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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64화 (264/341)

# 264

레벨이 갑이다

264화

“젠장! 이 자식이 감히 내 뒤통수를 쳐? 절대 가만둘 수 없다!”

“하지만 마스터 님. 상대는 전장의 지배잡니다. 정면 돌파로는 답이 없습니다.”

“이봐, 안낙원, 지금 우리 손해가 얼만 줄 알아? 놈에게 보상을 2배나 줬어. 그게 얼만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자그마치 1억 골드야. 1억 골드! 그 돈 네가 다 낼 거야? 응?”

“그, 그건 아니지만…….”

“200만 골드 내놔.”

“네?”

“보너스로 받아 간 돈 내놓으라고!”

“그건 100만 골드…….”

“이 새끼야. 보상으로 2배 줬으니 너도 2배로 내놔야지. 빨리 안 내놔?”

“아, 알겠습니다.”

안낙원은 얼른 200만 골드를 꺼냈다. 화가 제대로 나면 배상철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에 서둘러 그를 달래야 했다.

“5천만 골드 만들어 와.”

“네?”

“내가 방금 보상액이 1억 골드라고 했어, 안 했어?”

“해, 했습니다.”

“수중에 있는 5천만 골드 줬으니 이제 남은 게 5천만이잖아. 산수 안 돼?”

“서, 설마 그 돈을 전부 제가 만들라는 뜻입니까?”

“네가 우리 길드 대가리잖아. 그러니 방법을 찾아야 할 거 아냐. 그러라고 비싼 월급 주는 거고.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5천만 골드를 저 혼자 어떻게 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이 새끼야, 못 본 척 넘어가니 날 바보로 알아? 네놈이 돈 빼돌린 거 모를 줄 알고? 그동안은 나한테 이것저것 상납도 잘하니 가만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 그러니 있는 거 토해 내고 5천만 골드 만들어 와.”

“…….”

사실 배상철은 안낙원이 뒷주머니 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 많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해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새끼, 몇십만 골드 더 먹자고 그런 짓을 해? 도망갈 생각은 마. 이미 감시를 붙였으니 어디를 가도 네가 갈 곳은 없어.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고.”

“…….”

안낙원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속으로 가슴을 칠 뿐이었다.

‘시팔. 내가 가진 걸 다 토해 내도 2천만이 안 되는데 어쩌지? 그나마 저놈은 내가 몇십만 골드 정도 해먹은 걸로 아니 다행이긴 한데.’

그의 수중에는 1천만 골드 이상이 있었다. 그 돈이면 대대손손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5천만 골드를 만들어 오지 못하면 배상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의 감시에서 벗어나지 않고 흥청망청 돈을 쓰면 더 많은 돈을 빼돌렸다는 것을 들키고 만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대가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잔머리 굴릴 생각 말고 순순히 돈 구해 와. 그러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 줄 테니까. 그게 서로를 위해 좋지 않겠어? 돈만 가져오면 넌 여기서 마음껏 뒷주머니 차고 내 말만 잘 들으면 돼.”

“아, 알겠습니다. 한번 마련해 보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다. 기한은 한 달이야.”

“그 정도면 방법이 있을 겁니다.”

“게임 시간으로 한 달이라는 뜻이야.”

“그, 그건…….”

“길드들 찾아가서 삥을 뜯든, PK를 해서 인벤토리를 털든, 아니면 잘나가는 개인 금고들을 털든 그건 네가 알아서 해. 하지만 기한 안에 무조건 만들어 와야 돼. 알겠어?”

“……네.”

안낙원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배상철에게 모든 걸 털리고 뉴 월드도 접어야 한다.

일단 이번 기회만 넘기면 대놓고 뒷주머니를 차도 되니 오히려 그에게 기회일 수 있었다.

‘삥땅친 거 1천만에, 길드원들에게 조금씩 삥 뜯은 거랑 내가 여태 모은 것까지 하면 총 2천만은 돼. 3천만 구해 오면 금세 회복할 수 있어. 정 안되면 진짜 랭커들 뒤통수나 쳐야겠네.’

안낙원이 살 방법은 3천만 골드를 어떻게든 구해 오는 것이었다.

“마스터님, 그럼 그들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놈은 포기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모욕을 준 놈이고, 그놈 때문에 이 지경이 되지 않았습니까?”

“이 지경? 무슨 이 지경? 헤라클레스는 아직 건재해. 네가 좆된 거지.”

“…….”

안낙원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배상철을 이용한 게 아니라 이용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낙원은 악몽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배상철을 바라보았다.

