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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335화 (335/341)

# 335

레벨이 갑이다

335화

이서우는 자신의 건물로 돌아와 방어구 세트와 지팡이까지 모두 진화를 시켰다.

1억이 넘는 마나가 있기에 둘다 동시에 8단계 진화까지 완성했다.

“신급 무기가 둘에, 신급 방어구 세트 하나라. 이거만 팔아도 어마어마하겠군.”

레벨에 맞게 능력치가 자동으로 변하는 무기니 레벨 제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이템이다.

지금도 이서우의 레벨에 맞게, 1천에 세팅이 되어 있었다.

5차 전직을 하면서 칭호가 변경되어 최소 10배 이상이 강해졌다.

거기다가 무기도 이전보다 5배는 강해졌기에 지금이라면 지배자 셋이 와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빠르게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설마 마을까지 적이 들어온 건가?’

이서우는 활을 꺼내들고는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찾았다.

‘어라, 싸울 의사는 없는 것 같은데. 조금 기다려 볼까?’

잠시 후, 기운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유리창으로 가려져 있어 들어오지 못해 건물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퉁퉁, 두드리면서 검지를 위로 가리켰다.

“옥상으로?”

그의 말에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서우는 순간이동을 펼쳐 곧장 옥상으로 갔다.

“역시, 절대자의 경지를 이루었군.”

“내가 절대자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데, 넌 누구지?”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됐는지 모르다니. 뭐, 이젠 그것조차도 상관없겠지만. 난 지배자 박찬아다.”

“박찬아? 설마…….”

“왜? NPC가 아니라서 놀랐나?”

“아니, 내 예상이 맞다면 넌 게임에 갇힌 사람 중 하나야.”

“그걸 어떻게…….”

박찬아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몇몇 유저를 만났지만 누구도 자신에 대해 알지 못했다.

게임에 갇힌 것 같다며 외부에 알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포기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원하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우연히 찾아온 것인데, 이런 행운을 얻게 되다니.

박찬아는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나 또한 게임에 갇혔다가 깨어났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그럴 수가…….”

“게다가 난 깨울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지.”

“그, 그게 정말인가?”

“그렇다.”

“나와 형제들을 깨워 달라.”

“형제들? 설마…….”

“그렇다. 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 여기고 그들을 찾았었다. 한데, 네가 지배자들을 죽이기 시작해서 하는 수 없이 멀리 피했었다.”

“그랬었군. 한데, 이곳에 온 이유가 그거 때문이 아니었나?”

이서우는 문뜩 박찬아가 왜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놀라는 걸 보면 깨워 달라고 그런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네가 지배자를 죽이고, 절대자를 처치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찾아왔다.”

“왜지?”

“나 또한 절대자를 처치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불가능했다. 방어구 세트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지.”

“너도 무기를 얻었구나.”

“그렇다. 이걸 얻었지.”

“그건 대검.”

“맞아. 대검이지. 그래서 널 찾아온 거다.”

“그걸로 나와 거래를 하려 했었나?”

“그렇다. 절대자를 처치하면 내게 그 지역을 달라는 게 조건이었다. 하지만 깨어나게 해 준다면 이건 그냥 네게 주겠다.”

“그건 안 될 말이야.”

“그게 무슨…….”

“난 이미 게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깨어나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러니 그걸 거래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일. 네가 원하는 게 절대자 지역이라면 그걸 주지. 단, 그곳에 대한 소유는 나에게 있다.”

“내게 빌려준다는 말인가?”

“왜? 싫은가? 어차피 난 그곳에서 머물 생각도 전혀 없어.”

“좋다. 그러면 지배자 지역도 나에게 빌려 달라.”

“그 정도는 가능하지.”

이서우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활로 절대자를 상대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왕이면 익숙한 대검이 훨씬 좋았다.

“그럼 게임에 갇힌 사람들을 데려와. 지금 당장 깨워 줄 테니.”

“알았다. 잠시만 기다려라.”

“밑에 말해 둘 테니 문으로 와라.”

“그러지.”

박찬아는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을 하고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나도 한 번 시원하게 날아 봐?’

박찬아가 슈퍼맨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문득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 날아다니는 것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접속을 잠시 종료해 이설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접속했다.

이제 밖에서 사람들이 준비하고 있을 테니 깨우기만 하면 된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관리인에게 연락이 왔고, 박찬아는 다섯 명을 데리고 왔다.

“헐.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전부 있었네.”

“열심히 찾아다닌 결과지.”

“아, 이서우라고 합니다. 다들 앉으세요.”

“네.”

“네.”

여자 셋과 남자도 박찬아까지 포함해 셋이었다.

“여러 분들을 찾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지배자와 같이 계셨군요. 어쩐지 찾기가 힘들다 했네요.”

“저희를 찾았다고요?”

“저희를 깨우기 위해서 찾으신 건가요?”

이서우의 말에 놀랐는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동시에 말했다.

“마음이 급하신 건 아는데, 다들 깨어날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벌써 두 명이나 깨운 경험이 있으니까요.”

이서우의 말에 사람들은 놀란 반응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서우의 말이 놀랍기도 하고, 진짜인지 의구심도 들어서 그런 것이리라.

