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32화 (132/341)

# 132

레벨이 갑이다

132화

2033년 10월의 어느 날, 뉴 월드는 공지를 올린다.

2억 명에 달하는 엄청난 사람들이 그 공지를 보고 벌써부터 내년 1월을 기다리게 된다.

이서우와 이설아, 김소연도 그 공지 내용을 보고 있었다.

“언니 말이 맞네.”

“응. 하지만 내용이 조금 더 세부적이야. 게다가 예상 못 한 것도 있고.”

“접속 시간?”

“응. 이렇게 되면 폐인 양상이 될 텐데.”

“그래도 조만간 24시간 풀 접속이 가능하니 중간에 막 나와야 할 일은 없어서 좋잖아.”

“그건 그렇지. 기술 발달로 뇌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하니 환영할 만한 일이지. 하지만 24시간 풀 접속은 아마 꽤 시간이 흘러야 가능할 거야.”

“그래도 당장 다음 주부터 16시간까지 접속이 가능하니 편해지긴 했어.”

뉴 월드 측은 연속 접속 시간을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게임은 연속성이 중요한데, 퀘스트를 잘하다가 접속 제한에 걸려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했다.

뉴 월드도 그런 단점을 알고 24시간 풀 접속이 가능하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였고,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이번 16시간 접속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건 정말 충격적인데?”

“이거?”

“응.”

“그러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마치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것 같잖아.”

“아마도 알고 있었겠지. 서우의 직업도 이미 예정되어 있었을 테니까.”

“뉴 월드의 준비성이 무섭네.”

“그러게. 중국과 인도가 문을 활짝 열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모르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긴 내용을 보고 또 봐도 놀라웠다.

셋은 그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럼 내년에 둘로 쪼개지는 건가? 중국과 인도,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하던 사람들로.”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규 유저들이 하이 레벨 지역 어딘가에서 시작한다고 하니 그렇게 될 확률이 높겠지. 지금 기존의 유저들은 하이 레벨 지역에서 한창 깽판을 치고 있으니까.”

세 사람이 놀라는 이유가 드러났다.

뉴 월드는 중국과 인도의 신규 유저들은 앞으로 하이 레벨 지역에서도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다른 나라에서 시작하는 유저들은 하이 레벨 지역을 선택할 수 없었다.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편을 나누는 거 아니냐며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과 인도 쪽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새롭게 시작하면 기존 유저와 레벨 차가 너무 심해 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하이 레벨 지역에서 따로 시작할 수 있다 하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겠다며 좋아했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고 새롭게 뉴 월드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하이 레벨 지역에서 시작할 수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가졌지만, 기존 유저도 하이 레벨 지역에서 사냥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큰 반발은 할 수 없었다.

그들도 이서우와 이설아의 영상을 보았다.

경험치가 엄청났고, 전설 등급의 아이템도 단기간에 3개나 드롭되었다.

그러니 굳이 하이 레벨 지역에서 게임을 시작하지는 않아도 되겠구나, 싶었다.

게다가 던전도 별로 없어 오히려 기존 지역이 더 낫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진짜 박 터지게 싸우는 일만 남았네. 중국과 인도에서 설마 전부 하이 레벨 지역으로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던전 때문에 그렇게는 안 될 거야.”

“하긴, 전설 장비를 얻으려면 무식한 놈들을 처치해야 돼. 던전이라고 찾은 것도 난이도가 너무 높고.”

“맞아. 그것 때문에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 하이 레벨 지역만 잘 개발되면 기존 지역이 낫다는 평가가 많아.”

이서우는 그렇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며 안도했다.

그 외에도 기존 유저들에게 이점은 또 있었다. 레벨이 높다는 것이다.

이설아와 김소연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서우는 달랐다.

‘문제는 하이 레벨 지역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하이 레벨로 플레이를 하게 되냐는 건데.’

이서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설아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오빠, 뭔가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기는 해.”

“신경 쓰이는 거?”

이서우는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한배를 탔고, 정보를 얻으려면 정보를 줘야 해.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할지에 대한 것도 연관이 있으니 그냥 말하자.’

이서우는 결국 하이 레벨에 대해 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까지 된 마당인데 사실을 숨기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어. 하이 레벨에 관한 거야.”

“하이 레벨? 몬스터?”

“아니. 몬스터 말고 유저.”

“유저? 유저도 하이 레벨이 있어?”

“어. 나.”

“뭐? 오빠가 하이 레벨 유저였어?”

“하이 레벨 몬스터도 있는데, 유저라고 없겠어?”

