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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82화 (182/341)

# 182

레벨이 갑이다

182화

하루 접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전쟁 선포 후 종료했다.

이설아와 김소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괜찮겠어?”

“오히려 잘됐지. 이참에 다른 길드들에게도 경고가 될 테니 확실히 눌러 놔야 돼.”

“그건 그렇지. 그런 놈들은 확실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더 기고만장해지니까.”

이설아는 방송 생활을 6년 가까이 하면서 꽤 여러 일들을 겪었다.

외모만 보고 집적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행사를 해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설아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어설프게 대답하면 자꾸 연락이 와서 귀찮아졌다.

데뷔하고 4년차까지만 해도 많이 휘둘렸다. 인기가 많이 없어 무조건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꾹 눌러 참으며 열심히 일했다. 인지도만 쌓이면 두고 보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5년차부터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인지도가 생기면서 정말 싫은 건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뉴 월드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부당한 일은 무조건 거절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누나는 어쩐 일이야?”

“네 덕분에 잠은 다 잤거든.”

“전쟁 선포 때문에?”

“그게 주된 이유겠지.”

“혼자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니 누나는 길마랑 부길마가 어디에 자주 가는지만 알려 줘.”

“그렇지 않아도 그거 알아왔다.”

“그래?”

“응. 이벤트 기간이라서 던전하고, 하이 레벨 지역을 돌면서 사냥에 매진하고 있더라고. 레벨은 길마가 350, 부길마가 340이야.”

“그다지 높지는 않네?”

“이 정도면 꽤 높은 거야. 접속 종료하기 전에 다시 확인해보니 전신이 비공개로 바꿨더라고. 아마 370은 넘겼지 싶은데, 2위가 360레벨이니 350이면 엄청 높은 거지.”

“전신이 비공개로 돌렸다고?”

“응. 갑자기 안 보여서 놀랐어.”

“하긴, 그렇게 도망쳤으니 무슨 염치가 있겠어. 당분간은 조용히 지낼 테니 전신에게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안개 길드에 속한 상위 랭커에 집중해 줘.”

“응. 알았어.”

이서우는 전신에 대한 것에 약간 의외였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확실히 힘의 차이를 보여 줬으니 더 이상은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일단 네 계정으로 파일 보내 놨어.”

“알았어. 확인해 볼게.”

“100레벨 이상 던전은 다 파편을 주기 때문에 한 바퀴 돌고 하이 레벨 지역으로 가서 사냥을 하나 보더라. 주로 아침 일찍 던전을 가고 오후부터 닥사하니까 참고해.”

“부길마도 마찬가지겠지?”

“응. 부길마는 완전 길마 따까리야. 워낙 콩고물이 많이 떨어지니 착 달라붙어 있더라고.”

“고마워. 추가로 정보 얻으면 꼭 좀 알려 줘.”

“그럴게. 그럼 좀 쉬어.”

“누나도.”

김소연은 볼일을 마치고 얼른 나섰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결국 김소연은 새벽 3시까지 일을 하고 잠이 들었다.

한편, 이서우는 샤워를 하고 1시간 정도 운동을 한 뒤 자고 있는 이설아의 곁에 누웠다.

“오빠, 왔어?”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안 잔 거야?”

“응. 그냥 눈만 감고 있었어. 오빠 오면 같이 자려고 했지.”

“왔으니 얼른 자.”

“응. 오빠도 잘 자.”

가볍게 뽀뽀를 하고는 서로의 숨결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이설아는 전쟁선 포와 관련해서 몇 가지 할 이야기가 있어 기다리고 있었는데, 너무 졸려 이서우가 온 것을 확인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두 사람은 함께 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다.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서우는 이설아가 금세 곤히 잠드는 것을 바라보고는 눈을 감았다.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곧 알게 될 거야. 그때는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이서우는 강한 자신감을 안고 잠을 청했다.

* * *

이른 새벽부터 운동을 시작한 지도 석 달이 다 되어 간다.

여행을 가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에 2시간 저녁에 3시간씩 운동을 해서 몸이 갈수록 탄탄해졌다.

“서우 씨 몸은 점점 탄력이 좋아지네요.”

“그런가요?”

“네. 지금까지 이 정도로 빨리 육체가 발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하루 5~6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이렇게 강해지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운동 체질인가 보네요.”

“그런가 봐요. 뉴 월드가 아니라 운동을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운동은 취미로 남겨 둘게요.”

“왜요. 요즘은 운동만 잘해도 전용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데요.”

