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40화 (340/341)

# 340

레벨이 갑이다

340화

“인원이 많이 늘어났군요.”

“그렇겠지. 번식력이 워낙 뛰어나니까.”

“저기 오는군. 자네가 나서겠나?”

“네. 제게 맡겨 주십시오.”

30대로 보이는 사내가 부채를 활짝 폈다.

수많은 적들이 무기를 들고 달려오고 있는데 고작 한다는 게 부채를 펴는 거라니.

하지만 사내가 부채를 몇 번 펄럭이자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가라, 가서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쓸어 버려라!”

사내의 외침에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유저들에게로 날아갔다.

유저들은 회오리바람 정도는 충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기고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회오리바람에 부딪치자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모두가 죽고 말았다.

계속해서 유저들이 몰려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회오리바람에 막혀 접근할 수가 없었다.

“너무 쉽군요.”

“그때의 힘을 잃은 것 같군.”

“유물의 힘을 가진 자들을 찾아 그들 먼저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겁나는 것이냐?”

“다른 유물은 겁나지 않지만 균형의 신이 남긴 것 때문에…….”

“그것보다 절대 신의 유물이 더 문제가 아니더냐.”

“절대 신의 대검을 가진 자야 아직 오려면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오더라도 어르신이 상대하시면 큰 문제가 없을 거고요. 문제는…….”

“두 힘이 함께하게 될까 봐 염려되는 것이냐?”

“혹시라도 절대 신의 유물을 가진 자와 균형의 신의 유물을 가진 자가 동시에 나타나면 아무래도 힘든 싸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자들은 인간일 뿐이다. 인간에게 그 두 유물이 있다고 해도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겠느냐?”

“그건 그렇지만…….”

젊은 사내는 신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절대 신과 균형의 신이 만든 유물이 동시에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노인은 둘이 같이 나타나도 전혀 상관없다는 얼굴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와 내가 있으면 충분히 정리할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정리를 하고 유물을 가져가자.”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으면 진즉 유물을 회수할 걸 그랬습니다.”

“신이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니 놓친 것이지. 하지만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 신의 반열에 오르고 얼마나 강해졌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으니.”

“만약 큰 차이로 그 자들을 무찌르면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때는 두 유물을 이용해 신들을 쓸어 버려야지.”

“신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요?”

“절대 신과 균형의 신은 어차피 나서지 않을 것이다. 둘은 서로를 견제한다고 정신이 없으니까. 그 틈을 타서 다른 신을 처치하면서 힘을 얻으면 된다.”

“아직 얻어야 할 신의 정수가 많습니다.”

“신들도 많으니 상관없다. 모르긴 몰라도 개개인이 수백, 수천억 개의 정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정도라면 또 한 단계 올라갈 수 있겠군요.”

“바로 그거다. 신들을 다 처치한다면 절대 신과 균형의 신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가 됩니다.”

젊은 사내의 입가에 강한 열망을 담은 미소가 번졌다.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신의 정수를 모아 능력을 발전시키고, 절대 신과 균형의 신에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유물을 가진 놈입니다! 다행히 하나네요.”

“네가 먼저 상대하거라.”

“네, 어르신.”

젊은 사내는 멀리서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다시 부채를 들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존재는 바로 이서우였다.

-날세, 들리는가?

“폐하. 잘 들립니다. 한데, 지금은 좀 바쁩니다.”

-아, 미안하네. 하지만 엘사둔이 멸망할 위기에 처했다네.

“아, 하늘에서 내려온 그 두 존재를 말씀하시는군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정말인가?

“물론입니다.”

-고맙네. 그 자들만 처치하면 내 엘사둔 제국이라도 주겠네.

“제국은 폐하께서 다스리셔야죠. 전 임대료만 받으면 됩니다.”

-허허허, 고맙네. 그리고 부디 조심하게.

“네. 폐하.”

반다이젠 후작의 통신에 속도를 잠시 늦춘 이서우는 대화를 서둘러 끝내고 다시 속도를 높였다.

이서우는 목표가 보이자 대검을 꺼내 들더니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 대화를 통해 알아보려 했지만 상대가 살기를 보이고 있으니 먼저 공격을 하는 것이다.

