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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57화 (157/341)

# 157

레벨이 갑이다

157화

“어떻게 황룡의 힘까지…….”

청룡, 적룡, 황룡 중 가장 강한 힘은 바로 황룡의 힘이다.

단순한 힘의 크기는 적룡이 가장 세다.

한 방이 있는 공격이어서 적에게 큰 위협이 된다. 문제는 비슷한 힘을 가진 사람이나 더 강한 힘을 지닌 대상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적룡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바로 황룡의 힘이었다. 적룡의 힘에 육박하는 강력함을 가진데다가 적이 쓰러질 때까지 공격이 지속되니 단연 최고의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전신이 승리를 확신한 것도 바로 황룡의 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마지막에 남겨 둔 것이다.

사실 전신은 황룡의 힘까지 쓸 일이 없을 거라 여겼다.

적룡의 힘만으로도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드러난 전장의 지배자의 힘은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이 황룡의 힘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그 기대마저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전신은 전장의 지배자의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던 때를 떠올렸다.

* * *

“오빠, 뭐 해? 안 자?”

“너 먼저 자. 7시간 뒤에 사냥 가야 하니 늦지 말고.”

박효주는 전신과 함께 16시간 풀 접속을 하고 종료했다.

몸이 찌뿌둥해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를 하고 나왔다.

하루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전신은 동생을 사냥에 참여시키기 위해 모든 편의를 다 제공해 주었다.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도 그중 하나였다.

마사지를 받고 나오면 몸이 개운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온다.

얼른 방에 들어가서 자려는데, 거실에 소음이 들려 와 보니 오빠가 아직 자지 않고 있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전신이 골똘히 영상을 보는 게 아닌가.

“오빠, 그거 전장의 지배자가 나오는 영상이잖아. 그걸 왜 봐?”

“그냥 쭉 살펴보는 거지.”

“에에, 언제는 전장의 지배자가 싸우는 건 참고할 것도 못 된다고 무시하더니.”

“어차피 시간 남으니 그냥 한번 보는 것뿐이야.”

“내가 볼 땐 큰소리는 쳐 놨고, 혹시나 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똥줄이 타는 것 같은데?”

“똥줄이 타긴 누가?”

“오빠 모습이 딱 그래.”

“삼룡이까지 얻은 마당에 그런 놈을 누가 무서워한다고!”

“드래곤이 오빠 작명 센스가 그것밖에 안 되는 줄 알았으면 아마 던전에 그 힘을 남겨 두지도 않았을걸? 삼룡이가 뭐야, 삼룡이가.”

“촌스럽긴. 간지나게 지었지.”

“판타지 세계관인데 무협삘 나게 지었으면서 간지는 무슨. 그리고 그렇게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분석이나 하고 있어?”

“분석이라니. 그냥 보는 거라니까!”

“계속 반복해서 돌려보는데 그게 분석 아니면 뭐야?”

박효주는 여전히 새초롬한 눈빛으로 전신을 노려보았다. 마치 누굴 속이려고 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동생의 시선이 싫은지 전신은 목소리를 높였다.

“야, 너 빨리 들어가서 자!”

“오빠도 좀 솔직해져. 오빠라고 뭐 늘 최고겠어? 오빠 좋아하는 간지나는 말로 그 뭐냐,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민다’라는 말도 있잖아.”

“야, 박효주!”

“메롱.”

박효주는 혀를 쭉 내밀고는 얼른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오,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게 도움이 안 돼요.”

전신은 거칠게 문을 닫고 들어가는 동생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건 대충 파악을 끝냈고, 몇 개 안 남았네. 분명 방송에 나오지 않은 기술들도 있겠지만, 이것만 알아 둬도 어느 정도 대비는 되겠네. 상대의 수를 미리 내다보면서 삼룡이의 힘을 쓰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어.’

큰 소리 친 것과는 달리 전신은 전장의 지배자가 나오는 영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 * *

‘젠장. 효주에게 놀림 당하면서까지 분석한 건데, 이렇게 강할 줄이야.’

