 본부 직원의 얼굴에 살짝 당황이 스몄고, 난 이문 본부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나 찾아 온 거예요?"

"네, 잠시 시간 괜찮으시면 부탁 좀 드리려고..."

"여기서 할까, 아님 나가서 할래요."

"음...본부장님만 괜찮으시면 회의실이 더 나을 거 같습니다."

"그럽시다. 가요."

회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기가 무섭게 난 쁘띠토널의 이월 상품 재고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문 본부장 역시 그 주제를 무척이나 반기는 표정이었다.

"그 부분까지 공 차장이 직접 처리해주겠다고 나서면 윤 부장이 상당히 고마워하겠어요?"

"하지만 마진이 걸립니다."

"걸릴 게 뭐가 있어요? 윤 부장 입장에선 공 차장이 달라는대로 줘야지."

"조금 과하게 요구를 해도 괜찮겠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나. 윤 부장이랑 이야기 해요."

"본부장님께서 직접 챙겨주시면 일이 조금은 더 수월하게 풀릴 거 같아서요."

이문 본부장은 미간을 좁히며 재밌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쁘띠토널에서 '통보'한 마진 베이스가 저희 영업 기획부 입장에선 과한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나는 통보라는 단어에 포인트를 줬고, 과한 감이 있다는 표현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또 생각을 해보면 이게 다 회사를 위해 하는 일인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브랜드부터 띄워놓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확실히 공 차장이 일을 잘하네."

무슨 뜻일까.

이문 본부장은 가슴 앞으로 팔짱을 낀 다음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대어 앉아 날 쳐다봤다.

"네?"

"아냐, 아냐. 계속 해봐요. 그래서? 브랜드부터 띄워놓는게 맞는 거 같은데...그 다음엔?"

내 속을 훤히 다 꿰고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난 이문 본부장을 이기려고 자리를 청한 게 아니니까.

내 속을 들키더라도, 내가 가진 생각을 읽히더라도 그런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신이 나야 되지 않겠습니까?"

"...?"

"직원들이 신이 나야 안 팔릴 물건도 팔리게 되는 거고, 그러다 보면 이걸 언제 다 처분하지...하며 골치덩어리로 남아있는 재고들도 빠질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공 차장이 마진 네고 할 때 보면 치고 빠지고를 참 잘하는 거 같네. 그렇지. 계속 숫자 이야기만 하다 보면 양쪽 모두 피곤해지거든. 주위를 잠시 분산시킬 필요가 있어. 그러다 내가 잠시 방심하고 있으면 그 사이에 또 훅하고 숫자를 드리밀면서 들어오겠지요?"

"...!"

"센스야. 네고 센스. 이런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타고 나는 거예요. 자...내가 이렇게 공 차장의 수를 미리 읽었단 말이야. 이젠 어떻게 할 건데?"

나도 웃음이 나왔다.

결론은 이미 나와있는 듯 해보였고, 난 여기서 기특한 생각들로 이문 본부장을 제대로 웃게 만들기만 하면 될 거 같았다.

"양 팀장이 지금 재무 리스크팀에 올라가 있습니다."

"...?"

"현재 쁘띠토널이 가지고 있는 재고 파악을 하러요."

"오호..."

"브랜드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전 쁘띠토널 오너가 우리 홍성에게 불렀던 재고 가격과 재고 물량을 그대로 받아서 저한테 전달할 겁니다."

순간 이문 본부장의 눈썹 끝이 가늘게 떨렸고, 난 정공법이 통했다는 쾌감을 느끼며 계속 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전 윤 부장이 저희한테 제시하는 이월 상품 재고 마진이 아닌, 쁘띠토널 이전 오너가 홍성에게 넘기려고 했던 재고 마진에서 10퍼센트를 더 깎아달라고 요구를 할 생각입니다."

타닥타닥...

회의 테이블 위에서 이문 본부장의 검지와 중지가 마치 피아노 건반을 치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라도 성과를 올리는 재미를 붙이게 만들어줘야 해당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이 쁘띠토널에 조금이라도 더 애착을 가질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어차피 홍성 브랜드 입니다. 그리고 저희 모두 홍성 직원들이고요.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이라 그곳에 힘을 실

어주겠단 회사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고생하고 있는 영업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는 건 조심을 해야 합니다."

"이전 오너가 홍성에게 넘기려고 했던 재고 마진에서 10퍼센트를 더 깎아달라?"

"본사 영업부 역시 10퍼센트의 마진을 손해 보고 시즌 제품을 받아야 합니다."

"..."

"그리고 결국은 본사의 영업 순이익으로 잡히는 겁니다. 저희 영업 직원들이 가져가는 돈이 아니지 않습니까. 본사 영업맨들의 흥도 함께 생각해주십시오."

"진짜 이쯤 나오면 거절을 할 수가 없긴 없겠다."

이문 본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전무님이 현장에서 뛰실 때보다 더 지독하네. 왜 사장님 입에서 공 차장이 양심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겠어요."

"해주실...거죠?"

"안 그래도 그 건으로 사장님 모시고 점심 먹고 오는 길이었어요."

"...?"

"세금 문제가 걸리더란 말이지. 나도 그렇고 전무님도 그렇고 사장님도 자체 브랜드를 가져보긴 이번이 처음이잖아. 없던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실수나 잡음이 생길 수 밖에. 처음 쁘띠토널 마진 베이스를 콘크리트 시킬 때 우

리가 세금을 계산에 안 넣고 있었어요."

"아..."

"아예 안 넣었던 건 아닌데, 디테일하지 못했던 거지. 프랑스 입장에선 우리가 외국계 기업이잖아."

"그렇죠."

"세금을 너무 많이 때리더라고."

"아..."

"쁘띠토널의 매출이 많아지면 결국 다 좋은 거지만, 그렇게 만들려다 보니까 우리가 프랑스에 내야 하는 세금이 덩달아 많아지는데, 아닌 말로 어차피 내야하는 세금이라면 그냥 한국에 내는 게 낫잖아."

"...!"

"공 차장이 오늘 좋은 아이디어 하나 가져다줬네. 고마워요."

"네?"

"그렇게 하면 되겠다. 이월 상품이라도 노 마진으로 한국에 넘겨서 풀면 또이또이 되겠네. 내가 윤 부장한테 전화를 할게요."

사무실에선 양 팀장이 벌써 재무 리스크팀을 다녀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아까 말씀하신 거..."

난 재무 리스크팀에서 뽑아준 이월 제품 마진 베이스를 빠르게 훑어본 후 장 부장을 찾아갔다.

"이걸 다 받겠다고?"

"데미지 난 제품들은 제외시키고요."

"자신 있냐?"

"한 번 해보는 거죠."

"아무리 마진을 잘 맞춰준다고 해도 물량이 너무 많아. 거기다 재무쪽에서 컨펌을 해줄까 싶다. 쁘띠토널 발주도 결국은 영업부 예산 안에서 측정된다고. 이미 발주 예산을 오버했는데, 이 물량을 다 받겠다고 하면..."

"낮에 이사님이 무조건 커버쳐 준다고 하셨잖습니까."

"..."

"이사님 카드 한 번 쓰시죠."

"벌써?"

"그런 구두약속은 아끼면 똥 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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