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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77화 (277/341)

# 277

레벨이 갑이다

277화

-그건……당신이 직접 가서 찾으셔야 해요.

-하늘의 도시를 찾아라.

세상 밖의 세상.

또 다른 세상.

신이 되지는 못했지만 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의 세상.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세상이 바로 하늘의 도시다.

하늘의 도시. 천공의 도시로도 불리는 세상은 초월 레벨이 되어야만 그 존재를 알 수 있고, 출입할 수 있다.

당신은 초월 레벨이 된 개미를 만나 천공의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먼저 초월 레벨이 된 자들은 이제 막 초월의 경지에 오른 자를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은 믿고 있다. 초월 존재를 하늘의 도시로 인도하는 것이야 말로 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나눔과 베품. 자비와 용서. 인내와 사랑. 그러한 감정들이 충만해야만 세포 하나하나에 마나도 충만해진다고 믿는 것이다.

이에 초월 개미는 당신에게 하늘의 도시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알려주었다.

자연의 진한 향기를 따라가면 하늘의 도시가 보일 것이다.

난이도 : S

완료 조건 : 하늘의 도시를 찾으면 된다.

성공 시 보상 : 1단계 마나 정제 방법이 담긴 책.

“헐! 마나 정제?“

이서우는 새로운 개념을 보며 의문을 가졌다.

-아, 아직 마나 정제에 대해서 모르시는군요. 하지만 초월존재가 되면서 정제를 경험하셨을 텐데요?

“아, 그거?”

-역시 경험하셨군요.

“경험을 하기는 했지.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야?”

-그럼요! 세포 단위로 마나를 쌓으려면 반드시 순수한 마나여야 해요. 아주아주 순수한 마나 말이죠. 그래야만 그 작은 세포에 충만하게 담길 수가 있어요.

“그렇구나. 그럼 몇 단계까지 익혀야 되는 거야?”

-제가 아는 건 10단계예요.

“10단계?”

-네. 제가 아는 건요.

“설마 더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그건 저도 경지에 오르지 않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이제 막 2단계에 접어들었거든요.

“그랬구나. 그러면 너도 초월 존재가 된 지 얼마 안 됐나보네.”

-네. 한 100년 쯤 됐으니까 얼마 안 됐죠.

“배, 배, 백 년!”

-네. 근데 왜 놀라고 그러세요. 100년 정도면 진짜 햇병아리예요. 10단계까지 오르려면 아마 한 1만 년쯤은 있어야 할 걸요?

“…….”

내가 드래곤이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올라왔지만 꾹 눌러 참았다. 아직 개미에게 더 얻어야 할 정보가 있는데 무턱대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너무 그렇게 실망하지 마세요. 어차피 초월 존재는 오래 살아요. 신의 반열에 도전하는 존재인데 오래 안 살면 그게 이상하죠.

“신의 반열이라고 한 건 그냥 비유적인 표현 아니었어?”

-비유라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신이 된 존재도 있어요.

“그래? 누가? 몇 명이나 됐는데?”

-그게, 사실 저도 소문으로만 들었어요. 제가 듣기로는 딱 한 명이라고 알고 있는데. 얼마나 걸렸다더라. 한 100만 년쯤 걸렸다던가.

“이제는 더 놀랍지도 않다.”

-어쨌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니 절대 늦추지 마세요.

“다른 조언은 없고?”

-어차피 초월 존재는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존재여서 더 이상의 조언은 필요없을 거예요.

“앞선 자가 뒤따르는 자를 도와야 한다면서? 스스로 길을 찾는 거랑 완전히 반대되는 말이잖아. 뭔가 모순인데.”

-아, 아니에요. 당연히 앞선 자가 뒤 따르는 자를 도와야죠. 하지만 깨달음에 대해서는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 내야 하는 거예요. 누가 대신 신이 되도록 인도해 주는 건 아니니까요.

“뭐, 그런 의미였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럼요. 그런 의미인 거예요.

“그래.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는 거지?”

-네.

“아 참.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궁금한 거요? 말씀해 보세요.

그렇게 개미와 헤어져 돌아가려는데 불현 듯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서우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개미에게 물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지역 말이야. 여기에도 초월 존재가 있어?”

-그럼요. 주변에 많은걸요.

“아니 자연에 있는 거 말고, 나처럼 인간 중에서 말이야.”

-아. 인간 중에서요? 그럼요. 제가 알기로는 적어도 8명 정도 될 거예요. 그중 1명은 정제 3단계 정도 될 걸요? 나머지는 저처럼 2단계고요. 그리고 초월 존재가 되기 직전의 인간들도 있어요. 10명이 넘지 싶은데, 그중 일부는 곧 초월 존재가 될 것도 같아요.