“아!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나도 그 생각은 못 했어. 설마 유저 중에 하이 레벨이 있다니!”

항상 정보에 신경 쓰는 그녀조차도 하이 레벨 유저가 있을 거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하이 레벨 유저를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걱정하는 건 하이 레벨 지역에서 시작하는 유저들이 하이 레벨로 플레이하냐는 거야. 몬스터를 봐서 알겠지만 하이 레벨은 일반 유저와는 달라. 레벨 업이 2배나 힘들지만 그만큼 강하거든.”

“오빠는 템발 때문에 강한 거 아냐?”

“그것도 있지만, 하이 레벨이라는 게 더 커. 하이 레벨로 성장하면서 진짜 레벨이 깡패라는 걸 제대로 느끼고 있으니까.”

“그 정도야?”

“엄청나. 내가 알기로는 일반 유저는 1업 하면 랜덤 스텟 1개와 보너스 포인트 3개를 얻을 거야. 맞지?”

“응, 맞아. 설마…….”

“그래. 하이 레벨은 랜덤 2개에 보너스를 5개나 줘.”

“정말? 그건 완전 사기잖아.”

“말했잖아 레벨 업이 2배는 더 힘들다고. 그런 거에 비하면 오히려 스텟이 하나 적지.”

“하지만 오빠 레벨이면 거의 400이랑 비슷한 스텟 수치잖아.”

“그건 그렇지.”

“어쩐지 세더라니.”

이설아는 이서우가 특수한 아이템을 착용해서 강한 것이라 여겼다.

한데, 하이 레벨이라는 이유가 더 클 줄이야.

200레벨이면 스텟 차이만 해도 600개다.

스텟이 일정 수치에 달하면 특수한 능력이 개방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거기다 피 통이나 마나도 차이가 나. 거의 2배 이상은 될걸.”

“와, 하이 레벨 몬스터가 강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진짜 차이가 크네. 완전 네임드급인 거네.”

“쉽게 말하자면 그렇지.”

이서우의 말에, 그제야 왜 그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이설아와 김소연도 어느새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건 아무래도 대표님과도 상의를 해 봐야겠어. 정보를 조금 더 모을 필요가 있어. 만약 정말로 하이 레벨 지역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서우와 같은 이점을 가진다면 전력의 차이가 엄청 심할 거야.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뉴 월드에서도 그런 걸 다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그럴 수도 있지. 나도 하이 레벨 유저를 대거 만들어서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되도록 만들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해. 그러면 게임이 망할 테니까. 하지만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까.”

이서우의 말에 이설아와 김소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 레벨이 많아지면 여러 문제가 터질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글로벌사가 그렇게 할 리가 없었다.

“어쨌든 확실한 건, 하이 레벨 유저가 많아지면 상황이 복잡해질 거라는 거야. 그렇다고 하이 레벨에 대한 걸 말할 수도 없으니 은밀히 정보를 모아야 해. 절대 하이 레벨 유저에 대해 언급하면 안 된다는 걸 잊지 마.”

“당연하지. 그 정도는 기본이야. 여튼, 그 문제는 박 대표님과 따로 상의를 해 보고 말해 줄게.”

“아무래도 중요한 일이니 그게 낫겠지.”

이서우는 비밀을 나눌 대상을 박 대표로 한정했다.

하이 레벨은 그만큼 이서우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아무리 생각해도 뉴 월드가 머리를 잘 쓴 것 같아.”

“그러게. 이렇게 아귀가 잘 맞아떨어지게 설계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나도 그건 인정. 글로벌사가 뉴 월드를 오래 지속시키려고 엄청 신경 쓴 것 같아.”

이서우의 말에 두 사람도 동의했다.

중국과 인도의 오픈에 맞춰 하이 레벨 지역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이 문제는 2차로 공지가 뜨면 더 자세히 알게 되겠지. 우리가 나눈 대화대로 진행이 된다면 뉴 월드는 내년 1월부터가 진짜 시작인 거야.”

“10억 명 이상이 거대한 대륙에 얽혀서 벌어지는 일들이 기대되는데?”

“시작이 10억 명일걸. 아마 1년쯤 지나면 20억 명으로 불어나 있을 거야.”

김소연은 확신하듯 말했다.

중국과 인도가 합세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20억 명의 유저들이 나뉘어서 서로 경쟁한다라……. 피 튀기는 전장이 수시로 펼쳐지겠네.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전장이.”

