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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67화 (267/341)

# 267

레벨이 갑이다

267화

이서우의 모든 감각이 최고조에 달했다.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이미 육체가 한계를 뛰어넘었고, 감각의 영역을 계속 확장해 나갔다.

‘설마 저격수?’

500미터 밖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죽을지도 모1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 그것을 잡아 냈다.

“저격수구나!”

“그래도 대가리가 나쁘지는 않네. 하지만 이미 늦었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서우는 이설아를 안고 몸을 굴렸다.

총알의 속도가 음속의 3배 가까이 되기 때문에 소리를 듣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저 본능에 의지해 행동할 뿐.

그가 바닥을 구르자 경호원들이 막았고, 김명국도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알고 얼른 장길수를 잡기 위해 총을 쐈다.

세 명의 사내가 쓰러졌지만 장길수는 포위망이 약한 곳으로 몸을 뺐다.

‘이번에 놓치면 더 골치 아파져. 무조건 잡아야 해.’

이서우는 장길수를 잡을 생각으로 몸을 날렸다.

퍽!

바닥에 총알이 박혔다.

‘젠장. 저격수가 골치네.’

방향을 잘 잡아서 벽을 등지고 숨었는데, 나가려는 순간 총알이 날아들어 얼른 몸을 숨겼다.

“서우 씨, 아래에도 경찰들이 백화점을 둘러싸고 있으니 도망갈 길은 없을 겁니다. 일단 몸을 숨기고 계세요.”

“네. 부탁드려요, 김 과장님.”

“염려 마세요. 반드시 잡을 테니.”

이서우는 직접 나서고 싶었지만 감정적으로 일을 해결할 상황이 아니었다.

장길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앞에서 그를 놓친 것은 화가 나지만 그를 잡는 것보다 생명이 더 소중했다.

‘지옥에서 견뎌 냈다면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뒀겠지. 하지만 김 과장님도 만만치 않아.’

이서우는 경찰이 그를 잡기 바랐지만 결과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고 김 과장이 이서우에게로 왔다.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놈은 이미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일을 저질렀을 거예요. 도망갈 길을 미리 만들어 놓은 놈을 무슨 수로 잡겠어요?”

“그건 그렇지만 자존심이 상하네요.”

“다음에는 꼭 잡으실 겁니다.”

“그래야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서우는 앞으로도 장길수를 잡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번 일로 장길수는 더욱 조심할 것이고, 더욱 철저히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장길수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지만 어디를 가든 항상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서우는 바로 그런 점이 싫었다.

‘다음번에는 꼭 잡고 만다.’

저격수까지 동원한다는 걸 알았으니 김명국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할 것이고, 이서우도 조금 더 신경 써서 확인을 하게 될 것이다.

뛰어난 감각이라면 저격수가 어디에 있을지 미리 알고 김명국에게 알리면 되니 잡을 수 있는 확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서우는 그때를 노리기로 했다.

“한데, 어떻게 아신 겁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모르니 K사까지 안내하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아닙니다. 장길수를 놓쳤으니 그렇게라도 해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가시죠.”

경호원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호의를 굳이 마다할 생각은 없었다.

이서우는 20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호위를 받으며 K사로 무사히 귀환했다.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박대표와 김소연이 걱정이 되었는지 이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이서우가 위험하다는 것을 되도록 말하지 말자고 서로 합의를 보아서 두 사람만 왔다.

“괜찮아?”

“어, 누나, 우린 괜찮아.”

“소식 듣고 얼마나 걱정했다고. 역시 경호원을 붙이길 잘 했다니까.”

“대표님 덕분이지, 뭐.”

“말이 나온 김에 앞으로 경호원을 2배로 늘려야겠어.”

김소연과 이서우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대표가 물러설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절을 하려 했지만 다들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이서우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장길수 때문에 여러모로 기분 잡치네. 실컷 잘 놀다 왔는데 말이야.”

“무사한 게 어디야.”

“여튼, 당분간은 그놈도 섣불리 행동 못 할 테니 걱정 마.”

“그놈이 잡히기 전까지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지. 안 그래요, 대표님?”

