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111화 (111/341)

# 111

레벨이 갑이다

111화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후략……

열 번 중 한두 번 성공을 하고 대부분 실패했다.

하지만 전설은 20강화까지가 기본이라는 점이 매력 있었다.

초월까지 하면 엄청난 무기가 되는 것이다.

‘강화하다가 진짜 파산하겠네.’

그동안 이서우는 마나와 잡템을 판매한 돈까지 30만 골드 이상을 모았다.

한데, 강화로 벌써 10만 골드를 소모했다.

그러고도 15강이 전부였다.

결국 이서우는 최상급 강화석까지 동원해 다시 5만 골드를 날리고서야 20강을 찍을 수 있었다.

‘레벨이 높은 장비가 더 강화가 안 되는 것 같네. 이걸 어떡한다.’

이서우가 얻은 무기는 레벨 제한이 250이었다.

지금 가장 레벨이 높은 사람은 전신으로, 얼마 전 225레벨을 넘겼다.

그다음이 212레벨, 210레벨 순이었다.

이서우는 어느새 랭킹 10위 안에 들었지만 비공개로 해 둬서 아는 사람은 없었다.

200레벨부터는 정말 엄청난 노가다가 필요했다.

특히 이서우는 평범한 유저들보다 훨씬 레벨 업이 힘들어서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이런 보상이라도 있으니 재미나게 하는 거지, 노가다만 하라고 했으면 절대 못 하지.”

이서우는 시뻘겋게 반짝이는 키난의 장검을 바라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평균 레벨이 좀 더 오르고, 찰 만한 사람이 나오면 그때 팔아야겠네.”

지금 팔아도 엄청난 값에 거래가 되겠지만, 나중에 파는 것보다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50레벨에는 몇백 명이 몰려가도 종속자는 잡을 수 없으니 제값은 확실히 받을 수 있을 거야.’

가격이 떨어질 염려는 없었다. 그만큼 종속자들은 강했다.

물론 방어구와 액세서리까지 전설 장비로 도배를 하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확신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펠렌의 장비를 풀 세트로 맞췄으니 그나마 편했지. 지금생각해도 펠렌 세트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싶네.’

이서우는 펠렌의 세트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요즘은 펠렌의 세트를 보는 맛으로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3차 전직을 이루면서 펠렌의 검은 기본 공격력이 3만까지 뻥튀기되었다.

레벨에 따라 추가로 증가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5만이 넘고, 액세서리까지 포함하면 장비에서만 해도 공격력이 10만을 넘었다.

200레벨이 되면서 관찰력이 통찰력으로 바뀌면서 100퍼센트 온전한 증가 효과를 누렸고, 칭호와 백호로부터 얻은 것까지 더해 총 115퍼센트가 상승했다.

잠재력으로 얻어진 추가 증가 수치까지 포함하면 엄청났다.

3차 전직을 하면서 우연히 사용하게 되었던 마나 블레이드와 마나 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뚜렷한 마나가 형성되면서 위력도 엄청나게 증가했다.

방어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보통은 상의, 하의, 견갑, 장갑, 신발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펠렌의 방어구는 일체형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마나 주입에 따라 진화를 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평범하다.

평범한 상태에서도 유일 장비 못지않은 방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마나를 주입하는 순간 전설 장비 최상급 옵션 아이템 풀 강화보다 더 강해진다.

극한으로 주입하면 키난과 같은 종속자의 공격도 정면으로 받아 낼 수 있게 변한다.

그때의 반짝이는 외형은 정말 예술이었다.

‘방송에 이게 나가면 평범한 장비를 입고 이벤트 때 좋은 성적을 냈던 이미지는 다 날아가겠네.’

다시 마나를 주입해 반짝이는 방어구를 직접 확인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서우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영상이 공개되면서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어쨌든 이서우는 대폭 증가한 능력치를 보며 만족했다.

사냥할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장비 강화도 다 끝냈고, 슬슬 사냥을 하러 가 볼까?’

이서우는 오랜만에 대검을 휘두르며 종횡무진했다.

절망의 벽 너머에서 건너온 무리가 있다는 걸 이제 다른 종속자들도 알았다.

하지만 아직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아 관리자들에게는 보고가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서우가 처치한 종속자들은 가장 약한 축에 속하는 자들이었다.

강한 자들은 전부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 때문에 종속자들은 이서우에 대한 우려보다 호기심이 컸다.

게다가 이서우가 있음으로 인해 손쉽게 다른 종속자의 땅을 얻을 수 있어서 누구도 관리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런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이서우는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사냥의 밤은 그렇게 천천히 지나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 밝았다.

접속 베드에서 깜짝 잠이 들어 버린 이서우는 알람 소리에 얼른 일어났다.

