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20화 (320/341)

# 320

레벨이 갑이다

320화

이서우와 관련이 깊은 사람들이 다 모였다.

은밀히 마련한 안가였는데, 보안이 철저한 곳이어서 도청의 염려가 전혀 없었고, 거대한 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지하 벙커였다.

손규석이 몸을 숨기기 위해 마련한 장소였는데, 이번에 큰 사건이 터지면서 이곳을 공개하게 된 것이었다.

원형 테이블에는 이서우와 이설아, 김소연, 손규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테이블 가운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네요.”

“나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저에게 나타난 변화가 모두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생긴거군요.”

“그것보다 더 심각하지. 네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이번 일은 부정적인 변화 때문에 일어난 거니까.”

이서우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손규석의 말에 무거운 표정이 되었다.

이설아와 김소연의 얼굴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대표님께도 알려야 하지 않을까?”

“대표님이 알아서 좋을 게 있을까?”

“이번 일을 벌인 사람들의 정보를 알아내려면 인맥이 필요해.”

“흠.”

김소연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무턱대고 움직일 것이 아니라 정보를 먼저 모아야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할 수가 있다.

김소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정부로서도 이번 일을 숨길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다고 숨겨지는 건 아니지만 만천하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숨기겠지.”

“그렇겠지. 괜한 혼란을 만들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맞아. 하지만 이번 일이 여러군데에서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보를 모으는 건 너무 발이 느려.”

“상황이 급하니 소연이의 말대로 박 대표에게도 알려. 비밀 보장 약속 꼭 받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손규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동의했다.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박 대표님께도 알리는 걸로 할게요.”

“그럼 형님은 계속 이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지 잘 살펴봐 주세요.”

“알았다.”

지이잉, 지이잉.

“확인해도 돼.”

“미안, 잠시만.”

김소연은 서둘러 스마트 워치로 긴급메시지를 살폈다.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그녀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언니, 무슨 일이야?”

“일단 뉴스부터 봐.”

김소연은 급히 테이블을 터치해 홀로그램 화면을 크게 띄웠다.

-지금부터 단독 보도를 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에게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전해 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의 말에 이서우를 비롯해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이용자가 15억 명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뉴 월드를 다들 아실 겁니다.

‘뉴 월드에 대한 일을 단독 보도 한다고? 무슨 일이지? 설마…….’

앵커의 말에 이서우의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앵커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 엄청난 게임을 있게 한 사람이 누군지는 여러분도 잘 아시겠죠. 한데, 그 대표가 중국의 모기업 대표와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서우야!”

“아무래도 정보를 팔려고 한 정황을 포착한 것 같아. 어떻게 알았지?”

“그러게. 진짜 어떻게 알았지.”

“일단 마저 들어 보자.”

녹취록 내용이 흘러나오자 다시 내용에 집중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었는데, 확실히 핵심 기술을 거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뉴스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그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다.

대화 내용이 다 끝나자 앵커는 화제를 전환했다.

한데, 이서우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며칠 전, 뉴 월드의 가장 인기스타이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가 된 전장의 지배자를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오빠…….”

“괜찮아. 지탄받을 일을 한 적은 없으니까.”

“응.”

이설아도 이서우가 얼마나 피해 볼 사람들을 신경썼는지 알기에 힘차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의 지배자가 최근 골드와 글로벌사 주식, 거기다 텐센 주식까지 모두 처분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라는 질문을 하면서도 그가 하니 따라 행동했습니다.

앵커의 표정에서도 호기심이 보였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앵커이기에 감정표현을 자제하지만 그도 최근 벌어진 일에 많은 궁금증이 있었으리라.

-다행인 것은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는 이런 일을 예상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왜 그는 침묵을 한 것일까요?

마치 앞에 이서우가 있어 대답이라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잠시 여유를 두었다.

앵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많은 분들은 그가 알았든 몰랐든 크게 상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그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했으니까요.

앵커의 긍정적인 말에 이설아는 크게 안도했다.