“알아요. 세계적인 선수는 대전료가 1천억 이상이라는 거.”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피가 튀는 전투에 열광한다.

세계 어디든 3시간 안에 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승패를 놓고 엄청난 돈의 배팅이 오가며, 슈퍼 스타급 대회에서는 조 단위가 움직이기도 했다.

게다가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대회가 열리기에 더 쉽게 접할 수 있어 해마다 종합격투기를 보려는 인원이 많아졌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모인다는 진리는 종합격투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서우의 나이에 데뷔를 하는 것은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사범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서우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지 몰랐다.

과거였다면 대전료가 천억이 넘는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샤워를 하면서 이서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겨울이어서 따뜻한 물이 나오지만 성에가 생기지 않는 거울이어서 잘 보였다.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됐네. 이소룡 같은 근육을 석 달 만에 만들다니.’

이서우도 신기했다. 가끔 미친 듯이 운동해서 8주 만에 멋진 근육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그 정도까지 운동을 하지 않았다.

평균 4시간이고 많아도 6시간 정도 꾸준히 했다.

결코 적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조각 같은 근육이 생길 정도도 아니었다.

‘뭐, 나름 열심히 집중력을 발휘했으니 얻어진 결과겠지.’

집중력을 높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 운동을 통해 깨달았다.

분명히 안 될 것 같은데, 온 신경을 집중하면 몸이 반응을 했다.

이서우는 가슴과 배를 툭툭 치면서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근육을 보며 한껏 미소를 지었다.

긴팔 면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자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식당으로 가니 이설아가 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어서 와.”

“우리 설아 고생했네.”

“나야 올라온 음식 탁자에 놓아 둔 것뿐인데, 뭘.”

“그게 어디야.”

서로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게 방송으로 나가자 박 대표는 가사 도우미를 붙여 주었다.

어차피 다 알려졌으니 두 사람이 가사 일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자는 곳은 분리되어 있어 전혀 방해를 받지 않았고, 오전 9시부터 와서 저녁 6시까지 깔끔하게 일터이자 집인 이곳을 유지해 주었다.

“오빠, 우리 안에 구조를 좀 바꿔 볼까?”

“구조를?”

“응. 오빠 방이랑 내 방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하긴, 어차피 자주 같이 방을 이용하니 그것도 괜찮겠네.”

“응.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빠 방문을 보면 기분이 좋더라고. 헤헤.”

“날 봐서 그런 게 아니고 방문 때문에?”

“에이, 당연히 오빠를 보니까 그런 거지.”

이설아의 애교에 이서우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든든하게 곁에서 자신의 편이 되어 주는 이설아가 그는 너무 좋았다.

“보안도 조금 손보고, 기분 전환 삼아 내부 구조도 약간 바꿨으면 해.”

“보안은 확실히 조금 더 철저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찬성! 그때 해킹 사건 진짜 빡쳤어.”

이서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알았어. 그럼 보안 쪽 신경 쓰고, 다른 건 필요하지 않아?”

“미니바가 있으면 참 좋을 것 같긴 해.”

“아, 나도 그 생각했어. 그건 내게 맡겨. 예쁘게 꾸며 볼게.”

“다른 일도 바쁜데, 그것까지 신경 쓰려면 힘들지 않겠어?”

방송에 게임, 운동까지. 최근 두 사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 상황에서 내부 인테리어까지 신경을 쓰는 건 무리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우리가 지내는 공간이니 내가 직접 하고 싶어서. 물론 전부 다 할 건 아니고, 박 대표님께 말해서 전문가 분 소개 받아야지.”

“그래, 이왕이면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참여해.”

박 대표는 이곳을 마음껏 개조해도 된다고 허락을 했다.

자기 집처럼 쓰라고 했기에 두 사람은 그동안 불편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새롭게 꾸밀 계획을 세웠다.

“비용이 얼마나 들지 알려 줘.”

“아냐. 박 대표님이 서운해하실 거야. 우리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신다고 했어.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래도 비용이 꽤 들 텐데?”

“이번에 또 주가 올랐잖아. 아주 고공행진 중이니 괜찮아.”

“주가가 오르면서 나도 덩달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긴 하지만, 공짜로 받으려니 괜히 미안하네.”

“에이, 박 대표님은 오빠한테 오히려 미안할걸? 오빠가 없었으면 회사 입지도 제대로 다지지 못했을 거잖아. 오빠한테 더 해줄 게 없나 찾는 분인데, 인테리어 바꾼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시지.”

“그런 거라면 감사히 받아도 되겠네.”

“그럼. 오빠는 그럴 자격이 있어.”