전신은 영상을 분석할 때만 해도 전장의 지배자가 자신의 한 수 아래라고 여겼다.

드래곤이 남긴 던전에서 삼룡이의 힘을 얻고 나서는 더욱 자신감을 가졌다.

그랬던 전신인데, 지금 그의 얼굴에는 승리에 대한 확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신과 마찬가지로 관중들도 이서우가 멀쩡하게 서 있는 것에 너무 놀라 침묵의 바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정적을 깬 것은 이서우였다.

“아주 재밌는 기술을 쓰네. 이번 건 조금 따끔했어.”

“어떻게…….”

“나름 나에 대해 연구를 좀 한 것 같은데, 넌 나에 대해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아. 이제, 그만 끝내자.”

펠렌의 장비 세트는 이서우가 성장할수록 강해지고 있다. 본인조차도 그 성능이 어디까지인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이서우의 잠재력과 마나 상승이 더해지자 펠렌의 장비에 마나를 주입할 수 있는 양도 증가했다.

80만이 넘는 마나 중 10만만 사용해도 황금색으로 빛나며 더 강력해졌고, 거기에 다시 10만이 더해지면 그 어떤 공격도 막아 낼 수 있었다.

워낙 마나 소모가 커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지만 황룡의 힘을 느끼며 지금이야 말로 방어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여겼다.

20만의 마나를 소모했지만 다행히 피해는 생각보다 미미했다.

남은 마나는 30만. 전신이 몰아친 강력한 공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양이었다.

‘지금까지 사용한 세 개의 힘이 전부라면 확실히 남은 마나로도 쉽게 이길 수 있겠어.’

이서우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남은 마나를 이용해 전신을 계속 몰아붙였다. 마나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반대로 전신은 죽을 맛이었다. 믿고 있던 삼룡의 힘마저 무너진 지금, 그가 의지할 것은 없었다.

결국 전신은 마나가 바닥이 나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억울한지 전신은 이를 악물고 주먹으로 바닥을 강하게 쳤다.

사회를 맡은 이설아는 전신이 패배를 시인하기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말이 없자 얼른 나섰다.

“여러분, 드디어 승자가 결정되었네요 공식적인 총 대결 시간은 17분 38초이며, 1차 대결의 승자는 바로 전장의 지배자님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설아의 선언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의 함성에 전신은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이서우도 관중들과 진행자인 이설아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벗어났다.

인터뷰를 할 상황이 아니어서 이설아는 이서우를 붙잡지 않았다.

전신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전신이 사라지는 것과 함께 그들도 로그아웃을 했지만 전장의 지배자를 지지하는 유저들은 남아서 계속 함성을 질렀다.

주인공이 사라진 무대를 향해 한참이나 기쁨을 감추지 않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로그아웃을 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 아니어서 현실감은 많이 떨어졌다.

이서우의 시점과 전신의 시점, 그리고 관찰자의 시점 모두를 담은 현실감 넘치는 영상은 오직 이서우와 이설아에게만 저작권이 있었다.

그러나 이설아는 이번 대결에 대한 방송을 곧바로 하지 않았다.

“방송을 할 기회인데, 쉬는 거야?”

“응. 내가 너무 빨리 나서면 중소 규모의 방송들까지 다 죽어버리거든. 그들이 할 일도 남겨 둬야지.”

“역시 이 프로. 프로다워.”

“호호호, 오빠한테 칭찬받으니 더 좋은데?”

이설아가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상당수의 방송들이 오직 자신들의 이득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설아는 여러 방송인들과 상생하는 방법을 항상 모색했다.

방송국에 매여 있을 때도 그랬다.

물론 매인 몸이어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행동은 취할 수 없었지만 개인 방송을 하는 지금은 그런 점에서 자유로웠다.

“오빠, 그나저나 전신이 꽤 충격을 받은 것 같던데?”

“그렇겠지. 준비해 온 게 소용이 없었으니까.”

