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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18화 (118/341)

# 118

레벨이 갑이다

118화

마을을 30분 정도 앞두고 이서우는 걸음을 멈췄다.

“잠깐 휴식을 갖겠습니다.”

“거의 다 왔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거기는 엘프들만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설마, 인간들까지 같이 사는 건가요?”

인간인 이서우가 그들을 구하러 왔기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네. 인간들뿐 아니라 드워프와도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말을 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구역이 잘 나뉘어서 안정을 겨우 되찾았는데 또 200명이나 되는 엘프들이 갑자기 나타나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가 이방인이나 다름없으니 은인님의 뜻에 따라야지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동료에게 말해 미리 언질을 해 두라고 하겠습니다.”

“네.”

이서우는 설아에게로 갔다.

“설아야, 마을로 가서 200명을 구했다고 말해. 30분 뒤에 도착한다고.”

“내가 먼저?”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들어가면 거주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가서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말해 줘.”

“응, 알았어.”

이설아는 최대한 속도를 높여 마을로 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설아에게서 파티 채팅이 왔다.

-오빠, 다 왔어.

-그래? 그럼 피욘 님께 몇 가지만 전해 줘.

-응. 말해.

-그러니까…….

이서우는 대화를 끝내고는 여성 엘프 대표에게로 갔다.

“지금쯤이면 동료가 말을 전했을 겁니다. 그럼 출발하시죠.”

“네, 그래요.”

엘프 여성들은 들뜬 기분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 노예로 지내면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자살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도록 해 둬서 마음껏 죽지도 못했다.

엘프는 젊은 육체를 몇백 년 동안 유지할 수 있기에 언제 성 노예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더욱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그러던 찰나에 다크 엘프들이 자신들을 이끌고 어디론가 갔다.

이제는 죽었구나 싶었는데 이서우가 나타나 그들을 구해 주었다.

30분쯤 걷자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규모가 엄청나군요.”

“겉만 번지르르하지 사람은 별로 없어요.”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드나 보네요. 누가 이 마을을 관리하는지 모르지만 꽤 생각을 잘했네요.”

“엘프시라서 역시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게 엘프이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구나.”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을 입구로 향했다.

이미 이설아가 말을 전했기에 큰 무리 없이 안내가 되었다.

물의 엘프 부족이 있는 곳으로 가자 피욘이 그들을 맞았다.

“장로님!”

“벨사!”

“장로님,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아니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피욘은 젊어 보였지만 1천 살이 넘은 엘프였다.

벨사도 팔백 살에 이르지만 20대의 아름다운 외모를 하고 있었다.

“은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닙니다. 해야 될 일을 한 것뿐입니다.”

-‘물의 엘프 여성들을 찾아라’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물의 중급 정수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피욘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이서우와 이설아는 피욘의 부탁을 마무리하고 5레벨을 얻었다.

피욘이 이서우에게서 시선을 돌려 벨사를 바라보았다.

“일단 다들 몸이 피곤할 테니 따라오너라.”

“네, 장로님.”

정령력을 담아 말했기에 200명은 피욘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피욘이 앞장섰고, 벨사는 그의 곁에 바짝 붙었다.

“장로님, 설마 이곳에 계속 머물 생각이세요?”

“우리가 갈 곳이 어디 있느냐. 대부분의 지역이 다 악의 무리에게 넘어가 버린 것을.”

“그렇지만 이런 곳에서는 우리의 힘을 100퍼센트 낼 수 없다는 거 아시잖아요. 게다가 이곳은 인간들이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장소인데 어떻게…….”

“그 문제는 차차 논의를 거치면 될 일 아니겠느냐. 일단은 몸부터 회복하도록 해라.”

“네, 장로님.”

피욘은 당장 급한 일은 회복이라 여기고 다른 말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를 했다.

지하로 들어가자 커다란 문이 나왔다.

그 앞에는 엘프 둘이 지키고 있었다.

“열어 다오.”

“네, 장로님.”

피욘의 말에 크고 두꺼운 문이 열렸다.

안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

성 노예에서 해방된 엘프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몇몇은 주춤거리며 가장 마지막에야 입장했다.

“한데 장로님, 저 인간들은 왜…….”

“우리에게 아주 큰 은혜를 베푸신 분이다. 우리가 성전 노예로 있을 때도 구해 주셨고 너희들도 구해 주셨으니, 그 은혜가 매우 크다.”

