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이 갑이다-37화 (37/341)

# 37

레벨이 갑이다

37화

“길마님!”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야?”

“드디어 찾았습니다.”

“찾다니. 설마…….”

“네! 상급이 되어야 가능한 거였습니다.”

“미친. 그래서 등급은?”

“그게…….”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 앞에서 흥분된 얼굴로 말하던 30대 중반의 사내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설마 최하급이라는 소리야? 상급 레벨인데?”

“……네.”

“뭐가 그따위야.”

“사실 하급도 만들어지기는 합니다. 단지…….”

“뭐가 문제야?”

“재료비가 조금 많이 듭니다.”

돈과 관련이 되어 있어서인지 사내의 목소리는 더욱 잦아들었다.

상급까지도 길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 줬는데, 이득도 그리 많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한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드는데?”

“최하급은 3실버가 조금 넘고, 하급은 2골드 정도 듭니다.”

“재료비가 뭐 그리 많이 들어? 완성 시간은 빠르겠지?”

“그게, 사실 시간이 좀 걸립니다. 최하급은 빠른데, 하급은 1분에 1개밖에 못 만듭니다.”

쾅!

길드 마스터 사내는 책상이 부서져라 힘껏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길드에서 지원한 돈만 수천만 원이다.

최근 마나 물약이 등장하면서 혹시나 싶어 또다시 수천만 원어치의 재료를 밀어주었다.

“한 번 접속에 고작 4,320개밖에 못 만든다는 거네?”

“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가…….”

“또 뭐야?”

“그게, 효과를 아직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설마 효과까지 차이 나겠어? 일단 하나 줘 봐.”

“네.”

길드 마스터는 마나 물약을 복용한 뒤 스킬을 쓰더니 안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재료비와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한껏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돈도 별로 되지 않는 일이 될 줄이야.

그렇다고 완전히 손해를 본 것은 아니었다.

“만든 거 있지?”

“네.”

“그거 다 주고 넌 가서 계속 만들어. 사흘 내내 만든 다음 가져와.”

“네.”

사내는 그길로 가서 현실 시간으로 사흘 동안 하급 마나 물약만 만들었다.

연속 접속 시간을 넘겨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접속해서 물약을 만들기를 반복했다.

잠도 자야 하고 휴식도 취해야 해서, 그가 최종적으로 만든 숫자는 1만 개가 약간 넘었다.

초췌한 얼굴로 다시 길드 마스터를 찾았다.

“마, 마스터님, 다 만들었습니다.”

“1만 개밖에 못 만들었어?”

“죄송합니다.”

“됐어. 3천 개는 여기 두고, 나머지는 2골드 50실버에 다 올려.”

“네?”

“내 말 못 들었어? 개당 2골드 50실버에 올리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격 떨어뜨려야 할 거 아냐. 보고, 2골드까지 가격이 내려가면 왕창 사들여서 다시 1골드 70까지 떨어뜨려. 알았어?”

“네.”

“근데, 크리는 얼마나 떠?”

“그게, 잘…….”

“얼마나 안 뜨기에 표정이 그따위야?”

“다른 소모품보다 더 안 좋습니다.”

“그럼 이번 거 풀고 게임 시간으로 24시간 간격으로 계속 올려. 크리가 잘 안 뜨면 무조건 1골드 70실버까지 내려가도록 해야 해. 내려가면 그냥 싹 사들여서 모아 두고. 알았어?”

“네, 마스터님.”

어차피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다면 최대한 가격을 낮춰서 전부 사들이는 게 편하다.

며칠씩 기다리면서 마나 물약을 쓰기에는 길드 인원이 너무 많았다.

길드가 성장하려면 고렙 위주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데 며칠씩 기다리면서 쓰면 어느 세월에 레벨이 오를까.

* * *

“헉! 뭐야? 그새 나온 거야?”

이서우는 거래 중개소를 열어 검색 목록이 뜨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하급 마나 물약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도 무려 7천 개나.

