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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306화 (306/341)

# 306

레벨이 갑이다

306화

“그러니까 반역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자네가 황제폐하의 뜻을 거역하는 행동을 했다고 하네. 벌써 그 증거도 이미 확보했고 말일세.”

“황제폐하의 뜻을 거역하는 행동이라뇨? 지금까지 열과 성을 다해 카이젠 제국을 위해 일을 했건만 이런 식으로 절 홀대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증거를 확보했다는 데 대체 무슨 증거를 말씀하시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자네 혹시 안스트라다무스라는 모험가를 알고 있나?”

“안스트라다무스요?”

“그렇다네. 안다무스라고 불리는 모험가인데, 자작에 오른 인물로 네이센 백작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네.”

“그런 존재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그럴 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처에 틀어박혀서 잘 나오지 않으니까. 하지만 집 안에서도 천리를 보는 능력이 있어 네이센 백작은 그를 아주 가까이 두고 있고, 신뢰도 남다르다네.”

이서우는 안스트라다무스가 누군지 알고 있지만 사이먼 자작에게는 숨겼다.

곧 카이젠 제국 전체와 적이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많은 것을 보여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자가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그런 것 같네. 네이센 백작이 증거를 제공했다고 하니 확실할 것이네.”

“증거라, 사이먼 자작 님은 그 증거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것이…….”

사이먼 자작은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얼핏 듣기로는 자네가 카이젠을 버리고 하늘의 도시를 찾아 떠날 거라고 했네.”

“하늘의 도시라고요? 한데, 제가 거기를 찾아가는 게 왜 황제폐하의 뜻을 거역하는 게 되는지요?”

“자네, 정말 모르는구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카이젠 제국은 하늘의 도시를 원수처럼 여긴다네. 지금에 와서는 하늘의 도시라는 곳이 있는지도 의문이 들지만 과거 하늘의 도시에서 온 자가 카이젠 제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적이 있다네.”

“쑥대밭을 만들어요? 그런 이야기는 금시초문인데요.”

“하늘의 도시는 허구라 생각하게 되면서 이제는 잊힌 이야기가 되어 버렸으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대귀족 이상만 알고 있는 것이어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네. 한데, 안다무스 자작이 자네가 하늘의 도시로 간다고 떠들고 다녔다고 했네. 기록된 문서도 있고.”

“기록된 문서가 있다고요?”

“그렇다네. 자네와 필체가 똑같았네.”

이서우는 대체 자신도 모르는 기록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긴, 영약도 카피했는데, 필체라고 못 할까.’

강한 의문도 잠시, 초대박을 떠올리며 모든 것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여튼 더럽게 귀찮게 하네. 대표라는 놈이 게임에 와서 유저를 방해해? 네이센 백작가를 한번 엎어야 하나.’

“혹시 자네, 지금 네이센 백작가로 쳐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닙니다. 거기 가 봐야 제가 덕 볼 게 뭐가 있겠습니까.”

뜨끔한 이서우는 오히려 태연하게 대답했다. 괜히 얼버무려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맞네. 잘 생각했어. 만약 자네가 그곳에 간다면 사람들은 안스트라다무스 자작의 말이 진실이라고 여길 것이네.”

“그렇겠죠.”

이서우라고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장이라도 가서 안재훈을 호랑이 굴에라도 처박아 버리고 싶었다.

“일단 백작님이 직접 가셔서 몰디나 님과 아리아 님을 만나 상의해볼 것이네. 황제폐하도 만날 테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것이네.”

“하늘의 도시가 그렇게나 부정한 곳인지 몰랐네요. 제가 얻은 정보와는 너무 다른데요?”

“자네, 정말 하늘의 도시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설마…….”

“하늘의 도시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가는지 방법도 몰라요. 당장 거기에 갈만큼 여유롭지도 않고요.”

“흠.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듯 싶구먼.”

“함정이라고요?”

“그렇다네. 자네를 알고 지낸지 꽤 됐지만 자네는 언제나 한결 같았다네. 그런 자네가 카이젠 제국과 적이 된다? 난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네.”

“하늘의 도시로 가는 게 생각보다 심각한 일인가 보네요.”

“하늘의 도시를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 가면 거기에 있는 존재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네.”

“그건 좀 과한 생각 같은데요.”

