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21화 (21/325)

# 21

소주 반 병에 벌써 취했어요?

다른 팀들에게 성깔만 있다는 걸 보여줘선 안된다.

성깔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업무에 빵구가 나선 안된다.

"박기태 씨."

"네, 팀장님!"

"나크리스로 보낸 매장 도면, 아직 피드백 안 왔어요?"

"아직..."

"보낸 게 언젠데 아직 피드백이 안와요? 언제 보냈는데?"

"지난주 수요일에 보냈습니다."

"이 새끼들은 자기들이 먼저 같이 하자고 해놓고 일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향은 씨."

"네, 팀장님!"

"나크리스 연결해서 한 번 털어요. 피드백을 줘야 우리가 업체 통해 인테리어 견적을 뽑을 거 아니겠냐고."

"네, 그쪽 현지 출근시간 맞춰서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그리고 기태 씨."

"네, 팀장님."

"보니까 나크리스 얘네들도 굼뜨다. 천하태평이야. 영업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랑 실무 진행하는 사람들 업무 쳐내는 모습이 달라요. 보아하니 안 쪼으면 안 될 거 같으니까 향은 씨가 통화 끝내는 즉시 바로 기태 씨가 메일 보내서 디스플레이 머테리얼 리스트 뽑아달라고 쪼아요."

"벌써요?"

박기태가 놀란 눈으로 물었고, 양 대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초반 기싸움을 하란 말씀이시잖아요.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상대편 업무 진행이 더디니까 그렇게 쪼아가며 우리 쪽 스타일에 맞추게 만들란 거지. 나중에 가면 못 잡아, 프랑스 애들은. 초반에 확실히 기선 제압을 해야만 돼."

"아...네, 알겠습니다."

"하나 빵구 낼 때마다 하나씩 더 요구해요. 그러다 우리 요구가 밀려서 그쪽이 더이상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면 사고 하나 크게 터지는 거고. 그리고 그런 사고가 한 번 터져봐야 상대는 우리가 어떤 스타일인지 확실히 알게 되거든."

"아참, 양 대리님."

"네, 팀장님."

"하남점 매니저 부친상 당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네, 안그래도 먼저 화환 하나 보내놨습니다. 물류창고 입고 현황 체크까지만 해놓고 바로 가보려고요. 저는 거기서 바로 퇴근하겠습니다."

국내 탑 패션 기업 홍성 인터네셔널 영업부.

국내에는 대략 400여군데의 크고 작은 패션 기업이 있고, 회사 성격에 따라 크게 네 종류로 기업 타입을 나눌 수가 있다.

-여기서 패션이라고 하면 꼭 옷과 가방, 구두가 아니더라도 세계 명품 브랜드 라이센스를 모두 선점해 선그라스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세필로 코리아와 같은 선그라스 기업부터 시작해 속옷, 벨트, 기타 잡다한 품목까지 다 포함이 된다.-

우리가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패션 디자이너들을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은 대표적으로 제일 모직이나 엘지패션과 같은 국내 브랜드 기업이고, 그 외 나머지 패션 기업들은 디자이너 팀이라는 게 따로 없다고 보면 된다.

패션 기업에 디자이너 팀이 따로 없다고?

맞다. 없다.

그게 현실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하나같이 루이비똥 코리아, 나이키 코리아와 같은 뒤에 코리아를 붙이는 외국계 지사 기업(물론 이런 기업에도 디자이너 팀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쪽은 케바케다.)이거나, 한선 물산, 성심 물산과 같은 해외 브랜드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현지에서 대신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유통을 시키는 라이센스 기업, 그리고 우리 홍성 인터네셔널처럼 백화점, 면세점, 아웃렛등을 장악하고 있는 라이센스 컨트롤 대기업이니까.

그리고 그런 디자이너 팀이 따로 없는 패션 기업에서, 특히 홍성 인터네셔널과 같은 라이센스 컨트롤 대기업에서는 영업부의 파워가 상당히 강하다.

