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
레벨이 갑이다
235화
“벌써 토꼈네. 하긴, 기사들이 보고를 했겠지. 하지만 네놈은 날 너무 우습게 봤어.”
이서우는 비어 버린 후작성을 샅샅이 뒤져 쿠아노 후작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다.
“지하 비밀통로라. 이러니 외부로 빠져나간 흔적이 없지.”
“쿠아노 후작은 아마 모든 걸 준비하고 있었나봐.”
“그랬겠지. 용의주도한 놈이니 살 구멍부터 만들어 놓고 일을 도모했을걸?”
이서우의 추측대로 쿠아노 후작은 도주할 수 있는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일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몇 번이나 이번 계획을 꼼꼼히 확인해서 자신이 있었지만 이서우의 존재를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치 킹과 블랙드래곤까지 나타나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일단 쿠아노 후작을 찾아야 반역에 참여한 귀족들에 대해 알 수 있어. 아마 배신할 것을 염려해 분명 문서로 남겼을 거야. 그걸 찾아야 해.”
“응!”
이설아도 같이 퀘스트를 받았기에 그 문서를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귀족 한 명당 1레벨이라고 했다. 남작도 귀족이기에 숫자가 상당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운이 좋으면 10레벨 이상도 올릴 수 있었다.
“이런. 종료 시간 다 됐네. 오늘은 일단 근처 마을에 세워 두자.”
“혹시 모르니 정보 팀에게 쿠아노 후작에 대해 좀 알아 두라고 해 놔야겠어.”
“그래야지.”
이서우는 길드 채팅 창에 바로 띄웠고, 공지도 남겼다.
100명에 가까운 정보 팀이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쿠아노 후작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뉴 월드 시간으로 이틀이면 충분히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기고 마음 편하게 마을로 가서 종료했다.
이설아는 피곤한지 샤워를 하고 바로 곯아떨어졌고, 이서우는 110분 동안 전력을 다해 운동을 한 뒤 잠을 청했다.
‘확실히 효과가 달라. 이 점에 대해서는 최 박사님에게 감사해야겠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아도 지금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이서우는 유혹을 이겨 내고 잠을 청했다.
금세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5시간 동안 꿀잠을 잔 이서우는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아직 날이 추웠지만 시원한 물에 샤워를 끝내고 이설아와 함께 주 변호사를 가상현실에서 만났다.
아담하고 수수하게 꾸며진 방에서 주선용을 만났다.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주 변호사님 오랜만이네요.”
“그러네요. 두 분이 워낙 바쁘시니 어쩔 수 없죠. 참, 최근에 대박을 터트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아무에게나 오나요. 다 서우 씨가 열심히 한 덕분이죠.”
“주 변호사님 덕에 저야 수익을 많이 내니 좋죠.”
“다 제가 먹고 살려고 그런 건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호호호, 역시 주 변호사님은 솔직하시다니까.”
“그게 제 매력 아니겠습니까.”
주선용은 이서우와 이설아가 투자한 돈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
수익률도 좋아 그에 따른 수수료만 해도 평범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이상이었다.
수수료가 전부 순수익이 되니 어떤 면에서는 중소기업들보다 훨씬 형편이 좋았다.
그에 힘입어 주선용은 해외까지 손을 뻗었다.
AI의 힘과 인간의 능력을 잘 섞어 투자처를 매의 눈으로 찾았고,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서우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서우가 그를 찾았을 때부터 중국과 인도에서 뉴 월드 관련 기업에 투자해서 많은 수익을 냈다.
이제는 올라갈 만큼 올라간 게 아닌가 해서 사람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었지만 주선용은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엄청난 수익을 올려 이서우를 즐겁게 해 주었다.
국내 주식의 경우 10퍼센트 정도 수익을 냈지만 중국과 인도에서는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최근에는 조금 주춤거리고 있지만 조금씩 꾸준히 오르고 있어 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손해를 본 것은 아니고, 앞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어 주선용도 이서우를 만나려 했었다.
“그나저나 주 변호사님도 저희를 보고 싶다고 하셨지요?”
“네.”
“급한 일이 있나요?”
“아무래도 중국 쪽 주식을 처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 쪽을요?”
“네. 중국은 조금 특수한 나라여서 주가가 널뛰기를 하거든요. 뉴 월드의 인기를 이미 알고 중국 쪽에서도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조만간 출시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분명 자국의 기업을 밀어주려 할 테니 손을 빼는 게 나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의 이용자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까요?”
“그러고도 남을 나랍니다. 물론 기존의 이용자들은 계속 뉴 월드를 즐기겠지만 더 이상 숫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군요. 중국에서 얻은 수익이 얼마나 되죠?”
“3배 가까이 됩니다.”
“엄청나네요.”
“그만큼 두 분이 잘해 주셔서 엄청나게 올라갔죠.”
“그러면 수익분 만큼만 빼시고, 일부는 그냥 두죠.”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손해를 보더라도 이익이잖습니까.”
“그건 그렇죠. 설아 씨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도 오빠와 똑같이 해 주세요.”
“네.”
주선용은 그들의 선택에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그는 조언만 할 뿐 결정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인도 쪽은 좀 어떤가요?”
“인도는 앞으로도 계속 가격이 오를 겁니다.”
“거기도 꽤 수익이 많이 났을 텐데요?”
“네. 계속 우상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 월드 이용자가 정체기에 접어들고, 다른 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하면 조금씩 떨어질 수 있으니 몇 달 지나면 조금씩 처분하는 것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뉴 월드 상황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참, 의외로 미국 쪽이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고 있어서 그쪽으로도 투자금액을 늘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알아서 해 주세요.”
“네.”
이서우의 무한한 신뢰에 주선용은 더욱더 의욕이 샘솟았다.