“5천만 골드 만들어 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마. 그리고 기억해. 한 달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꼭 만들어 오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만 가 봐. 시간 없잖아?”

“……네, 마스터님.”

한 달이다. 그 안에 배상철이 원하는 것을 가져오지 못하면 인벤토리에 있는 걸 탈탈 털리고 게임도 못 하게 될 것이다.

배상철이 척살령이라도 내린다면 많은 헤라클레스 길드원들이 찾아 나설 것이고, 행여 현상금이라도 건다면 수천만의 유저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

안낙원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사라졌다.

* * *

“누나, 놈들 반응은 어때?”

“조용히 해. 초대박 님이 너와 같은 길드가 됐다는 걸 알고 꽁지를 내린 거겠지.”

“아쉽네. 차라리 길드 전쟁이라도 신청했으면 좋았을 것을.”

“물증만 확실했어도 그놈만 따로 처리하는 건데 아쉬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한 번 실수를 했으니 또 실수할 때를 노리면 돼.”

“하긴, 그리 똑똑한 것 같지는 않으니 또 실수하겠지.”

김소연은 헤라클레스 길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배상철이 간 크게 이서우를 공격하지는 않겠지만 만의 하나 공격 명령을 내릴 수도 있어 지켜본 것이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배상철은 조용했다.

“그나저나 그 덕분에 1천만 골드가 생겼으니 나로서는 남는 장사지.”

“그러게. 멍청하게 짝퉁의 짝퉁이라고는 생각 못 했겠지. 10골드의 가치도 없는 걸 30골드나 주고 샀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어. 게다가 배상금으로 1억 골드까지 날렸으니 속이 많이 쓰릴 거야.”

“10만 명이 넘는 길드원들에게 그동안 돈 많이 뜯어냈을 테니 아직 큰 타격은 안 입었을 거야. 그게 좀 아쉬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여유 자금이 사라졌을걸?”

“영약으로 얻은 돈도 좀 있어서 아직은 1~2천만 정도 여유가 있을 거야. 뭐, 그것도 길드원들 달랜다고 써야 할 테니 곧 사라지겠지만.”

“영상이 나가면 아주 볼 만하겠네.”

“아마 난리가 날걸?”

초대박은 이설아와 함께 배상철이 저지른 일에 대해 폭로하는 영상을 찍었다.

영상까지 다 챙겼으니 이설아가 업로드만 하면 배상철은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때 마침 영상을 올린 이설아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휴게실로 들어왔다.

“언니, 오빠. 지금 난리 났어!”

“오, 다 올렸어?”

“응. 올리자마자 바로 반응이 와. 사람들이 그 동안 오빠를 오해했다고 미안하다면서 댓글도 장난이 아냐. 실시간 화면 띄워 줄게.”

테이블에 뜬 홀로그램을 통해 이설아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말처럼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증거까지 포함해서 30분이 조금 넘는 영상인데 시청자가 억 단위였다.

영상을 지켜보던 김소연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튼 사람들 참 간사해. 그렇게 물어뜯기 바쁘더니 증거 하나 딱 내미니까 바로 꼬리 내리네. 비난을 해도 좀 알아보고 하지.”

“됐어. 그 덕분에 다음 영상부터는 더 대박 날 건데 뭘.”

“돈에 연연 안 한다면서?”

“당연히 돈에 미련 안 갖지. 하지만 돈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데 그걸 왜 거부해.”

“맞아, 언니, 이왕이면 많이 벌면 좋잖아. 안 그래?”

“이럴 때는 아주 둘이 죽이 척척 맞네. 서러워서 종명이를 부르든지 해야지 원.”

“왜? 내가 불러 줘?”

“됐네요.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테니 방해하지 마.”

“누나, 지극 정성이다?”

“너희 커플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거든?”

“호호호. 언니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

“됐어. 부러우면 지는 거라잖아. 하나도 안 부러워.”

“피. 부러우면서.”

세 사람이 많이 가까워지면서 농담도 곧잘 하곤 했다.

웃고 떠드는 사이 영상이 끝났다.

사람들은 영상의 내용을 계속 실어다 날랐다.

유료 영상이 아닐 때는 얼마든지 링크가 가능해서 각종 커뮤니티마다 영상이 올라갔다.

짝퉁 영약 사건이 이서우 잘못이 아니라 헤라클레스 길드의 작전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난리가 났다.

