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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220화 (220/341)

# 220

레벨이 갑이다

220화

“이런 미친! 이거 실화냐?”

“네, 형님. 동영상 조작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는데 진짜 맞습니다.”

“미친, 어떻게 스텟을 영구적으로 올리는 걸 만들 수 있지? 이놈은 무슨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어떻게 하는 것마다 다 아무도 못 하는 것만 해?”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글로벌사에 따져야 되는 거 아닙니까?”

“따진다고 걔들이 들어주기나 하겠냐. 자기들 프로그램이 완벽한 줄 아는데.”

“그건 그렇네요. 자부심이 좀 세야지 말이죠.”

글로벌사는 뉴 월드가 완전무결한 가상현실 게임이라며 대놓고 광고를 한다.

그런 그들에게 이번 일을 놓고 불공평하다며 떠들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총알은 얼마나 있어?”

“길드 자금은 500억 정도 있으니 돈이야 넉넉하지만, 개당 1억 이상은 손해일 것 같은데요?”

“평범한 상황이라면 네 말이 맞지. 하지만 지금 서로 경험치 사들이며 경쟁 중이잖냐. 이런 상황이면 개당 10억도 거뜬하게 올라갈걸.”

“네? 에이, 설마요.”

“중국, 인도가 없었으면 네 말대로 됐겠지. 하지만 지금 계속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거 알지?”

“아! 그러고 보니 그놈들이 있었네요. 현금 보유가 엄청난 놈들이니 경쟁이 장난 아니겠네요.”

“원하는 건 어떻게든 얻으려는 자들이니 나오는 족족 사려고 할 거야.”

“그래도 10억은 너무 심하지 않아요?”

“만약 순수 스텟이 아니라면 10억이 아니라 1억도 받기 힘들어. 아니, 1천만 원도 쉽지 않을걸. 차라리 그 돈으로 아이템을 장만하는 게 나으니까. 하지만 순수 스텟이 올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져. 순수 스텟은 레벨 업 외에는 절대로 올리지 못하니까 말이야.”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저 같은 서민에게는 엄두가 안날 것 같아요.”

사내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스텟 1을 올리는데 10억씩 든다면 그로서는 경매에 참여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했다.

“짜식, 그래서 내가 있는 거잖아.”

“설마 분석 스킬을 쓰시게요?”

“스텟별로 하나씩만 사면 돼. 그러면 카피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만든 사람이 전장의 지배자예요. 가능할까요?”

“지금까지 분석 기술을 피해 간 적은 없었어.”

“그건 그렇지만…….”

대박 길드의 마스터 초대박은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였지만 부길드마스터 노가다는 표정이 어두웠다.

초대박은 길드 랭킹 777위 대박 길드의 마스터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길드를 만들었다.

이름이 특이해서일까. 길드를 만들자마자 노가다가 가입을 했고, 이후로도 특이한 이름들이 대거 가입하게 되었다.

고환, 고백, 나병신, 오광, 노숙자, 노가리, 방귀녀, 마진가, 백김치, 석을년, 신난다, 안테나, 육백만불 등등 우리나라에 특이한 이름이 이렇게 많았나, 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그 결과 그들은 랭킹 777위에 오를 수 있었는데, 랭킹마저도 특이하다며 안주 삼아 이야기하는 길드원들이 많았다.

이름 때문일까. 초대박은 특이한 스킬을 익히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분석’이라는 기술이었다.

분석은 다른 유저의 스킬, 생산 기술 등을 낱낱이 분석하는 기술로 카피까지 가능했다.

카피 기술로 초대박은 상당히 많은 이득을 취했고, 길드를 성장시키면서도 500억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그 중 절반 이상은 길드원들의 회비로 이뤄진 것이지만 200억 정도는 초대박의 돈이었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200억을 모았다는 것을 아는 길드원들은 그의 행운을 받기 위해 대박 길드에서 뼈를 묻겠다며 다짐하기도 했다.

사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도 가능했지만 카피로 얻은 아이템은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싼 값을 받을 수는 없었다. 너무 높은 등급의 아이템은 실패확률도 크고, 투자대비 수익도 크지 않아 적당한 것을 찾아야 해서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다.

