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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9화 (9/325)

# 9

만만하니까요

"지금 안그래도 다른팀들 다 인원이 부족해서..."

박 부장은 손을 들어 장 차장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책상 등받이 깊숙하게 등을 기대어 앉아서는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한 명이면 되나?"

"네."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2팀의 장향은 씨나 3팀의 곽동훈 대리, 둘 중 한 명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장향은이, 곽동훈이...둘 다 각 팀의 센터들이네? 또 둘 다 예전에 한 번씩 공 팀장이 데리고 있던 친구들이고."

"부장님."

박 부장이 진지하게 생각을 시작하자 장 차장이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박 부장의 생각을 방해했다.

"영업 5팀 만든다고 안그래도 없는 인원 쪼갰는데, 거기서 다시 또 인원을 내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됩니다."

"그럼 5팀이 현재 인원만 가지고 기존에 핸들링하고 있던 브랜드들 계속 안고 가면서 나크리스까지 진행하는 건 말이 돼?"

"그래서 버거운 브랜드들은 1팀으로 밀어버리라고 했잖습니까."

"가지고 가 보겠다잖아, 공 팀장 본인이."

"..."

"영업 5팀이 현재 아예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예상보다 잘해주고 있는데 뭣하러 사기를 꺾나? 인원이야 부족하면 인사부에 말해서 인원을 더 충당해 달라고 하면 되는 부분인데, 왜 그렇게 빡세게 굴리려고 해? 장 차장 한 번씩 이럴 때 보면 성격 참 이상해."

장 차장은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답답하단 듯 아랫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그리고 조금전 기특해 죽겠다는 식으로 날 쳐다보던 그의 눈은 어느새 매섭게 변해있었다.

나와 장 차장을 차례대로 쳐다보던 박 부장이 이번엔 가슴 앞으로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 두 팔꿈치를 책상 위로 올려 턱을 괴었다.

"센터가 필요한 건가, 아님 공 팀장이랑 손을 맞췄던 인원이 필요한 건가?"

"둘 다입니다. 현재 저희 영업 5팀은 그나마 어거지로 이지혜 씨가 센터를 보고 있습니다. 많이 버거워합니다. 이걸 해결하려고 해도 센터 출신이 없다보니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합니다."

"장향은이, 곽동훈이 둘 다 공 팀장이 센터로 키웠던 거 아니었어? 그때처럼 그렇게 키우면 되잖아."

"지금은 제가 팀장이 되어버렸잖습니다. 거기다 나크리스까지 맡게 됐고.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더러, 이지혜 씨 센터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됩니다."

내 말에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박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고, 내 말에 박 부장이 동의 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일 수록 장 차장의 표정은 일그러져갔다.

"장향은이, 곽동훈이 둘 중 한 명만 주면 나크리스 오픈부터 시작해서 현재 맡고 있는 다른 브랜드들까지 다 문제없이 핸들링 할 수 있단 말이지?"

"네."

그 순간 난 농협 통장에 꽂혀있는 13억을 떠올렸다.

못 해낸다고 해서 맞아죽기야 하겠나.

예전 같았으면 이정도 리스크가 있는 질문 앞에서 답을 회피하거나 아님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식의 밑도 끝도 없는 대답만 내놓았을 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박 부장의 의도도 장 차장의 불만도 전혀 두렵지가 않았다.

그러자 대답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금방 튀어나왔고, 대답이 나오는 순간 이상하게도 정말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몇 시지? 네 시 반...장 차장."

"네, 부장님."

"팀장들 회의실로 다 모여보라고 해. 퇴근 시간 되기 전에 미팅 한 번 하자."

장 차장은 잠시 대답을 미루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박 부장 앞으로 고개를 숙인 다음 사무실로 돌아갔다.

전날 저녁이었다.

양 대리와 이런저런 오해를 풀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취한 모습을 들킬 정도로 취기가 올라있었다.

그러다 양 대리가 김 팀장이 살짝 이야기를 꺼냈던 나크리스에 관해 다시 물었고, 난 소주 한 병을 더 시켜놓고 나크리스에 관해 이야기를 해줬다.

