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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36화 (236/341)

# 236

레벨이 갑이다

236화

접속하자마자 이서우는 길드 채팅에 결과를 물었다.

김소연이 부재중이어서 부팀장이 정보를 취합해서 이서우에게 보냈다.

“오빠, 두 곳이 유력하네.”

“이곳부터 가 보는 게 낫겠어.”

“지난번 그곳은 아닐 것 같은데?”

“오히려 그래서 그곳에 있을지도 몰라.”

“그럴 수도 있겠네.”

두 사람이 말하는 장소는 이서우가 골드 드래곤 흉내를 낸 바로 그곳이었다.

처음에는 설마 이미 발각이 된 곳인데 그곳을 은신처로 사용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쿠아노 후작이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가능성이 큰 곳이어서 달리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반다이젠 후작.

-수호기사군. 벌써 움직이는 건 아닐 테고, 무슨 일이지?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듣고 있다.

-쿠아노 후작의 기사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

-그게 궁금했군. 당시 분명 그자들은 정남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렇군. 고마워. 이번 일이 빨리 처리되면 바로 움직일 테니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일이 늦게 처리될까 봐 걱정이군.

-그런가. 난 당신이 리치 킹의 수족들을 처리하는 속도가 늦어질까 걱정인데 말이야.

-한마디도 지지않는군. 뭐, 어쨌든 빨리 마무리 지으라고.

-그러지.

원하는 것을 얻은 이서우는 통신 구슬에서 손을 뗐다.

‘반다이젠이 리치 킹을 흔들어 준다면 놈들의 세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이고, 란셀 님을 무사히 구하는 것도 더 쉬워져.’

일이 착착 잘 진행되는 것 같아 이서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다론 마을까지는 와이번을 이용해 금세 도착했고, 목적지까지 가는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정남쪽 방향인 것 같아. 지금부터는 백호랑 붙어 있어야 돼.”

“응. 걱정 마.”

이서우가 백호를 소환하자 이설아는 자연스럽게 등에 올라탔다.

정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체에 마나를 실었다.

미세한 흔적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가속화를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이곳에 흔적이 있는데.”

한참을 달린 이서우는 드디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았다. 아주 미세하지만 몇 가닥의 풀이 꺾여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워낙 작은 흔적이어서 자세히 봐도 꺾였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풀 색깔이 고르지 않아 이서우는 쉽게 잡아 낼 수 있었다.

흔적은 넓은 공터에서 끊겼다.

“여기서 흔적이 사라졌어.”

“설마 지하에 은신처가 있는 걸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여기서 끊어졌으니까 이 근처에 뭔가 장치가 있을 거야. 백호야 마나를 실어서 깊숙한 곳까지 살펴봐.”

“네, 주인님.”

그냥 바닥을 툭툭 쳐서 확인하는 것으로는 깊은 곳까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마나를 담는다면 100미터 이상의 깊이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흔적이 끊긴 곳에서 반경 20미터까지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마나를 꽤 실었는데도 별다른 게 느껴지지 않네.”

“오빠, 혹시 마법적인 장치를 한 거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마법과 친하지 않은 이서우여서 대귀족들에게 고위급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다.

“주인님, 제가 한 번 훑어볼게요.”

“마법 장치를 찾을 수도 있어?”

“그럼요. 이래 봬도 제가 마법 저항력도 높습니다.”

“역시 우리 백호.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헤헤, 칭찬이신 거죠?”

“그건 알아서 판단하고 얼른 찾아봐.”

“네, 주인님!”

물어보지 않으면 말을 안 하는 나쁜 습성을 지적한 것인데, 백호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이서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백호가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서우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주인님, 여기에요, 여기!”

“잘했어. 뒤로 물러나.”

“그냥 부수시게요?”

“괜히 시간을 끌면 놈들이 알아챌 수도 있잖아. 그러니 속전속결이 나아.”

“네!”

백호는 이설아를 태우고 뒤로 물러났다.

적당한 거리까지 간 것을 확인한 이서우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대검을 뽑아들고는 거대한 마나 탄을 쏘아 보냈다.

집채만 한 마나 탄이 바닥에 부딪쳤다. 한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땅이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쩌저적 갈라지면서, 쿠쿠쿠쿵 하는 굉음과 함께 싱크홀처럼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이서우는 구덩이 안을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적이 있다면 그냥 베어 버릴 생각이었다.

한데, 적이 나타날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빠, 너무 조용한데?

-그러네. 더 깊숙한 곳에 있나?

마나 탄으로 수십 미터의 구덩이가 생겼는데도 은신처라고 느껴질 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이서우는 다시 마나 탄을 쓰며 깊숙이 들어갔다.

몇 번이나 마나 탄을 쓰고서야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쳇. 벌써 도망갔네.”

“굉음을 듣고 바로 도주했나 봐.”

“그랬겠지. 이곳까지 오는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이서우가 다시 밖으로 나오려다가 말고 갑자기 멈춰 섰다.

“오빠?”

“아, 잠시만.”

사람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본 이서우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이건 몇 시간 정도 지난 흔적인데.’

뛰어난 추적자나 정찰자라도 알지 못할 만큼 미세한 흔적을 이서우는 잡아냈다.

‘설마, 미리 내뺀 건가? 어떻게?’

