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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45화 (245/341)

# 245

레벨이 갑이다

245화

이서우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드론 자동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최고 속도는 500km/h 이상이었고, 휴대용 미사일을 맞아도 탑승자는 안전하도록 설계가 된 것이었다.

특수 제작한 드론자동차는 기본형의 가격만도 수십억인데, 이서우가 탄 것은 신소재가 대량으로 추가되어 100억을 가뿐히 넘었다.

-제가 말한 걸 잊지 마세요.

-알고 있어요.

김명국은 걱정이 되는지 다시 한 번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귀찮을 법도 했지만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이서우도 차분히 대답했다.

“이야, 서우 진짜 출세했다니까. 이런 드론 자동차들은 대기업 회장이나 국회의원들만 타는 건데.”

“그러게. 서우 덕분에 우리가 호강하네.”

“동문들이 보면 아주 난리나겠네. 선배들이 태워 달라는 거 아닌가 몰라.”

“설마 그러려고.”

“짓궂은 선배들 많잖아. 게다가 오늘 전장의 지배자가 온다고 해서 엄청 모이는가 보던데.”

이서우는 친구들에게 오늘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그들의 몸속에 나노로봇을 넣었지만 두 사람은 전혀 알지 못했다.

“몇 명이나 온데?”

“100명은 넘나 보던데. 어디 별장을 빌렸다고 하더라고. 참, 너도 이참에 공기 좋은데 별장이나 하나 지으면 어떠냐? 거기서 여름휴가도 보내고, 가끔 쉬고 싶을 때 가면 좋잖아.”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비워 둘 때는 정보 팀 사람들이 이용해도 되고.”

“역시 네가 뭘 좀 아네. 좋은 곳은 놀리면 안 되거든. 사람이 있어 줘야 건물도 오래가는 법이지.”

박민수는 마치 자기가 별장을 산 것처럼 좋아했다. 바쁜 도심에서 벗어나 공기가 좋은 환경에서 지내는 건 대부분 사람들이 가진 꿈이었다.

교통이 발달하면서 거리에 구애받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선호했다.

특히 부자들은 별장 하나 없으면 바보 취급받는 시대여서 너도나도 별장을 짓기 바빴다.

요즘은 공사도 친환경적으로 하기 때문에 자연이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

정부는 친환경 별장이나 저택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했고 세금을 왕창 부과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한 채를 짓는 데 최소 수십억이 필요했고, 작은 규모의 별장도 1년에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인기가 나날이 오르고 있었다.

규모가 좀 큰 곳은 공사비용이 수백억 대였고, 1년 세금도 억대여서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별장에 대한 세금만 그렇다는 것이지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까지 포함하면 세금으로만 수십억을 내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특히 보유세 부분이 더욱 강화된 터라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이 가중되어 부담이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번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져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가져 봐야 사회에서 손가락질이나 당하니 함부로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이서우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상당히 많이 납부해야 한다. 아직은 사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지만 꽤 많이 액수일 것이다.

그동안 세금이 잘 거둬지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은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세수가 풍성했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0퍼센트 초반대로 잘 유지가 되어 국가 살림이 좋아졌다. 가계부채도 줄어들었고, 복지 혜택은 늘었다.

세금을 제대로 걷고 있고, 세금이 엉뚱한 데 쓰이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기업도 잘되고, 가계부채까지 줄어들면서 살기 좋은 세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게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높아진 국민의 수준에 따라 언론도 변했고, 언론이 제 기능을 하니 정치도 변했다.

국가유공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고, 친일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더욱 깨끗한 사회로 거듭났다.

서민들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들을 골고루 받아 외벌이로도 집 하나 장만해서 살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없던 문제들이 생겨났으며 새로운 갈등도 많아졌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하여튼 30분 남았는데 그걸 못 기다리고. 여보세요? 그래, 지금 가는 중이야. 뭐? 아, 알았어. 주소 넣어 줘. 그래, 조금 있다가 봐.”

“무슨 전환데?”

“아, 기존의 별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근처로 장소가 변경되었다네.”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이지?”

“먼저 온 선배 중에 한 사람이 뭘 잘못 만졌대. 그래서 안전에 문제가 생겼나 봐. 근처라고 하니 시간 낭비는 없겠네.”

“잠시만. 어떤 내용인지 확인 좀 해 보자.”

“하여튼 꼼꼼하다니까. 그냥 가면 될 걸.”

“그래도 확인은 제대로 해야지.”

류종명은 실시간으로 사고를 알려 주는 사이트로 들어가 별장에 난 사고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안전과 관련해서 더욱 민감해지면서 건물에 안전사항이 대폭 강화되었고, 혹시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근처 소방서나 담당기관에서 알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다.

“10분 전에 발생한 거네. 누구처럼 조심성이 없었나 본데?”

“누구처럼이라는 ‘누구’는 날 말하는 거냐?”

“그래도 눈치는 있다니까.”

“야!”

박민수가 세 친구들 중에서 가장 덤벙대는 경향이 있지만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고 밝아서 그런 것뿐이다.

-약속 장소가 변경되었지요?

-네. 바로 아시네요.

-모니터 중이거든요. 근데 그게 놈들이 의도한 바인지, 우연히 생긴 일인지를 모르겠군요.

-변경 장소를 가르쳐드리죠.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바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기술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었다.

가장 활발한 것은 범죄 수사나 스파이들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서우는 약속 장소를 알려 주었다.

김명국은 서둘러 감시 로봇인 곤충봇들을 보냈다. 곤충과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이지만 도청과 도촬이 가능해서 수사에 많이 쓰였다.

생각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도구나 곤충봇은 규제가 엄격해서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범죄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밀한 거래를 통해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어 그에 따른 범죄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주소를 전해받은 김명국은 즉시 곤충봇을 보냈다.