“마나 정제 2단계에 오르면 멀리서도 다 느껴지는 거야?”

-1단계로 접어드는데만 200년이고, 2단계는 100년이 걸렸으니 모를 리가 없죠. 이 나이에 모르면 그게 바보죠.

“1단계가 더 오래 걸렸네?”

-사실 전 초월 존재가 되고 방황을 했거든요. 그 때 생각이 나서 당신에게 바로 말을 걸었던 거예요. 하늘에 솟았다는 말을 핑계 삼아 말이죠.

“그랬구나. 하긴 나도 너 아니었으면 하늘의 도시에 대해서도 몰랐겠지.”

-그럼요! 스스로 찾아내려면 정말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제 덕분에 200년 단축시켰으니 두고두고 고마워하셔야 해요.

“그러마. 죽을 때까지 고마움을 잊지 않으마.”

-헤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네요.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이서우는 말을 잘해서 200년을 단축할 수 있었다.

“그럼 진짜 작별이네.”

-초월 존재에게 작별은 없답니다. 단지 잠시 이별이 있을 뿐이죠.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네. 그럼 하늘의 도시에서 만나요.

이서우는 개미와 헤어졌다.

하지만 그는 곧장 하늘의 도시를 찾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초월 레벨로 오래 있어야 한다면 실컷 즐길 생각이었다.

이서우는 신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신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뉴 월드를 즐길 수 있으니 레벨을 올리면서 마음껏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유저들이 5차 전직을 하게 되면 새롭게 나타날 세상 같은데, 지금은 가 봐야 별다른 게 없을 테니 5차 전직을 마무리 하는 게 우선이야.’

남들보다 더 빨리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도 좋지만 너무 앞서가게 되면 오히려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항상 적당히 앞서가는 것이 가장 많은 이익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근데, 한 가지는 궁금하네. 초월 레벨에 오른 사람이 8명 정도 된다고 했지? 곧 될 사람도 몇 명 되고. 누굴까? 아!’

8명이라는 부분에서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맞아. 8명에, 곧 오를 사람이 몇 있다고 했으니 확실해.”

이서우가 떠올린 것은 바로 한 명의 절대자와 일곱 명의 지배자였다.

곧 오르게 될 사람은 통치자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잘 맞아떨어졌다.

“어라, 그러면 통치자가 다스리는 곳은 가도 되잖아. 괜히 쫄았네.”

이서우는 자신의 경지가 얼마나 높아진 것인지 이제야 실감을 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만약 통치자도 초월 레벨이면 어쩌지? 에이, 내가 언제부터 그런 걱정했다고.”

개미나 뉴 월드의 다른 존재와 달리 이서우는 부활이 가능하다. 그러니 겁을 낼 필요가 없었다.

정민후가 말한 경계지역까지 갔다.

“여기서부터 통치자 구역이라 이거지?”

이서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관리자가 전설 등급의 장비를 줬으니 통치자는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줄 것이다.

엄청난 가격에 팔려 나간 활을 떠올리며 이서우는 통치자 영역으로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 * *

“뭐? 지금 너, 뭐라고 했어!”

“대표님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활을 사라고 하셔서…….”

“그러니까 지금 그 활을 어, 얼마에 샀다고?”

“그게 대표님이 얼마가 들더라도 무, 무조건 사라고 하셔서…….”

“이런 쌍년. 그러니까 얼마에 샀냐고!”

“흑흑, 그, 그게 1, 1조…….”

쾅!

“이런 개 같은! 그딴 활을 1조에 샀다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하, 하지만 대표님이…….”

“아오, 이런 멍청한 년에게 내가 돈을 맡긴 게 잘못이지. 미친년아, 1조가 얼마나 큰돈인지 알기나 해?”

“죄, 죄송해요…….”

“이게 지금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될 일이야? 당장 가서 바꿔 와! 바꿔 오라고!”

사내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고, 당장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처럼 언뜻 살기도 느껴졌다.

“그게 교환, 환불은 안 된다고 해서…….”

“뭐? 너 진짜 죽고 싶어? 얼른 안 바꿔 와!”

“흑흑흑흑흑.”

비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얼마가 들든 사라고 해서 산 것 뿐인데, 이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다니.

“이게 뭘 잘했다고 쳐 울어, 쳐 울긴! 너 때문에 사업 말아먹으면 책임 질 거야?”

“…….”

“이게 이제는 내 말도 씹네. 빨리 가서 1조 가져와! 빨리!”