문제는 가격이었다.

“더럽게 싸게 올렸네. 이렇게 되면 나도 이 가격에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서우는 2골드 50실버에 올라온 물건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가 취할 행동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서우는 얼른 재료를 왕창 사들여 제작을 걸어 두었다.

2골드 50실버라도 이서우에게는 엄청난 이익이어서,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는 것이다.

제조가 진행되는 동안 마나 물약이 팔리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가격이 확 다운되니 확실히 잘 팔리네.’

순식간에 500개가 팔려 나갔다.

새로 고침을 하니 또 300개가 줄어들어 있었다.

7천 개가 팔리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니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다시 물건이 올라오는지 잠시 지켜보았다.

추가로 매물이 올라오지 않자 이서우는 조심스럽게 3골드에 100개를 올렸다.

경쟁자가 안 올리면 팔릴 것이고, 다시 올라오면 수수료에서 손해를 적게 보니 간을 보는 것이다.

‘어쭈.’

물건이 더 올라오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보란 듯이 다시 경쟁자의 마나 물약이 등장했다.

이서우는 마나 물약을 회수해 2골드 40실버에 올려 버렸다.

경쟁자가 다시 5실버 낮췄고, 이서우도 계속 가격을 떨어뜨렸다.

이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자 결국 2골드까지 떨어졌다.

이서우는 더 이상 낮추지 않았지만 경쟁자는 파격적으로 1골드 70실버까지 낮추었다.

“본전도 안 될 텐데 이렇게 낮춘다는 건 가격을 일부러 떨어뜨리겠다는 의도겠지? 수요는 많으니 2골드에 해 놔야겠네.”

몇 차례 가격경쟁을 통해 상대는 혼자 만들고 완성되면 그때그때 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굳이 2골드에서 가격을 더 낮출 필요는 없었다.

30실버 차이여서, 급한 사람은 경쟁자의 물건이 없을 때 사 가기 때문이다.

이서우는 더 이상 가격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쓸 양을 제외하고는 모두 2골드에 올리고 거래 중개소 창을 닫아 버렸다.

‘나니까 재료비가 저렴하지 다른 생산직은 1골드 70실버 이하로는 못 팔 거야. 이제는 퀘스트에 집중하자.’

1골드 50실버에 팔아도 한참은 이익이 남지만 이서우는 그렇게까지 가격을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서우는 마음 편하게 욕심을 버리고 거래 중개소를 나왔다.

더 이상 쳐다보는 건 시간 낭비였다.

밖으로 나오니 경비병이 다가왔다.

“모험가님.”

“네. 가시죠.”

경비병이 올 일은 한 가지뿐이다.

이서우는 괜히 남작이 불러서 간다는 것을 다른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경비병이 말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어머, 저 사람 경비병한테 끌려가네. 범죄자인가 봐. 얼굴 잘 기억해 놔야겠다. 그치?”

“그러게. 경비병이 심각한 얼굴로 데려가는 걸 보니 아주 중범죄자인가 봐.”

남작이 불렀으니 진지한 표정을 지은 것인데, 유저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나 보다.

“저 사람 명성이 높나? 웬만해서는 경비병이 접근을 안 하는데.”

“설마, 퀘스트가 있는 건가.”

같은 현장에 있는데도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이서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남작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계속 오다 보니 이제는 익숙했다.

“허허허, 어서 오게.”

“부르셨습니까?”

“바쁠 텐데 미안하게 됐네. 자네가 준 차까지 마시고 나니 제다가 어찌나 빨리 회복을 하는지.”

“그분은 괜찮으신지요?”

제다가 거의 회복되었다는 말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인 이서우는 남작 부인의 안부에 대해서도 물었다.

“물론이네. 회복이 상당히 빠르다네.”

“하면, 절 왜 부르신 건지…….”

회복에 문제가 있어서 불렀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자넨 제다가 그곳에 정말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뭔지 아나?”

“지하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닌지요.”

