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63화 (63/341)

# 63

레벨이 갑이다

63화

베손은 긴장했는지 마른침까지 삼켰다.

검에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가 이렇게 긴장을 하다니.

대련을 할 때만 해도 호탕하게 웃던 그였다.

이서우보다 한 수 아래라는 것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대련을 즐겼다.

복기에서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대화를 나누었다.

한데, 그때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베손의 입이 드디어 떨어졌다.

“산적, 도적, 약탈꾼 녀석들이 보이지 않네.”

“…….”

이서우가 한바탕 휩쓸었어도 그들의 숫자는 여전히 수만에 달한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장소와, 파악이 됐더라도 인원 수의 차이가 있어 10만이 넘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대규모 인원이 보이지 않는다니.

‘아!’

이서우는 베손의 말에 그제야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유저다. 레벨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우두머리의 위치에 있다.

산적들을 처치하면서 그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몬스터들이 마을을 공격하는 틈을 타 뒤통수를 치려는 것으로 보이네. 부디 자네가 그것을 막아 주게!”

마을을 호시탐탐 노리는 자들을 막아라

몬스터들은 오랜 시간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해 왔다.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몬스터들은 같은 종족끼리만 힘을 합쳤지만, 머지않아 멸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에 몬스터들은 종족을 뛰어넘어 서로 연합하게 되고, 결국 힘을 합쳐서 인간들을 모두 쓸어버릴 계획을 갖게 된다.

아고나 마을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약탈을 일삼는 산적, 도적, 약탈꾼 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마을을 초토화시킬 것을 계획한다.

베손은 몬스터가 이상해지면서 사람들을 풀어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이 중요한 정보를 아슬아슬하게 전해 주면서 마을이 최대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베손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인 당신을 찾게 된 것이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마을을 뒤집어엎으려는 세력을 막아라.

성공 시 보상 : 7레벨 경험치, 1,000골드, 상급 강화석 5개, 명성 1,000, 칭호 ‘아고나 마을의 영웅’ 획득, 베손과의 친밀도 대폭 상승.

실패 시 : 10레벨 다운, 베손과의 친밀도 대폭 하락.

“맡겨 주십시오. 제가 반드시 놈들의 야욕을 막아 내겠습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한데…….”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영주로서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나 혼자 힘으로 어찌해 볼 상황이 아니네. 그건 자네도 잘 알 것이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있고, 수많은 모험가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알고 있네. 그들도 몬스터들이 몰려든다는 것을 알고 왔을 테지. 그래서 나도 사실 조금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네. 하지만 도적 놈들이 간계奸計를 꾸미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몬스터만 쳐들어온다면 이런 부탁까지는 안 하고 싶네만, 그들을 저지하고 몬스터들도 같이 막아 주게.”

마을을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막아라

베손은 지금이 마을 최대의 위기라 느끼고 당신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다.

베손은 단시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당신이라면 이 위기를 이기게 해 줄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산적 무리들을 막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아고나 마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베손은 힘든 부탁인 줄은 알지만 당신에게 또 한 번 손을 내미는 것이다.

난이도 : B+

완료 조건 : 몬스터 3,000마리를 처치하라.

성공 시 보상 : 7레벨 경험치, 1,000골드, 상급 강화석 5개, 명성 1,000, 베손과의 친밀도 대폭 상승.

“누구든 아고나 마을을 침략하는 것들은 저의 검 앞에 무릎을 꿇을 것입니다!”

“역시, 자네는 들어줄 줄 알았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아닙니다. 영주님도 경비병들을 이끄시려면 많이 힘드실 텐데 부디 보중保重하십시오.”

“그러겠네. 모든 일을 끝내고 한판 거하게 놀아 보세.”

“네!”

지금만큼은 대련을 즐기자는 베손의 말이 귀찮지 않았다.

-몬스터 침공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친절하게 메시지가 떴다.

이서우는 베손과 작별하고 성을 나갔다.

베손도 몬스터 공격까지 얼마 남지 않아 급히 서둘렀다.

그는 애초의 계획과 달리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지 않았다. 혹시 모를 위험을 위해 북문 근처에 머물렀다.

마을에는 힘없는 주민들이 수천 명이나 있다.