"흐음...그런데 왜 하필이면 영업 1팀입니까? 1팀이 현재 맨파워가 짱짱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핸들링하고 있는 브랜드도 많은데 굳이 1팀한테 다 밀어버리라고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만만하니까요."

"...!"

"아마도 그 이유가 맞을 겁니다. 만만하니까."

"김 팀장님이 만만해서 그렇다?"

"저도 포함이 되겠죠."

양 대리는 여전히 모르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도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현재 가장 많은 브랜드를 컨트롤하고 있는 1팀한테 브랜드를 밀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전에 김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 이유를 확실하게 알겠네요. 현재 장 차장은 부장님이 이사 진급하고 자기가 부장으로 올라가면 김 팀장님을 차장으로 올리고 싶은 거예요. 왜? 만만하니까."

"어차피 차기 차장은 김 팀장님 아닙니까?"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하죠. 누가 알았습니까, 장 차장이 김 팀장님보다 빨리 차장을 달 거라고."

"하긴..."

"만의 하나라도 2팀의 손 팀장이 차장으로 올라가버리면 장 차장 입장에서는 상당히 귀찮아질 거예요. 손 팀장이 원래 부장님 라인이었던 건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장 차장은 뒤늦게 부장님 라인을 탄 거고. 부장님 입장에서도 장 차장이 손에 넣고 아무렇게나 조물락 거릴 수 있는 김 팀장을 차장 자리에 앉히는 거 보다는 장 차장과 경쟁 구도에 설 수 있는 손 팀장을 차장으로 올리고 싶어 할 거예요. 그렇게 자기 밑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어놔야 박 부장 입장에서는 이사 진급 후에도 영업부 전체를 여전히 손에 넣고 자기 입맛대로 컨트롤하기가 수월해지겠죠."

"하긴 손 팀장이 차장으로 올라가면 장 차장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겠죠. 손 팀장도 차장님 못지않게 저돌적이지 않습니까? 차장님이 팀장이었을 때 손 팀장님과 자주 문제가 생겼었잖아요."

"아무래도 저희 쪽 브랜드를 1팀으로 몰아놓고 1팀 실적을 뻥튀기 해주겠단 계획 같네요."

"지난 넉 달간 저희가 간신히 정상화 시켜놓은 브랜드들을 이제 다시 1팀 실적 만드는데 이용하겠다?"

"정말 당해낼 재간이 없는 분이네요, 차장님은. 하아...진짜 이놈의 직장 생활은 하루라도 내 맘대로 흘러가는 날이 없군요."

"그런데 김 팀장님이 차기 차장 자리에 올라가는 게 여러모로 보기가 좋지 않습니까?"

오랫동안 김 팀장 밑에서 일을 했던 양 대리였다.

당연히 김 팀장이 잘 되는 걸 보고싶겠지.

나 역시 김 팀장에게 좋은 감정이 많아서 김 팀장이 잘 되는 걸 바라는 입장이고.

"저도 김 팀장님이 승진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싶긴 하지만, 솔직히 손 팀장이 차장으로 올라가서 장 차장을 견제해주는 게 저희 영업 5팀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 같단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어차피 전쟁터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뛰어들면 기다리는 건 죽음 뿐인 거고.

"인품 좋은 상사 밑에서 일 할 수 있는 건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복이죠. 하지만 때론 그 좋은 인품 때문에 팀원들이 숨을 못 쉴 때도 있는 법이고. 만약 양 대리님이 영업 5팀으로 가는 걸 김 팀장님이 조금이라고 강력하게 반대를 해주셨다면, 손 팀장님이나 이 팀장님처럼 자기 새끼 건드리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을 해주셨다면 저와 양 대리님은 오늘 이 술자리에서 뭔가를 풀 이유가 전혀 없지 않았을까요?"

"...!"

