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
레벨이 갑이다
60화
이서우는 목적지까지 달리면서 캐릭터 창을 살폈다.
2차 전직 후 8렙이나 증가했기 때문에 궁금했던 것이다.
한데, 수치가 조금 이상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108
칭호 : 전설을 잇는 자
*제작 성공 시 높은 등급이 될 확률이 증가한다.
*제작 성공 시 숙련도 경험치가 70퍼센트 증가한다.
*제작 시간이 70퍼센트 단축된다.
*다른 생산 기술을 습득해도 모든 혜택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생산 기술 레벨에 따라 모든 혜택이 상승한다.
*공격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한다.
명성 : 1,450
직업 : 전설의 약초꾼
펠렌의 후예로 모든 약초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전설의 약초꾼이 되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이 레벨 특성 스킬
-약초 바르기
-???
……
-???
생명력 : 99,890(+20,400)
마나 : 67,560
공격력 : 19,386(+3,496)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6,364(+1,148)
마법 방어력 : 6,576(+1,186)
근력 : 445(+92)
민첩력 : 428(+70)
체력 : 303(+90)
지력 : 100
정신력 : 160(+10)
관찰력 : 113(+10)
잠재력 : 113(+10)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잠재력 : 수치가 높을수록 성장 가능성의 폭이 커진다.
보너스 포인트 : 120
“생명력이나 마나도 꽤 많이 증가했지만, 공격력은 왜 이렇게 뛰었지?”
과거 8레벨이 올랐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는 100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무려 1천 정도가 차이 났다.
이서우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것저것 살폈다.
그러다가 아이템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펠렌의 대검
등급 : ???
착용 레벨 : 1
공격력 : 8,800
근력 : 50
민첩력 : 10
체력 : 50
정신력 : 10
관찰력 : 50
잠재력 : 10
생명력 : ???
마나 : ???
추가 옵션
???
???
???
*거래 불가.
*펠렌의 후예만 착용 가능.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성장하는 아이템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펠렌의 장비 세트를 착용해야 한다.
*펠렌의 장비 세트는 펠렌의 흔적을 쫓아가면 찾을 수 있다.
“헉, 분명 2차 전직하고 공격력이 8천이었는데.”
이서우는 800이 더 늘어나 있는 펠렌의 대검을 보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진화를 한다고 하더니 2차 전직 이후 레벨당 100씩 증가하나 보네. 이러니 강화가 안 되게 해 놨지.”
이서우는 대검의 공격력이 레벨당 100이나 오르는 것을 깨닫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상당히 기분이 좋을 때나 하는 행동이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능력이 더 많은 무기지만, 이서우는 성장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약초 바르기가 최고 등급에 도달하면 진짜 볼만하겠네.’
모든 장비에 최고급 약초액을 바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전율이 일었다.
캐릭터 창을 살펴본다고 속도가 느려진 것이 아니었기에 이서우는 어느새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다.
한데, 앞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이렇게 거리가 먼 곳에서부터 기운이 느껴지는 상황은 하나밖에 없다.
‘설마, 날 기다린 건가? 아, 그러고 보니…….’
이서우는 지존 산적단을 떠올렸다.
그들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이유와 지금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탄을 죽이면서 내 정보가 노출됐나 보네. 알아서 찾아와 주면 고맙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
떼거리로 몰려와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약간 짜증이 났다.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이벤트 준비를 해야 하는데 웬 이상한 것들이 이렇게 설쳐 대다니.
이서우는 전투 시작 전부터 마나 물약을 복용하고 약초액까지 발라 버렸다.
방어력은 무시하고 오직 공격력에만 투자했다.
약초액까지 바르니 공격력이 2만이 넘어갔다.
8천일 때도 100레벨이 넘는 몬스터들을 어렵지 않게 처치한 이서우다.
2만이 넘었으니 일반 몬스터들은 단 한 수면 죽일 수 있었다.
‘얼마나 왔나 볼까.’
이서우는 두렵다거나 겁이 난다는 감정 따위는 갖지 않았다.
베손과 비슷한 수준의 산적을 처치하는 퀘스트가 있었다.
이서우는 그 퀘스트에서 산적들 중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바로 그가 처치한 최진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진수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자가 100명이 몰려와도 이길 자신이 있는데, 그보다 약한 자들이 아무리 몰려온들 눈썹이나 까딱할까.
이서우는 100가구 정도 되는 마을로 들어섰다.
그가 올 것을 알았는지 마을은 텅텅 비어 있었다.
-지존 연합이 배리어를 칩니다.
-3초 내에 벗어나지 않으면 지존 연합이 친 배리어 안에 갇힙니다.
-배리어가 완성되면 외부인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아주 작정을 하셨다는 거군. 얼마나 몰려왔기에 이렇게 요란을 떠는지 보자.’
이서우는 버티고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나오지?”
지붕 위, 비어 버린 집 뒤쪽에서 살기가 느껴졌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고 적을 도발했다.
그러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마을 안쪽에서 거구의 남자와 그를 호위하듯 에워싼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구의 남자는 키는 180센티미터가 넘고 체중이 120킬로그램은 되는 것 같았다.
얼굴에도 살이 덕지덕지 붙은 것이, 식탐이 얼마나 강한지 알 만했다.
“네놈이구나. 형님과 형수님을 뒤치기 했다는 게.”
“뒤치기? 두목이나 부하 놈들이나, 어째 수준이 딱 거기서 거기냐. 요즘은 먼저 기다리고 있는 사람과 싸우는 걸 뒤치기라고 하나 봐?”