“그건 그렇지만 이곳은 외부로 알려지면 안 되는 곳이잖아요.”

“그 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서 들어가서 몸부터 풀거라.”

“……네, 장로님.”

피욘의 말에 벨사는 정면을 바라보았다.

일본식 야외 온천처럼 생긴 곳인데, 크기가 상당했다. 족히 500명은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넓었다.

그런 곳이 총 여섯 곳이었는데 푸르게 빛나는 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 물은 물의 엘프 부족의 세계수 진액이 들어 있어서 물의 엘프들의 몸을 회복시켜 주었다.

세계수를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그 기운이 약해 힘의 절반만을 회복시켜 주지만, 기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엘프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벨사가 이곳에 정착하느냐고 물은 것도 바로 세계수의 진액을 섞은 물이 이곳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수의 진액을 채취했다는 것은 세계수의 씨를 이곳에 뿌렸다는 뜻이 된다.

어디에 있는지는 오직 피욘만이 알고 있어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벨사가 천천히 세계수 진액이 담긴 탕으로 들어갔다.

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지만 그 외에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벨사가 움직이자 대부분의 엘프들은 이미 천을 벗고 탕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벨사와 10여 명의 엘프들도 뒤늦게 합류하려고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벨사가 몸을 팩 돌려 피욘을 쏘아보았다.

“영악하구나. 어떻게 안 것이냐?”

“역시, 은인님의 말이 맞구나. 이 악랄한 다크 엘프 놈들!”

“네놈이었구나. 어떻게 알았지?”

“모를 수가 있나. 그렇게 티를 냈는데.”

“뭣이?”

이서우는 미소를 지으며 피욘의 앞을 막아섰다.

“네놈은 너무 궁금한 게 없더군. 마치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말이지.”

“난 분명 이것저것 물었을 텐데.”

“물었지. 하지만 넌 남자 엘프들을 어떻게 구했는지 묻지도 않았어. 나 같으면 같은 동족이 그런 일을 당했으면 걱정되고 궁금해서라도 물어봤을 텐데 말이야. 물론 내가 널 구했을 땐 경황이 없어서 그렇다고 여길 수 있어. 하지만 이곳으로 오는 내내 넌 침묵했어. 동족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그걸로는 설명이 부족해.”

“네가 한 실수는 있지.”

“실수라고? 내가?”

“피욘 님께서 주신 물의 정수를 보고 넌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표정이 변했거든.”

“그걸 어떻게…….”

“내가 좀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야.”

이서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검을 뽑아 들었다.

탕 안에 있던 엘프들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너희들은 안에 있어라. 이미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다 조치를 취해 놓았다.”

“능구렁이 영감 같으니.”

“네놈을 죽여서 벨사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그년이 죽기 전에 울부짖으며 널 찾아서 설마 했는데, 영혼의 반려자가 되려 했나 보군.”

“이, 이놈!”

화가 난 피욘이 뛰쳐나가려는데 이서우가 그의 앞을 막았다.

“피욘 님, 저놈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엘프들을 보살펴 주세요.”

“아, 알았네. 이곳에서는 놈의 저주가 통하지 않을 테니 마음껏 싸워 보게.”

“네.”

이서우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덤벼.”

“인간 주제에 건방지구나. 네놈의 목을 주인님께 가져가겠다.”

“그럴 수 있다면. 근데 아마 그건 힘들 거야.”

이서우는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이 화가 났는지 다크 엘프가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나머지 10명도 이내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그러더니 몸에서 검을 빼냈다.

“남성체였군. 완벽한 여성체로 변하는 신비한 재주를 가졌다니. 설마, 네놈 주인이라는 자에게 그런 식으로…….”

“이, 이놈! 시끄럽다. 어서 놈을 쳐라!”

다크 엘프는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고 여기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10명의 다크 엘프들은 몇 발짝 떼지 못하고 멈췄다.

“대, 대장님, 이곳은…….”

“설마, 이 방 전체에 세계수의 기운을 심어 둔 것이냐?”

“그렇다. 탕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세계수의 힘이 퍼져 있지.”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생존한 엘프들이 총동원되었지. 그리 어렵지 않았어.”

“이, 이놈…….”

탕 안에만 세계수의 기운이 퍼져 있는 줄 알았는데, 싸움을 시작하려고 하니 갑자기 기운이 방 전체로 퍼졌다.

다크 엘프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인님, 미련한 종을 용서하십시오.”