“김 팀장 말이 맞아. 당분간은 되도록 회사 밖으로 나가지 마.”

“어차피 푹 쉬어서 당분간은 풀 접속할 겁니다.”

“오빠, 접속 제한 풀린 건 알지? 24시간 접속하다가 쓰러져.”

“아, 맞다. 제한 풀렸지. 참, 누나, 접속 베드는 왔어?”

“어. 특별히 신경 써서 일찍 보냈더라. 사실 스페셜형 접속 베드 이상은 부품 하나만 추가하면 금세 작업이 끝난대. 그래서 그냥 주문 취소할까 하다가 혹시나 싶어서 구입했어. 둘 중 써 보고 결정하라고.”

“아, 그랬구나. 하긴 접속 제한을 풀 생각을 미리부터 했을 테니 대비를 했겠지.”

“말도 마. 처음 공지에서는 싹 바꿔야 하는 것처럼 했잖아. 사람들 반발이 엄청났거든. 그러니 은근슬쩍 스페셜 형 이상은 안 바꿔도 된다고 하더라고. 아마 접속 베드 팔아서 돈 좀 만지려 한 거겠지.”

“글로벌사 돈 많이 벌었잖아. 근데 무슨 욕심을 그리 부려?”

“돈이라는 게 모이면 모일수록 욕심이 생기는 법이야. 뭐, 너희들 보고 있으니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고 여기지만, 보통은 그래.”

김소연은 갈수록 돈에 초월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서우와 이설아를 보며 멋쩍은 듯 웃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민들은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돈 걱정 안 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벼락부자가 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좋은 투자처가 없나 찾게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수익이 날 수 있나를 연구하게 된다.

단순히 은행에 넣어두는 게 손해라는 이유에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욕심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10억이 있는 사람은 100억을 가지고 싶고, 100억이 있는 사람은 1,000억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천억 대 자산가가 되면 돈을 벌기가 더 쉬워지니 욕심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 욕심이 있어야 재산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한민국 부자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면 5위가 되고 싶고, 5위가 되면 3위, 1위가 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자가 되면 욕심이 없을까?

절대 아니다. 대한민국은 좁다고 여기며 세계로 눈을 돌린다. 한마디로 끝없이 돈을 갈구하는 것이다.

글로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34년 1분기 영업 이익이 무려 20조에 육박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영업이익은 60조를 가볍게 넘길 것이다.

풀접속에 필요한 접속 베드가 한창 팔리고 있으니 어쩌면 대한민국 1등 기업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한데, 그런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꼼수를 쓰려했다니.

이서우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박대표가 추가 설명을 해 주었다.

“이번 특수 베드의 가격이 최소 2천만 원이야. 옵션 좀 넣으면 5천을 훌쩍 넘지.”

“딱 스페셜형 가격이네요.”

“그렇지. 특수형은 마진율이 10퍼센트 정도지만 3억대가 팔린다고 생각해 봐.”

“그냥 돈을 쓸어 담겠네요.”

“3억 대를 다 만들려면 공장을 풀가동해도 2년 이상은 걸리겠지만, 그동안 접속 베드만 팔아도 세계 굴지의 기업보다 영업이익이 좋을 테니 놓치고 싶지 않겠지.”

24시간을 하는 사람이라면 접속 방은 찾지 않을 테니 3~5억 명 정도의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글로벌사가 벌어들일 돈은 엄청났다.

“그건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이용자들을 속이면서까지 이익을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네요.”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글로벌사에 실망한 유저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났어. 그래서 결국 전체 유저들에게 1개월 무료 이용권을 줬지.”

“이익 좀 더 보려다가 뒤통수 맞았네요.”

접속 베드 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고, 한 달 계정비가 20만 원이니 수십조의 손해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올해 1등 기업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일 거야.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됐어도 영업이익이 80조는 넘었을 테니까.”

“게임 하나로 엄청나게 버네요.”

“그렇지. 그게 바로 문화산업의 힘이지. 아마 뉴 월드의 인기가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3년 내로 영업이익 100조를 돌파할걸?”

