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1
레벨이 갑이다
341화
이서우는 신들과 함께 싸운 장면을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냈다.
그 방송이 나가자마자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전장의 지배자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함을 지녀 보는 내내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두 신과 싸우는 영상은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조회 수가 20억을 넘겼고, 지금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중이었다.
이 영상 하나로 이서우가 벌어들인 돈이 무려 3천억 원이었다.
다른 영상도 빠르게 조회 수가 늘고 있어 한 달 영상수입이 1조를 넘겼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 대박은 바로 이서우가 공개한 아이템이었다.
“와, 대박. 야, 너 전장의 지배자가 공개한 아이템 봤지?”
“당연히 봤지. 아이템 종류가 진짜 어마어마하더라. 숫자 봤어?”
“당연하지. 유일 아이템은 100만 개가 넘고, 전설도 100만 개에 육박하던데.”
“더 대박은 신화 이상 아이템이야.”
“그러게. 신화급만 해도 1만 개가 넘더라.”
“준신은 또 어떻고.”
“1천 개가 넘었지, 아마. 그리고 진짜 하이라이트는 바로 신급 아이템이지.”
“맞아! 수백 개의 신급 아이템을 보니 진짜 군침이 절로 돌더라.”
“아, 신화급 무기 하나만 손에 넣어도 좋겠다.”
“공개 경매한다잖아. 한번 참여해 봐.”
“야, 지금 누구 염장 지르냐? 집 팔고, 땅 팔아도 그거 하나 못 사!”
“그동안 모아 둔 골드는 어쩌고?”
“다 썼지. 넌 살 돈 있어?”
“먹고 죽으려도 없다. 근데, 진짜 하나만 어떻게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두 사내는 아이템을 갖고 싶은 욕구가 컸지만 너무 고가여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라. 야, 이것 봐!”
“뭔데?”
“전장의 지배자와 글로벌사가 함께 이벤트를 진행한다는데?”
“어라, 그러네. 헐. 아이템을 준다고? 이거 진짜 맞지?”
“글로벌사 공식 홈페이지니 당연히 진짜 맞지!”
두 사내는 홀로그램에 뜬 글로벌사 홈페이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어서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했다.
“지, 진짜네. 대박! 신화급 아이템도 보상으로 나와. 이거 무조건 참여한다.”
“나도!”
두 사내는 서로 의기투합했다.
그와 같은 일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서우는 뉴 월드 접속 시간을 조금씩 줄이면서 이설아와 더 많은 시간을 가졌다.
아직 할 일이 있어 완전히 일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이제 그것도 막바지에 달했다.
이번에 진행되는 이벤트 관련일과 몇 가지 정리만 끝내고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휴게소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김소연이 들어왔다.
“두 사람 얘기하고 있었던 거야? 나중에 올까?”
“아냐. 앉아.”
“그나저나 축하해. 연일 대박행진이네.”
“설아가 방송을 워낙 맛깔나게 해서 그렇지, 뭐.”
“하긴, 설아가 고생 많았지.”
“동영상 만들어 낸다고 오빠가 고생 많았지, 뭐.”
이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어휴, 눈에서 아주 꿀이 떨어지는구먼. 자리 비켜 줘?”
“어.”
“아냐, 언니.”
이서우는 대놓고 자리를 비켜 달라는 눈빛을 보냈고, 이설아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설아도 당장 이서우와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짧게 말하고 사라져 줄게. 나도 우리 낭군님이랑 이 즐거운 상황을 같이 즐겨야 하니까.”
“또 뭔가 준비하는 거 있어?”
“기쁜 소식이 있지.”
“뭔데?”
“널 암살하려던 자가 잡혔다는 거야.”
“와, 언니 정말이야?”
“응. 오빠가 싹 잡아들였대. 또 널 어떻게 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김소연의 말에 이설아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이서우와 찝찝함을 날려 보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역시 김 과장님이 능력자시라니까. 언제 한번 식사나 하자고 전해 줘.”
“알았어. 비록 각자 계산해야겠지만 너랑 만나는 건 좋아할 거야.”