이번 일로 이서우가 사람들의 비난은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앵커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이설아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뉴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장의 지배자에 대한 것은 잠시 미뤄 두겠습니다. 하지만 글로벌사의 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가 왜 기술을 팔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갑자기 앵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서우를 비롯해 모두가 그의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금세 나왔다.

-우리는 뉴 월드에 아주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설마…….”

“형님, 설마 알아낸 걸까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그러게 말이다. 때론 경찰이나 검찰보다 언론이 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어. 특히 TBC는 정말 집요하지.”

“그러게요. 저도 오늘 TBC를 다시 봤네요.”

앵커의 말이 이어졌는데, 손규석과 이서우의 예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돌연변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앵커는 부작용으로 불면증이나 신경쇠약, 의식불명까지도 될 수 있다는 말만 했다.

오히려 사람들은 부작용보다 안재훈에 대한 분노가 더 커서 그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게. 이게 참 이런 식으로 밝혀지네. 그나마 다행인건 뉴 월드로 인해 돌연변이가 탄생한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 정도겠지?”

“그게 다행일지, 그렇지 않을지 모르겠네요.”

이서우는 다행이라고 여기는 한편, 언제쯤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야 할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방송으로 밝혀졌다면 속이 시원했을 텐데, 이렇게 되면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그나저나 안재훈이 이렇게 빨리 행동할 줄은 몰랐네.”

“그러게, 오빠. 벌써 기술을 팔았었다니. 주식도 이미 다 처분했겠지?”

“그렇겠지. 아마 그자도 돈방석에 앉았을 거야. 평생 떵떵거리며 살 정도는 되겠지.”

“국내에 있을까?”

“그건 김 과장님의 몫이야.”

이설아의 질문에 하진우는 김명국 과장을 떠올렸다. 그라면 분명 안재훈을 찾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김소연은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오빠가 나서도 이미 이 나라를 떴다면 잡기는 힘들 거야.”

돈이면 안 될 게 없는 세상이다.

글로벌사 주식으로 수조원의 이익을 봤을 테니 그를 받아줄 나라는 많았다.

“이번 일로 인해 돌연변이 사건은 조용히 지나갈 수 있지만 뉴 월드가 큰 타격을 입을 거야. 괜찮겠어?”

“중국과 미국에서 신작 게임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유지하겠지요. 물론 꽤 많은 숫자가 빠져나가겠지만요.”

“상당히 빠져나가지 않을까? 16시간까지는 괜찮다고 해도 불안감이 확산되면 상당수가 게임을 멀리하게 될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이서우와 손규석의 말을 듣고 있던 김소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누나, 편하게 말해.”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라는 걸 미리 말해 둘게.”

“평소랑 다르게 무게를 잡고 그래?”

“오랜만에 무게 좀 잡아 보려는데, 하여튼 안 도와줘요. 여튼, 내 생각엔 서우 네가 글로벌사 주식을 왕창 사들이는 게 어떨까 해서.”

“내가?”

“응.”

“언니, 오늘 방송으로 주가가 바닥을 칠 텐데 그걸 사자고?”

“규석 아저씨가 핵심 개발자였다면서. 거의 모든 걸 규석 아저씨가 했으니 그 문제점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김소연의 말에 이번에는 모든 시선이 손규석에게로 향했다.

“아직 장가도 안 갔는데 아저씨가 뭐냐, 아저씨가.”

“오빠라 불러 드려요?”

“이왕이면 오빠가 좋지.”

“호호호,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하실 줄 아네요. 오빠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세요.”

“하하하, 역시 소연이가 쿨해.”

이서우와 이설아는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보며 참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형님, 그래서 보완할 방법이 있어요?”

“있기는 하지. 그동안 숨어 지내면서 그 일도 병행하고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죠?”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보면 된다.”

“그러면 주식을 사들여도 되겠네요.”

“51퍼센트가 넘으면 대박이긴 하겠네.”

“그런 정보는 미리 좀 알려 주셨어야죠.”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갈 줄은 몰랐다.”