사내도 부채를 펄럭이며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회오리바람의 규모가 커지기도 전에 이서우의 공격을 맞아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설마 이렇게 쉽게 회오리바람이 사라질 줄 몰랐던 사내는 얼른 두 번째 공격을 준비했지만 이서우는 순간 이동과 무한 가속을 연계하면서 접근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이서우가 온 마나를 실어 대검을 휘둘렀다.

위기를 느낀 사내는 급히 몸을 틀었지만 어깨가 그대로 잘려 나갔다.

서걱!

“컥!”

사내는 뒤로 크게 빠져 노인의 곁으로 갔다.

이서우는 다가가기 전 마나 폭풍을 일으켜 노인과 젊은 사내를 동시에 공격했다.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이서우는 활을 꺼내 들었다.

활시위를 당겼다 놓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수많은 공격 동작은 정말 찰나지간에 벌어졌다.

대검 공격과 활 공격이 시간 차로 쏘아지며 노인과 젊은 사내를 덮쳤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경지를 아득히 벗어난 신적인 존재.

이서우의 공격이 날카로웠지만 노인은 젊은 사내를 안고 멀리 벗어났다.

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노인과 젊은 사내가 있던 자리가 쑥대밭이 되었다.

폭발이 너무 강해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지름도 100미터가 넘었다.

“놀랍구나, 놀라워. 인간의 경지라고는 믿을 수 없겠어. 절대 신의 유물을 사용한 것이냐. 아니면 균형의 신의 유물을 사용한 것이냐.”

“두 유물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신적인 존재가 맞기는 한가 보네. 한데, 어쩌지? 틀렸는데.”

“뭐? 틀렸다고?”

“그래.”

“네 힘은 결코 인간이 낼 수 없는 것이다. 한데, 어찌 틀렸다고 하는 것이냐.”

“틀렸지. 난 두 유물을 다 사용하고 있거든.”

“뭣이! 어떻게 그런…….”

“어떻게 두 유물의 힘을 다 사용할 수 있는지는 모르나 보네. 신 맞아?”

“이놈. 감히 어르신을 능멸하다니.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신의 정수를 이용해 팔을 다시 살려 냈나 보네. 별로 강하지도 않은 녀석이 큰소리는. 다음번에는 목을 잘라 주마.”

“이, 이놈이!”

젊은 사내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목에 핏대를 세웠다.

당장이라도 이서우에게 덤벼들 듯하자 노인이 말렸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지 절제를 할 줄 아네. 그 노인이 네 목숨을 살렸어.”

“…….”

젊은 사내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상대의 도발에 넘어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설마 두 유물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인간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 우리 둘만 온 게 실수군.”

“둘만 올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걸 어떻게…….”

이서우는 이미 중간 거점에서 자부심에 넘쳐 떠들어 대던 사람들의 말을 들었다.

“중간 거점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서 이야기를 들었지. 어찌나 자부심을 가지고 말하던지. 두 사람을 딱딱 지목해서 말하니 아주 알기가 쉬웠지.”

“멍청한 것들. 그런 중요한 정보를 흘리다니.”

“어차피 너희들도 멍청하기는 마찬가지야. 조사도 해 보지 않고 무턱대고 내려왔으니.”

“조사해 볼 필요가 없었지. 유물을 가진 놈들은 다 죽을 테니까.”

“유물이 목적이냐?”

“절대 신의 유물과 균형의 신의 유물이 목적이었다. 인구 감소는 덤이고.”

“너희들이 뭔데 인구를 조절하려는 거지?”

이서우의 목소리에 살기가 잔뜩 담겼다.

“너희들도 몬스터를 죽일 테지. 왜 죽이지?”

“인간을 죽이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야. 너 같은 인간이 많이 생겨나면 골치아파지거든. 그러니 당연히 인구를 조절해야지. 안 그래?”

“쯧쯧쯧, 쪽팔리는 줄 알아라. 신이 된 주제에 인간이 무서워서 인구를 조절한다고? 그러고도 너희들이 신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리가 절대 신과 균형의 신을 처치하면 한 번쯤 고려해 보지. 하지만 우리도 이뤄야 할 목표가 있어서 말이야.”

“날 알게 된 이상 너희들은 무엇을 원하든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서우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고수들은 한 수만 나눠 봐도 상대와의 격차를 알 수 있다.

이서우는 아직 힘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았다.