왜? 하는 일이 많으니까.

우린 말이 영업부지, 만약 다른 일반 패션 기업에 들어가면 MD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업 외 다양한 업무를 모두 봐야 한다.

우리 업계에서는 MD를 Merchandiser 의 약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MD는 M-뭐든지 D-다한다.

뭐든지 다한다고 해서 MD다...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홍성 인터네셔널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은 홍성이 업계 탑이 아니었던 시절, 난 당시 업계 탑이었던 여러 라이센스 컨트롤 대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다.

물론 다 떨어졌고.

다 떨어지고 들어온 곳이 홍성이다.

꼭 라이센스 컨트롤 대기업에 취직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영업팀에서 일해보고 싶었고.

대기업의 혜택은 다 누리면서 중소기업처럼 브랜드 별 이것저것 다 신경을 써야하니 회사를 경영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고, 나중에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하기에 아주 용이하다고 들었으니까.

당시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먼저 졸업한 학교 선배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했던 말이다.

월급은 국내 패션 기업에 비해 떨어지지만, -물론 국내 중소 패션 기업의 월급은 더 박봉이지만 - 해외 트레이닝 기회나 해외 워크샵의 기회가 많아서 신입 시절만 버티면 최소 1년에 3,4차례 회사 돈으로 외국에 나갈 수 있고 또 국내 기업처럼 경직된 기업 문화가 아니라서 좋다고 들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거 같다.

신입 시절을 버티고 나면 일에 치여서 해외 트레이닝, 해외 워크샵은 귀찮아지고 그래서 안가게 된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경직된 기업 문화가 아니라면 다른 회사들은 도대체 어떻단 말인가.

라이센스 컨트롤 대기업의 장점이라는 부분은 때론 직원에 따라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목요일.

"뭐? 정 팀장이 그만 둔다고요?"

"쉿!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4팀의 정 팀장이 슬슬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 소문을 양 대리로부터 처음 들었고.

보통 이런 소문은 그냥 소문으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 팀장은 현재 1팀의 김 팀장과 더불어 영업부 안에서는 가장 능력이 떨어지는 팀장으로 손 꼽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1팀의 김 팀장과 4팀의 정 팀장은 동기들 중엔 가장 먼저 팀장을 단 사람들이다.

능력이 없어서 없는 게 아니라 팀장을 단 이후 능력이 줄어든 케이스라고 봐야한다.

너무 일찍 팀장을 달아서 선배 팀장들의 비위를 맞추며 또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부하직원 앞에선 사람 좋은 척 허허거리고...그렇게 위아래로 샌드위치가 되는 게 동기들보다 빨리 진급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그걸 알면서도 막상 승진의 기회가 남들보다 빨리 찾아오면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잡게 되는...그게 우리 직장인들의 본능 아닐까?

"부서 재편성 된 뒤 그동안 4팀 영업매출이 계속 곤두박질 쳤잖아요."

"네."

"그게 알고 보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더라고요."

양 대리는 보는 사람도 없는데, 더 목소리를 낮춰 비밀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동안 정 팀장님이 만토바 출장 계속 다니면서 현지 브랜드 도매상들이랑 자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 회사 일이 어디 손에 잡혔겠어요? 뭔가 아이템을 확실히 잡기 전까지는 그래도 따박따박 월급 나오고, 또 만토바도 출장 명목으로 회사 경비 가지고 왔다갔다 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확실한 거예요?"

"정 팀장님 같은 케이스 어디 한두 명 봅니까? 홍성 팀장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브랜드 본사 사람들, 도매상 사람들이랑 접촉할 기회도 많고, 또 이 바닥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자기가 직접 하면 무조건 될 거 같고...다들 이직 아니면 이런 이유로 퇴사를 하잖아요."

정말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

양 대리 말처럼 어느정도 회사 안에서 머리가 굵어지면 거래 브랜드 업체와 개인적으로도 친밀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브랜드 업체들은 홍성을 떠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사업을 같이 하지 않는다.