“공직자니까 당연히 따로 계산해야지.”
“응. 오히려 네가 낸다고 하면 더 불편해할 거야.”
“알아. 나도 대화하는 게 좋아서 그런 거니까, 뭐.”
“여튼, 그 덕분에 오빠 입지도 탄탄해져서 승진할 것 같긴 해.”
“잘됐네.”
“다 서우 네 덕분이지, 뭐.”
“하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나?”
범인이 잡혔으니 김소연도 농담을 하는 것이다.
이서우와 이설아도 그것을 알기에 기분 좋게 웃었다.
“여튼, 그거 전해 주려고 온 거야. 전화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전해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잘했어.”
“그럼 둘이 좋은 시간 가져. 필요한 거 있어도 내일 연락하고.”
“알았어. 종명이랑 좋은 시간 보내.”
“응.”
김소연이 손을 흔들며 휴게실을 빠져나가자 이서우는 이설아를 덥석 안아 들고는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마주보았다.
“방송은 언제쯤 끝나?”
“음. 일주일 정도는 빡빡하게 일정이 잡혀 있어. 그 뒤로는 미리 영상을 만들어 둔 걸로 대체하려고.”
“며칠분인데?”
“몇 달은 거뜬해.”
“와, 잘됐네. 나도 정리가 다 끝나가거든. 우리 제대로 여행 한 번 가자. 어때?”
“당연히 좋지! 그렇지 않아도 가보고 싶은 곳 뽑아 놨어.”
“나도 쫙 뽑아 놨지. 서로 겹치는 곳에 가면 되겠다.”
“응. 다 가고 시간 남으면 발길 닿는 대로 가도 될 것 같아. 이제 암살자도 잡혔으니까.”
“그래. 그러자.”
이서우는 팔을 뻗었다.
팔베개를 해도 된다는 뜻이어서 이설아는 조심스럽게 팔 위해 머리를 댔다.
“오빠, 근데 정말 괜찮겠어?”
“괜찮아. 어차피 이룰 건 이제 다 이뤘어. 당분간은 푹 쉬어야지.”
“신계는 미련이 없는 거야?”
“거기서 내가 오지 못하도록 막아 둔 것 같아. 나중에 지상으로 내려오면 그때 손보지, 뭐. 그땐 인질로 잡아서 신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돼.”
“가서 싹 쓸어 버리려고?”
“그래야지. 가서 본때를 보여 줘야지.”
“호호호, 그것도 영상으로 잘 찍어 줘.”
“당연하지. 아주 자세히, 다각도로 찍어서 올게.”
“아마 최단 기간 최고 조회 수 기록을 세울 거야.”
“일주일에 한 30억 조회 수 어때?”
“30억? 엄청난 도전인데?”
“하하하. 우리 설아가 방송을 진행할 테니 거뜬할 거야.”
“알았어. 30억 콜!”
이설아의 기분 좋은 대답에 이서우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리고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는 길고 긴 밤을 보냈다.
* * *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지만 이서우는 8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점심 무렵까지 열심히 운동을 하고는 이설아와 함께 식사를 가볍게 가졌다.
박 대표와 약속이 있어 이서우는 그의 집무실로 갔다.
“잠시만, 이거만 처리하고.”
“천천히 하세요.”
이서우는 자연스럽게 소파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재미있는 뉴스거리가 있나 싶어 홀로그램을 켰다.
“지금 온라인이 아주 핫한 거 알지?”
“아, 네. 난리가 나긴 했더라고요.”
박 대표는 업무 처리를 마무리하고 이서우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전 세계가 난리다. 너 진짜 어떻게 신을 둘씩이나 처치했냐? 보니까 걔들도 엄청 강하던데.”
“템발에, 스텟발로 이긴 거죠, 뭐.”
“게임은 레벨발 아니냐?”
“레벨발은 기본이죠.”
“너 1천 레벨 넘었지?”
“당연하죠. 1천 레벨 아래면 신은커녕 신이 되려고 열심히 수련하는 존재들도 못 이겨요.”
