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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48화 (48/325)

# 48

가능합니다

진짜 피가 마르기 시작하는 건 론칭을 하고 난 이후부터이다.

론칭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는 잘 될 거라는 기대, 잘 됐을 때 받게 될 팀 인센티브, 회사로부터 받게 될 인정 등등 달콤한 보상을 상상할 여유라도 있지, 막상 론칭이 되면 그럴 여유도 없다.

부족한 것들만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까...

“네, 양 대리님.”

-지금 막 용산점 포스 시스템 완료했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코드 번호가 어떻게 됩니까?”

-2748.

“2748...오케이, 알겠습니다. 등록 되는지 확인해보고 카톡 남길게요.”

-네, 그럼 저는 여기서 바로 수원점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각 지점의 상황이라는 게 있다보니 전국 40개 매장을 같은 날 동시에 오픈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2주에 걸쳐 차례대로 H.I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양 대리가 용산점 오픈을 완료하는 동안 난 QA부서(Quality Assurance - 매뉴얼대로 매장이 운영되고 있는지 한 번씩 직접 방문해서 검열을 하는 부서) 직원 한 명과 함께 잠실점을 찾았다.

QA부서 같은 경우는 우리 영업부 입장에서는 떠받들어도 부족한 부서이다.

특히 H.I 편집샵 프로젝트처럼 짧은 기간 안에 많은 매장들을 동시에 오픈하는 경우 QA부서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영업부를 대신해 지방까지 내려가 매장 오픈을 확인해주고, 우리가 전달할 내용을 매장 직원들에게 대신 전달해주는 등, 정말 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특히 우리 영업 5팀처럼 빈약한 맨파워를 가지고 있는 팀일 수록 QA부서와는 최대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아직은 백화점 전반적으로 한산한 점심 시간.

난 스마트 폰으로 포스 시스템에 들어가 양 대리가 불러준 코드 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용산점 실시간 매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창이 하나 떴다.

곧바로 양 대리에게 카톡을 보내 정상적으로 접속이 된다는 걸 알려준 뒤 H.I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매장 직원들을 상대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는 동안 QA부서 직원은 매장 스냅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이번엔 박기태로부터 연락이 온다.

광명점 포스 시스템도 완료가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또 대전, 광주, 부산에 내려간 QA 직원들로부터 차례대로 연락이와서 포스 시스템의 완료를 확인받았다.

그렇게 H.I 편집샵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뚜껑이 열리게 된다.

대박의 향기는 H.I 편집샵 프로젝트 오픈 삼일 째 되던 목요일 점심 시간때부터 솔솔 풍겨오기 시작했다.

난 지난 이틀간 출근을 해서 퇴근을 할 때까지 스마트 폰을 단 한시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마치 주식을 하는 사람처럼 시도때도 없이 포스 시스템에 접속에서 각 지점별로 올라오는 매출을 확인해야 했으니까.

처음 이틀은 아직 매장 직원들도 편집샵 개념의 매장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게 어색하다보니 버퍼링을 바로잡을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자기들끼리 손발을 맞출 시간도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데 목요일 점심 시간 때부터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

거의 분 단위로 포스 시스템에 찍히는 매출 어마운트가 달라져 있었다.

매장별, 브랜드별로 일일이 확인을 하다가 그냥 토탈로 확인을 하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특히 평일 백화점에 사람들이 몰리는 점심 시간 때, 그리고 오후 퇴근 시간 이후부터는 분 단위가 아니라 조금 전 확인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접속을 해서 체크를 하면 어김없이 매출 어마운트가 적게는 3,40만 원. 많게는 200만 원 언저리까지 껑충 뛰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금요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이지혜를 시켜 현재 오픈 된 매장에서 올라온 매출을 브랜드 별로 뽑아보라고 지시했다.

“...”

그 매출을 내게 건네는 이지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린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침묵을 유지해야만 했다.

나크리스 매출이 지미추를 뛰어넘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해야 되는 걸까.

물론 골든 구스나 발렌시아가, 발렌티노의 매출에는 한참 못미치는 스코어였지만, 시작과 동시에 지미추를 앞지르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을 못했다.

지미추가 절대 약한 브랜드가 아니다.

매출을 월 평균으로 잡아서 뽑으면 지미추 정도면 몽클레어를 견제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브랜드다.

그런 지미추를 나크리스가 근소한 차이로 앞지르기 시작한 거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평일 매출이기에 가능한 거지, 주말이 되면 틀림없이 지미추에게 뒤집힐 것이다.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지금 현재 중요한 건 매장별 토탈 매출이다.

재무 리스크 팀에서 예상했던 주말 매출과 맞먹는 매출이 벌써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거다.

난 곧바로 뽑은 매출표를 들고 장 차장과 박 부장을 찾았다.

“...”

장 차장 역시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장 차장으로부터 매출표를 건네받은 박 부장은 한참을 심각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더니 대뜸 내게 앞으로 당분간은 일일 매출 보고서를 만들어 자신에게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일일 매출 보고서.

우리가 백화점 직원도 아닌데, 그런 의미없는 작업을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박 부장의 의도가 너무나 명확했기에 토를 달 수도 없었고.

그리고 말이 일일 매출 보고서지, 일정 폼만 만들어 놓으면 나머지는 엑셀로 가져와 긁어버리면 10분도 안 걸리는 작업이다.

우리가 매장 직원도 아니고 일일이 특이사항을 기록할 이유도 없는 거니까.

“미오픈 매장 몇 개 남았지?”

“14개 남았습니다. 주말 동안 오픈할 샵 제외하면 7개 남습니다.”