“미련한 종을 용서하십시오!”

“은인님, 놈들을 막아야 합니다. 놈들은 지금 자결을 하려 합니다. 어서…….”

피욘의 말을 듣고 땅을 힘껏 박찼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털썩, 털썩, 털썩!

모든 다크 엘프들이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이서우는 이렇게 허무하게 자살할 거라 생각지 못해 황당한 얼굴로 쓰러진 다크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진퇴양난에 빠져 정보를 주지 않으려고 자결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런…….”

“다크 엘프들은 주인에게 해가 되는 짓을 하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괜찮습니다. 지금은 많은 동족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합니다.”

얼마 못 버티고 모두 죽을 것이라 여겼는데, 대부분의 엘프들이 살아 돌아왔다. 그러니 이 이상 더 무엇을 바랄까.

“몇몇은 시체를 치우고, 너희들은 안에서 힘을 회복하여라.”

“네, 장로님.”

“은인님, 일단 나가시지요.”

“네.”

피욘은 이서우를 극진히 대했다.

그가 없었다면 종족 자체가 사라질 뻔했기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를 보이는 것이다.

피욘의 거처로 간 이서우와 이설아는 향긋한 차를 대접받았다.

“차가 상당히 좋네요.”

“네. 세계수 잎을 말려서 우려낸 찹니다. 기운을 북돋워 주죠. 필요하시면 챙겨 드리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서우는 전투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마다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까 본 그 장소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외부로 절대 알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네. 은인님을 믿습니다.”

아직 외부에서는 세계수에 대해 알지 못했다.

세계수는 엘프들의 삶에 근간이 되는 것이고, 그들이 다시 힘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만큼 소중한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피욘은 세계수의 씨앗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통을 참으면서 몸속에 꼭꼭 숨겼다.

생존 희망은 없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 잡히기 전에 재빨리 숨겨 둔 것이었다.

다행히 이서우를 만나 그는 세계수를 다시 심을 수 있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잘 심어 뒀기에 아무도 그 위치를 모르지만,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은 법이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우리도 좀 쉬어야 할 것 같네요.”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힘들게 고생하셨는데 제가 그것도 모르고…….”

“아닙니다. 세계수 차 덕분에 몸이 개운해져서 참 좋았습니다.”

“부족하면 언제든지 오십시오.”

“네.”

이서우는 피욘이 주는 세계수 찻잎을 받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와, 벌써 저녁 시간이겠네. 바로 나가자.”

“응.”

이서우와 이설아는 서둘러 접속 종료를 했다.

밖으로 나오니 시곗바늘이 밤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 *

“이년이 설마 구라를 친 건 아니겠지?”

“형님, 아무래도 나올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애들도 며칠째 지금 백작가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느라 일도 못 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년이 형님을 속인 거 아닐까요?”

“거짓말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아는 년이라서 그럴 리는 없는데.”

“형님, 밖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무슨 일인데?”

“잠시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사내는 허리를 90도로 숙이고는 접속을 종료했다.

인사를 받은 사내는 바로 권안나의 전 남친인 홍영철이었다.

나갔던 사내가 급히 들어왔다.

“형님, 큰일났습니다.”

“큰일? 무슨 일인데?”

“형님이 찾는 그놈이 지금 방송 중이랍니다. 한데, 새로운 지역을 발견했다고 모두에게 광고를 하는 중입니다.”

“뭐? 개자식이 그럼 지금까지 다른 데 있었다는 거야?”

“네? 네, 형님.”

“이 개자식, 그럼 지금까지 우리를 갖고 논 거잖아!”

“네? 네, 그게, 결론은 그렇게 되는데…….”

사내는 뭐라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자가 가지고 논 게 아니라 우리가 착오를 범했다고 하는 순간 구타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놈의 위치를 파악해서 당장 간다.”

“하지만 형님, 그곳은 지금 당장 갈 수 없다고 합니다.”

“뭐? 그럼 언제부터 갈 수 있는데?”

“그게, 며칠 더 있어야 한다고…….”

“넌 그럼 위치랑 언제 갈 수 있는지까지 자세히 알아 둬라.”

“네, 형님.”

“이 자식, 감히 내 여친을 건드리고 도망을 가?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사내는 착각 속에 빠진 홍영철을 두고 얼른 접속을 종료했다.

흥분한 상태에서 함께 있어 봐야 불똥만 튀어 좋은 결과를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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