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08화 (308/341)

# 308

레벨이 갑이다

308화

-카이젠 제국이 당신에게 반역죄를 선포했습니다.

-카이젠 제국이 당신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카이젠 제국의 모든 병사와 기사들이 당신을 공격할 것입니다.

-카이젠 제국의 황제는 당신을 처치하기 위해 모든 유저들에게 강력한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반역죄가 선포됨에 따라 카이젠 제국에 있는 당신의 땅과 건물이 모두 카이젠 제국으로 귀속됩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남의 걸 빼앗아 가면 빼앗기는 아픔을 겪게 된다는 걸 똑똑히 알려 주지.”

이서우는 설마 유저들까지 동원해서 공격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 명을 상대하는 데 그 거대한 제국이 유저들의 힘까지 빌리려 하다니.

하지만 적이라면, 그게 제국이든, 유저든, 대륙 전체든 모두 없애 버리면 된다.

이서우는 즉시 땅을 박차며 초월 가속으로 달렸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이서우를 보고 잡으려 달려왔는데, 그가 사라져 버리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서우가 갑자기 달려간 곳은 바로 일반 지역과 하이 레벨 지역을 잇는 연결 통로였다.

좁은 곳이어서 아무리 많은 병사들이 온다고 해도 이곳만 잘 막으면 유리한 싸움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카이젠 제국이라고 해서 그걸 모를까.

전쟁을 선포하기 전 이미 병사들을 배치해 두었다.

게다가 유저들까지 있어 이서우가 불리한 싸움 같아 보였다.

이서우가 생각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연결통로를 막고 오는 적들을 차례차례 처치하는 것이었다. 마치 병목현상으로 도로가 꽉 막힌 과거의 고속도로처럼 병사들도 그렇게 묶여 있을 것이다.

이서우는 그저 그 좁은 통로를 뚫고 나오는 병사들만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두 번째 방법이 더 확실했다.

‘이곳을 뚫고 바로 황궁으로 가는 게 제일 확실한데 말이야. 하지만 그러면 너무 재미없다는 거지.’

전쟁을 선포한 황제만 잡을 수 있다면 이 모든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철저히 밟아 줄 생각이었다.

‘그래. 그렇게 쉽게 끝낼 수는 없어. 응징을 하려면 확실하고, 철저히,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해야지, 암.’

이서우는 멀리 보이는 병사들에게 거침없이 달려갔다.

대검을 꺼내 들더니 수십 발의 마나탄을 쏘아 보냈다.

소리 없이 날아가는 게 있는가 하면, 한 눈으로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마나 탄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서우는 마나작열탄까지 수십 발을 쏘아 보냈다.

초월 레벨이 되면서 이 모든 게 마음만 먹으면 가능했기에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다.

마나의 소모도 10분의 1을 넘지 않아 여유로웠다.

하지만 적은 마나 소모와 달리 그 피해는 무시무시했다.

“아아아악! 내, 내 팔!”

“아아아악! 부, 불. 불이야!”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온통 불바다가 되면서 순식간에 NPC들이 죽어 나갔다.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레벨 업 소식까지 들을 수 있었다.

‘대체 얼마나 많이 부른 거야?’

너무 많아서 숫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는데, 초월 레벨인데도 업 소식이 들리니 조금 전의 공격으로 최소 만 단위는 처치한 것 같았다.

시끄러울 것 같아 처치 알람과 아이템 획득 알람을 끄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서우였다.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던 먼 과거, 당시는 수십만 대군이 격돌하는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다지만 말이 수십만이지 열 줄로 세워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줄이 생긴다.

이곳은 좁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만 단위의 NPC가 죽었다는 것은 밖에는 더 많은 병사들이 와 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다른 걸 못해도 카이젠에 대한 응징만큼은 확실하게 해 주마.’

이서우는 또다시 마나를 밀어 넣어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도 병사들이 몰려들자 대검을 휘두르며 그들 사이를 누볐다.

서걱, 서걱, 서걱.

소름이 돋는 소리가 날 때마다 비명은 커졌고, 사망자들은 산처럼 쌓여 가기 시작했다.

공포가 순식간에 카이젠 제국의 병사들에게 퍼졌다.

반역죄를 저지른 이서우를 잡으면 작위까지 주겠다는 황제의 말에 미친 듯이 덤벼들던 자들도 공포를 못 이겨 도망쳤다.

남은 것은 싸늘한 시체뿐.

그렇게 1차전은 이서우의 압도적인 우세로 막을 내렸다.

카이젠 제국에서 이서우를 처단하기 위해 내세운 인물은 테오강 공작이었다.

그는 카이젠 제국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상당한 명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외부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 보니 최근에는 그의 이름이 잘 들리지 않았지만, 황제의 명을 받아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한데, 첫 전투부터 엉망이 되고 말았다.

“대 카이젠 제국의 병사들이 고작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는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공작 전하. 아직 모험가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해 피해가 컸습니다. 이제 속속들이 참여하고 있으니 다음번 전투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우리 제국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손을 쓰지 않고 모험가 나부랭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냔 말이다!”

테오강 공작은 크게 분노했다. 그는 제국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강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모험가에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핑계를 들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보고를 하는 기사단장도 뒤늦게 그것을 깨닫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깟 모험가 나부랭이 때문에 우리 제국의 귀한 병사들을 잃는 게 마음이 아파서 그런 것입니다. 당연히 우리의 손으로 놈의 목을 칠 것입니다!”

“그래, 바로 그런 자신감이다. 놈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소드 마스터 이상의 기사와 6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을 빨리 모이도록 해라!”

“네, 공작 전하!”