“역시 템이나 스텟이 아무리 좋아도 레벨발이 안 되면 게임은 힘들다니까.”
이서우의 아이템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레벨이 받쳐 주지 못했다면 온전한 능력을 끌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초월 레벨에 도달해서 그런 것이지만 어쨌든 1천 레벨을 찍고 5차 전직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 덕분에 주가가 아주 고공행진을 해서 벌써 주당 300만 원을 넘겼다. 액면분할을 해야 할 것 같아.”
“엄청나게 올랐네요.”
“이게 다 네 덕분이다. 올해도 얼마 안 남았는데, 연말에는 시가총액이 3천 조는 넘기지 싶다. 내년 연말까진 5천 조 이상은 될 전망이고.”
“와, 진짜 엄청난데요?”
주가가 바닥을 쳤다가 다시 올라간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주가가 300만 원까지 올랐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게다가 몇 달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시가총액이 3천 조가 될 거라니.
더 놀라운 건 다시 1년 만에 2배 가까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올 걸 예상하고 잡은 수치니 더 대단하지.”
“아마 고레벨이 되면 더 게임을 접기 힘들어서 그렇지 싶어요. 아이템도 점점 고가가 되니 골드 거래도 활발할 거고요.”
“네가 워낙 엄청난 아이템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어. 분기별로 몇 개씩 풀 거라고 이미 광고를 다 해놔서 내년까지는 인기가 오르면 올랐지 식지는 않을 거야.”
“쭉쭉 뻗어 가는 일만 남았네요.”
“한턱 제대로 쏴야 되는 거 아냐?”
“언제든 쏠 수 있죠. 말씀만 하세요. 팍팍 쏠 테니.”
글로벌사의 주식 대부분을 이서우가 가지고 있었다.
밑바닥을 찍고 있을 때 왕창 긁어모은 덕분이다.
그때는 다들 이서우를 보며 어리석다고 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그를 부러워했다.
“그나저나 민수가 곧 결혼한다던데, 종명이도 이어서 5월에 하고.”
“알아요. 다 생각이 있으니 좀 기다려 보세요.”
“뭐,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여자를 너무 기다리게 하지마. 그리고 프러포즈 멋지게 하고.”
“프러포즈는 누구보다 멋지게 할 겁니다.”
“오, 천하의 이서우가 과연 어떤 식으로 프러포즈를 할까. 궁금하네.”
이서우는 프러포즈를 떠올리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참, 게임은 당분간 쉰다면서?”
“네. 그동안 너무 게임에만 매진해서 조금 쉴까 하고요.”
“하긴 네 렙이 얼마더라. 1,120이 넘었던 것 같은데.”
“네. 그 정도 돼요.”
“지금 널 제외하고는 최고 레벨이 겨우 800대라는 거 알지?”
“알죠.”
“아마 몇 달이 지나도 5차 전직 레벨은 안 나올 거다. 네 렙을 따라잡으려면 1년은 걸릴걸?”
“아이템만 잘 갖추면 더 단축될 수도 있어요.”
“아이템을 네가 다 가지고 있는데, 갖추기가 쉽겠어? 걱정 없이 푹 쉬어도 될 거다.”
“그래서 당분간 세계일주 하려고요.”
“잘 생각했다. 사람이 너무 일만 하면 안 좋아.”
박 대표는 이서우의 결정을 칭찬해 주었다.
1년 넘게 뉴 월드에서 살다시피 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회사에만 틀어박혀 있어 제대로 된 휴가도 가지지 못했다.
이설아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딱 한 번이었다.
게다가 현실의 하루가 뉴 월드에서는 엿새였다.
이서우는 초월 가속까지 사용하면서 생활했기에 남들보다도 더 긴 시간을 보냈다.
물리적인 시간이야 똑같지만 뇌는 엄청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인식을 했다.
그러니 이제는 조금 쉬어 줄 때다.
“그럼 전 다른 사람들도 좀 만나러 다녀야겠어요. 여행이 길어질 테니 미리 얼굴 비춰 둬야죠.”
“그래. 항상 조심하고.”
