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85화 (185/341)

# 185

레벨이 갑이다

185화

드래곤 숲에서 가장 가까운 탐닌 마을에 도착했다.

300레벨 이상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어서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았다.

“확실히 다들 레벨을 많이 올렸네. 주변에 기본이 자이언트 오우거던데.”

“이벤트가 확실히 좋긴 좋나 봐. 근데, 레벨 업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는 건 아닌가 몰라. 이렇게 빨리 오르면 게임 생명력도 빨리 떨어질 텐데.”

“내가 볼 땐 4차 전직인 500레벨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은데?”

“에이, 설마. 아무리 빨리 레벨을 올려도 평균 레벨이 500이 되려면 1년은 더 걸릴 거야. 한 명이라도 500을 찍으려면 몇 달은 걸릴 테고.”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하이 레벨 지역이 관건이야. 내가 볼 땐 아직 10퍼센트도 모습을 드러낸 것 같지 않거든. 거기와 보조를 맞춘다면 500레벨부터야말로 진정한 시작이겠지.”

“확실히 하이 레벨 지역이 변수긴 해. 얼마나 넓은지,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으니까.”

“그렇지. 이제 겨우 관리자의 존재 정도만 알지 통치자, 지배자, 절대자까지 있다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나 마찬가지야.”

이서우는 그 넓은 땅덩어리 중에 정말 일부의 지역만 경험했다.

대한민국도 지방과 수도의 차이가 심하다. 심지어 수도와 수도권의 차이도 크다고 할 정도로 많이 달랐다.

그러니 이서우가 본 모습은 정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몰랐다.

“어머, 저기 좀 봐. 전장의 지배자 커플 맞지?”

“와, 맞네. 하이 레벨 지역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도 나타나네. 던전에 가려는 걸까?”

“전장의 지배자는 던전에 잘 안 가잖아. 얼마 전에 몇 군데 갔다는 소문은 있었는데, 방송에 안 나온 거 보니 그냥 재미로 간 것 같아.”

“부럽다. 던전을 재미로 가고.”

“부러우면 너도 저런 남친 만들어.”

“가당키나 하냐? 난 설아처럼 될 자신 없다.”

“하긴, 설아도 능력 좋지, 예쁘지, 성격도 좋다고 하던데 어떻게 따라해?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못해.”

마법사와 힐러로 보이는 두 여자가 이서우와 이설아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들리지 않겠거니, 생각하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청력이 워낙 뛰어난 이서우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이설아에게도 들렸으니 당연했다.

“오빠, 나가는 게 좋겠는데?”

“그래야겠네. 가자.”

“응.”

이서우는 서둘러 마을을 빠져나갔다. 뒤늦게 전장의 지배자와 설아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유저들이 몰려들었지만 이미 두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을에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을 때, 유저들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얼굴이 다 알려져서 어디 가기가 힘드네.”

“그러게. 자주 가는 도시나 마을은 익숙한지 사람들이 힐끗 보기만 하니 편한데.”

“지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오빠, 난 6년 차인데도 안 익숙해지던데?”

“그, 그런가.”

“헤헤, 사실 인기를 끌어서 사람들 시선을 받은 건 2년 정도밖에 안 돼. 그리고 오빠가 있으니 지금 같은 관심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

“그러면 다행이고. 나도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해. 와서 인사하면 같이 인사하고, 사인해 달라면 해 주면 되니까.”

“하긴, 나 무명 땐 악플이라도 좋으니 관심이라도 좀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기는 했어. 무관심은 정말 싫었으니까.”

이제는 지난 일이니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설아는 무관심이 정말 힘들었다.

“세상 일이 참 희한해. 나 같은 사람도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되고 말이야.”

“어떤 분야에서든 오빠만큼 관심을 가지고 미친 듯이 하면 정점에 오를 수 있으니까.”

“그런가.”

이서우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보았다.

‘그저 좋아하는 것이어서 기를 쓰고 베타 테스터가 되기를 바랐고, 운 좋게 뽑혀서 정말 미친 듯이 한 것뿐인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서 뽑히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게임이라고 여겨 정말 최선을 다해 임한 것뿐이었는데, 지금의 위치에 있게 되었다.

이서우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을 떠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대화를 하면서 점점 속도를 높였고, 곧 드래곤 숲 근처에 도착했다.

“빠르게 중앙으로 가자.”