“3호 접속 방은 잘 돌아가고 있나요?”
“네. 서우 씨의 빌딩 세 곳과 설아 씨의 두 곳 모두 성황입니다. 새벽 시간에도 60퍼센트 정도 베드가 운영되고 있고, 그 외의 시간은 90퍼센트 이상의 회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엄청나네요. 10호점까지 늘여 주시고,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네.”
접속 방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지만 직접 전해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규모가 상당해서 접속 방 한 곳에서 나오는 순수익이 월 10억에서 많게는 15억까지 된다.
모두 베드가 300개 이상인 곳들이고, 카페와 먹거리까지 포함하니 수익이 많았다.
내부 인테리어부터 외관까지 워낙 신경을 많이 써서 한 번 이용한 사람들은 단골이 되어 뉴 월드가 문을 닫기 전까지는 망할 염려가 없었다.
“한데, 서우 씨, 정말 법인을 만들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
“세금 차이가 많이 큰가요?”
“최근 정부가 골드 환전 수수료를 위탁하면서 많이 낮췄기에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서우 씨의 수익 대부분이 골드에서 나오니까요.”
“그러면 굳이 법인을 만들지 않아도 되지 않나요?”
“한데, 접속 방이 늘어나면 그래도 만드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젠 서우 씨는 그냥 한 개인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서우 씨에게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고, 사회에 대한 관심도 요구할 것입니다.”
“어차피 재단을 만들어 일정 부분 사회에 돌려줄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과거에는 초고액의 수익을 내는 프리랜서들은 40퍼센트 정도를 세금으로 토해 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온갖 편법과 불법들이 성행하면서 세금을 대폭 낮춰 버렸다.
대신 투명성을 높여 세금이 제대로 걷히게 했기에 정부도, 프리랜서들도 불만이 없었다.
만약 과거처럼 엄청난 세금을 내야 했다면 이서우는 법인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1년에 수천억, 아니, 조 단위까지 세금을 내겠는가. 차라리 그 돈 아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게 훨씬 나았다.
“당분간은 골드 환전도 그리 많이 하지 않을 겁니다.”
“하긴, 지금 통장에 꽂힌 돈만 해도 너무 액수가 커서 굳이 하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많이 불어났나 보죠?”
“네. 엄청나죠. 아마 현금으로 서우 씨 만큼 많은 돈을 보유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어느 정도 있나요?”
이서우는 수백억 단위가 넘어가면서 통장 잔고를 보지 않았다. 돈 걱정이 없으니 무뎌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재투자를 해도 돈이 자꾸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물론 주기적으로 잔액 파악은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통 하지 못했다.
“곧 1조가 됩니다.”
“재투자를 계속 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많이 쌓였나요?”
“네. 매일같이 재투자로 돈을 쓸 수 있는 게 아닌 데다가 서우 씨가 벌어들이는 돈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그, 그렇군요.”
돈이 많아서 당황해 보기는 이서우도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돈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당황해하는 지경이라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이서우는 과거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내년엔 더 문젭니다.”
“내년엔 그냥 빌딩이라도 하나 지어야 할까 봐요.”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제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조 가까이 버셨거든요. 30만 도시의 1년 예산과 비슷한 엄청난 규모죠.”
“…….”
“…….”
두 사람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영약이 대량으로 풀리지 않는 이상은 100억의 가치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4차 전직이 활성화되면 더 많은 돈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한 번 내놓을 때마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게 된다.
“제가 이 일을 꽤 오래 했는데, 중국에서 하루아침에 2조 이상을 벌어들인 사람을 보기는 했습니다만, 해마다 그렇게 벌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우 씨는 뉴 월드가 망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게 벌어들이시겠지요. 세계 최고 부자가 되는 것도 어쩌면 시간문젭니다.”
“세계 최고 부자라. 휴우, 전 감이 안 오네요.”
“엄살이 심하시네요, 설아 씨. 설아 씨도 남들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는 벌고 계십니다.”
“네.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밝게 웃는 이설아의 모습에 주선용도 마주 미소를 지었다.
보통 돈을 한꺼번에 벌어들이면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서우와 이설아는 항상 겸손한 모습이었다.
주선용은 그런 그들의 인성에 매료가 되어 더 그들의 자산을 불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재계 서열 1위 그룹의 영업이익이 80조를 넘어 섰습니다. 하지만 서우 씨는 혼자서 연간 수입이 10조를 넘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죠.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와, 그 덩치 큰 기업에서 1년에 80조 정도 영업이익이 나는데, 오빠 혼자서 10조 이상의 수익을 낸다니 믿기지 않네요.”
“더 놀라운 건 그게 서우 씨가 뉴 월드에서 빌딩을 짓기 전이라는 겁니다. 지금의 빌딩에서도 엄청난 수익이 발생하겠지만, 만약 하이 레벨 지역에 더 많은 도시가 생긴다면…….”
“와, 진짜 주 변호사님 말씀처럼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네요!”
“그럼요. 40이 되기 전에 아마 서우 씨는 그 자리에 올라가 계실 겁니다.”
“만약 30이 되기 전에 올라간다면요?”
“네? 30이면 곧…….”
“외국에서는 만으로 따지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30세에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런가요? 제가 불가능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말이죠. 주 변호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도전해 보고 싶은 걸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세계 일주라도 시켜 드리겠습니다. 물론 돈이야 차고 넘치실 테지만.”
“돈은 돈이고, 내기는 내기죠. 전 내기에서 절대 지는 법이 없습니다.”
“하하하, 그런 내기라면 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주선용은 정말 이서우가 만30세가 되기 전에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물론 불가능할 거라 여기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 일이었다.
세 사람은 호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 갔다.
1시간이 넘게 대화가 진행되었고, 이서우와 이설아는 식사 후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접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