“그렇게 전해지네. 나도 백작님에게 들은 것인데, 대귀족들 몇몇 만이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하셨네. 여튼, 과거 하늘의 도시에서 내려온 자의 태도가 너무 안하무인이고, 제국을 적대시하기까지 해서 하늘의 도시라는 말만 들어도 황제폐하는 치를 떠신다네.”

“황제폐하가 직접 경험하신 건가요?”

“지금의 황제께서 겪으신 일은 아니라네. 하지만 전전대 황제께서 마법으로 영상을 남기셨다네.”

“아!”

이서우는 그제야 왜 그토록 하늘의 도시에서 왔다는 사람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곳에 가면 나 또한 그 사람처럼 될 거라 여기신거군. 이거 참, 대체 어떤 감언이설을 늘어놨기에 황제폐하께서 이렇게 쉽게 날 의심하실 수 있는 거지?’

이서우와 황제의 관계는 그 어떤 모험가보다 돈독하다. 오죽했으면 수호기사라는 칭호를 내렸겠는가.

하지만 안스트라다무스로 인해 이서우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제국에게 큰 위협이 될 정도였기에 자네가 더 성장하는 것을 막으신 것이라네. 하지만 자네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아셨는지 기존에 가진 건물과 땅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셨네.”

“그랬군요.”

“그랬지. 자네가 답답한 마음이야 내가 왜 모르겠나. 하지만 잠시만 참아 주게. 백자님께서 반드시 자네의 억울함을 풀어 줄 것이네.”

“……네.”

대답은 했지만 이서우는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무슨 목적인지는 몰라도, 안스트라다무스가 안재훈이라면 날 목표로 삼고 이번 일을 벌인 게 틀림없어. 이제 이런 식으로 날 견제하려는 거군. 하지만 네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지금 이서우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사람은 안재훈밖에 없다.

게다가 귀족과 친할 수 있고, 정보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사람도 안재훈뿐이다.

둘 중 하나가 가능한 유저들도 아주 극수소인데, 둘 다 가능하려면 안재훈 외에는 없었다.

“일단 내가 아는 것과 아는 것을 바탕으로 추측한 건 그게 다라네. 자네를 급히 찾아온 건 자네가 혹시라도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을까 걱정해서고.”

“전 저에게 먼저 검을 들이밀지 않으면 일단은 상황을 살핍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충돌이 생기면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설마, 자네 제국과 전쟁을 벌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저 혼자 싸우게 될 건데, 전쟁이라고 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황제폐하께서 계속 저를 압박하시면 저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흐음.”

이서우의 호소가 담긴 음성에 사이먼 자작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처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사람은 없었다.

“만약 전쟁이 벌어지면 제 빌딩과 제 저택, 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몰수하려 하겠지.”

“그러면 그 순간 전쟁이 되겠군요. 저는 저의 모든 힘을 쏟아 저의 재산을 지킬 테니까요.”

“이보게.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극단적이라뇨. 저는 제가 취할 수 있는 아주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자세를 말씀드린 겁니다. 그게 상식적인 반응일 테니까요.”

“…….”

사이먼 자작은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라도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가 핍박한다면 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런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도록 백작님이 애를 쓰실 것이네.”

“반대하는 귀족들도 많을 텐데 백작님의 힘만으로 과연 가능할까요?”

“자크 후작님께서도 자네 편이니 힘을 써 주실 것이네.”

“어찌 되었든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군요.”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렇다네.”

사이먼 자작은 마음이 편치 않은지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세프 백작이 실패라도 한다면 카이젠 제국에 다시 한 번 피 바람이 불어 닥칠지도 몰랐다.

하이레벨 개척이 가능했던 것은 모두 이서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없었다면 카이젠 제국은 막대한 부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하이레벨 지역에서 하루에 벌어들이는 입장료만 해도 수천만 골드에 달한다. 중소형 영지의 1년 예산과도 맞먹는 엄청난 돈이었다.

게다가 하이레벨 지역에서 나오는 세금은 또 어떤가. 모험가들이 대부분 하이레벨 지역으로 가게 되면서 많은 거래가 발생했다.

최근 무한의 탑 입구가 일반 지역에 생성되면서 불균형이 약간은 해소되었지만 하이 레벨 지역의 인기를 따라올 수는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이서우 한 명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빌딩 몇 채(?)지을 수 있는 혜택을 줬고, 넓은 땅도 제공했지만 카이젠 제국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비교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했다.

