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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104화 (104/341)

# 104

레벨이 갑이다

104화

바람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졌다.

숨을 쉬기 힘들 정도여서, 마나를 더욱 많이 퍼트려야 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해서 사이먼 자작에게 갈 때와 마찬가지로 백호는 소환하지 않았다.

함께 가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마나의 소모는 더욱 많아졌다.

잠재력이 어느 정도로 개방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서우는 자신이 한계라고 여긴 것 이상의 마나를 온몸에 실었다.

직선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엄청난 공기저항을 이겨 내고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한데, 나무 사이를 평지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하려면 얼마나 많은 집중력과 힘이 필요할까.

이서우는 작은 모터사이클이 달리는 것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숲을 질주했다.

‘마나를 밖으로 분출시킬 수만 있다면!’

이서우는 마나를 마법처럼 쏘아 보내던 상황을 떠올렸다.

치치리에게 접근하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다시 한 번 써 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공격에도 유용했으니 이동에도 큰 위력을 발휘할 거라 여기고 다시 시도를 했는데,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현아야.

파티 채널로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조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텍스트로 전달이 되는 파티 창도 역시 대답이 없었다.

전력을 다해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서우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언니!”

조현아의 외침이 들렸다.

한데, 그녀가 바라보는 곳에 이설아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2미터 정도 되는 근육질 사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조현아가 말한 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리가 멀어. 단숨에 저곳까지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 보았지만 사내가 거대한 도를 휘두르는 속도보다는 빠를 수가 없었다.

산적같이 생긴 사내, 도비드는 도를 머리 위로 높이 쳐들었다.

조현아나 이민아가 이설아와 가까웠지만, 그들은 이미 전투력을 상실하고 바닥에 널브러진 수준이어서 도울 수가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목소리로 이설아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이서우가 간절한 마음을 품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중형차 엔진으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로켓엔진으로 달리는 것처럼 이서우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지고, 이서우의 바람처럼 그는 어느새 도비드의 등 뒤에 도달해 있었다.

푹!

이서우는 반사적으로 대검을 등에 꽂았다.

도비드는 이서우의 존재를 알았지만 이설아를 먼저 처치하고 상대를 해도 되겠다 싶어 안심하고 있었다.

거리가 꽤 멀었으니 충분하다 여긴 것이다.

한데, 갑자기 이서우의 존재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라 피해 보려 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큭, 인간 주제에 어디서 감히……!”

고통에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 듯하더니 도비드가 힘을 끌어 올리자 대검이 밖으로 밀려났다.

당황한 이서우는 대검을 뽑아 재차 공격하려 했으나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파멸의 기운!”

이를 악물고 대검을 뽑으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민아였다.

그녀는 안간힘을 쓰면서 일어나 힐러들의 필살기 중 공격과 관련된 스킬을 시전했다.

파멸의 기운은 정화나 청명으로는 치유가 되지 않는 것으로, 적에게 지속적인 대미지를 준다.

단순히 지속 대미지를 주는 정도라면 필살기라 불리지 않았을 것이다.

파멸의 기운이 시전되면 모든 능력이 하락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인 스킬이었다.

위력이 강한 만큼 지속 시간은 짧았다.

하지만 전투에서는 1초로도 승패가 좌우된다.

“큭, 이년이……!”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생명력이 1퍼센트씩 빠져나가자 화가 난 도비드가 이민아를 쳐다보았다.

도비드가 손을 뻗었다.

이서우가 등 뒤에서 대검을 뽑으려 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무시하고 이민아를 공격하려는 것이다.

이서우가 막아 보려 했지만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어서 미처 막을 수가 없었다.

“아아악!”

눈에 보이지도 않는 기운이 날아가 이민가의 가슴을 가격했다.

이민아가 힘없이 쓰러졌다.

“하아아압!”

더 지체하다가는 전멸을 면할 수 없다 여긴 이서우는 발악하듯 악을 지르며 대검을 뽑았다.