자유도시의 성격이 강한 곳이지만 베손에 대한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안위를 베손은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가 가서 직접 지휘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주민들이 곧 마을이다. 지켜 내야 해.’

겨우 100여 명의 경비병과 함께 베손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섰다.

한편, 이서우는 남문으로 갔다.

어차피 몬스터는 사방에서 오고 있기에 어디를 가든 상관이 없다.

이서우가 남문을 선택한 것은 그쪽에 아르곤 산맥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습을 펼치려면 이쪽이 훨씬 유리해.’

이서우는 멀리 울창한 숲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주인님.”

“응?”

“쥐새끼처럼 숨어 있는 녀석들을 찾아야 하는 거죠?”

“그렇긴 하지.”

“그럼 제가 찾아볼게요.”

“네가? 어떻게?”

“제가 후각이 좀 좋거든요.”

“하지만 내게는 그들이 썼던 물건이 없는데. 아, 혹시……?”

“네, 주인님이 생각하신 게 맞아요. 몬스터와 모험가, 그리고 경비병의 냄새를 제외하고 찾으면 돼요.”

백호의 후각이 그렇게나 뛰어난지 알지 못했기에 미처 떠올리지 못했지만, 백호가 그 사실을 언급하니 어떻게 찾으려 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찾더라도 내가 널 어떻게 찾지?”

“그건 쉬워요. 전 주인님의 동반자니까요.”

“서로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다는 거네?”

“네, 주인님.”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한 백호는 이서우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쏜살같이 사라졌다.

“이동속도는 나랑 비슷하겠네.”

체구도 작은 데다가 속도까지 빨랐으니 보이지가 않았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이서우는 백호가 산적들을 찾기 전까지 최대한 몬스터를 많이 처치하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마을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 산적 놈들이 기습을 해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서우는 인파와 적당히 거리를 두었다.

괜히 사람들과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전투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 어! 저 사람 미친 거 아냐?”

“저런 미친. 아직 몬스터가 가까이 오려면 거리가 조금 남았는데 혼자 더 잡으려고 욕심을 부리다니. 죽으려고 환장했군.”

유저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하지만 이서우는 코웃음을 치며 몬스터에게 다가가면서 약초액을 바르고 마나 물약 등 전투 보조 아이템을 순식간에 복용했다.

몬스터들은 콩알만 한 인간이 혼자서 덤벼들자 포효 소리를 내며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 속도를 높였다.

그때, 이서우의 대검이 움직였다.

후웅!

횡으로 긋는 단 한 수.

그가 담을 수 있는 마나를 잔뜩 담아 힘을 주어 휘둘렀는데, 10여 마리가 순식간에 허리가 잘려 나갔다.

뒤 열에 있던 몬스터까지 피해를 입으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서우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대검을 쉬지 않고 휘둘렀다.

잔기술 따위는 애초에 쓸 생각이 없는지 모든 공격이 지나칠 정도로 동작이 컸다.

하지만 속도는 조금도 느리지 않았다.

마치 단검을 오직 속도 위주로만 휘두를 때보다 더 빨랐다.

“헐! 전장의 지배자다!”

한 수에 10여 마리씩 순식간에 100마리가 죽어 나가자 이서우가 있는 곳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몬스터들이 피하기 시작했다.

그때 멀리서 한 사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이서우에게로 집중되었다.

“영상에 나온 그다! 전장의 지배자가 왔다!”

“전장의 지배자다!”

“야! 방금 어떤 놈이 전장의 지배자 님 보고 죽으려고 환장했다고 했어? 누구야!”

“헐. 방금 전장의 지배자 님 얼굴 본 사람? 아, 씨! 자세히 봐 둘걸!”

어느새 별명까지 생겼는지 많은 사람들이 이서우를 전장의 지배자라고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 40시간 만에 그 많은 인원을 공포에 떨게 했으니 지배자라 불릴 만했다.

하지만 이서우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쉬지 않고 움직이며 대검을 휘둘렀다.

촤악! 촤악! 촤악!