“네. 박 대표님도 조금 쉬면서 하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다. 나도 좀 쉬면서 해야지.”
“네.”
이서우는 박 대표의 집무실을 나와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다들 약속이 잡혀 있어 오래 만날 수는 없어 식사만 하고 헤어졌다.
손규석은 너무 바빠 잠깐 이야기를 하는 게 전부였다.
김명국에 이어 주선용까지 만나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서우의 집은 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넓었다.
서울에 그만큼 넓은 집을 짓기가 쉽지 않은데, 이서우는 회사와 가까운 곳의 땅을 사서 거기에 엄청난 규모의 저택을 지었다.
저택 앞에 선 이서우는 물끄러미 아름답게 디자인 된 저택을 바라보았다.
“이서우, 이 정도면 만족해?”
이서우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다.
마하 3.3의 개인용 초음속 여객기도 구입했고, 안전장치가 완벽한 수백억 원짜리 드론용 자동차도 샀다.
수백 대의 슈퍼 카들이 저택 옆 10층짜리 주차장을 모두 채우고 있었다.
서울에 각 동네마다 이서우의 건물이 있었고, 노른자 땅에 높이 솟은 빌딩도 여러 채 가지고 있었다.
사옥으로 초고층 빌딩을 구입했고, 그 외에도 수많은 부동산이 그의 소유였다.
그가 가진 주식 가치만 해도 수천 조에 달해 어느새 전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어 있었다.
가족들도 다 건강했고, 사랑하는 사람도 곁에 있었다.
이서우는 저택을 바라보다가 문뜩 떠오른 것이 있어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도착한 곳은 예전에 살던 달동네 집이었다.
집도 어차피 이서우의 소유였기에 한 번 스윽 둘러보고는 다시 내려왔다.
이설아와 처음 만난 곳부터 그가 주로 가던 곳들을 전부 돌아다녔다.
걸음을 옮길수록 이서우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번졌다.
“정말 많은 걸 이뤘구나. 하지만 아직, 아직 이룰 게 남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이서우는 어딘가로 전화를 넣었다.
“네, 접니다. 진행상황은 어떻죠? 그래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신경 써 주세요.”
전화를 끊은 이서우는 밝은 얼굴로 푹신한 거실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한 잔 마셨다.
* * *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세계 일주에 올랐다.
시간은 계획하지 않았다. 서로 겹치는 나라를 먼저 가고, 그 외의 시간은 서로의 의견에 맞게 행동하기로 했다.
처음 계획은 한 달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3시간이면 세계 어디든 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기에 이동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는 넓었다.
멋진 곳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람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갔다.
결국 한 달을 더 여행하는 데 보내고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었다.
드론 자동차에 오르자 이서우와 이설아는 편안하게 기대었다.
“오빠, 집으로 안 가?”
“아, 뭐 좀 살 게 있어서.”
“응. 오늘은 가서 푹 쉬자.”
“알았어. 두 달 동안 열심히 놀았으니 푹 쉬자.”
“응!”
드론자동차는 서울 외곽으로 향했다.
이설아는 별생각 없이 이서우와 여행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드론자동차가 점점 속도를 줄이는 게 느껴졌다.
이설아는 다 왔나 싶어 밖을 쳐다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펑펑! 펑! 펑!
“어머, 불꽃축제하나 봐. 와, 예쁘다. 오빠, 저것 봐. 진짜 예뻐.”
“잠시 내려서 구경하고 갈까?”
“응!”
드론자동차가 멈췄고, 이서우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곳으로 그녀를 인도했다.
“어머, 오빠. 여기 이런 게 있었네. 언제 생겼지? 정말 아름다워. 뭐 하는 곳일까?”
이설아는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곳에 엄청난 규모의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 것을 보며 호기심을 가졌다.
그때였다.
이서우가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설아야, 저기서 나와 같이 결혼식을 올리지 않을래?”
“오, 오빠…….”
이설아는 갑작스러운 이서우의 행동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기분이 좋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저렇게 아름다운 성과 같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설아는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좋아.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서우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녀의 손에 끼워 주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진한 키스를 했다.