파멸의 기운으로 인해 약해진 도비드여서 검이 쑤욱 빠져나왔다.

이서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서걱!

그는 망설이지 않고 도비드의 목을 베어 버렸다.

“이런 잡것들을 봤나!”

다음 순간, 이서우는 기이한 장면 앞에 몸이 얼어 버리고 말았다.

분명히 목이 잘렸는데, 몸뚱이가 움직여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머리를 잡더니 다시 붙이는 게 아닌가.

머리를 다시 붙이다니!

트롤의 재생력은 새 발의 피였다.

하지만 이서우는 곧 굳은 몸을 마나로 깨우고는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

머리가 붙는 동안 그 잠깐의 빈틈이라도 활용하려는 것이다.

푹! 푹! 푹!

옆구리, 배, 심장을 차례로 찔렀다.

얕게도 아니고 깊숙이 찔러 충분히 타격을 줄 거라 여겼는데, 도비드는 건재했다.

아니, 오히려 더 날뛰며 이서우를 향해 도를 휘둘렀다.

챙!

“큭.”

도비드의 도가 순간 이동이라도 하듯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행히 이서우는 본능에 충실해 아슬아슬하게 막아 낼 수 있었다.

‘이대로는 힘들어. 지난번처럼 마나를 방출해야 돼. 한 번 사용했으니 두 번도 가능해. 집중하자, 이서우!’

이서우는 가까스로 도비드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마나 탄을 쏘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감각을 살리면 다시 펼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온몸에 마나가 충만했었어.’

이서우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온몸에 마나를 충만하도록 했다.

공격도 아니고, 단지 온몸에 마나를 보내는 데 전체 마나의 절반이 소모되었다.

그사이 도비드는 광소를 터트리며 이서우를 천천히 몰아붙였다.

웅웅웅웅웅!

“헉, 마나 블레이드?”

도비드가 승리를 확신하며 도를 휘두르는데, 갑자기 이서우의 검에 맺힌 푸른 빛이 길쭉해졌다.

화들짝 놀란 도비드는 얼른 몸을 빼려 했다.

하지만 이서우의 행동이 빨랐다.

서걱!

이서우는 다시 한 번 도비드의 머리를 베었다.

머리를 붙일 것을 우려해 팔까지 잘라 버렸다.

서걱, 서걱!

팔이 재생성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이서우는 대검을 들어 도비드의 머리에 내리꽂았다.

-종속자 도비드를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도비드의 목걸이를 획득하셨습니다.

-도비드의 피를 획득하셨습니다.

-25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치치리의 간절한 부탁’을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퀘스트 완료 소식까지 더해 단숨에 4레벨이 올랐다.

메시지가 끝나자 머리를 잃은 도비드의 몸통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흐느적거리며 쓰러졌다.

털썩!

“설아 씨!”

이서우는 가까이에 있는 이설아에게 다가갔다.

쓰러져 있어 혹시라도 죽은 것은 아닌지 살피려는 것이다.

“저, 전 괜찮아요. 그것보다 민아가…….”

“민아 씨?”

이서우는 급히 민아에게로 갔다.

“언니!”

“민아 씨!”

거리를 단숨에 좁힌 이서우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언니!”

“이미 강제 종료됐어.”

이서우는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

숨이라도 붙어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하루면 접속 제한이 풀리니 그때까지는 저들을 사이먼 자작에게 안내하고 우리도 마을로 가자.”

“네, 오빠.”

게임이기에 이서우는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현아는 슬픈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설아가 힘겹게 다가왔다.

“결국 민아는 죽었네요.”

“네. 놈이 생각보다 너무 강했어요.”

“일단 저들을 사이먼 자작에게 데려가요.”

“네.”

이서우의 인도로 일행은 안정적으로 사이먼 자작에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서우가 도비드를 처치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그의 말을 거역하지 않았다.

노예에서 벗어났지만 강한 존재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작아지는 그들이었다.