"그리고 오늘 이자리 술 값은 누가 봐도 제가 내야하는 겁니다. 그렇죠? 김 팀장님이 평소에 후배들한테 술을 사시는 스타일도 아니고, 거기다 김 팀장님이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남의 팀 일에 사심없이 자기 돈 써가며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양 대리는 마치 둔탁한 뭔가에 뒷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한 동안 멍해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본인이 차장을 달고 나면 다 데리고 가야 할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섰으니 이런 자리를 만든 거 아니겠습니까? 놓치고 싶지 않은 거죠, 양 대리님을. 그리고 저랑 양 대리님이 잘 지내길 바라시는 거고. 거기에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하자면 저희가 1팀으로 밀 브랜드들 중 적당히 알아서 짬처리 하라는 뜻이 깔려있는 거죠."

"설마요."

"전 설마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리고 김 팀장님이 정말 그런 의도로 오늘 이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절대 거기에 비난을 할 생각도 없고요. 당연한 겁니다. 아주 잘 하고 계신 거예요. 다만 이상하게 누군가의 생각대로 움직여야 하는 장기판 장기알이 되어버린 거 같아 기분이 나쁠 뿐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침묵이 진행되는 동안 나와 양 대리는 각자의 생각에 빠져 술 잔을 몇 차례 비웠고, 난 전에 없던 오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오기.

말 그대로 오기다.

그 오기는 어쩌면 농협 통장에 들어있는 13억이 만들어 준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뭐 어쩌실 겁니까? 어떤 브랜드를 밀 생각이세요?"

"후우...글쎄요."

술잔을 비워놓고 양 대리가 말했다.

"그냥 저희가 다 가지고 가죠, 팀장님."

"예?"

순간 놀랐다.

마침 내가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하고 있던 생각이 양 대리의 입에서 나와버리니 마치 나쁜짓을 하다가 걸린 사람처럼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럼 괜히 골치 아프게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다 가지고 가자고요. 팀장님 말씀들어보니, 막상 표현은 영업 1팀으로 민다는 거지만, 진짜 버리고 싶은 브랜드를 짬처리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네요. 1팀 실적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만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죠. 아무래도 저희가 밀어버리고 싶은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커트 당할 가능성이 높을 거 같습니다."

"그냥 저희가 다 가지고 가죠."

취기에 하는 말이라고 하기엔 양 대리의 말투는 무척이나 단단했다.

"무슨 수로요."

"어차피 알렉산더 머린은 석 달 뒤에 계약이 끝납니다. 재계약 하실 거 아니지 않습니까."

"버려야죠."

"아무리 일 진행이 빨리 된다고 해도 나크리스 프로젝트 최종 컨펌이 떨어지려면 한 달은 걸릴 거고, 거기에 매장 인테리어 들어가고 물건 받고...최소 석 달은 걸린다고 봐야겠죠? 그러다보면 또 시즌 한 번 금방 지나가고, 시작부터 중간 시즌에 물린 물건을 받을 순 없을테니, 새 시즌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아무리 빨라도 여름 시즌은 날리고 가을 시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죠?"

"그럼 그 사이에 알렉산더 머린 버리고 기태랑 이지혜 좀 더 집중해서 키워놓은 뒤에 나머지 브랜드 끌고 나가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뭐 저랑 둘이서 나크리스를 진행하자는 말입니까?"

"제가 직접 차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팀장님 옆에서 잔심부름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죠. 그래도 명색이 대리인데, 샤넬을 쳐내는 것도 아니고 나크리스 쳐내면서 시다바리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럼요?"

"인원 한 명 보강해 달라고 해보시죠."

"...!"

"명분이 있잖습니까."

"무슨 명분이요?"

"다른 팀에서 버린 브랜드들을 저희가 잔반 처리 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 그럼 다들 저희한테 도의적으로 미안해 해야죠."

"그런 감성적인 생각을 하지 말라니까요. 누가 미안해 하겠습니까?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다 회사에서 월급 받아가며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감정을 가질 사람 아무도 없어요."

"그럼 겉으로라도 미안해 하게끔 만드시면 되잖아요."

"...?"

"당신들이 들고들어와서 제대로 띄우지도 못하고 우리한테 짬시킨 브랜드들이 지금 이만큼 있다. 특히 2팀, 3팀. 아무런 패널티도 없이 하기 싫은 브랜드들 우리한테 고스란히 다 짬을 시켰는데, 우리는 그거에 나크리스까지 떠안게 생겼다. 양심적으로 생각을 해봐라, 이게 고작 나, 양 대리, 박기태, 이지혜 네 명에서 다 쳐낼 수 있는 업무량인지. 인원 하나 토해내라. 안 그럼 진짜 이거 때려죽여도 못한다."