몇 가지 제한만 아니었다면 초대박은 아마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 것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초대박은 항상 아이템을 물색했는데, 그때 마침 스텟을 영구적으로 올려 주는 아이템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카피로 인해 영구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가격만 잘 조절하면 불티나게 팔릴 게 뻔하다.

초대박은 어떤 일이 있어도 영약을 사들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여튼, 내일 난 경매에 참여할 테니 별다른 일 없도록 길드 관리 신경 좀 써.”

“네, 형님. 걱정 마세요. 열심히 광렙할 테니.”

“그래.”

두 사람은 각자 사냥을 하기 위해 헤어졌다.

* * *

“언데드들은 밤에 주로 활동하는데, 이놈들은 낮에도 움직이네.”

“리치 킹의 힘이 워낙 강해서 낮에도 활동할 수 있는 언데드들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네.

최혜진은 꽤 유능한 신관으로 언데드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그녀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리치 킹이 강해질수록 언데드들도 점점 강해져서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최혜진도 이런 사실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밤에 행동하자는 일행의 의견에 동의했다.

한데, 낮에도 출몰한다는 제보를 받고 살펴보았다.

첫날과 둘째 날은 아무리 찾아도 낮에는 조용했지만 사흘째 되던 날 소문처럼 대낮에 언데드들을 볼 수 있었다.

“오빠, 언데드가 대낮에도 활보를 하는 걸 보니 리치 킹이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나 봐.”

“펠렌 님이 나타나지 않아 자신만만해하는 거겠지.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낮에 뵙죠.”

“네.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어요, 서우 님.”

“두 분도 고생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그쪽이야말로.”

신관들은 워낙 부드럽게 말해서 이서우도 말투가 친근하게 나왔지만 김규철은 아직까지 경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쌀쌀맞은 김규철에게는 이서우도 똑같이 대해 주었다.

이설아도 셋과 인사를 나누었고, 접속을 종료했다.

“오빠, 아무래도 언데드들이 앞으로 엄청 늘어날 것 같아. 그치?”

“그러게.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걸 보니 준비가 철저해. 문제는 어디서 오냐는 거야.”

“땅속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게 결론 내리기에는 뭔가 찝찝해.”

언데드들이 땅속에서 온다는 건 확인했다.

하지만 모든 언데드가 땅속에서 온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혹시 여러 군데 세력을 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려는 걸까?”

“그럴 수도 있지. 자신만만하다고는 해도 전쟁도 하기 전에 모든 패를 보일 필요는 없을 테니까.”

“뼈다귀들이 진짜 귀찮게 한다. 그치?”

“조금 귀찮긴 해도 덕분에 퀘스트도 꽤 얻고, 사냥하면서 경험치도 많이 얻잖아.”

“그건 그래. 다행히 사람들도 분배에 큰 불만이 없는 것 같으니 이참에 오빠 광렙해서 얼른 4차 전직 했으면 좋겠어.”

“그래야지.”

사냥을 하기 전 일행은 경험치와 아이템 분배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설아가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기여도 분배로 하자고 운을 뗐다.

뉴 월드 초기만 해도 사람들은 기여도 분배를 외면했다. 힐러와 버퍼, 탱터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대미지를 많이 주는 딜러들에게 항상 밀렸다.

마나 물약은 기본이고, 급하면 생명력 물약까지 쓰면서 힐을 하는 힐러들과 생명력 물약은 풀로 쓰면서 스킬을 위해 마나 물약까지 사용하는 탱커들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로벌사는 이를 보완해 새롭게 기여도 분배를 내놓았다.

새롭게 보완된 시스템은 보다 완벽해서 서로 불만이 없게 분배가 되어 근래에는 대부분의 파티들이 이 분배 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새롭게 바뀌면서 변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바로 막타를 치면 보다 많이 기여도가 인정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전보다는 중요도가 높지 않아 사람들도 큰 불만은 없었지만 그 작은 차이로도 이서우는 엄청난 이익을 봤다.

어쨌든 언데드들이 너무 많아 그들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의문은 완벽하게 풀지 못했다.

“일단 내일 접속해서 조금 더 살펴보자.”

“그런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정 안 되면 그냥 보이는 족족 가루로 만들면 돼.”

“보이는 것 전부 다?”

“당연하지. 왜? 별로야?”