기사단장은 힘주어 대답하고는 빠르게 물러났다.

“직접 손을 섞어 보고 싶건만 한사코 말리니. 그나저나 몰디나 님과 아리아 님이 나서야 일이 편해질 것 같은데, 왜 망설이시는 걸까.”

아무리 공작이라도 몰디나와 아리아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황제의 명령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그들을 무시하지 못한다.

“뭐, 오히려 잘된 것일지도. 그분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내가 나서서 놈의 목을 치면 돼. 기다려라, 미친 오크처럼 설치는 녀석아.”

테오강 공작에게서 강한 살기가 퍼져 나왔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살기가 그의 주변으로 넘실거렸다.

* * *

한편 이서우는 더 이상 병사들이 덤벼들지 않자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거 혼자서 싸우려니 확실히 불편한 게 많네.”

마을 텔레포트도 이용하지 못하기에 이동이 불편했다.

초월 가속이 있으니 당장이라도 황궁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가 사라지면 분명 이동하는 동안 대비를 할 것이다.

‘초월 가속으로 가도 시간이 꽤 걸리겠지?’

초월 가속을 극한으로 사용하면 음속을 뛰어넘을 수 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속도지만 게임이기에 가능했다. 아니 게임이라도 초월 레벨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이서우의 속도는 극한까지 이용하면 음속의 3배 이상까지도 가능하다. 그렇게 빠른 속도를 낸다고 해도 황궁까지 가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

‘1시간, 1시간이라…….’

1시간 동안 초월 가속을 사용하면 마나도 상당히 많이 소모해야 한다.

전투 때 잠시 극한의 초월 가속을 사용해도 마수만이 소모되는데, 1시간 내내 쓰면 1천만이 넘는 마나라도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마나 물약이 있고, 마나 비약까지 재사용 때마다 복면 어느 정도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해도 황궁에 도착하면 고작 100만 정도 선이 한계였다.

이서우는 캐릭터 창을 열어 마나에 500포인트를 투자했다.

“흠. 11,000이 되었는데 메시지가 안 뜨네.”

이서우는 새로운 메시지가 뜰 줄 알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자 캐릭터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민에 잠겼다.

-생명력 : 18,835,000

마나 : 10,551,000

공격력 : 9,889,300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6,005,300

마법 방어력 : 4,375,000

근력 : 16,500

민첩력 : 16,500

체력 : 16,500

지력 : 2,660

정신력 : 11,000

통찰력 : 9,700

잠재력 : 9,700

보너스 포인트 : 632

워낙 적수가 없다 보니 최근에는 캐릭터 창에 무심했는데, 혼자 힘으로 빡빡한 전투를 치러야 해서 능력치를 쳐다보게 되었다.

이서우는 초월 레벨이 되면서 레벨 당 랜덤 스텟과 보너스 스텟에서도 큰 이득을 보았다.

일반 레벨은 1개 3개로 총 4개고, 하이 레벨은 2개, 5개로 총 7개다. 한데, 초월 레벨은 5개, 10개로 일반유저들보다 4배 가까운 스텟 증가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150만 정도면 황제를 직접 처치할 수 있을까? 아냐, 몰디나와 아리아가 있다면 쉽지 않아.’

이곳에서 몰디나와 아리아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워낙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숨긴다고 해도 이서우는 그들을 찾을 수 있었다. 마법의 힘을 빌리더라도 말이다.

한데, 그들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웬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날뛰는 기운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서우에게는 한주먹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몰디나나 아리아가 아무리 힘을 합쳐도 이서우의 상대는 안 된다.

문제는 마나가 바닥인 상태에서 싸운다는 거다. 그리고 걱정되는 것은 또 있었다.

“150만 정도면 아슬아슬하지만 시간을 끌면서 싸우면 될 것도 같은데, 둘만 나올 리가 없다는 게 진짜 문제란 말씀이야.”

이서우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또 다른 강자들이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 다 알 텐데 둘만 보낸다? 아무리 멍청한 동네 양아치라도 그렇게 허술하게 싸우지는 않는다.

“일단 이곳에서 조금 더 힘을 과시하면서 생각해 보자.”

결정을 내린 이서우는 태연하게 내 집처럼 드러누웠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병사들이 기가 차서 헛웃음을 지었다.

“허, 참. 반역자 주제에 아주 늘어졌네, 늘어졌어. 가서 당장 보고해!”

“네? 네!”

감시 임무를 맡은 대장은 이서우의 태도를 도발이라 여기고 즉각 보고를 명령했다.

이서우가 아무런 경계 없이 누워 있다는 소리에 공작이 직접 왔다.

“저, 저, 저런 발칙한 놈을 봤나! 어서 기사와 마법사를 대기시켜라. 내가 직접 나가서 놈의 목을 잘라 오겠다!”

“하지만 공작 전하, 아직은…….”

“시끄럽다! 지금부터 허튼소리를 하는 놈들은 대역죄인으로 다루겠다!”

“명을 받듭니다!”

기사단장은 얼른 공작의 명령을 전달했고, 급히 텔레포트로 이동한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쉬지도 못한 채 나와야 했다.

하루나 이틀을 푹 쉬고 2차전에 돌입하려 했는데, 이서우의 태도 때문에 시일이 당겨졌다.

휴식을 취하던 이서우는 갑자기 강한 기운들이 몰려들자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여전히 누워 있는 채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간에 기별도 안 갔는데, 알아서 움직여 주니 편하네. 오려면 한 30분은 더 걸릴 것 같으니 조금만 더 자자.”

태연하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눈을 감는 이서우였다. 만약 그의 말을 테오강 공작이 들었다면 분노로 속이 뒤집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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