“응.”

이서우는 백호를 소환했다. 전투 상황이 아니어서 변신은 하지 않고 이설아의 어깨에 올라섰다.

최근 소환을 하면 이설아에게 꼭 붙어 있어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는데, 향기가 좋다나?

게임이어서 별다른 향기가 나지 않을 텐데도 백호는 이설에게서 좋은 냄새가 풍긴다고 했다.

어쨌든 이서우가 앞장섰고, 이설아가 그 뒤를 쫓았다.

가면서 전투가 빈번히 벌어졌다.

주로 자이언트 오우거와 드레이크 들이었다.

가끔 오우거 킹이나 정예 드레이크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빵빵한 힐이 있고, 백호의 지원까지 있어 쉽게 처치할 수 있었다.

가는 동안에만 1레벨이 올랐다.

‘이제 1레벨만 오르면 모든 순수 스텟이 500이 돼!’

펠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새로운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해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오빠, 좋은 일 있어?”

“아, 순수 스텟이 전부 500을 바라보고 있거든.”

“헐! 그렇게나 높아?”

“직업 특성이야.”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순수 스텟이 그렇게 오르지? 난 순수 스텟이 300도 안 넘는데.”

레벨은 이설아가 더 높았다. 하지만 보너스 스텟이 3개고, 레벨마다 고작 1개의 스텟이 증가하기에 전체 순수 스텟이 300을 넘지 못했다.

“응? 조심해!”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데, 갑자기 이서우의 감각에 강항 살기가 걸려들었다.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린 이서우는 얼른 대검을 뽑아 들었다.

전투가 한동안 지속되지 않아 넣어 뒀었는데 워낙 다급해 전광석화처럼 꺼냈다.

서걱!

이서우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검을 휘둘렀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이설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서우를 바라보았다.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숨지 말고 나오시지?”

“불청객 주제에 당당하군. 그래도 내 한 수를 막아 낸 건 칭찬해 주마.”

이서우가 바라보는 방향에서 3미터 크기의 인간과 유사한 존재가 나타났다.

-주인님, 저들은 과거 대륙을 주름잡던 자이언트 종족이에요.

-자이언트 종족?

-네. 엄청난 힘을 소유하고 있는 종족이죠.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어서 인간들과 멀리 떨어져 숲속 깊숙이 사라졌다고 하더니 이런 곳에 있었네요.

-너랑 비교하면 어때?

-1대1이라면 엇비슷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둘이면 제가 무조건 져요. 다행히 저놈은 단독 행동을 해서 큰 걱정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자이언트 둘이 더 나타나면서 백호는 무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주인님. 둘 이상 행동하지 않는 놈들인데,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어서 팀을 이루게 됐나 봐요.

-아냐. 어차피 내가 둘 맡고, 너랑 설아가 하나 맡으면 되니까.

-네.

작전회의가 빠르게 끝났다.

하지만 자이언트들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특이한 녀석을 부리는 자군. 인간 중에서는 꽤 강하다는 걸 알겠는데, 우리에게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자이언트라는 자부심인가?”

“우리 존재를 알고 있군.”

“알지. 인간들에게 쫓겨나서 이곳으로 숨어들었다는 것까지.”

“이놈! 인간들에게 쫓겨나다니! 우리는 인간들 따위에게 절대로 도망치지 않았다!”

“그러면 왜 이런 곳에 숨어 있지? 너희들이 가볍게 여기는 인간들 세상이 되었으니 노예로 부리면서 편하게 지내면 되잖아.”

“그건…….”

“저런 놈과 말을 섞을 필요 없다. 그냥 죽여 버리자.”

“거 봐. 너희들은 지금 인간들을 무서워하고 있잖아.”

“시끄럽다! 편하게 죽지 못하도록 갈기갈기 찢어 주마!”

이서우는 뭔가 비밀을 간직한 것 같은 자이언트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 도발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할 것 같던 자이언트들은 이서우의 유도심문에 말려들지 않았다.

자이언트가 등에서 거대한 대검을 꺼내들었다.

4미터에 육박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검이었는데,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것들도 마나를 쓰네?

-네. 마나 탄이나 마나 블레이드도 쓸 수 있을 거예요.

-꽤 골치 아픈 상대가 되겠네.

-맷집도 좋아서 평범한 마나 블레이드로는 상처도 줄 수 없어요.

