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44화 (144/341)

# 144

레벨이 갑이다

144화

전신과 1대1 대결에 관한 일이 마무리되자 두 사람은 미뤄 뒀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오빠, 거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다 제스터의 함정이었어.”

“다 함정이었다고?”

“그래. 슬라임 존부터 싹 다.”

“설마…….”

“설마가 아냐. 마을도, 마을 안에 있던 사람들의 행동도 다 만들어진 거였어.”

“그럴 수가…….”

이설아는 뉴 월드에서 겪은 모든 일들이 함정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정말 너무 실제 같았는데, 그 모든 게 다 만들어진 것이었다니…….

모든 게 계획된 것이라는 말에 이설아는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럼 그 많은 인원은 어떻게 된 거야?”

“3분의 2 정도는 내가 처리했어.”

“…….”

이설아는 이서우가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많은 인원을 홀로 처리할 줄은 몰랐다. 과거처럼 약한 몬스터가 아니어서 그 놀람은 더욱 컸다.

하지만 이서우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강한 전투 노예들도 많았지만 그래 봐야 일반 몬스터 300레벨 정도 수준에 지나지 않아.”

“그래도 하이 레벨 지역에서 300레벨이면 엄청난 거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아직 통치자는커녕 관리자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야.”

“고레벨이 되면 10레벨 차이가 크기는 하지.”

“맞아.”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이제 마을 확장은 어렵지 않겠네?”

“그렇게까지 휘저어 놨으니 우리가 접속할 때쯤이면 벌써 작업에 착수했을 거야.”

이서우는 퀘스트 완료로 3레벨이 오를 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아이템까지 생겨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

“참, 방송 모드로 동영상 담아 왔는데, 어떻게 할까?”

“어머, 정말?”

“당연하지. 그 멋진 영상들을 어떻게 그냥 날려 버리겠어.”

“역시, 우리 오빠 최고!”

이설아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이서우에게 안겼다. 내심 영상으로 담았으면 정말 멋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서우가 잊지 않고 촬영을 했다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이서우는 늦은 저녁을 먹고 이설아와 함께 영상을 확인했다.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영상으로 보면 느낌이 새로워 그도 함께 보는 것이다.

영상이 돌아가는 내내 이설아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설아야, 너무 늦었으니 내일 봐.”

“응?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된 거야?”

“그래. 완전 홀린 듯 보더라.”

“그럴 만했으니까. 오빠, 정말 이 영상 대박이야. 뉴 월드 측이랑 정확한 금액을 정하지 않기 잘했어.”

“그렇잖아도 이번 영상 때문에 나도 확실한 액수는 말하지 않은 거야.”

“이번 주 방송은 이걸로 하면 될 것 같아. 방송이 나가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네.”

“방송은 방송이고 일단은 좀 쉬자.”

“응.”

이설아는 동영상이 자꾸 떠올라 잠을 설쳤지만 이서우는 피곤이 몰려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이설아는 영상부터 확인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빠르게 돌려 보면서 어떻게 방송에 써먹을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러고 바로 편집 팀에 코멘트와 함께 영상을 보냈다. 이제 그녀가 원하는 2시간짜리 영상이 내일이면 나오게 될 것이다.

금요일 날 저녁에 방송을 하기 때문에 여유는 없지만 편집 팀 실력이 꽤 좋아서 하루면 충분했다.

이서우와 이설아는 점심을 먹고 늦게 접속했다.

오늘 하루는 이서우 홀로 접속하려 했지만 아이템 문제로 같이 뉴 월드를 찾았다.

그들은 가장 먼저 사이먼 자작을 만나 퀘스트부터 완료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천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3,000이 상승합니다.

“정말 고생이 많았네. 자네 덕분에 또 한 번 편하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십시오.”

“허허허. 자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구만. 알았네. 내 필요한 일이 있으면 꼭 자네를 찾겠네.”

“네. 그럼 저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게. 난 덕분에 해야 할 일이 많아져서 말이네.”

“네.”

사이먼 자작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이서우의 활약으로 그들은 100킬로미터 이상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거기에서 나올 수익만 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벌써 수천만 골드를 얻었고, 이제 유저들이 더 늘어나면 수입은 수직 상승하게 된다.

잡화점이나 무기상점을 비롯한 각종 장비 상점, 의류점 등 상점에서 나오는 수수료와 세금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거래중개소와 경매장의 수익이 컸다.