K사의 가치가 나날이 상승하는 것은 이서우의 역할이 크다.

이설아가 방송을 잘 이끌어 가는 것도 한몫했지만 그것조차도 이서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서우가 흔쾌히 수락하자 이설아는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이설아는 최고로 좋은 집을 짓겠다는 다짐을 하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 * *

“오빠, 오늘은 나도 같이 할게.”

“괜찮겠어?”

“응. 방송 분량 뽑아야지. 지금 사람들이 오빠랑 안개 길드 전쟁에 엄청 관심이 많아.”

“누나가 있으면 더 좋은 영상이 나올 텐데 아쉽네.”

“아쉬워할 필요 없어. 그럴 줄 알고 이렇게 왔으니까.”

“어머, 언니!”

언제 나타났는지 김소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쁘지 않아?”

“지시만 내리고 왔지. 정보는 이곳으로 배달이 될 테니 우리는 열심히 안개 길드와 싸우면 돼.”

“그러려고 탈퇴 안 했구나?”

“그렇지.”

이설아와 김소연은 길드를 탈퇴하지 않았다.

어차피 가입과 탈퇴는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상관없었지만 전쟁에 참여하려면 가입이 되어 있어야 했다.

“그나저나 오빠 드래곤 숲으로 가 봐야 하는 거 아냐?”

“어디를 찾아봐야 할지 정확히 알아냈으니 전쟁부터 처리하고 가면 돼. 그게 아니었으면 이런 여유도 못 부렸겠지만.”

“그러면 다행이고.”

괜히 전쟁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서 물은 것인데, 이서우는 그에 대해서는 별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럼 일단 던전부터 쭉 훑어볼까?”

“던전 가는 게 방해받으면 진짜 열 받지.”

“언니, 많이 당해 봤나 봐?”

“조금. 길드 단위로 행패를 부려서 울분은 삼키고 피할 수밖에 없었지. 진짜 그때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혹시 안개 길드 아냐?”

“더럽고 치사해서 솔플만 한다고 다짐을 해서 길드를 확인 못 했어. 하려면 사람들에게 묻거나 정보를 사야 하는데, 그런 놈들 때문에 내 돈 쓰는 게 아깝더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알아 두는 건데 말야.”

“그때의 감정 잘 살려서 이번에 확실히 풀어 버려.”

“그래야지. 그런 인간망종들은 애초에 싹을 잘라야 해.”

“맞아!”

김소연의 확고한 다짐에 이설아도 동조했다.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350레벨 던전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아르곤 산맥 북쪽에 있는 곳이어서 이동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마을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숲속에 있어 방향을 잡고 달렸다.

5킬로미터 정도 마을을 벗어났을 때다.

“조심해!”

이서우는 갑자기 암기가 날아오자 다급히 대검을 휘둘렀다.

팅팅팅팅팅팅팅!

꽤 많은 숫자의 암기가 대검에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쇠그물부터, 독암기와 독화살까지 암기의 소나기가 내렸다.

“검막!”

이서우가 이름을 붙인 것인데, 마나가 담긴 검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 보호막을 생성시키는 수법이었다.

팅팅팅팅팅팅팅팅!

챙챙챙챙챙챙챙챙!

검막에 막혀 암기들이 모조리 튕겼다.

한참을 이어진 공격이 멈추고 주변이 침묵에 휩싸였다.

-아무래도 암살자들인 것 같아. 꽤 먼 곳에 있는지 탐지가 잘 안 되네.

-서우 네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면 레벨이 300이상이라는 뜻이야. 은신에 특화되어 있으니 그럴 테고.

-설마 안개 길드에서 미리 준비한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이것들이 아주 지랄발광을 하네. 진짜 뿌리까지 싹 뽑아 버려야 할 집단이군.

-진짜 더러운 짓을 골라서 하는 걸로 유명한 길드니까.

-일단 암살자들부터 처치하고 보자.

-응.

이서우는 백호를 소환했다.

-백호야, 주변에 암살자들이 있는 것 같다. 느껴져?

-아뇨. 느껴지지 않아요. 꽤 능력이 좋은 암살자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뛰어나도 반경 10미터 안에 들어오면 무조건 알 수 있어요.

-경계를 잘해 줘.

-네, 주인님.

이서우는 반경 20미터 안에만 들어와도 알 수 있다.

적들의 공격이 중단되자 이서우는 대검을 다시 집어넣고는 몸을 폈다.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살짝 무릎을 굽히고 있었는데, 공격할 테면 공격해 보라며 적을 도발했다.

그때,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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