“언제 다 끝나지?”

“다음주 수요일이면 40개 매장 모두 오픈하게 됩니다.”

“그럼 일단 40개 매장 다 오픈될 때까지는 기다려. 다 오픈하면 그 다음날부터 일일 매출 보고서 만들어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잠깐만, 잠깐만...이게 이렇게까지 매출이 올라온단 말이지...야, 장 차장아.”

“네, 부장님.”

“신세계 쪽 컨택 한 번 해봐라.”

“...!”

“내가 지금 이거 들고 전무님 찾아뵐테니까, 넌 신세계 쪽 컨택해서 미팅 한 번 잡아봐.”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고작 며칠이나 지났다고...”

“아직 주말도 안왔어. 본격적인 홍보는 시작도 안했고.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평일 매출이 이렇게 터지기 시작한다. 너 그동안 이런 케이스 본 적 한 번이라도 있냐?”

“...아뇨.”

“난 내 신입 때 딱 한 번 봤다. 당시 홍성이 처음 미소니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신창원이 때문에 말이야. 볼 거 없다, 이거는.”

정말 초특급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 롯데와 신세계, 이 두 곳에 동시에 입점을 시키는 건 어렵다고 봐야된다.

루이뷔똥, 구찌, 샤넬, 디올, 버버리...이런 브랜드들이야 백화점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경쟁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브랜드 입장에서 들어가겠다, 안 들어가겠다 하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들의 입장은 그렇지가 못하다.

하물며 H.I는 편집샵이다.

롯데, 신세계 할 것 없이 자기네 편집샵 브랜드가 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처음 H.I 는 신세계가 아닌 롯데를 선택했었다.

아무래도 접근이 용이하니까.

그런데 여기서 박 부장이 판을 더 키워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아무리 신세계가 자기네 편집샵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한들 엄연히 컨셉 자체가 다르고 또 매출 대비 매장 월세를 받아가는 그들인데 무조건 거절을 할 이유는 없을테니까.

그렇게 주말이 한 번 지났다.

토요일이 대박이었다.

토요일 하룻동안 올라온 매출이 지난 사흘간 올라온 매출과 맞먹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시기상 추석 연휴를 몇 주 앞두고 있는 골든타임이기는 했다.

그런 것들을 다 감안을 하더라도 매출 그래프는 비정상적으로 꺾여올라가 있는 게 사실이었고.

장 차장 역시 주말간 H.I 편집샵 매출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출근과 동시에 주말 매출을 뽑아서 자신을 찾아오라는 장 차장.

“지혜 씨.”

“네, 팀장님.”

“지난주 화요일부터 어제까지 매출 그래프도 하나 만들어줘요.”

“알겠습니다.”

그걸 들고 박 부장은 장 차장을 데리고 다시 전무님을 찾아간다.

영업 5팀 뿐만 아니라 전 영업부 직원들의 관심이 H.I 편집샵에 쏠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내선 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영업 5팀 공은태 팀장입니다.”

“지금 전무님 방으로 좀 올라와봐.”

장 차장이었다.

난 서둘러 화장실로 가 거울 앞에 서서 머리 모양을 확인하고 넥타이를 고쳐 맨 후 전무님 방으로 올라갔다.

도대체 왜 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내 의견을 듣고자 하신 게 아니라 그냥 딱 한 마디 물으신 게 전부다.

“공 팀장.”

“네, 전무님.”

“핸들링 할 수 있겠어?”

여기서 못한다는 대답을 어떻게 하겠나.

당연히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대답을 해야지.

이건 못할 거 같아도 할 수 있다고 대답을 해야하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 홍성이 롯데, 신세계 양 쪽으로 넣고 있는 브랜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체 브랜드 중에 20퍼센트도 안돼.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전무님.”

“그 대형 브랜드들 보다 더 많이 팔아줘야 돼. 알고 있어?”

“...네.”

“대형 브랜드들이야 매출이 안 올라오더라도 백화점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인테리어 삼아 받아준다 치더라도 H.I는 그런 게 아냐. 자칫 롯데, 신세계 양쪽에 실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런데 순간 난 내 몸에 승부사의 피가 어느정도는 흐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럴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오히려 지금 홍성이 먼저 제안한 걸 나중에 고마워하게 될 겁니다.”

한참을 침묵하던 전무님이 박 부장에게 물으셨다.

“지금 영업 5팀 인원 가지고는 안되잖아.”

전무님의 질문을 받은 박 부장.

짱구를 굴리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착각이 들었다.

박 부장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에 앞서 날 쳐다봤다.

마치 넌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가능합니다.”

“가능해?”

전무님은 미간을 좁히셨다.

“어차피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년 봄 시즌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만토바에 물건이 없습니다. 만토바 역시도 홍성이 넣는 주문량이 많다보니까 각 브랜드에 별도 주문을 넣는 모양이던데, 이 부분을 놓고 마진 조율을 새로 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합니다. 신세계에까지 깔게 된다면 최소 현재 1차 오더한 물량의 3배 정도는 오더를 해야한다는 결론인데, 이건 영업 5팀 맨파워의 문제가 아니라 물류창고 확보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 짜야하는 겁니다.”

전무님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셨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까지는 현재 인원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장 차장이 저녁에 시간을 비워놓으라는 말을 한다.

평소처럼 내게 약속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술 한 잔 같이 하자는 게 아니라, 있는 약속도 취소를 하고 따라오라는 뉘앙스였다.

장 차장과 박 부장, 그리고 인사부장이 참석하는 술자리였다.

그리고 부장급이 제공하기엔 조금 과한 참치집에서 술을 한 잔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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