“하긴, 저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일단 그럼 주식을 사들여야겠네요.”

“돈은 되고?”

“제가 대한민국 제일 부자라는 거 잊으셨어요?”

이서우는 미소를 지으며 주선용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주 변호사님, 저예요.”

-네, 서우 씨,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뉴 월드 주식을 51퍼센트 이상 사들여 주세요.”

-네에?

“이유는 나중에 설명드릴 테니 부탁해요.”

-하지만 시일이 조금 걸릴 겁니다.

“뉴스 보셔서 아시겠지만 다들 던지려고 난리일 겁니다.”

-네. 그래서 벌써 주가가 엄청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계속 떨어질 것 같으니 바닥을 칠 때 사들이도록 하겠습니다.

“네. 어차피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텐센 주식도 사들이세요.”

-텐센까지요?

“네. 물론 글로벌사 주식을 다 사들인 이후에 조금씩 매수해 주세요.”

-네. 한데, 일정 비율 이상은 살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조금 특수해서요.

“어차피 글로벌사 주식이 급하니, 그 문제는 천천히 대응을 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 거라면 문제없습니다.

“네. 그리고 자금이 부족하면 말씀해 주시고요.”

-며칠 내로 뉴 월드 이용자가 계속 빠져나가면 주가가 계속 빠질 겁니다. 그러니 지금 가진 돈으로도 충분합니다.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염려 마십시오.

이서우는 엷은 미소를 짓고는 전화를 끊었다.

“텐센 주식은 필요 없지 않아?”

“텐센도 분명 이 문제를 풀어낼 거야.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이면 되겠지. 그렇지 않나요, 형님?”

“안재훈은 어차피 기술을 완성할 생각이 없었지만 텐센 같은 경우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었으니 분명 가능은 할 거야.”

“규석 오빠 말이 맞다면 미리 사 두는 게 낫겠네. 글로벌사 주식보다 더 떨어질지 모르니까. 그냥 기업을 인수해 버리는 건 안 되나?”

“중국이라는 나라가 자국의 기업을 잘 내놓지 않으니 그건 힘들 것 같아.”

“하긴, 거긴 아직도 정부가 쥐고 흔들긴 하지.”

과거에 비해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약간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높았다.

텐센에서 가상현실 게임이 개발될 거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 결코 타국 기업에 빼앗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일단 형님은 부작용이 없도록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주시고, 누나는 돌연변이와 관련해서 조사를 계속해 줘.”

“오빠, 난?”

“너나 난 그냥 평소대로 행동해야지. 그래야 의심을 안 살 테니까.”

“하긴, 오빤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을 테니 게임을 하는 편이 낫기는 하겠다.”

“그렇지. 뉴스에까지 언급됐으니 그냥 평소대로 행동하는 게 나아.”

“응.”

이설아도 그 부분에서는 인정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럼 박 대표님에게 말하는 건 어쩌지?”

“이번 사태로 인해 아마 많이 바쁘실 거야. 상황이 되면 그때 다시 그 문제를 논의해야 될 것 같아.”

“나도 그건 서우 생각에 동의해. 근데, 이거 배 아픈 걸?”

손규석의 뜬금없는 말에 그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잖아. 우린 쎄가 빠져라 일하는데, 서우는 열심히 게임할 거 아냐.”

“난 또 뭐라고. 그럼 형님이 게임하시고 제가 개발할까요?”

“응? 아, 아니. 난 게임 지겹다.”

“에이, 왜요. 그냥 바꿔서 해요.”

“아,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럼 난 일하러 간다!”

손규석은 손사래를 치며 얼른 자리를 피해 버렸다.

그 모습이 재미가 있었는지 세 사람은 큰 소리를 내어 웃었다.

세 사람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남은 건 통치자와 지배자, 그리고 소문으로만 무성한 절대자만 남았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을 보자.’

당분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으려면 뉴 월드에서 살아야 한다.

이서우는 이번 기회에 하이 레벨 지역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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