“아, 아니. 나야 오빠랑 함께 사냥하는 건데 당연히 좋지!”

“역시, 설아도 닥사의 묘미에 빠졌구나. 그거 한 번 맛보면 끊기 어렵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지만 이설아는 이서우와 함께 사냥하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은 둘만 사냥하는 게 아니었다.

‘파티로 진행되어야 할 퀘스트도 있는데, 오빠의 사냥에 다들 포기하고 가는 거 아닌가 몰라.’

레벨 업이 빠르면 밤을 새워서라도 사냥을 하는데, 이서우는 사냥의 강도가 보통의 유저들보다 훨씬 세다.

2~3배 정도가 아니라 수십 배에 달해서 이설아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 참, 오빠. 내일 경매 진행하잖아.”

“해야지. 왜?”

“아, 피곤하더라도 반응은 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그럴까? 나도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네.”

“응. 잠시만.”

접속 베드가 있는 방에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장비들이 있어서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설아가 대형 홀로그램 창을 띄웠다.

현실감 넘치는 홀로그램에 공지 내용이 떴고, 그 밑으로 수많은 댓글이 보였다.

“헐. 오빠, 댓글이 천만 개 넘게 달렸는데?”

“나도 보여. 9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반응이 엄청 뜨겁네.”

“순수 스텟을 영구적으로 올려 준다고 해서 반응이 뜨겁나 봐.”

“길드들 간에 치열한 레벨 경쟁 때문에 더 과열된 것 같네.”

“응. 4차 전직 레벨이 되면 결국 순수 스텟이 높은 사람이 유리할 테니까. 100개만 차이나도 엄청날걸.”

“그렇겠지. 5차 전직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결국 4차 전직 이후는 몇 년 동안 순수 스텟 싸움이 되겠지.”

두 사람은 댓글의 반응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영약을 팔기로 한 시점부터 반응이 뜨거울 거라는 건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격렬했다.

“오빠, 중국과 인도의 반응도 장난이 아냐. 3차 전직 유저들이 꽤 많이 생기면서 벌써 4차 전직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가 봐.”

“게다가 연속 접속이 16시간으로 증가하면서 이전보다 엄청 빠른 속도를 보이니 미리 준비하려는 거겠지. 사용자 숫자도 이미 기존의 이용자들을 넘어섰으니 정말 이번 경매는 경쟁률이 엄청 치열하겠어.”

“응. 내일이 기대되는걸?”

“그나마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없다는 게 다행이야.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걸 예상 못 하고 오프라인으로 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처음에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할까 했지만 참가 인원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온라인으로 급히 변경했다.

“그러니까. 이슈화시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다른 커뮤니티에 알아서 퍼다 나르니 오히려 좀 자제시켜야 할 판이라니까.”

“지금 그 말 하면 비난 댓글 폭탄 드롭 예약이야. 알지?”

“호호호, 당연하지. 무서워서 그런 말 어떻게 해. 왜? 내가 오빠 아이디로 말해 줄까?”

“노노! 참아 주라. 난 욕먹기 싫어.”

“호호호. 그럼 나한테 잘 보여야겠는데?”

“우리 예쁜 공주님, 필요한 게 있으시면 말씀만 하시지요.”

이서우가 모자를 벗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숙이자 이설아가 꺄르르 웃으며 즐거워했다.

한참 행복한 장난을 치다가 이설아가 물었다.

“오빠, 영약 몇 개나 완성 됐어?”

“스페셜 마스터가 되면서 근력, 민첩력, 체력은 동시에 만들 수 있게 돼서 각각 두 자리 숫자는 돼. 사냥 때만 아니면 꽤 빠른 속도로 제조가 가능하거든. 하지만 다른 스텟은 한 번에 한 개밖에 안 돼서 이번에는 안 만들었어.”

“다 팔 거야?”

“아니. 어차피 돈은 모을 만큼 모았으니 대충 분위기만 봐야지. 나머지는 내가 복용할 거야.”

“하긴, 이젠 돈 나올 구멍이 많아서 굳이 영약을 팔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해.”

“그렇지. 영약은 시간이 들지만, 돈은 뉴 월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니까.”

“응.”

“내일은 바쁠 것 같으니 빨리 가서 쉬자.”

“응!”

두 사람은 오랜만에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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