“비록 오빠한테는 소용이 없었지만 전신이 쓴 용의 힘이 꽤 강했던 것 같은데, 오빠가 보기에는 어때?”

“나도 예상하지 못한 힘이라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

“그치? 근데 그 힘은 어디서 얻은 걸까?”

“그렇게 사냥을 닥치는 대로 해 댔으니 하나쯤 얻어도 이상할 건 없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도 그는 갈 수 있었을 테니까.”

“그건 그래. 16시간 풀 접속을 했을 테니 하나쯤은 얻을 수 있었겠지.”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못하는 우리 설아의 직업병이 또 나왔네.”

“헤헤, 그러게. 새로운 게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 버려서.”

“보기 좋아.”

누가 그랬던가. 노력하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이서우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빛을 볼 때마다 덩달아 의욕이 샘솟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비록 분야는 약간 다르지만 선의의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띵!

“어머, 오빠 배당금 들어왔나 봐. 와, 액수가 꽤 크네. 오빠는 더 장난 아니겠는데?”

“좀 세네. 승자 예상은 2배 조금 넘는데, 승자 결정 예상 시간이 5배가 넘네. 합친 건 10배 조금 넘고.”

“와, 그럼 한 번에 얼마를 번거야?”

“앞으로 남은 두 판도 기대해.”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하던 이설아는 입을 떡 벌렸다.

모든 경기가 다 맞아 떨어지면 적어도 수십 배의 배당금을 받는다.

3판 2선승제가 아니라 3판을 다 치르기로 했기에 모든 경기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둔다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오빠, 파이팅!”

“우리 설아의 응원을 받으니 더 힘이 샘솟는데?”

쪽!

이설아의 기습 뽀뽀에 이서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남은 경기 다 이기면 진한 키스를 받는 건가?”

“모, 몰라. 그것보다 이제 뭐 할 거야?”

“왜? 하고 싶은 거 있어?”

“오늘 말고 나중에.”

“나중에?”

“응. 대결 다 치르고 나면 중국, 인도 오픈이 보름 정도 남잖아.”

“그렇지.”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우리 그때 놀러갈까?”

“그걸 뭐 그리 뜸을 들이면서 얘기해. 당연히 좋지.”

“그게 아니고, 좀 멀리 가고 싶어서.”

“멀리라면, 제주도?”

“아니, 더 멀리.”

“해외?”

“응.”

이서우는 이설아가 왜 뜸을 들였는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제주도는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해외는 무조건 호텔에서 머물다 와야 한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무박 여행만 다녀왔지 한 번도 같이 잠을 자지는 않았다. 즉, 아직까지는 육체적인 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요즘은 빠르면 사귄지 몇 주 만에, 조금 늦어도 한두 달이면 잠자리까지 하는 세상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두 달 안에는 같은 침대를 쓰게 된다.

청년들의 실업률도 낮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불을 넘겨 많이 풍족해지니, 연인들은 금요일 오후부터 여행을 다니느라 바빴다.

일상을 벗어나 여행지로 떠나면 감정이 더 풍부해지기 마련이다.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들은 주로 당일치기를 가지만 한 달쯤 지나면 멀리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1월 중순이 되면 이서우와 이설아도 사귄 지 네 달 정도가 된다.

다른 커플들에 비하면 늦은 편이었다.

이서우가 먼저 말해 주기 바랐지만 중국과 인도에서 뉴 월드가 오픈되면 더 바빠질 것이다. 그때 말하면 늦으니 이설아는 용기를 내어 말했다.

“하긴, 1월 중순부터는 또 엄청 바빠질 테니 미리 다녀오는 게 좋겠네. 이왕이면 좀 길게 다녀올까?”

“응!”

이서우는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이설아에게 소홀히했구나 싶었다.

이서우는 이설아와 함께 멋진 레스토랑으로 가서 와인을 마시며 즐거운 점심을 보냈다.

야경을 바라보며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지만 밤에는 또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점심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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