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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82화 (82/341)

# 82

레벨이 갑이다

82화

“서우 님? 아니, 오빠!”

“헛!”

백작 성으로 들어갔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조현아였다.

‘저 여자가 여기엔 왜? 설마…….’

신전과 연관이 있는 힐러여야 이곳에 올 수 있다.

그중에서도 신관들에게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데, 설마 조현아가 거기에 포함될 줄이야.

이서우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졸지에 여동생 1명이 생겨 버렸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한 모습을 유지한 채 다가갔다.

“이거 딱 걸렸네요.”

“그러네요, 오, 빠.”

“윽.”

“왜요? 저처럼 귀여운 동생 생기면 좋잖아요.”

“그, 그런가요?”

“동생한테 존대라니요. 아니 될 말이죠. 편하게 하세요.”

“그러죠. 아니, 그래.”

“친구 추가도 받으셔야 돼요!”

“알았어.”

이서우는 뱉었던 말을 주워 담는 성격이 아니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해서 약속한 거지만 벌어졌으니 받아들였다.

“허허허, 자네와 안면이 있는 사람일 줄이야. 잘된 일이야.”

“……네.”

사이먼 자작이 다가와 소탈하게 웃었다.

위험한 곳으로의 여정이니 가까운 사람이 동행하면 더 믿음직스럽다.

“참, 백작님께 가 보게.”

“네.”

“오빠, 다녀오세요.”

“그래.”

이서우는 어색하면서도 친근하게 챙겨 주는 조현아가 싫지는 않았다.

“어서 오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좀 앉게.”

“네.”

이서우는 첫날 앉았던 화려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힐러 셋을 구했네. 거기다 기사 30명도 추가로 대기 중이지. 최고로 뽑았으니 지난번보다는 훨씬 사정이 나아질 것이네.”

“지원 감사합니다.”

“아닐세. 자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울 수는 없는 일이지.”

백작은 이서우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지 사이먼 자작에게 전해 들었다.

그가 없다면 이번 일도 결코 진행이 안 된다는 말까지 추가로 덧붙여서, 백작은 더욱 이서우를 신경 썼다.

“내가 왜 자네를 보자고 했는지 알겠는가?”

“무슨 말씀이신지.”

“내 솔직히 말하겠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백작이 갑자기 진중한 얼굴을 하자 이서우는 퀘스트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결계를 막는 것이 이번 일의 목표였네. 강력한 몬스터들이 이 땅을 밟지 않으면 된다고 여겼지. 하지만 첫 조사가 끝나고 사이먼 자작의 보고를 받고는 마음을 바꾸었네.”

“마음을 바꾸셨다고요?”

“그렇다네.”

백작의 표정이 워낙 진지해서, 설마 뭔가 불이익이 돌아오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결계를 강화하면서 그곳을 우리의 영토로 만들었으면 하네.”

“네?”

위험한 지역이니 완전히 차단을 해 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할 줄 알았다.

한데,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말이었다.

“물론 모험가인 자네의 힘이 아니라 우리 기사들의 힘으로 이 일을 해내고 싶었네. 하지만 그것 또한 나의 욕심이라는 것을 자네를 보고 깨달았지. 자네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네. 그러나 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이 상황을 자네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네. 시작도 못 해 보고 내 시대가 끝나 버리는 건 너무 허망한 일이 아니겠나.”

백작의 도전

조세프 백작은 몬스터의 침공을 막기 위해 거대한 성벽을 지키는 데 일생을 바쳐 왔다.

제국을 위해, 제국을 살아가는 백성을 위해 그는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대규모 몬스터 침공 이후 단순히 막아 내는 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타파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마침 당신이 나타났다.

홀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겠지만 출발선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만으로도 조세프 백작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영역을 확장할 기반을 마련하라. 결계 너머에 전초기지를 세우는 데 기여를 하면 된다.

성공 시 보상 : 6레벨 경험치, 3,000골드, 최상급 강화석 10개, 명성 10,000.

실패 시 : 10레벨 다운, 조세프 백작과의 친밀도 대폭 하락.