‘안재훈이 어떤 짓을 했는지는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없겠지. 이젠 깨어날 텐데 이왕이면 안 좋은 기억을 가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게 나을 테니까.’

안재훈이 꼭꼭 숨겨둬서 생사조차 몰랐던 사람도 있었다.

안재훈의 뒤를 캐면서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최고의 시설로 옮겼다.

그러니 안재훈이 한 악행을 굳이 그들에게 알려서 정신적인 대미지를 줄 이유가 없었다.

가족들 모두 힘든 삶을 살았지만 이제는 깨어나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면 된다.

이서우는 그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안재훈이 한 짓을 말하지 않았다.

“여러분들이 깨어나시려면 죽어야 합니다.”

“네에?”

“뭐라고요?”

“말도 안 돼!”

다들 너무 놀란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 진짜로 죽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을 했군요. 하루 안에만 복용하면 되살아날 수 있는 물약이 있습니다.”

“되살린다고?”

이번에는 박찬아가 물었다.

일행 중에는 박찬아가 가장 강하다.

한데, 그도 되살아나게 하는 물약은 없었다.

이서우가 모두에게 아이템 정보를 공유했다.

처음에는 5분밖에 안 되던 것이 5차 전직을 하면서 하루로 늘어났다.

이제 죽은 지 하루만 지나지 않으면 누구든 살릴 수 있었다.

“다시 살릴 수 있으니 안심해도 돼. 이런 아이템은 차고 넘치니까.”

“한데 왜 죽어야 하는 거지?”

“내가 그렇게 깨어났으니까.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지 않았기에 그 방법밖에 몰라.”

“그랬군.”

“난 운이 좋은 케이스야. 당시에는 이런 물약도 없었으니까. 여튼, 이 방법으로 깨어난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실패한 사람은 없어?”

“내가 시도한 사람은 둘뿐이야.”

“그렇군.”

두 사람에게 시도해서 모두 성공했다면 어느 정도는 안심이었다.

박찬아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먼저 하지. 일단 이걸 받아.”

“끝나고 줘도 돼.”

“아냐. 내가 먼저 찾아왔으니 먼저 신뢰를 보여야지.”

“알았어. 그럼 죽을 준비해.”

“죽을 준비를 하는 건 또 처음이군.”

이서우는 자기가 말해 놓고도 이상했는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박찬아는 모든 방어구를 풀고, 이서우의 앞에 섰다.

“방어구는 착용하고 있어도 돼. 활 성능 알잖아.”

“아, 네가 어떤 존재인지 깜빡했네.”

박찬아는 미소를 짓고는 다시 방어구를 착용했다.

“자, 간다.”

“준비됐어. 죽여도 돼.”

이번에는 박찬아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언제 상대에게 죽여도 된다는 말을 해 보겠는가.

이서우는 마주 미소를 짓고는 활을 당겼다.

아직은 대검을 끝까지 진화시키지 못해 활이 나았다.

활시위를 놓자마자 박찬아가 힘없이 무너졌다.

이서우는 외부로 메시지를 보냈다.

실패였다.

소생의 정수로 살린 뒤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열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찬아가 성공하는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먼저 죽겠다고 난리였다.

이서우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계속 작업을 이어 갔다.

무려 100개의 정수를 사용하고서야 모든 사람이 깨어날 수 있었다.

이서우는 절대자를 처치하는 것을 잠시 미루고 접속을 종료했다.

집중 치료실로 가자 눈을 뜬 여섯 사람이 가족과 재회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드론 자동차를 이용해 가족들을 모두 빠르게 모셔 왔기에 깨어나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서우가 들어가자 가족들이 다들 고맙다며 그에게 안기거나 손을 꼭 잡았다.

이서우는 등을 토닥이거나 부드러운 음성으로 괜찮다고, 이제는 안심하셔도 된다고 위로해 주었다.

이설아와 김소연도 가족과 깨어난 환자들을 위로해 주었다.

“아시다시피 다들 이곳에서 치료를 조금 더 받으셔야 합니다. 재활치료까지 생각해야 하니 최소 3개월은 더 계셔야 할 겁니다.”

이서우의 말에 가족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6년 만에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집으로 갈 수 없다니.

하지만 이서우의 이어진 말에 가족들은 미소를 지었다.

“가족분들을 위해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뒀습니다. 치료실과 가까워서 더 편하실 겁니다. 모든 편의 시설은 건물 내에 다 있으니 원하신다면 이곳에서 머무셔도 됩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 아주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누구도 돌보지 않으려 했는데, 이서우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돌봐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깨어나게 해 주고 지낼 공간도 마련해 주니 어찌 고맙지 않을까.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끝까지 살아주셔서 제가 고맙습니다.”

이서우의 말에 환자들도, 가족들도,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말이 6년이지 그 긴 세월 동안 가족들은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처음에는 위로의 말을 건네던 사람들도 이제는 그만 놓아주라고 했었다.

하지만 어떻게 자식을 그냥 보낼 수가 있단 말인가. 숨이 붙어 있는 한은 절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에서 25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지루하고 긴 세월을 오직 깨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

동료들 중 참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도 있었고, 몬스터나 유저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서우의 말에 환자들도, 가족들도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니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이서우는 그들이 감정을 쏟아낼 충분히 시간을 주기 위해 이설아와 김소연을 데리고 조용히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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