사이먼 자작은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지 시신들을 마차에 잘 실어서 준비를 마쳤다.

이서우는 각 종족 대표들에게 사이먼 자작을 잘 따르라고 전해 주었다.

눈치 빠른 그들은 이서우와 사이먼 자작의 관계를 금세 파악했고, 이서우의 당부에 적극 동조했다.

사이먼 자작에게 서신을 전달받은 이서우는 경비병들과 함께 마차를 끌어 백작 성으로 갔다.

성으로 가는 동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문지기가 백작에게 보고를 했는데, 백작이 직접 달려 나왔다.

“아니,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빨리 온 건가?”

“그게…… 습격이 있어 나무꾼과 목수가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경비병들과 기사들까지…….”

“그럴 수가. 자네가 있었는데도 그리되었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지.”

“제가 없는 틈을 타서 습격을 한 것 같습니다.”

“뭐? 그러면 놈들이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인가?”

“마법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에게 우리의 행적이 발각된 것 같습니다.”

“마법사들은 대지의 기억을 읽을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었겠구먼.”

“참, 사이먼 자작님께서 이걸 주셨습니다.”

이서우에게 건네받은 서신을 다 읽은 백작은 고이 접어 품에 넣고는 말했다.

“자네가 일꾼들을 3천 명이나 데려왔다고 하는데, 그들과 협상을 할 거라는군. 어떻게 된 건가?”

조세프 백작의 질문에 이서우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잘됐군. 그런 자들이라면 함께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자네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되었네.”

-퀘스트 ‘백작의 도전’을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최상급 강화석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3,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10,000이 상승합니다.

-퀘스트 ‘희생자들을 백작의 성까지 무사히 호위하라’를 완료하셨습니다.

-5,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아닐세. 자네가 한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자네 일행도 고생이 많았네.”

“백작님과 자작님이 고생이 많으시죠.”

“아닐세. 그것보다 미안한 말을 하나 해야겠네.”

“네?”

“몰디나 님이 당부를 하셨네. 임무를 완수하고 받는 보상은 그분이 제안한 조건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말일세.”

“그 말씀은…….”

“맞네. 더 높은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뜻이네.”

“…….”

이서우는 200레벨이 다가오고 있어 신이 났었는데, 그의 말에 급격히 기분이 다운되었다.

퀘스트로 받은 경험치를 제외하면 이서우는 레벨을 209까지 올려야 하는 것이다.

‘어쩐지 일이 쉽게 잘 풀린다 했네. 뭐, 아직은 시간이 남았으니까.’

이서우는 훌훌 털어 버렸다.

괜히 고민해 봐야 해결되는 일도 아니니 좋게 생각하는 것이다.

“미안하게 됐네.”

“아닙니다. 그분이 하신 말씀이니 백작님도 거절하기 어려우셨겠죠.”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하면, 바로 자작에게 갈 텐가?”

“아닙니다. 마을에 온 김에 정비를 좀 하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험난한 곳이니 그래야지.”

“참, 그리고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백작님께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자작님께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알았네. 오늘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내 곧 부르겠네.”

“네, 백작님.”

이서우는 성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백작과 헤어졌다.

죽은 사람들의 처리로 바쁠 테니 자리를 피해 주는 것이다.

성을 벗어난 이서우 일행은 파고라에 잠시 앉았다.

“일단은 정비를 하고, 현실 시간으로 2시간 뒤에 봅시다.”

“네, 오빠. 언니도 나갔다 오실 거죠?”

“응. 에너지를 보충해 줘야 또 열심히 달리지.”

“근데, 민아 언니는 어쩌죠?”

“그러게.”

“현실 시간으로 닷새 후면 칸달 님이 추가로 병력을 데리고 온댔으니 그때 합류하는 것도 괜찮죠.”

“그러네요. 일단 접속하면 그때 민아에게 말해요.”

“그러죠.”

“네, 언니.”