“두 분이 힘을 써 주신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혹시라도 자작님과 백작님 성에 불운이 닥치게 될지 모르니 부디 자리를 피하십시오.”

“이, 이보게!”

“검에는 눈이 없습니다.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은 하겠지만 그 동안의 친분이 있기에 미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휴우.”

폐부 깊숙한 곳에서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사이먼 자작도 답답했다. 가장 근접거리에서 이서우를 지켜보면서 놀란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처음에는 그저 강한 모험가구나, 싶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이서우의 한 수도 받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는데, 그런 존재와 전쟁을 벌인다?

카이젠 제국에게 무조건 손해였다. 카이젠 제국은 잃을 게 많지만 이서우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서우도 재산의 피해가 많겠지만, 그는 모든 것을 최근에서야 얻었다. 원래 없던 것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카이젠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한 순간에 그 역사가 뿌리째 흔들린다면 과연 누가 손해일까.

사이먼 자작의 머릿속에는 이서우와의 전쟁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결정은 황제가 내리는 것이다.

“어쨌든 두 분의 마음은 잘 알았으니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전 이만 실례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네. 부디 우리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네.”

“황제의 뜻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이서우는 이제 황제에게도 예를 지키지 않았다. 아직은 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아무런 상의 없이 수호기사 칭호를 철회했고, 더 이상 이서우에게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모든 것이 틀어지고 말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황제, 당신은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 거야.’

이서우의 눈빛이 무섭게 빛났다. 사이먼 자작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다.

황제에 대한 예의를 던져버렸을 때 예상은 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

‘카이젠 제국의 역사에 오늘의 일이 기록 되겠구나. 역사적으로 가장 멍청한 결정을 내린 날이라고.’

사이먼 자작의 탄식이 깊어졌다.

사이먼 자작이 물러가고 이서우는 그가 소유한 저택에 있는 하인들을 모두 돌려보냈다.

그동안 열심히 일을 했기에 보수도 넉넉히 챙겨주었다.

하이 레벨 전 지역에 있는 이서우의 저택이 한순간에 공동묘지처럼 썰렁해졌다.

유저들도 소문을 들었는지 이서우가 만든 빌딩을 떠났다. 호텔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백퍼센트 빠져나갔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만 간간이 모습을 보였다.

이서우는 곧장 프랑드에게로 갔다.

“서우 님!”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저야 특별히 고생이랄 것도 없지요. 그나저나 일이 심각한 것입니까?”

“조금 상황이 그렇게 됐네요. 아직은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조만간 태도를 확실히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어느 쪽이든 카이젠 제국은 큰 손해를 볼 것입니다.”

“전쟁도 불사하시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전쟁이 벌어지면 카이젠 제국은 멸망 직전까지도 가게 될 것입니다.”

“…….”

프랑드는 이서우가 너무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지 불안했다.

하지만 이서우의 표정은 단호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나저나 수익이 갑자기 뚝 떨어져서 근심이 깊으시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만 해도 저 혼자 아등바등할 때보다 수백, 수천 배나 많습니다. 그리고 서우 님이 어디 보통이어야 말이죠. 분명 더 좋은 먹거리를 만드실 거잖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편안하게 기다리겠습니다.”

“하하하. 믿음과 신뢰를 보이시니 프랑드 님의 자리는 제가 꼭 만들어 드려야겠군요.”

“언제나 신세만 져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무보수로 제 수익이 더 많아지게 해주셨으니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지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럼 전 매장 직원들을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모든 빌딩을 싹 비워 주세요. 어차피 빌딩이 무너져도 땅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지을 수 있으니 NPC들부터 우선적으로 내보내 주세요.”

“네!”

프랑드가 서둘러 나가자 이서우는 그의 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루만 문을 닫아도 엄청난 손해일 텐데 여전히 믿음과 신뢰를 보이네. 인복은 있단 말이야.’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고 해도 뉴 월드에서라면 쉽고 빠르게 재기할 수 있었다.

프랑드라면 이서우도 믿고 맡길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니 일단은 준비하자.’

이서우는 각종 물약들이나 전투에 필요한 소모품 아이템을 싹 끌어모았다.

그때였다.

인벤토리에 있던 통신구에서 신호가 왔다.

누가 통신을 보내 왔는지 확인부터 했는데, 이서우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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