“그렇게 되겠지. 사람들이 PK에 환호하는 이유가 있잖아. 기존의 지역에서는 페널티가 커서 PK가 힘들었지만, 만약 경쟁 구도가 되면 제재 없이 마음껏 할 수 있겠지. 그러다 보면 길드들도 활성화될 거고.”

“와, 그러면 우리 방송 소스는 더 많아지겠는데?”

“호호호, 설아는 역시 직업 정신이 투철하다니까. 이 상황에서도 일 생각이라니.”

“습관이야, 습관.”

셋은 뉴 월드 공지 내용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지만 허황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상이었다.

이런 추측이 가능한 것은 이서우가 알려 준 정보들 덕분이었다.

정보를 알고 미리 준비하는 것과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부랴부랴 대응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 모인 셋은 누구보다 먼저 여러 상황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한참 이어지던 세 사람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이서우의 빌딩으로 넘어갔다.

“오빠, 매장 인테리어도 거의 끝나 간다고 하던데 접속 베드는 언제 들어오는 거야?”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다 들어온다고 한 것 같은데.”

“그래? 그러면 가서 내가 사인회 한번 할까?”

“사인회를?”

“응. 사람들 불러 모으기 좋잖아.”

“그래 주면 나야 고맙긴 하지. 하지만 공짜는 싫다.”

“알았어. 그럼 평소처럼 받을게.”

“오케이. 그럼 오픈 때 와서 사람들 좀 끌어 줘.”

“커플끼리인데도 계산을 철저하네.”

김소연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연인 사이면 그냥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서우는 그런 면에서는 아주 철저했다.

물론 그냥 받을 수 있는 것까지 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는 반드시 지불하는 성격이었다.

“원래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해야지.”

“내 장담한다. 나중 되면 그런 거 싹 없어질 거다.”

“지금처럼 유지되면 언니가 1년 치 밥 사는 걸로.”

“콜! 대신 3년 동안 유지되어야 한다.”

“그럼 3년 치 밥 사야지.”

“좋아. 3년 치 공짜 밥 좀 먹어 보자.”

“가격은 상관없어야 해.”

“오케이!”

이서우는 서로 자신 있다며 내기의 판을 키워 가는 이설아와 김소연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공지가 뜬 이후 이서우는 평소처럼 열심히 뉴 월드를 즐겼다.

이설아도 영상을 저장하고, 좋은 영상을 찾아 편집 팀에 편집을 부탁했다.

생방송은 퀘스트 진행 과정을 보내니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서우는 건물 인테리어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문한 접속 베드까지 완벽하게 세팅이 되었다.

1층과 2층은 카페가 들어섰고, 3층부터 5층까지 접속 베드 방으로 꾸몄다.

3층은 혼자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었고, 4층은 1인과 2인이 이용하기 용이한 곳, 5층은 2인 이상과 다인실이 있었다.

모든 접속 베드는 고급형 이상으로 설치했다.

전체 접속 베드 중 50퍼센트가 고급형, 30퍼센트가 최고급형, 20퍼센트는 스페셜형이었다.

하지만 시간당 이용 가격은 다른 곳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었다.

임대료를 주지 않아도 되니 가능한 일이었다.

카페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공간을 구분해서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과 최신식 분위기가 나는 곳으로 꾸몄다.

젊은 층과 30대 이상을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설아는 방송을 통해 사인회를 한다고 미리부터 광고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사인회 당일이 다가왔다.

* * *

“준비는 다 됐겠지?”

“네, 형님, 이설아가 마침 사인회를 한다고 해서 일이 쉬워졌습니다.”

“미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사인회라니.”

“형님, 누굴 납치할 생각이십니까?”

“이왕이면 둘 다 잡아들여야지. 둘 다 돈은 많잖아.”

“그건 그렇죠. 지금 그년, 아니, 이설아 방송 시청자가 엄청납니다. 유료화가 되면서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한 번 방송으로 수백억은 건질 겁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둘 다 납치하기로 계획을 변경한 게 아니냐.”

“역시 탁월하십니다!”

사내는 깊이 허리를 숙였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니 잘만 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겠다고 여긴 것이다.

“이번 한탕만 하고 해외로 뜬다. 거기서 뉴 월드를 하면서 돈을 벌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

“네, 형님! 만반의 준비를 해 뒀으니 실수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없어야지. 이번에 모든 걸 걸었는데, 실수라도 하면 끝장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아주 철저히 준비해 뒀습니다.”

이서우의 접속 방 오픈 시기와 맞춰 홍영철은 계획된 일을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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