극히 일부분이 귀족 NPC들에게 돌아가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어서 사이먼 자작으로서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경매장으로 가 볼까?”

“가기 전에 일단 아이템부터 영상으로 담고.”

“오케이.”

이서우는 총 6개의 아이템을 꺼냈다. 유일 5개와 전설 1개였다.

전설은 거의 최상급 옵션이었고, 제한 레벨은 무려 300이었다.

“전설 등급은 법사용 지팡이네.”

“응.”

“옵션이 완전 넘사벽이야. 이거 차고 있는 법사 만나면 무조건 튀어야겠는데?”

“300레벨이 있을까 몰라.”

“지금 경험치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 곧 300레벨도 나올 거야.”

“전신이 가장 먼저겠지?”

“응. 그 사람은 벌써 270을 넘겼는데, 뭘.”

“진짜 광렙이네.”

“전신뿐만 아니라 250을 넘긴 사람들도 꽤 많아. 돈질 엄청 하고 있어.”

돈으로 레벨을 사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게임에서 현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근데 일반 레벨 400대 속에서 보스급이 겨우 300대라는 게 이상하네.”

“말단 보스급이라서 그럴 거야. 지금 상황에서 너무 높은 몬스터가 나오는 것도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거니까.”

“하긴, 오빠 말대로 그렇게 되면 하이 레벨 지역은 아무도 못 가겠지, 오빠 외에는.”

이설아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종속자의 레벨이 너무 높으면 관리자는 600~700레벨 이상이어야 하고, 통치자는 1,000레벨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면 밸런스가 붕괴되어 하이 레벨 지역은 죽음의 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중국과 인도의 오픈은 개발 단계부터 염두에 뒀을 테니 하이 레벨 지역도 그에 맞춰 설정했을 확률이 높았다.

이설아는 나머지 5개의 아이템도 영상에 담았다.

“영웅도 2개 빼고는 거의 최상급 옵션이네. 무기 2개에 방어구 3개니까 수요도 많을 거야.”

“250레벨이니 확실히 금세 팔리겠네.”

“응. 올리면 아마 바로 팔릴걸.”

“옵션이 나쁘지 않으니 열심히 경쟁 붙여야지. 시작가는 어느 정도 하면 될까?”

“강화를 하고 올리는 게 낫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참, 이번 사냥에서 강화석도 나왔는데, 그 점도 부각시켜 줘.”

“헉! 강화석이 나왔다고?”

“확률은 희박하지만 꽤 나왔어.”

“대박. 오빠, 강화석은 퀘스트나 생산직 유저만 만들 수 있어.”

“알아. 그래서 꼭 언급을 해 달라는 거야.”

“몇 개나 나왔는데?”

“500개 정도는 돼.”

“와, 엄청나네.”

“처치한 숫자에 비하면 얼마 안 되지.”

“그건 그렇지만.”

이서우가 처치한 몬스터들이 7만이 넘는다.

1퍼센트가 채 되지 않아 그리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아예 나오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이서우는 전설과 유일 아이템 중 최상급 옵션은 모두 초월 풀강화를 했다.

500개의 강화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초월 강화에는 파괴가 안 되도록 보조제를 써서 추가로 돈이 들어갔지만 얻어질 수익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설아는 초월 강화한 아이템까지 다시 영상에 담고는 모든 과정을 마쳤다.

이서우는 시세를 살폈다.

“유일은 10억 이상부터 시작할 거지?”

“응. 초월 강화까지 했으니 그래야지. 문제는 전설 무기야. 300레벨 제한이어서 애매해.”

“고렙들이 조금 더 많아지면 파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그편이 더 낫겠다 싶어. 경쟁자가 많아야 값이 오를 테니.”

이서우도 동의하는지 유일 장비만 올려 두었다.

5개만 팔아도 100억은 충분히 받을 수 있어 이서우도 만족이었다.

‘돈 모으니 재미가 쏠쏠하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네.’

최근 통장 잔고가 바닥이 났을 때만 해도 허전한 느낌이었는데, 광고 수익이 들어오면서 다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도 전에 다시 목돈이 들어올 일이 생기니 기분이 좋았다.

돈보다 최고가 되기 위한 여정을 떠나겠다고 했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돈이 좋았다.

“오빠, 난 오늘 소연 언니랑 일이 있어서 나가 봐야 할 것 같아.”

“그래. 고생했어. 오랜만에 닥사나 좀 해야겠네.”

“그렇게 사냥을 하고도 또?”