“무슨 접속 베드가 이렇게 편하냐. 종료하면 나오기가 싫네.”

나와야지 하면서도 너무 편해서 누워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이 들고 말았다.

벌떡 일어난 이서우는 사우나에서 씻고 바로 나왔다.

현실에서 하는 방송이라면 메이크업을 해야 하지만 게임 내에서 하는 방송이어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설아는 달랐다.

현실에서도 하고 게임 내에서도 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7시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온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이서우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기사를 찾아보았다.

“아직까지는 조용하네. 응? 이건 설아 씨에 대한 건데…….”

이서우는 기사 내용을 터치했다.

이설아에 대한 것이었는데, 최근 방송에 나오지 않아 각종 루머가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늘 방송에 나가면 다들 난리가 나겠네.’

기사가 상당히 많았다.

녹화분이 나가지 못하면서 두 번 방송에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 이렇게나 이슈가 되다니.

이서우는 이설아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새삼 실감했다.

8시 반이 되자 이설아에게 연락이 왔다.

방송 장비들이 있는 방으로 가니 이설아가 보였다.

평소와 전혀 다르게 순백의 시스루 원피스에 낮은 스니커즈로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무릎 살짝 위까지 오는 치마 길이의 원피스에, 화장을 한 듯 안 한 듯 연하게 하니 청순미가 물씬 풍겼다.

그녀의 나이를 몰랐다면 10대 소녀로 착각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소녀 느낌이 강했다.

“서우 씨?”

“네? 아, 네.”

“오셨으면 들어오시지 거기 멀뚱히 서서 뭐 하세요?”

“아, 네. 준비는 다 끝나셨나 보네요.”

“네. 이제 내려가 봐야 해요.”

“파이팅입니다!”

“서우 씨의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나는걸요.”

“그럼 매번 파이팅을 외쳐야겠네요.”

“호호호, 그 말 잊으시면 안 돼요!”

“말 한마디 정도야 언제든 해 드릴 수 있죠.”

이서우의 응원에 이설아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늘 하던 일이니 특별히 긴장감은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컸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어서 약간 떨렸다.

과거처럼 컴퓨터와 몇몇 장비들로 혼자 하는 방송이 아니었다.

방송국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게임 내에서도 홀로 방송을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주가 되는 것은 게임 내의 방송이다.

지금처럼 현실에서 하는 방송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오늘처럼 특별한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진행하겠지만, 자기가 게임을 즐기면서 하는 방송이 대부분이어서 훨씬 마음이 편했다.

그녀가 가고 나서 이서우는 자신의 방 중에 방송 장비가 있는 방을 살폈다.

편하게 방해 없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설아의 방송이 끝나면 그녀는 다시 베드 방으로 와서 같이 게임에 접속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이서우도 참여하게 된다.

“왠지 떨리는걸.”

누군가가 자신의 플레이를 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다.

시간이 되었다.

드디어 그녀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설아예요. 그동안 제가 말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여러 루머들이 도는 걸 봤어요. 하지만 근거 없는 기사들이니 다 무시해 주세요. 저는 이렇게 잘 있답니다.

‘설아 씨도 기사를 봤구나.’

이서우는 괜히 힘이 빠질까 봐 그녀에게 기사 내용을 말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에 대해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황당한 내용들도 있었다.

중국의 부자에게 시집을 가서 안 나온다는 말부터, 사귀는 사람이 생겨서 도피 여행을 갔다는 말까지.

하지만 이설아는 그런 기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했다.

-제가 그동안 나오지 못한 이유는 방송국에 얽매여 있는 것이 조금 답답해서였어요.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틀에 박혀 있는 제 모습을 보며 회의감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제가 직접 플레이를 하면서 방송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앞으로는 제가 직접 게임을 하면서 생생하게 방송을 전달해 드릴게요.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소식을 가져왔어요. 바로 전장의 지배자 님과 관련된 일이죠. 기대된다고요? 그 소식은 광고 후에나 전해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참, 개인 방송은 광고로 먹고사는 거 아시죠? 착한 기업 위주로 광고를 선정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긴 이야기가 끝나고 광고가 나왔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설아가 등장하는 영상의 시청자는 순식간에 10만이 넘었다.

실시간으로 기사가 올라오면서 숫자는 더 늘어났다.

광고가 끝나는 30초의 짧은 시간에 20만까지 뛰었다.

다시 이설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30만을 넘겨 계속 고공 행진이었다.

-조금 전에는 제가 설명을 못 드렸는데, 우리는 광고를 선정할 때 기업의 미래 가치와 사회 공헌도를 많이 보고 있어요. 운이 좋게도 광고 선정을 저와 그리고 함께 방송하는 분이 결정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차별화된 광고이니 많은 사랑 부탁해요.