"그래서 차장님이 브랜드 추려서 1팀으로 밀라고 했잖아요. 안 통해요."

"아니죠."

"...?"

"명분."

"아까부터 무슨 명분 타령을 그렇게 하십니까?"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 전부 4개월 전에 저희 쪽으로 짬처리 된 브랜드들입니다. 그런데 그걸 다시 다른 팀으로 짬을 시킨다? 관리팀이 계속 바뀌는 걸 브랜드 업체나 매장 직원들이 좋아라 할까요? 그리고 브랜드를 넘기는 게 그리 간단한 작업도 아니고. 지난 4개월 간 저희가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거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그걸 또 다른 팀들이 하게 만들어라? 이 부분에 대해서 부장님께 어필하세요."

"쓰읍...흐음..."

"이렇게 말씀해 보세요. 굳이 그럴 필요 있습니까? 어차피 버릴 브랜드는 버려야 하고 또 가지고 가야 할 브랜드는 가지고 가야하는데, 저희가 가지고 있다가 알렉산더 머린을 시작으로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건 남겨가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들고 온다면 잔반 처리반이라는 팀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는 식으로."

순간 양 대리가 다시 보이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잔대가리 하나 만큼은 뛰어나다.

양 대리가 큰 그림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 뿐이지, 디테일을 살려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야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었다.

"물론 당분간 쉬는 날도 없이 뛰어다녀야 하긴 하겠지만, 쓸만한 대리급 인원 한 명만 더 보강이 된다면 기태랑 이지혜 키워가면서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리고 기태랑 이지혜, 둘 다 욕심이 많은 친구들입니다. 어떻게든 빨리 업무를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죠. 근데 현재 저희 팀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우리가 다 가지고 가면서 나크리스를 받자?"

"인원 보강을 못시켜주겠다고 하면, 그때가서 무슨 브랜드를 밀지 고민해봐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건..."

거기까지가 어젯밤 양 대리와 술자리에서 나눴던 이야기다.

난 박 부장과 이야기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 날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던 한 사람, 양 대리.

"어떻게 됐습니까? 인원 보강 해준답니까?"

"흐음..."

내가 콧김을 내뿜자 양 대리는 실망스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박기태와 이지혜 역시 힘이 빠지는지 입맛만 다셨다.

"현재 저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 매출 관련 자료 전부 다 긁어주세요."

"...!"

양 대리가 눈을 크게 뜨며 날 쳐다봤다.

"저희가 떠안기 전 매출 자료까지 싹 다. 원래라면 브랜드 받아온 팀이 패널티를 받아야 하는 건데, 저희 쪽으로 짬처리 되면서 자연스럽게 패널티 면제된 부분 많잖아요. 그 위주로 수치 크게 부곽시켜서 브랜드 별 보고서 하나씩 만들어주세요."

아직 이게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고 고개만 갸웃거리고 있는 박기태와 이지혜.

하지만 양 대리의 양쪽 입꼬리는 이미 충분히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시간 별로 없습니다. 30분 뒤에 부장님, 차장님 참석 하에 팀장 미팅이 있습니다. 빨리 뽑아주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앞으로 30분간 전 아픕니다."

"...?"

박기태와 이지혜는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내 책상 위로 스마트 폰을 올려놓고, 의자에 자켓을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혹시라도 중간에 차장님이 씩씩거리며 찾아오셔서 저 어디에 있냐고 물으시면 신경성 위염 때문에 약국에 약 사러 갔다고 말 좀 전해주세요. 전화해서 당장 부르라고 하시면 전화기를 놔두고 갔다고 말해주고요."

양 대리가 킥킥거리자, 그제야 박기태와 이지혜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양 대리님 뒷일을 부탁합니다."

"넵! 걱정말고 도망가세요. 기태 씨랑 이지혜 씨는 나 좀 따라와요."

"네,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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