“그러게. 어젠 분명 다시는 그런 미친 사냥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접속하니 사냥이 그립네. 중독이라니까.”

“내 말이. 그러다가 나보다 사냥을 더 좋아하는 거 아냐?”

“에이, 설마.”

“호호호, 알았어. 그럼 즐사냥하고. 저녁 시간 맞춰서 나와야 돼. 같이 밥 먹게.”

“그래. 알았어.”

이설아는 이서우의 건강을 염려해 저녁 때 맞춰서 꼭 나오라고 말하고는 접속을 종료했다.

이서우는 오랜만에 홀로 뉴 월드를 즐겼다.

그동안 너무 빡빡하게 달려와서 오늘 하루는 쉬엄쉬엄 주변을 구경하면서 사냥을 했다.

‘확실히 몬스터가 엄청나게 늘었네. 다른 곳도 다 이 정도면 당분간은 영역 확장을 할 필요가 없겠는걸.’

이서우는 100킬로미터가 넘는 지점까지 가면서 사냥터를 꼼꼼하게 살폈다.

개척자 도시에서 100킬로미터 조금 넘게 떨어진 곳에 다시 마을이 세워지고 있어 반경 20킬로미터는 더 영역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실제 유저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은 120킬로미터 이상이나 되었다.

그 넓은 땅 안에 사람이 주로 다니는 길이 아닌 곳에 몬스터가 수두룩했으니 유저들도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더 멀리 나가려 하지 않았다.

물론 내일 이설아가 방송을 하고 나면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200킬로미터, 300킬로미터까지 나가 관리자를 처치하려 할지도 몰랐다.

‘내일 방송이 나가고 나면 길드들이 난리가 나겠네. 아이템 레벨이 300이면 몬스터 레벨도 비슷하다는 걸 알 테니 대형 길드 위주로 움직이겠지. 대규모 레이드 시대가 펼쳐지는 건가.’

이서우니까 혼자서 사냥이 가능했지만, 일반 유저들이 종속자를 처치하려면 수천 명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 그것도 250레벨 이상으로만 구성해서.

종속자를 처치하는 데는 그 정도까지 인원이 필요하지 않지만 종속자를 비롯해 수많은 노예들이 있어 숫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규모를 가진 길드는 극히 드물었다. 경험치를 사고파는 게 보편화되면서 평균 레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내년 1월 정도 되어야 250레벨 이상 유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갈수록 뉴 월드가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게 느껴지네. 어떻게 중국과 인도 오픈에 맞춰서 딱딱 맞게 하이 레벨 지역이 발전하도록 한 건지.’

이서우는 뉴 월드의 계획과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추진력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종료를 하니 김소연도 함께였다.

“오빠!”

“누나도 와 있네.”

“응. 이왕이면 같이 먹게.”

“좋지. 오늘 메뉴는 뭐야?”

“오빠, 오늘은 밖에서 먹자.”

“어차피 오늘은 일찍 쉬려고 했으니 외식도 좋지. 뭐 먹고 싶어?”

“오빠는?”

“난 한식이 당기는데?”

“그럼 궁중 음식 먹으러 갈까?”

“콜.”

이설아는 곧장 전화를 걸어 예약을 마쳤다. 평일이어도 최소 이삼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설아이기에 특별히 당일 예약이 가능했다.

음식은 이서우를 충분히 만족시켰다.

신선로라는 것도 먹었고, 옛날 임금님이 먹는 음식들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식사를 한 뒤 카페로 가지 않고 호프집으로 향했다.

가볍게 맥주를 하며 대화를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사생활 보호가 확실한 집으로 골랐다.

그동안 혼자 식당을 가고, 카페를 가고, 술을 마시러 와야 했던 이설아는 곳곳에 단골집이 많았다.

“설아가 발이 넓네.”

“그냥 혼자 생활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처량하잖아.”

김소연은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괜찮은 장소를 직접 찾아다니는 일을 시간 낭비로 여겨 늘 가던 곳만 갔다.

그것도 대부분이 집 앞이어서 이런 상황에는 항상 이설아가 리드했다.

이서우도 특별히 가 본 곳이 많지 않아 이설아 덕분에 최근들어 괜찮은 음식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수제 맥주를 주문하고는 김소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이렇게 내가 온 건 두 사람에게 해 줄 말이 있어서야.”

“해 줄 말? 뭔데?”

“그게……. 제국과 관련된 일이야?”

“제국?”

“응.”

김소연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진지해지자 이서우와 이설아는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김소연이 차분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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