그렇게 약속 시간을 정하고 셋은 접속을 종료했다.

* * *

“어이, 오랜만이야.”

“더 이상 날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미 이야기 끝났잖아.”

“그건 그때의 일이고, 지금은 또 지금의 룰이 있는 거 아니겠어?”

“난 너와 볼일 없으니 그만 꺼져 줘.”

“이년이 안 본 사이에 간덩이가 많이 부었네. 로또 맞았다고 하더니 배짱이 아주 두둑해지셨어.”

“결국 돈이 목적인 거네.”

“내가 요즘 사업이 통 잘 안 풀려서 말이야.”

“사업? 사업 같은 소리 하네. 자꾸 괴롭히면 신고할 테니 알아서 해.”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사람은 바로 권안나였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고 뉴 월드를 접어 버렸다.

마땅히 할 게 없어 카페에 나와 시간을 죽이거나 영화를 보며 지냈다.

오늘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여유를 부리는데, 예전부터 자주 오던 곳을 선택한 게 문제였다.

좋지 않게 헤어진 전 남친이 찾아 올 줄 알았다면 그녀는 이곳을 오지 않았으리라.

“사람들 보는 데서 처맞고 싶구나?”

사내의 목소리와 표정이 돌변하자 권안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욱하면 두드려 패고 보는 성격 때문에 헤어진 것인데, 지금이 딱 발광을 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신고를 하면 처벌은 받겠지만, 또다시 괴롭힐 가능성이 높았다.

맞아 봐야 얼굴만 상하기에 그녀는 더 이상 사내를 도발하지 않았다.

“대체 용건이 뭐야?”

“너 그 좋아하던 뉴 월드도 접었더라? 로또, 지난번 당첨 금액이 꽤 높던데, 그거 같이 좀 나눠 쓰자고.”

“이미 빚 갚는 데 쓰고, 집 사고, 차 사고, 백 사고, 다 썼어. 그 소문은 못 들었나 봐? 남은 거라고는 몇백만 원밖에 없어.”

“이년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거지새끼로 아나.”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 했지만 권안나의 말투 자체가 상대에게 삐딱하게 들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내를 자극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게 되고 말았다.

원래 가진 성격이 그래서 그녀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화가 난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권안나에게로 다가갔다.

머리채를 잡자 권안나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 개새끼야! 이거 안 놔? 이게 얼마짜리 머리인데 함부로 잡고 지랄이야?”

“너 같은 년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안 그래?”

찰싹!

사내는 머리채를 잡지 않은 손으로 권안나의 뺨을 후려쳤다.

갑자기 카페가 어수선해지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권안나는 뺨이 화끈거리자 표독스럽게 사내를 쳐다보았다.

“이년이 어디서 꼴아봐?”

찰싹!

이번에는 더욱 세게 올려쳐서 권안나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따라와, 이년아!”

“아야! 아프다고, 이 개자식아!”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들으면 좋잖아.”

사내는 힘으로 권안나를 질질 끌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카페 앞에 세워진 SUV 차량에 거칠게 밀어 넣었다.

“가자.”

“네, 형님.”

홀로 남겨지자 권안나는 공포감이 들었다.

위험 상황에 자동으로 멈추는 완전 자율 주행 차였다면 소리라도 질렀을 텐데,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걸 알았는지 사내는 철저히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이제 좀 무서워지냐?”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진짜 돈 없다고!”

“이번에 당첨된 금액이 얼만데 자꾸 돈 없다고 구라야?”

“누가 로또 당첨됐다고 그래?”

“네 주변에 있는 것들이 다 떠들고 다니더라. 얼마나 돈지랄을 했으면 애들이 하나같이 떠들어 대겠냐.”

“로또 당첨된 적 없어.”

“자꾸 거짓말할래?”

“어느 지역에서 당첨됐는지 알아보면 되는 걸 내가 왜 거짓말해?”

“그럼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

“그건…….”

권안나는 말문이 막혔다.

사내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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