‘비 더블 플러스급? 비 플러스급이랑 보상 차이가 장난 아니네. 어차피 가야 할 곳인데 당연히 콜이지.’

이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 이번 일에 임하겠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자네가 수락을 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야. 하하하하.”

“저야말로 이렇게 절 믿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세프 백작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서우를 포근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참, 그리고 또 한 가지 부탁이 있네.”

“경청하겠습니다.”

“그곳의 몬스터가 이곳과 외형은 같은데, 크기나 힘은 완전히 다르다고 하더군.”

“네. 저도 그 부분에서 많이 놀랐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몬스터들의 뼈와 가죽, 된다면 장기도 확보해서 가져다주게.”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런 것을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시는지요?”

“마법사들이 연구를 하고 싶다더군.”

“그런 거라면 문제없습니다.”

연구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하라

조세프 백작 휘하에 있는 마법사들은 새로운 몬스터의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고 싶어 한다.

생포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너무 힘이 강력해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육체 중 일부라도 얻기를 원한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몬스터의 육체 중 어느 곳이라도 상관없다. 닥치는 대로 가져오면 된다. 단, 모두 다른 종류여야 하고, 최소 다섯 종류 이상은 되어야 한다.

성공 시 보상 : 5레벨 경험치, 3,000골드, 상급 강화석 10개.

실패 시 : 7레벨 다운.

퀘스트 내용을 본 이서우는 앞으로 세 종류의 몬스터만 더 잡으면 되겠다며 좋아했다.

“아, 그리고 사이먼 자작이 말을 하겠지만, 미리 한 가지 당부할 것이 있다네.”

“말씀하십시오.”

이번에는 또 무슨 퀘스트를 주려나 싶어 이서우는 귀를 쫑긋 세웠다.

한데, 아쉽게도 퀘스트는 아니었다.

“이번 여정에 마법사가 참여할 걸세. 우리 가문을 대표하는 마법사지만 성격이 좀 괴팍해서, 혹시라도 자네에게 무례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좀 붙임성이 강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불을 다루고, 6서클의 경지라네. 시도 때도 없이 불을 막 날려서 내가 없으면 다루기가 힘든 사람이지. 그래도 심성은 아주 착하다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법사가 있으면 전투에도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서 허락을 하기는 했네. 사이먼 자작이 있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 미리 당부를 하는 것이네.”

“걱정 마시고, 편안하게 기다려 주십시오.”

“자네 말을 들으니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구먼, 허허허.”

이서우의 능력이 입증된 상황이니 이제는 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귀족이라는 이유로 모험가에게 명령을 내릴 수는 없기에 백작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서우도 그런 백작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모든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내가 바쁜 자네를 너무 붙들고 있었군. 사이먼 자작이 기다릴 테니 얼른 가 보게.”

“네.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이서우는 묵례를 하고는 백작과 헤어졌다.

밖으로 나가니 사이먼 자작을 비롯해 이번 여정에 참여할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닐세. 난 더 늦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야기가 잘됐나 보군.”

“네.”

“사이먼, 이 모험가야?”

“칸달, 기본 예의는 지키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놈의 주둥이는 참…….”

“뭐 어때. 같이 마나를 쓰는 사람끼리. 안 그래, 젊은이?”

“아, 네.”

“떨떠름한 표정인데, 기분 나쁘면 자네도 편하게 대해. 우정을 나누던 젊은 날로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거든.”

“아,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쳇, 싱거운 젊은이군. 어쨌든 자네가 사이먼을 이겼다는 그 모험가는 맞지?”

“목숨이 달린 전투였다면 저도 무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래도 진다는 소리는 안 하네. 패기는 칭찬할 만해. 합격!”

“…….”

이서우는 란셀을 이미 경험했기에 백작이 괴팍하다고 할 때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란셀보다 더 괴짜인 사람은 없을 거라 여겼으니까 말이다.

한데, 칸달은 결코 란셀에게 뒤지지 않는 괴팍함을 가지고 있었다.

‘마이 웨이로 나가야겠네.’

이서우는 칸달에게 휩쓸리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는 사이먼 자작을 바라보았다.