윙크와 함께 이설아가 광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언급했다.

하지만 시간을 길게 끄는 것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살 수 있어 얼른 본내용으로 넘어갔다.

-죄송해요. 너무 이야기가 길었죠? 이제 바로 소식을 전해 드릴게요. 조금 전에 저와 또 한 분이 방송을 한다고 말씀드렸죠? 네, 그분은 바로 전장의 지배자 님이십니다. 네? 정말이냐고요? 네! 정말 전장의 지배자 님과 방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셨다고요? 더 놀랄 소식은 따로 있습니다. 단순하게 초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함께 직접 플레이를 하면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죠. 이쯤에서 박수 한번 쳐 주세요. 짝짝짝짝짝!

이설아는 박수까지 쳐 가면서 전장의 지배자와 함께 방송을 하게 됐다며 자축했다.

이 멘트가 나간 직후 시청자가 100만 명이 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오전 9시의 이른 시간.

이런 시간에도 시청자는 미친 듯이 늘어났다.

이설아는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어떤 나라든 모두가 시청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다면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구성만 좋으면 볼 사람은 다 본다.

바로 지금 그녀의 생각이 증명이 되었다.

-제가 약속드렸었죠, 반드시 전장의 지배자 님을 찾겠다고? 그 약속을 드디어 지키게 됐네요. 그리고 또 하나, 아주아주 중대한 발표가 있어요. 혹시 뉴 월드를 하는 지인이 있다면 반드시 연락을 하셔서 함께 이 방송을 보시기 바라요. 나중에 따로 찾아보셔도 되지만 이왕이면 본방 사수하는 게 낫겠죠? 어떤 소식인지 힌트를 드릴게요. 이번에 패치 소식 다들 아시죠? 새로운 사냥 지역이 생겼다는 것도 아실 테고요. 제가 전해 드릴 소식은 바로 그 신규 사냥터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여러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곳이에요. 참고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릴게요. 전장의 지배자 님이 거기서 전설 등급 최상급 옵션 아이템을 습득했다는 거예요. 자, 그럼 광고 보시면서 잠시 쉬는 동안 지인들에게 꼭 연락하세요! 그럼 1분 후에 만나요.

다시 광고가 나가는 동안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전장의 지배자가 전설 등급 중에서도 최상급 옵션 아이템을 습득했다는 데에서 다들 탄성을 터트렸다.

시청자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벌써 300만을 넘겨 40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설아 씨, 대박입니다.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네. 저도 보이네요.”

진행자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서 이설아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1분이 지나고, 다시 이설아의 시간이 돌아왔다.

그녀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들린 듯 방송을 진행했다.

모든 소식을 전하고 동영상을 틀었다.

전장의 지배자가 나오는 영상이었는데, 첫 화면이 수만 마리 몬스터에게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그곳은 일반 지역이었는데, 전장의 지배자는 순식간에 그 많은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그는 마나 탄을 연속해서 쏘아 보냈고, 마나 블레이드로 단숨에 몬스터를 도륙했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또다시 시청자가 100만 명 늘어났다.

영상이 끝나고 광고가 이어졌고, 다음으로 두 번째 영상이 나왔다.

전혀 새로운 곳이었는데, 바로 그곳이 하이 레벨 지역이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곳에 환호했다.

한데, 이번에는 겨우 100마리 정도에 둘러싸인 전장의 지배자가 보였다.

실망감도 잠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 똑같은 몬스터 같은데 엄청난 힘을 발휘해 전장의 지배자를 몰아붙였다.

물론 전장의 지배자는 어렵지 않게 다 받아넘겼지만 그의 공격에도 몬스터들은 쉽게 죽지 않았다.

분명 첫 번째 영상과 다를 바 없이 막강한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말이다.

더 놀라운 장면이 이어서 떴다.

경험치.

일반 지역보다 최소 5배나 많은 경험치였다.

사람들은 대체 저곳이 어디냐고 난리가 났다.

그 반응을 이설아도 보았다.

영상이 끝나고 이설아는 말했다.

-자, 10분 후 저곳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제가 직접 게임에 접속해서 전장의 지배자 님과 함께 이동할 거랍니다. 많은 시청, 해 주실 거죠?

이설아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윙크를 했고, 다시 광고가 이어졌다.

“와, 영상 2개 나오는 동안 1천만 명이 넘었네. 대박이다. 대박.”

이서우는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영상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인원이 몰린 것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광고가 나오는데도 사람들은 나가지 않고 방송이 다시 이어지길 기다렸다.

광고비가 껑충껑충 뛰는 소리가 들렸다.

이서우는 서둘러 접속 베드가 있는 방으로 갔다.

이제는 이서우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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