“장난 아니네요.”

“세계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버는 기업이 120조 정도니까 정말 장난 아니지.”

공룡기업은 더 거대한 공룡이 되고 있고, 자본력이 떨어지는 곳은 문을 닫는 게 이 시대의 현상이다.

공룡이 다 삼켜 버리니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시대에서 뉴 월드는 역경을 이겨 내고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줄 몰랐던 기업들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뇌를 속이는 기술에서 모두 막히고 말았다.

중국에서 가상현실 게임 출시가 늦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금까지는 굳이 뇌를 속이면서까지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릴 필요가 없었다.

모든 가상현실 적용 시스템이 그래 왔기에 그쪽으로는 개발이 미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게임을 현실 시간에 맞게 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유저들도 좋아하지 않기에 그런 식으로 출시할 수는 없었다.

만약 현실과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면 1차 전직 레벨인 50을 찍는 데만도 1년 이상이 걸리는데, 그걸 참으면서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물론 게임 생명력이야 길어질 테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픈 사람들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기에 금세 떠나 버리고 말 것이다.

글로벌사도 그것을 알고 오래전부터 그에 대한 연구를 했고, 많은 돈을 투자해서 6배까지 느려지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었다.

이제 가상현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6배에 익숙해져 있어, 같은 수준이 아니라면 금세 불만을 쏟아낼 것이다.

중국도, 미국도 이를 잘 알기에 같은 수준을 맞추려다 보니 출시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한 달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거네요?”

“넌 돈도 많으면서 무료라니 엄청 좋아한다? 너 공짜 싫어하잖아.”

“이런 공짜는 좋아.”

“글로벌사가 들으면 서운해하겠다.”

“서운하긴. 내 덕분에 돈도 많이 벌잖아.”

“하긴, 서우 너 없었으면 어찌 될 뻔했냐. 솔직히 너 때문에 게임 시작한 사람도 엄청날 걸.”

김소연의 말처럼 이서우 때문에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상당했다.

이서우와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어서 시작한 사람, 그와 같은 강자가 되고 싶어 시작한 사람 등 수없이 많은 사람이 그로 인해 뉴 월드의 문을 두드렸다.

“아 참, 언니, 상황은 좀 어때?”

“전쟁 상황?”

“응.”

“그게 참 묘해. 처음에는 서우가 접속 안 하면 엄청 밀릴 줄 알았거든? 근데, 서우가 없으니 더 똘똘 뭉치더라고. 헤라클레스는 거의 찬밥 신세 됐지만 다른 길드들이 뭉쳐서 대항하니 엇비슷하게 맞춰지더라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뉴 월드서도 그게 적용되나보네.”

이서우도 어이없이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 여겼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로 힘을 합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도 완전히 무너질 정도로 타격을 입고 나서야 사람들이 힘을 합칠 줄 알았는데 의외였어. 그 동안 사실, 기존 유저들은 각자의 이익이 우선이었으니까.”

“아마, 헤라클레스 길드 때문이겠지.”

“맞아. 헤라클레스 길드가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그 난리를 치면서 사람들도 많이 반성을 한 것 같더라고.”

“지금 거긴 좀 어때?”

“아주 초상집 분위기야. 길드원들의 숫자가 1만 명도 안 돼. 고레벨 유저도 많이 빠져나가서 랭킹도 1천위 밖으로 떨어졌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네.”

“걔들은 인제 걱정거리도 아냐.”

“걱정거리가 또 있는 것처럼 말한다?”

김소연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서우가 위험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 오늘은 이야기를 하지 말까 했는데, 차라리 일상으로 빨리 돌아가는 게 낫겠다 싶어 뉴 월드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이설아나 박 대표도 장길수 생각만 하는 것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를 하는 편이 낫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런 위험한 일을 겪었으니 빨리 가서 쉬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는 오히려 뇌를 쉬어 주지 않아야 당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 없는 동안 또 무슨 일이 터진 거야?”

“터졌지. 너랑 연관된 일이.”

“뭔데?”

이서우의 물음에 김소연이 진중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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