마치 채찍으로 수면水面을 강하게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대검이 빠르게 몬스터의 몸을 자르면서 피가 거칠게 튀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몬스터들은 더더욱 이서우를 피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서우의 대검은 점점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몇 마리를 처치했는지는 모르지만 수십수백 번 대검을 휘둘렀다는 사실은 잘 안다.

이서우는 마치 물 만난 고기가 열심히 지느러미를 흔드는 것처럼 대검을 휘두르며 춤을 췄다.

이서우의 활약에 유저들도 신이 나서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크아아아아아앙!

몬스터들이 혼란스러워하자 멀리 다른 몬스터보다 1미터나 더 큰 거대한 녀석이 포효했다.

그러자 몬스터들은 흥분하며 유저들에게 달려들었다.

뒤는 없었다. 마치 자살하려는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이서우는 여전히 같은 움직임으로 몬스터를 쓰러뜨려 나갔다.

하지만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거대한 덩치의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전진했다.

공격을 펼치면서 이동하는데도 평지를 전력으로 뛰는 단거리선수보다 훨씬 빨랐다.

중간 보스급 몬스터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이서우는 지면을 박차고 몸을 허공에 띄웠다.

한 번의 도약으로는 도저히 좁힐 수 있는 거리가 아닌데 왜 무리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금방 나왔다.

퍽!

모래알처럼 많은 몬스터의 머리를 발판 삼아 다시 높이 도약했다.

그때였다.

크아아앙!

슈슈슈슈슈슈슈슉!

대형 몬스터의 외침과 함께 수많은 창들이 이서우에게 날아왔다.

동료 몬스터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창을 던져 댔다.

중간 보스급 몬스터는 이서우가 위협적인 존재라 여기고 작은 피해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에게는 오직 이서우를 죽여야 한다는 본능만 있었다.

몸이 허공에 뜬 상태여서 이서우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단지 귀찮아서 그런 것일 뿐.

대검이 허공을 수놓았다.

팅팅팅팅팅팅팅!

수십 발의 창이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며 힘을 잃고 떨어졌다.

이서우의 육체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워낙 멀리 도약을 해서 중간 보스급 몬스터에게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거리였다.

대검에서 마나의 기운을 느낀 것인지 몬스터도 무기를 들었다.

삼지창이었다.

날카로운 3개의 창이 이서우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챙!

대검과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만들어 냈다.

이서우는 대검을 살짝 비틀어 미끄러지듯 창대를 타고 내려왔다.

워낙 빠른 대처에 몬스터는 미처 방어를 하지 못했다.

푹!

크아아아아앙!

대검이 가슴에 박혔다.

중간 보스급 몬스터여서 한 번의 공격으로 10퍼센트의 생명력만 빠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서우의 대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몬스터가 무릎을 꿇을 때까지 쉬지 않고 사방팔방에서 날아들었다.

털썩!

-제35사령관 자이언트 오우거 킹을 처치했습니다.

-251,340,000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자이언트 오우거 킹의 창을 획득하셨습니다.

-자이언트 오우거 가죽을 획득하셨습니다.

-자이언트 오우거 뼈를 획득하셨습니다.

-13골드 40실버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100이 상승합니다.

경험치에 명성, 아이템까지.

등급은 희귀여서 아쉽지만, 아이템이 잘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곧이어 제35부사령관까지 죽어 버리자, 이제 이서우의 주변에는 몬스터들이 없었다.

마치 그곳만 텅 빈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런다고 이서우가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대검이 다시 춤을 췄다.

그러나 그 춤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인님, 찾았어요!

-뭐야, 대화가 되네?

-네. 아까 계셨던 곳에서 동남쪽으로 쭉 오세요. 오시다 보면 제가 느껴지실 거예요.

-알았다. 지금 가마.

-네, 주인님. 하지만 이번 전투, 힘들 수도 있어요.

-일단 내가 갈 때까지 잘 숨어 있어.

-그건 염려 마세요.

이서우는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무릎을 한참 구부렸다가 폈다.

그러자 마치 스프링이 튕기듯 이서우의 몸이 허공으로 날았다.

이서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몬스터들뿐 아니라 유저들도 놀랐다.

몬스터의 놀람에는 안도가, 유저들의 놀람에는 의아함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백호가 일러 준 방향으로 달렸다.

‘대체 무슨 상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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