긴 키스가 끝나고 이설아는 이서우의 품에 안겼다.
“행복해.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야.”
“나도 설아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 우리 더 행복하게 살자.”
“응! 아들, 딸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자.”
“축구 팀?”
“어머, 그 정도는 힘들어. 농구 팀까지는 생각해 볼게.”
“하하하.”
“호호호.”
두 사람을 기분 좋게 웃으며 아름다운 불꽃축제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에필로그
“너무 오랜만에 들어오니 몸이 굳었어. 거기서 그렇게 당하다니. 당하지만 않았어도 손쉽게 신계로 갈 수 있었는데 말이야. 근데,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투덜거리면서 숲길을 걷는 사람은 바로 이서우였다.
이서우는 이설아가 임신을 한 사실을 알고는 뉴 월드를 접속하지 않았다.
배가 많이 나오기 전에 식을 올리자는 말에 결혼식은 3월로 잡았다.
예식장은 어차피 이서우가 따로 지어 뒀기에 예약을 할 필요는 없었다.
예식장을 지었다는 말에 박민수와 류종명은 당장 예식장을 취소했다.
그렇게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온 뒤 이서우는 아빠가 되었다.
육아에 참여한다고 뉴 월드는 제대로 접속할 수도 없었는데, 그동안 사람들의 평균 레벨이 올라 5차 전직을 한 유저들도 꽤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서우는 오랜만에 뉴 월드에 접속했다.
그동안 패치도 꽤 많이 이뤄져서 내용을 다 숙지하지 못하고 접속한 게 실수였다.
이서우는 신계로 가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중 신들에게 공격을 받아 그만 이상한 곳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나가기 위해서는 출구 문지기를 찾아야 하는데 당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였다.
“어이, 이봐, 자네, 이번에 들어온 신병이지?”
“나? 지금 나 불렀어?”
“이놈이 말이 짧네. 여기서 편하게 생활하려면 교관인 나에게 잘 보여야 할 텐데?”
“교관이라니 무슨 소리야?”
“이놈 이거 완전히 빠졌잖아. 다른 신병들은 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데, 낙오된 놈이 정신을 못 차리네.”
“아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답답하네.”
“넌 안 되겠다. 꼴통들만 모이는 곳으로 가라.”
“난 가야 할 곳이 있으니 혼자 교관놀이나 많이 하라고. 수고.”
이서우는 갑자기 시커먼 사람이 나타나 자신에게 신병이라고 하자 황당했다.
다시 돌아가 출구를 찾으려는데, 갑자기 몸이 굳어지더니 시야가 흐려졌다.
다시 시야가 돌아왔을 때, 이서우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두리번거리는데, 앞쪽에서 누가 큰 목소리로 말을 했다.
“마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너희들은 신병교육도 받을 자격이 없는 꼴통 중에 꼴통들이다. 앞으로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
“뭐, 뭐야? 설마 여기가 이번에 패치된 마계야?”
“역시 꼴통 새끼들 맞네. 감히 내가 말하는 데 잡소리를 해? 너, 얼굴 똑똑히 기억했다. 앞으로 넌 맨투맨 교육에 들어간다.”
‘젠장, 엿 됐다.’
이서우는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사내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마계에서는 일정 경지에 오르기 전에는 기존의 힘을 쓸 수 없다고 했는데, 하필이면 여기가 마계라니. 제길. 이렇게 되면 여기도 내가 평정해 주는 수밖에.’
이서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였다.
전장의 지배자가 복귀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사람들은 전장의 지배자를 한동안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뉴 월드 시간으로 1년이 지나고 전장의 지배자가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1,300레벨을 넘긴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이제는 전장의 지배자 따위는 이길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던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전장의 지배자는 과거보다 몇 배나 강해져서 돌아왔다.
“이제 마계와 지상계는 평정했으니 신계만 남았네. 가는 방법도 알았겠다, 각오하라고!”
이서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그의 활약에 열광했다.
그렇게 뉴 월드는 이서우로 인해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레벨이 갑이다>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