“출발은 언제입니까?”

“일단 당장이라도 출발은 할 수 있네. 하지만 힐러들을 다 만나 보지 못했을 테니 그들과 먼저 인사를 나누게.”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길을 나서기에 앞서 미리 유저들을 만나 볼 필요가 있었다.

전투는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하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호흡을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인사를 해 둬서 나쁠 이유는 없었다.

이서우가 다가가자 조현아가 반갑게 맞았다.

“우와, 오빠, 백작님과 친하신가 봐요?”

“그냥 우연히 알게 됐어. 다른 분들도 좀 소개해 줄래?”

“네, 오빠. 언니들, 제가 말씀드렸죠?”

“반가워요. 권안나예요.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민아예요.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네? 아, 네. 전 이서우입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서우는 이민아라는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쩐지 어디서 봤다 했는데, 그때 그 힐러잖아. 뭐지? 신전과 가까운 사이인가?’

산적질을 하던 것으로 봐서는 신전과는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것일까.

이서우는 궁금증이 불처럼 일어났지만 직접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머, 오빠. 설마 민아 언니한테 관심 있는 거예요?”

“응? 아냐. 레벨이 높으신 것 같아서.”

“그래요? 근데 왜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요? 어디 가서 그렇게 쳐다보면 오해받아요.”

“현아야, 그만해. 그렇지 않아도 나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몰아붙이면 난 뭐가 되니?”

“어머, 언니도 설마 오빠한테…….”

“그런 거 아냐. 다들 기다리니까 그만 가자.”

“응? 아, 응.”

이민아는 이서우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사이먼 자작에게로 갔다.

‘심성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미스터리네.’

최진수는 완전히 개차반이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신뢰하는 이서우로서는 이민아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한데, 지금 보인 행동은 그가 생각하고 있던 그녀의 이미지와는 완전 반대였다.

‘비밀 엄수 서약을 했으니 그놈에게 말할 리는 없겠지만, 딴맘을 품고 있는 거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아.’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오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방해가 된다면 가차없이 처리를 할 생각이었다.

이서우가 가자 기사들은 각자의 짐을 챙겼다.

유저와 달리 NPC들은 인벤토리가 없어 신경 쓸 게 많았다.

하지만 일정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잠자리나 먹을 건 현장에서도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니 짐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출발 명령이 떨어지고, 사이먼 자작이 앞장섰다.

이서우는 힐러들과 함께 걸었다.

하지만 성벽을 지나서부터는 사이먼과 함께 선두에 섰다.

힐러들과 마법사는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이서우는 힐러들과 파티를 맺지 않았다. 힐을 받을 필요가 없으니 굳이 파티가 필요 없었다.

힐러들은 서로 파티를 하고 한 사람이 한 방향씩 맡았다.

조현아가 오른쪽을 맡기로 했고, 권안나가 후방을 맡기로 했다.

가장 레벨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이민아가 왼쪽과 선두를 맡았다.

이서우가 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기에 그녀가 두 방향을 커버하기로 한 것이었다.

인원이 많아져서 이동속도가 느릴 것 같았지만 이미 와 본 곳이어서 이서우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머드 맨의 공략법도 잘 알기에 접근하는 녀석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렸다.

머드 맨 지역을 벗어나자 이서우가 소리쳤다.

“이곳부터는 다들 조심하셔야 합니다! 오우거라고 절대로 얕보면 안 됩니다!”

이미 사이먼 자작에게 전해 들은 말이지만, 거침없이 대검을 휘두르며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던 이서우가 하는 말이어서 다들 더 신경 쓰는 눈치였다.

그때였다.

쿵쾅쿵쾅쿵쾅쿵쾅!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지면이 크게 요동쳤다.

‘오우거는 단독 행동을 하는 녀석인데? 다른 놈들인가?’

온 사방에서 쿵쾅거리는 소리에 다들 바짝 긴장했다.

이서우는 딱히 긴장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떤 몬스터가 나타날지 궁금해하는 눈빛이었다.

원형의 형태를 유지한 채 몬스터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잠시.

곧 수십 마리의 대형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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