-힘을 좀 과하게 써야 한다는 거네.

-네.

-일단 넌 지금 달려오는 놈을 맡아.

-네, 주인님.

-설아야, 백호랑 같이 한 놈을 맡아.

-응.

땅이 흔들릴 정도로 쿵쿵거리며 달려오는 자이언트 앞에 백호가 변신을 하며 막아섰다.

이설아도 백호와 짝을 이루어 자이언트와 대치했다.

그 틈에 이서우는 크게 옆으로 돌아 뒤에서 구경 중인 자이언트 둘에게 달려갔다.

하찮게 여기는 인간이 다가오자 그들도 대검을 뽑아 들었다.

같은 대검을 쓰는 상대 중에 가장 강했던 것은 전신이었다.

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자이언트의 기운은 전신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이서우는 가볍게 마나 탄을 날려보았다.

힘이 약하다 느꼈는지 한 자이언트가 맨손으로 마나 탄을 쳐 냈다.

“역시, 인간 따위가 쓰는 마나의 힘은 보잘 것 없구……. 헉!”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하면서도 마나가 잔뜩 집약된 마나 탄이 날아오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자이언트는 얼른 대검을 휘둘렀다.

펑!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자이언트가 1미터나 뒤로 밀려났다.

“이놈!”

살기를 담은 음성이 이서우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마나를 끌어올려 가볍게 막아 내기는 했지만 늦었다면 고막에 손상이 올 수도 있을 정도로 강한 기운이었다.

그때였다.

자이언트의 양팔의 근육이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냥 봐도 엄청난 근육을 보유하고 있는데, 1.5배나 더 커지니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푸른색으로 빛이 나면서 마나가 모여드니 피부가 따끔거렸다.

이서우는 가만히 기다리지 않고 선공을 펼쳤다.

‘마나엔 마나가 제격이지.’

이서우도 대검에 한껏 마나를 담아 휘둘렀다. 풍압에 마나가 담기는 경지가 되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날카로운 공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자이언트는 보통의 상대가 아니었다. 가볍게 이서우의 공격을 부숴버리고 빠르게 전진했다.

쿵!

단 한 걸음에 10미터가 넘는 거리가 좁혀졌다.

후웅!

거대한 대검이 이서우를 반 토막 낼 기세로 날아왔다.

‘어느 정도 힘인지 한번 막아 보자.’

피하기만 해서는 상대의 힘을 파악할 수 없어 대검을 마주 휘두르며 자이언트의 공격을 막았다.

펑!

보통은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쇳덩어리로 된 대검이 부딪쳤는데도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큭. 무슨 힘이 이렇게 무식하게 쎄?’

이서우는 손에 전달되는 힘에 이를 악물었다.

‘대충 상대할 놈들이 아냐. 지금보다 마나를 2배 이상은 써야 해.’

500레벨 정도로 여기고 상대를 한 것인데, 일반 몬스터가 아니라 네임드급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마나를 아끼지 않았다.

중급 마나 비약을 넉넉히 챙겨 와서 쿨마다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마나는 크게 달리지 않았다.

하지만 2배의 마나를 쓰고 있는데도 자이언트 하나가 더 합류하니 쉽게 승기를 잡지 못했다.

결국 이서우는 필살기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끌면 오히려 불리해지니 한 방에 가자.’

이서우는 결심을 굳히고 마나를 한 번 더 채운 뒤 필살기를 사용했다.

세상이 느려졌다.

자이언트의 날카롭던 공격도 지금 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서걱! 서걱!

“크악!”

“크아악!”

두 번째 공격에 더 힘을 실었더니 비명 소리가 컸다.

이서우는 망설이지 않고 재차 공격을 가했다.

그런데, 이서우의 필살기 공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놀란 이서우는 얼른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어떻게 저놈들이…….’

이서우가 멍한 표정으로 있자, 자이언트 하나가 말했다.

“그 힘을 사용하는 걸 보니 넌 우리의 원수와 관련이 있는 놈이로구나!”

“원수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우리의 힘을 빼앗아 가서 자기 것처럼 사용한 쳐 죽일 놈이지. 네가 방금 사용한 가속화 기술은 우리 자이언트의 것이었다!”

“뭐?”

이서우는 자이언트에게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필살기가 원래는 자이언트의 것이었다니.

잠시 혼란 상태에 있던 이서우는 정신을 차리고 자이언트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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