-wlfkfduv**** : 와 조또. 헤라클레스 그렇게 안 봤는데, 이거 완전 쓰레기 길드네. 랭킹 1위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하지. 그리고 감히 우리 전장의 지배자 님을 모함해? 헤라클레스 길드원들은 안 쪽팔리냐?

답글 725523

-duaqud**** : 헤라클레스 길드 마스터가 배상철인가 뭐시긴가지? 레벨 좀 높고, 힘 좀 있다고 약한 길드를 핍박하고, 협박해서 이용이나 해 먹다니. 에라이, 썩을 놈아. 그냥 나가 죽어!

답글 621775

-sorkwpdlfwkf**** : 잘 나갈 때 겸손해야지. 우리 전장의 지배자 님처럼. 난 원래 이번 일, 전장의 지배자 님이 안 했다고 믿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더러운 놈들. 헤라클레스 길드는 이번에 제대로 사과 안 하면 파티에 끼워주지도 말아야 한다.

답글 511560

그 외에도 수많은 글들이 있었고, 답글도 수십만 개에 달했다.

“이거 이번 일 제대로 대응 못 하면 헤라클레스 길드는 앞으로 자기들끼리 파티를 해야겠는데?”

“그러게. 반응이 진짜 격렬하네. 대박 님이 우리 길드가 아닐 때 당한 일이어서 응징도 못 해 안타까웠는데, 유저들이 알아서 나서 주다니. 오빠, 어떻게 할 거야? 그냥 무시?”

“일단은 무시해야지. 어차피 헤라클레스도 1억 1,500만 골드를 날렸고, 신뢰도 바닥을 기고 있으니 엄청난 손해를 입은 거잖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코지를 하면 가만히 안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수밖에. 하지만 한 가지는 해야지.”

“한 가지? 어떤 거?”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거.”

“호호호. 헤라클레스 길드 임자 만났네. 감히 우리 오빠를 건드리다니.”

“그러게. 감히 서우를 건드리다니. 진짜 제대로 임자 한 번 만나겠네. 근데, 그 한 가지가 뭐야? 빨리 보여 줘.”

“잠시만.”

이서우는 자신의 공식 팬카페에 글을 하나 남겼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왔다.

-wjswkdslatk***** : 와, 역시 전장의 지배자 님이야. 나 같으면 헤라클레스 길드 완전히 묻어 버렸을 텐데, 마음이 넓으셔서 파티 제외랑 하이 레벨 마을 이용 불가만 적용하시다니. 우리 전장의 지배자 님이 하시는 일이니 적극 지지합니다!

답글 27355

-sotkfkdwl**** : 윗분 말씀처럼 진짜 너무 맘씨가 좋으시다니까. 그러지 마시고 그냥 아예 매장하는 게 어때요? 저런 놈들은 진짜 제대로 응징을 해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요. 전장의 지배자 님, 언제나 응원합니다!

답글 23889

글을 올린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고, 답글도 만 단위를 금세 뛰어넘었다.

“오빠, 사람들 말처럼 너무 가벼운 제재 아냐?”

“나에게 직접 해코지를 한 거였으면 절대 이렇게 안 끝나지. 하지만 이것만 해도 헤라클레스와 파티를 안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겠지. 하이 레벨 지역에서 파티 중에 마을도 못 가고 기존 지역까지 오려면 얼마나 귀찮겠어.”

“호호호.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하이 레벨 지역의 마을을 아예 이용 못하게 막아 버리면 다들 헤라클레스 길드원을 파티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겠네. 시간이 지나면 길드 탈퇴하는 사람도 나올 거고.”

“그렇지. 내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거야. 조세프 백작 님에게 부탁 한마디면 되니 내가 직접 안 나서도 되고 얼마나 좋아.”

“이럴 때보다 서우도 잔인한 면이 있다니까.”

세 사람은 온라인의 반응을 보며 한참이나 대화를 한 뒤 헤어졌다.

한편, 같은 시각.

배상철은 죽을 맛이었다. 인터넷에 난리가 나더니 길드원들이 어떻게 된 거냐고 해명하라며 길드 창이 폭발할 듯 어지러웠다.

배상철은 아예 길드 창을 일시적으로 사용 중지시켜 버렸다. 그랬더니 엄청난 쪽지가 날아왔다.

길드원뿐 아니라 수많은 유저들이 쪽지와 귓말을 보내며 배상철을 괴롭혔다.

“이런 시발놈들아! 나 좀 귀찮게 하지마아아아아!”

배상철의 거처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고, 그 사이에도 배상철의 쪽지함은 항의의 쪽지들로 가득 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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