브랜드 업체들은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니까.

하지만 이탈리아 만토바의 명품 도매업자들은 말이 다르다.

명품 브랜드들의 재고 20퍼센트 이상을 소비해주는 그들은 브랜드 업체도 쉽게 컨트롤을 할 수 없는 존재들이고 또 그들은 고객을 따로 가리지 않는 편이다.

그들과 인맥을 만드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인맥이 만들어지면 그들이 얼마나 쉽게 물건을 주는 사람들이며 또 얼마나 쉽게 얼굴을 바꾸는 존재들인지 금방 알게 된다.

그래서 그런 인맥만 믿고 회사를 나갔다가 쪽박을 차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다.

"가만히 붙어있다가 차장 진급 늦어지면 그냥 다른 회사로 이직이나 하시지, 뭐한다고 그런 무리수를..."

"팀장님도 많이 봐와서 알잖아요. 지금 정 팀장님 같은 상황은 옆에서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귀에 안들어와요."

"쩝, 그렇긴 하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3일에 걸쳐 퇴근 후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중간에 공인 중개소를 한 번 바꿔보기도 했고.

그리고 오늘은 다른 공인 중개소를 가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양 대리로부터 정 팀장의 소식을 전해들었고, 기다렸다는 듯 박 부장이 팀장급 미팅을 주도했다.

"..."

그리고 난 팀장을 달고 처음으로 아...회사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그 팀장 미팅엔 정 팀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회의실로 가는 길에 정 팀장을 잠시 봤었다.

그는 더없이 편안한 모습이었고, 여유로워진 얼굴 표정으로 4팀 직원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말로 "정 팀장님, 미팅 가셔야죠." 하고 말했었는데, 그때 정 팀장은 그저 의미모를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난 그래도 당연히 팀장 미팅에 참석을 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회의실에 들어온 박 부장은 미팅에 참석한 인원들을 쭈욱 둘러본 뒤 곧바로 미팅을 진행했다.

"야, 팀장들아."

박 부장이 팀장들을 향해 "팀장들아" 라고 부를 땐 기분이 썩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저기압일 땐 공 팀장, 손 팀장...이런 식으로 부르고 진짜 빡이 쳤을 땐 야, 야 인마, 이것들이...이런 식으로 부른다.

"다 좋은데 깜빡이는 켜고 들어오자. 너네가 이렇게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올 때마다 진짜 깜짝깜짝 놀란다. 이젠 너네가 나 찾아와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할 때마다 겁이 다 난다니까?"

박 부장이 하는 말의 의미를 우리 모두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정 팀장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박 부장의 얼굴 표정은 그리 불편해보이지가 않았다.

오히려 앓던 이가 빠진듯 홀가분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장 차장은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는 모습을 보였고.

"나가서 잘 되면 좋지. 근데 그게 쉽냐, 이 답답한 팀장들아."

"..."

"나라고 너희 때가 없었겠냐? 그런데 그렇게 해서 회사 나간 놈들치고 아직 이 업계에 붙어있는 놈이 몇 명이나 돼? 물론 회사가 너희 밥그릇을 평생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라. 우리가 어디 뭐 나가라고 등떠미는 회사는 아니잖아. 왜 꼭 팀장만 달면 이상한 생각들을 하나 몰라."

"부장님도 팀장 시절때 잠시 진지하게 고민을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 차장의 말에 모두가 기계적인 웃음을 억지로 터뜨렸다.

"그래서 내가 나갔냐? 안 나갔잖아. 안나가고 버티니까 회사가 알아서 부장까지는 달아주잖아. 아니 부장까지 버티지도 못하는 놈들이 무슨 끈기로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거야? 그게 쉬울 거 같냐?"