마나를 짧은 시간 잔뜩 담아 공격을 퍼붓기는 했지만 모든 힘을 쏟아붓지는 않았다.

이서우가 활을 들었다.

“그걸 넘기고 돌아선다면 널 살려 주마.”

“하하하하, 필요 없다. 내 손으로 너희들을 쓸어 버리겠다!”

이서우는 활뿐만 아니라 주변 공기에도 모두 마나를 담았다.

그러자 활이 부르르 떨렸다.

이서우의 강력한 힘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저, 저건……. 피해!”

노인은 화들짝 놀라 얼른 몸을 피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서우가 활시위를 놓자마자 도망갈 곳은 사라지고 말았다.

마나는 온 세상에 퍼져 있는 힘이다.

한데, 이서우가 공기에도 마나를 잔뜩 퍼트리면서 주변 일대의 공간 자체가 모두 날카로운 화살이 되고 말았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고통은 더해지기에 노인과 젊은 사내는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졌다.

이서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대검으로 바꾼 뒤 순간 이동을 펼쳤다.

바짝 접근해 공격을 퍼부었다.

대검이 움직일 때마다 젊은 사내와 노인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승기를 잡은 이서우는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장비발로 10억이 넘는 마나가 어느 순간 반 토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노인과 젊은 사내는 버티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결정타를 날려야 해!’

이서우는 이를 악물고 엄청난 양의 마나를 대검에 실었다.

바로 그때였다.

액세서리 세트와 방어구 세트, 그리고 대검이 빛을 뿜어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인간이…….”

급소를 피하며 이서우가 모든 마나를 소모할 때까지 버티다가 결정타를 날리려는 게 노인의 계획이었다.

이미 젊은 사내와 의견을 나누며 조율한 것이다.

한데, 갑자기 이서우의 몸에 강렬한 빛이 나는 게 아닌가.

노인과 젊은 사내는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절대 신의 강림!”

“거기다 균형의 신의 강림까지 동시에 일어나다니!”

젊은이와 노인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이서우의 몸에서 빛무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 빛이 젊은 사내와 노인의 몸을 뒤덮었다.

일순간이지만 새하얀 빛이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이서우의 마나가 바닥이 났다.

젊은 사내와 노인이 죽지 않았다면 이서우는 끝이었다.

잠시 후, 새하얀 빛이 점점 힘을 잃었다.

“휴우, 십년감수했네.”

젊은 사내와 노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서우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하급 신 조루닥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조루닥의 무기를 획득했습니다.

-조루닥의 목걸이를 획득했습니다.

-조루닥의 아공간에 있는 모든 아이템이 당신의 소유가 됩니다.

-하급 신 키스온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키스온의 방어구 세트를 획득했습니다.

-키스온의 악세서리 세트를 획득했습니다.

-키스온의 아공간에 있는 모든 아이템이 당신의 소유가 됩니다.

“헐, 신이라서 그런가 하나당 50레벨이 오르네. 이건 뭐, 완전 사기잖아.”

인간이 신을 죽였으니 폭풍 레벨업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서우는 순식간에 1,100레벨을 넘겼다.

한데, 갑자기 노인의 음성이 머릿속에 꽂혔다.

-그리 좋아할 것 없다. 넌 이제 신들의 자손이 있는 곳도, 신들이 사는 세상에도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절대 신과 균형의 신이 네 존재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

이서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노인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마나를 이용해 메시지를 남긴 것이구나.”

노인의 음성을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이어졌다.

-인간은 신계로 갈 수 없지만 신은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지. 나와 동생의 복수는 다른 신들이 반드시 해 줄 것이다. 바로 그날, 지상은 폐허가 될 것이다. 그동안 마음껏 누려라.

그것으로 노인의 메시지는 끝났다.

하지만 이서우는 전혀 노인의 메시지에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멍청하기는. 그때쯤 되면 다들 6차, 7차 전직을 하고 있을 텐데 당하겠냐, 쯧쯧쯧.”

이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돌렸다.

“그나저나 이거 아공간을 다 정리하려면 엄청 오래 걸리겠는데? 뭐, 어차피 하늘의 도시로 갈 수도 없으니 잘됐네. 당분간은 쉬엄쉬엄 아공간 정리나 하면서 놀지, 뭐.”

이서우는 얼굴이 미소를 가득 담고서 마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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