-다수의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장소가 변경된 게 맞는 것 같네요.

-그렇군요. 괜한 걱정이었네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이서우는 김명국의 확인이 있고서야 의구심을 날려 보냈다.

드론 자동차는 여유롭게 날아 약속 시간 10분 전에 도착했다.

박민수가 계속 주인공은 늦게 등장하는 법이라며 5분 지나고 들어가자는 걸 류종명이 극구 만류했다.

주인공이 아니라 개념 없는 사람들이 약속 시간에 늦는 거라면서 말이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며 이서우는 그저 미소만 짓고 있었다.

어떤 건물이든 반드시 드론 정류장을 두도록 법으로 정해졌다.

화재나 범죄가 발생하면 시간이 생명이기에 드론 자동차가 적극 활용되었다.

어떤 곳이든 착지를 할 수 있지만 1분1초가 다급한 상황에서는 어디에 착지할지 확인하는 시간마저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모든 건물에는 반드시 드론 자동차 정류장을 만들도록 의무화시킨 것이다.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드론 자동차가 원활히 설 수 있도록 옥상의 대부분은 정류장으로 활용했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가자 동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와, 서우 출세했네.”

“서우야, 반갑다.”

“야, 넌 4년 내내 같이한 나는 안 보이냐!”

“어라. 민수네. 잘 지냈냐?”

“엎드려 절 받기지. 됐고. 밑에 있지 여긴 왜 온 거냐?”

“서우 보려고 왔지. 드론 자동차도 좀 구경하고.”

“뒤에 부분이 목적이겠지.”

“하, 하. 저 정도 급 드론자동차를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거든. 근데, 확실히 죽이네.”

이서우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하니 살짝 당황스러웠다.

‘쟤가 누구였지?’

이서우의 고충을 알았는지 류종명이 살짝 귀띔을 해 줬다.

“아, 쟤가 걔였어? 그땐 엄청 소극적이더니 전혀 아니네.”

“꽤 험한 일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나 보더라고.”

“그렇구나.”

이서우는 작은 소리고 류종명과 간단히 대화를 하고는 박민수에게 눈치를 줬다.

여기서 하루 종일 이야기나 하고 있을 거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서우는 대충 인사를 하고는 얼른 아래로 내려갔다.

그가 내려가자 다들 우르르 뒤따랐다.

‘이건 뭐 연예인도 아니고 참.’

팬미팅을 온 건지, 동문회를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은 이서우에 열광했다.

아래로 내려가지 이서우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

자기들은 속닥거린다고 했지만 이서우의 귀에는 대화 소리가 다 들렸다.

“어머, 얘. 쟤가 전장의 지배자지? 생각보다 엄청 멋있게 생겼다. 어머어머, 저 조각 같은 몸 좀 봐. 예술이야.”

“이년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마. 쟤가 널 거들떠 볼 것 같아.”

“야, 나도 한 미모 해. 이거 왜 이래?”

“설아보다 예뻐?”

“그, 그건 아니지만…….”

이서우는 설아보다 예쁘냐고 돌직구를 날리는 여자의 말에 피식 웃어 버렸다.

이곳에 어떤 여자도 이설아보다 예쁜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녀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진 사람은 손에 꼽힐 정도로 있었다.

그들 또한 이서우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는데, 한 명은 상당히 큰 관심을 가졌다.

“진영아, 쟤야.”

“겉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네.”

“야, 저게 그냥 봐줄 만한 거냐? 무슨 운동을 했는지 모르지만 몸이 아주 탄탄해.”

“그래도 운동 좀 했다고 옷을 입었는데도 바로 알아보네?”

“당연하지. 내 손을 거친 놈들이 몇 명인데 그걸 모르겠어.”

“자랑이다, 이년아.”

“요즘은 우리 나이쯤 되면 두 자리 숫자는 사귀어 줘야지.”

진영이라 불린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친구인 소예처럼 연애를 많이 해 보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남자도 없었고, 연애에 관심 자체가 없어서였다.

강진영은 이런 모임조차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순전히 전장의 지배자라 불리는 이서우 때문이었다.

워낙 성공한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어서 호기심이 갔다.

첫인상은 좋았다.

남자에게 1초 이상 시선을 주지 않는 그녀가 벌써 수 초간 이서우를 바라봤으니 말이다.

“야, 너 진짜 쟤한테 관심 있나 보네.”

“그냥 어떤 사람인지 확인만 했을 뿐이야.”

“본다고 알아져? 대화를 해 봐야지.”

“야, 구소예, 너 무슨 짓이야!”

“너 같은 숙맥은 그냥 두면 거미줄만 치다가 볼 장 다 본다니까. 괜찮아 보이면 대화를 해 보고, 마음에 들면 자빠뜨리는 거라고.”

“난 관심 없다고.”

“관심 없기는. 아까부터 눈에 불이 나던데.”

구소예는 강진영을 강제로 끌어다가 이서우에게로 갔다.

주변을 둘러보던 이서우는 갑자기 두 여자가 다가오자 잠시 걸음을 멈췄다.

“안녕하세요. 전 구소예고, 얘는 제 절친 강진영이에요. 그쪽이 전장의 지배자인 이서우 씨죠?”

“네. 그렇습니다만?”

이서우는 약간 딱딱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그가 이곳에 온 목적은 노닥거리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노리고 있는 자들을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인사까지 정중히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만약 이곳이 동문회가 아니었다면 사과를 하고 자리를 피했을지 모르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의 자리였기에 무작정 외면하지는 않았다.

구소예가 이서우의 태도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서우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여럿 만나 봤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말발에 넘어가지 않은 남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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