이서우가 반역자들을 처치하기 위해 움직인 것은 황제와 몰디나, 그리고 아리아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반다이젠 후작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곧장 텔레포트로 자크 후작에게 갔기에 누군가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만약 황궁에 배신자가 있다면 몇 시간 전에 떠나지 않고 이틀 전에 다른 곳으로 갔어야 했다.

쿠아노 후작이 황궁에 있는 스파이를 보호하기 위해 조금 전까지 머물렀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알람 장치였다.

‘마법에 대한 지식이 약하다는 걸 알아차린 건가.’

이곳에서 몇 시간 떨어진 곳에 알람 장치를 했다면 미리 도망간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약점이 노출되면 좋을 게 없는데.’

이서우가 마법 장치에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틈을 파고들어 집중 공격을 당할 수가 있었다.

일시적이지만 이서우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법 장치가 있다면 큰 낭패였다.

하지만 그 때 백호가 떠올랐다.

‘그래. 해답은 가까이에 있었는데 말이야.’

조금 전에 알게 된 사실이어서 깜빡 잊고 있었는데, 백호가 마법 장치를 잘 찾아낼 수 있어 안심이 되었다.

“백호야, 흔적을 쫓아가면서 마법 장치가 있는지 알아봐. 놈들은 분명 마법 장치를 통해 내가 이곳으로 오는 걸 미리 알았을 거야.”

“네, 주인님, 맡겨 주세요!”

임무가 떨어지면 백호는 언제나 기분 좋게 반응했다.

이번에는 이서우가 앞장서지 않고 백호가 나섰다.

“그럼 출발할게요.”

“그래. 속도는 알아서 조절해.”

“네.”

백호가 사뿐히 무릎을 튕기며 앞으로 날 듯이 뛰었다.

급히 도주를 한 것인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빠르게 이동하면서 마법장치를 해제하기 위해 간간이 멈췄다.

“이놈이 생각보다 많은 장치를 해 놨네.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가.”

“간격이 촘촘한 걸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서두르자.”

“네, 주인님!”

이서우는 쿠아노 후작이 바다로 나가 버리면 잡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백호를 재촉했다.

백호 또한 이서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기에 더욱 속도를 높였다.

사사삭. 사사사삭!

딸깍, 딸깍!

풀을 헤치는 소리와 마법 장치를 해제하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드디어 바다가 보였다.

-백호야, 먼저 간다.

-네, 주인님. 놈들을 다 쓸어 버리세요!

이서우는 바다에 배를 띄우는 무리들을 보며 초월 가속을 시전했다.

배는 꽤 컸는데, 500명은 거뜬히 태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에 탄 기사와 귀족들은 갑자기 느껴지는 살기에 화들짝 놀랐다.

“적이다! 적이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커다란 대형 배가 총 10척이나 되었다.

‘숫자가 너무 적은데? 설마 뿔뿔이 흩어진 건가. 약삭빠른 놈들이네.’

높게 점프를 하며 얼른 주변을 살폈는데, 해변에 희미하지만 확실히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이서우는 마음이 급해졌다.

수십 미터 허공에 떠오른 이서우는 대검을 빠르게 열 번 휘둘렀다.

그러자 소형냉장고 크기의 마나 탄이 배를 향해 날아갔다.

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

대검을 얼마나 빨리 휘둘렀던지 거의 동시에 폭발음이 들렸다.

“어푸, 어푸! 사람 살려!”

“나도 살려 줘! 나 수영 못한다고!”

여기저기서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소리.

-다얀 남작이 사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1만 명성이 상승합니다.

-도도긴 남작이 사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만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1만 명성이 상승합니다.

……후략……

‘역시 기운이 강한 곳으로 마나 탄을 쏘아 보냈더니 원샷 원킬이네. 근데, 쿠아노 후작 이놈은 어디로 갔을까?’

순식간에 레벨이 395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말이 없는 걸 보니 아직도 절반의 귀족을 처치하지 못한 것이리라.

-주인님, 이쪽에도 있어요. 그것보다 더 큰 배예요!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금세 달려갈게.

-네, 주인님!

이서우는 백호가 있는 곳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초월 가속을 사용하자 수초 만에 거리가 좁혀졌다.

해변으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대형 배가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 보였다.

1천 명 이상 탈 수 있는 큰 배 한 척과 조금 전에 파괴한 500명 규모의 배가 세 척이 있었다.

“거기에 있었구나. 어디 맛 좀 봐라.”

아직 마나가 넉넉해서 더 큰 마나 탄으로 확실히 괴멸시키기 위해 마나를 더 실었다.

괜히 어설프게 마나를 실어 쿠아노 후작이 살아 돌아가게 둘 수는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확신에 찬 미소를 지은 이서우는 강력한 힘을 담은 마나 탄을 쏘기 위해 거리를 쟀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거대한 마나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이서우를 덮쳤다.

많은 마나를 실어 강력한 공격을 하려는 타이밍이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어서 미처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이서우는 의문의 공격을 그대로 맞고 말았다.

퍼퍼퍼퍼퍼퍼펑!

굉음이 들렸고, 멀리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배에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하하, 꼴좋구나. 다음번에는 네놈의 목을 따 주마!”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쿠아노 후작이었다.

“오빠!”

엄청난 굉음에 까무러칠 듯 놀란 설아가 폭발이 난 곳으로 다급히 달렸다.

이서우가 무사할 거라 여기지만 폭발이 너무 커서 염려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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