아놔, 쓸데없는 꼰대짓 졸라 하네, 쌓여있는 업무가 태산인데...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를 놓고, 또 지난 직장 생활의 커리어를 포기하며 결정한 퇴사 앞에 뭔 시덥잖은 헛소리를 저렇게 해대는지 모르겠다.

박 부장이 이렇게 급하게 팀장 미팅을 소집한 이유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급하게 진행될 영업부 내 새로운 팀장 인사 때문이었다.

물론 회사 메뉴얼대로 하자면 영업부 안에서 결정을 지을 수는 없다.

그리고 팀장 인사가 이렇게 즉흥적으로 진행될 정도로 회사에 시스템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현재 박 부장의 파워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박 부장은 영업이사 타이틀이 거의 확정된 사람이 아닌가.

새로 승진한 짬 안되는 인사부장.

현재 회사 내에 박 부장의 파워를 견제할 수 있는 부장은 재경부장이 유일하다.

박 부장은 팀장급 인원을 외부에서 끌어오기 보다는 자체 승진을 통해 올리길 원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 승진은 정기 승진이 아닌 가승진이길 바라는 거 같았고.

뻔하지 뭐.

가승진.

하반기 정기 승진이 있기 전까지는 '팀장진' 이라는 타이틀로 팀장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게 만들어 놓고, 그 확정된 승진을 미끼로 팀장 명함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리 월급으로 써먹겠단 심산.

타이밍이 절묘하다.

회사 입장에선 법적으로 3개월의 유예기간을 절묘하게 이용해 먹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그렇게라도 팀장을 달고 싶어하는 대리들은 널리고 널렸을 건데.

아니 모두가 다 그렇게라도 승진을 확정받고 싶을텐데...

그날 저녁.

난 아파트를 보러다니는 일을 하루 포기하고 양 대리와 단 둘이 회사 근처 양곱창 집에서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누가 봐도 주 대리가 팀장 다는 게 맞아요. 뭐 우리 동기들 중엔 주 대리가 제일 낫잖아, 누가 봐도."

"아, 누가 뭐래요? 그냥 소주 한 잔 하고 싶은데, 같이 마셔줄 친구가 없어서 양 대리님한테 같이 마셔달라고 하는 거예요."

"뭐 나랑 친구먹고 싶어요?"

"내가 미쳤어요?"

양 대리는 피식하고 웃었고, 나도 그런 양 대리의 모습에 안심하고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주 대리가 먼저 팀장 단다는 게 조금 배알이 꼴리기는 해도..."

양 대리는 반쯤 남은 소주를 깔끔하게 입안으로 털어놓고 말을 이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약간, 아주 약간 다행이란 생각도 들어요."

"...?"

"그냥 팀장님이랑 향은 씨, 그리고 기태, 지혜...이 팀이 재밌네, 난."

"성과금도 바닥일 팀에서 재미는 무슨..."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게 진짜 재밌다는 거예요. 이게 지금 상당히 좆같다고 느껴져야 되는 상황인데...언제부턴가 이게 좆같지가 않다니까? 크크큭...나만 그런가?"

"아, 나야 팀장 달았잖아요."

"아, 몰라, 몰라. 나중에 향은 씨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어요. 향은 씨는 어떤지. 아마 향은 씨도 나랑 비슷할껄요?"

"양 대리님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 고맙고요."

"팀장님."

"왜요."

"잘하고 있어요."

"...!"

"진짜 우리 공 팀장님 지금껏 내가 본 팀장들 중 가장 팀장답게 팀 이끌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옆에 좀 더 있으면서 배우고 싶어. 얼마전까지 내가 팀장님한테 왜 그런 짓을 했나 쪽팔릴 정도로..."

"소주 반 병에 뭐 벌써 취했어요?"

"고마워요. 그때 나 잡아줘서."

"..."

"진짜로. 그때 만약 팀장님이 나 안잡아줬음 나 나갔을 거야. 그런데 주 대리가 나보다 먼저 팀장 단다고 내가 배아파 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어요? 나 진짜 괜찮으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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