“뭣이? 이놈이 어디서 감히 거짓을 말하는 것이냐! 그렇다고 네놈의 죄가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오늘 네놈은 무릎 연골이 다 녹아내리도록 빌어야 할 것이다!”
워낙 많은 부하들이 보고 있어 사내는 위엄이 있는 목소리로 온갖 폼이라는 폼은 다 잡았다.
최진수와 대화할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서우가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덩치 큰 사내가 소리쳤다.
“놈을 죽여라!”
그의 외침과 함께 숨어 있던 도적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2차 전직 유저들이어서 움직임이 빨랐다.
순식간에 온 하늘이 시커멓게 변했다.
이서우는 적들이 다가오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피융, 피융, 피융!
도적들 틈으로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먹구름처럼 이서우를 덮치던 사람들은 이서우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속임수였고, 진짜는 바로 강력한 원거리 공격이었다.
‘나도 한번 해 볼까?’
이서우는 베손과의 대련을 떠올리고는 대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대검에 마나가 몰리더니 공간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일렁였다.
팅팅팅팅팅팅팅!
화살은 이서우에게 닿지 못한 채 마나 보호막에 맞고는 힘없이 부러졌다.
“서, 설마! 마나 배리어?”
마나 배리어와 소드 배리어는 같은 기술이지만 NPC와 유저가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이 기술은 130레벨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익히고도 마나 소모가 커서 웬만해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 마나 물약이 나오고 간간이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파티니까 가능한 것이지 솔로 플레이를 할 때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뭐, 뭣들 하느냐, 얼른 죽이지 않고!”
인간형 몬스터와 유저가 섞여 있어서 말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존 산적단만 있는 게 아니라 연합 세력도 있어 성질대로 할 수 없었다.
최진수를 닮아서 평소에 입에 걸레를 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그였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원거리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공중에서 이서우를 압박하려던 산적들이 더 강한 기세로 다가갔다.
그와 더불어 지상에서도 이서우를 단칼에 베어 버릴 듯한 기세로 공격했다.
산적들이 이서우를 향해 검과 도를 들이밀자 마치 국화꽃이 활짝 핀 것처럼 보였다.
온 사방에서 공격을 해 오니 이서우로서는 피할 곳이 없었다.
하지만 이서우는 피하지 않고 주변을 쓸듯 대검을 휘둘렀다.
팅팅팅팅팅팅팅!
베손과의 대련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마나를 덧씌울 수 있게 된 이서우다.
마나를 담지 않은 무기는 마나가 담긴 무기를 만나자 힘을 쓰지 못하고 잘려 나갔다.
주로 100레벨 초반대 유저와 몬스터가 이서우의 수법에 당했다.
그나마 110레벨 이상의 유저나 인간형 몬스터는 겨우 버텨 냈다.
하지만 무기가 잘려 나간 사람들은 충격으로 움찔했다.
이 틈을 이서우가 놓칠 리 없었다.
서걱, 서걱, 서걱!
단단한 무기도 버티지 못했는데 몸이 버틸 수 있을까.
비교적 레벨이 낮은 자들은 이서우의 한 수에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레벨이 높은 유저들도 이서우의 힘을 버티기 힘들어 몇 발짝이나 뒷걸음질 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서우의 압도적인 힘이 돋보였다.
300 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 처치하는 데 고작 1시간이 걸렸다.
모두 처치하니 덩치 큰 사내는 사라지고 없었다.
로그아웃을 했든지, 도망을 간 것이다.
그때부터 이서우는 거의 이틀 가까이를 쉬지 않고 산적, 도적, 약탈꾼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처치해 나갔다.
상대가 전쟁을 원했으니 그에 응하는 것이다.
피할 생각 따위는 애초에 가지지도 않았다.
세 번째 지역을 쓸어버리고 다음 지역으로 갔을 땐, 이서우의 소문을 듣고 대부분 도망을 간 뒤였다.
남아 있던 자들은 과장된 소문이라며 다른 도적 무리들과 연합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덕분에 이서우는 2레벨을 더 올려 110레벨이 되었다.
베손을 다시 찾아가자 반가운 메시지가 들렸다.
-퀘스트 ‘베손의 부탁’을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강화석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300이 상승합니다.
도적들 중 악질이 있었는지 이미 명성이 500 올랐고, 퀘스트로 300이 더 오르면서 총 2,250이 되었다.
명성이 높아지니 마을 NPC들이 이서우에게 친절히 대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몰랐다, 이서우가 한 행동으로 아고나 마을 주변 일대에 있는 모든 산적과 도적 등 약탈을 일삼는 무리들이 연합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들이 이벤트 때 점수를 획득하려면 마을 침략으로 NPC나 유저를 처치해야 한다.
특수 직업을 선택한 유저들은 점수를 독식하기 위해 지인들과 연합해서 움직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이서우의 등장으로 소규모의 연합이 아니라 전체가 뭉쳐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그들도 몬스터를 잡으면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NPC나 유저를 처치하는 것보다는 점수가 적기 때문에 100위 안에 들려는 유저들은 무조건 마을 침략을 노렸다.
한데 그 모든 게 한 사람으로 인해 틀어져 버렸고, 결국 그것이 그들의 행동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서우는 그것도 모른 채 친구들과의 약속 시간이 되어 접속을 종료했다.
나갈 준비를 하는데 박민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민수야. 지금 나가려던 참이야.”
-야,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왜?”
-지금 난리가 났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종명이랑 나랑은 딱 보니 넌 줄 알겠더라.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너 대박 사고 쳤어, 인마.
“아,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고?”
-일단 얼른 와라. 와서 이야기하자. 장소는 알지?
“어.”
이서우는 아무 일도 아니면 두고 보자고 생각하며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