사내는 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서를 잡아끌고서는 내동댕이쳤다.

1조를 구해 오라는 말에 힘이 쭉 빠진 상태여서 비서는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악!”

바닥에 형편없이 내팽개쳐지면서 그만 탁자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야! 어쭈, 이제는 기절한 척까지 하네. 야, 안 일어나?”

사내가 다가가 비서의 종아리 부분을 발로 툭툭 찼다.

한데, 전혀 미동도 없었다.

“야, 빨리 안 일어나면 확 옷 홀라당 벗겨서 인신매매단에게 팔아치우는 수가 있어!”

사내가 단단히 으름장을 놨지만 비서는 여전히 미동도하지 않았다.

결국 사내는 쭈구려 앉아 비서를 흔들어 깨웠다.

“헉! 이, 이건 피…….”

비서를 흔들자 머리에 가려져 있던 핏자국이 보였다.

흥건히 젖어 있는 것이 꽤 양이 많았다.

사내는 얼른 손가락을 목으로 가져가 맥박이 뛰는지 확인했다.

한데, 뛰어야 할 맥박이 뛰지 않았다.

잘못 느낀 게 아닌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코에 귀를 대었다.

하지만 여전히 숨을 쉬지 않았다.

사내는 당황해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빌어먹을! 하필이면…….”

사내는 육두문자를 계속 날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손톱을 깨문 채 사무실을 왔다갔다 하며 방법을 강구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개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다려. 조금 있다 갈 테니.”

사내는 거칠게 전화를 끊고는 쓰러져 있는 비서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방법을 떠올린 사내는 얼른 연락을 넣었다.

“그래, 형이다. 지금 좀 와야겠다. 뭐? 너 활 안 받고 싶어? 그래, 서둘러.”

전화를 끊은 사내는 혹시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비서들에게 동생 외에는 절대 올려 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문 앞에서 동생을 기다렸다.

잠시 후 그의 동생, 테라칸이 왔다.

엘리베이터를 나온 테라칸은 짜증나는 말투로 터덜거렸다.

“아, 진짜. 안 그래도 활이 없어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는데 형 때문에 죽었잖아. 조금만 기다리면 알아서 나올 텐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외부 연락 기능을 빼든지 해야지, 원.”

“자꾸 투덜거리면 활 없다.”

“아, 알았어. 한데 무슨 일로…….”

“일단 들어가자.”

형의 말을 들어야 활이 생기니 테라칸은 투덜거리면서도 대화를 하기 위해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로 가서 앉으려는데, 바닥에 쓰러진 비서가 보였다.

테라칸은 왜 비서가 저기에 누워 있나 싶어 살펴보는데, 머리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혀,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뭐? 왜 갑자기 날 끌어들여?”

“이 새끼야, 네놈 활 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다고!”

“…….”

사내는 동생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테라칸의 낯빛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이제 어, 어떻게 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네가 책임져야지.”

“뭐? 하지만 형!”

“싫어? 싫으면 활뿐만 아니라 한푼도 없을 줄 알아.”

“형,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푼도 안 주겠다니!”

“어차피 내가 들어가면 회사는 망해. 그럼 너도 거지되는 거고. 뭐가 최선인지 현명하게 판단해.”

“…….”

테라칸은 입술을 깨물며 고민에 빠졌다.

죄를 덮어쓰지 않으면 정말 돈 한 푼 없이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

평생을 부유하게 지냈는데 길바닥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테라칸은 고개를 저었다.

“뭐, 당장 자수하라는 게 아냐. 일단 덮어 뒀다가 포위망이 좁혀지면 그때 그냥 자수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그리 오래 살지는 않을 거야. 초범에, 우발적이었다고 하면 몇 년만 살면 돼. 모든 걸 버릴래, 아니면 몇 년 살다 나올래?”

형의 말에 테라칸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조금 전까지 전쟁을 하면서 활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졌다.

한데, 그 활을 얻으려면 살인죄를 인정해야만 했다.

‘그래. 형 말대로 몇 년 살고 나오면 돼. 1조는 뻥일 테고, 그래도 몇 천 억은 하는데, 몇 년 정도 못 살고 나올까. 잡혀 들어갈 때 현금화시켜서 잘 보관하고, 나와서 떵떵거리면서 살면 되잖아?’

활을 만든다고 그가 가진 돈의 거의 대부분을 써 버렸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몇십억이 고작이었다.

흥청망청 원하는 건 뭐든 하며 살아왔는데 몇십억으로는 3년도 버티기 힘들었다.

테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동생의 결정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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