“내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네.”

“네? 진정한 이유라고요?”

이서우는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눈을 반짝이며 남작을 바라보았다.

“아내가 그곳에 있을 때는 어차피 소용이 없는 일이어서 자네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이왕이면 자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네.”

“전 여전히 무슨 말씀을 하려고 그러시는지 모르겠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서우는 이 대화가 퀘스트로 이어질 거라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남작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지하는 내가 이곳의 영주로 오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네. 그건 이미 말했으니 자네도 알겠지.”

“네.”

“아마 족히 수백 년은 되었을 것이네. 지도를 그렸지만, 솔직히 뚫려 있는 곳만 옮겨 놓은 거지.”

“그 말씀은…….”

“그러네. 뚫려 있지 않은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거네.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지도를 암기하도록 한 것이네.”

“뚫려 있는 곳만 가라고 말이죠.”

“바로 그러네. 자네야 어디를 가든 안전하겠지만, 제다는 아직 어리지 않나. 물론 자네가 있으니 잘 지켜 주겠지만, 힘들게 다시 찾은 가족이어서 걱정이 된다네.”

“무슨 말씀이신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이서우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작 부인까지 회복되어 돌아온 마당이니 아들이 위험한 곳에 가는 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제다를 무사히 데려오면 그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 주겠네.”

“네. 지도상에 나와 있는 곳만 안내를 하고 안전하게 귀환하겠습니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정말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네.”

남작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으로 이서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마주 미소를 지은 이서우는 제다가 나을 때까지 열심히 보살폈다.

지극정성으로 돌본 덕분에 접속 종료 하루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완쾌가 되니 제다는 지하로 가자고 난리였다.

이서우에게 이미 부탁을 해 뒀기에 남작은 제다를 막지 않았다.

이서우는 제다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외부로 통하는 곳이 있으면 꼬박꼬박 데려가서 열심히 사냥을 했다.

지도에 적힌 곳으로만 가면 몬스터는 마주치지 않겠지만, 제다의 생각은 달랐다.

하지만 이서우는 그런 제다를 은연중에 컨트롤하고 있어 다행히 위험한 곳으로 진입하지는 않았다.

이서우는 잘 통제된 환경에서 제다에게 사냥도 시켜보고, 전투 요령도 가르쳐 주었다.

“모험가님, 우리 다른 데로 가 봐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제 옆에 바짝 붙어 오셔야 합니다.”

“네!”

이서우는 확답을 받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제다가 상황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게 일부러 긴장감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외부로 이어진 길로 가자 조금 더 강한 몬스터가 나왔다.

제다는 약간 겁을 먹기는 했지만 이서우가 있어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지하 세계를 탐험했다.

제다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고 이서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사냥이 반복될수록 피곤한지 점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결국 이서우는 더 이상 탐험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오자는 약속을 하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돌아오자마자 제다는 뻗어 버렸다.

-퀘스트 ‘제다의 무사 귀환’을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강화석 3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제다와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역시 레벨 업은 퀘스트만 한 게 없다니까.’

이서우는 얼른 캐릭터 창을 열었다.

이름 : 이서우

하이 레벨 : 67

명성 : 750

생명력 : 28,700(+1,110)

마나 : 23,850

공격력 : 3,022

속성 공격력 ▼

물리 방어력 : 1,907

마법 방어력 : 1,639

근력 : 208(+57)

민첩력 : 155(+7)

체력 : 174(+28)

지력 : 50

정신력 : 100

관찰력 : 40

*관찰력 : 약초꾼이 가져야 할 기본 능력이다.

*관찰력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보너스 포인트 : 137

접속하기 전에 56레벨이었는데 벌써 67을 찍었다.

보너스 포인트도 엄청났다.

‘장비가 아쉽네. 방어력은 안 맞으면 되니 조금 낮아도 상관없지만, 공격력은 신경 써야 하는데.’

뱀파이어 킹은 맷집이 약한 편에 속해서 대미지가 잘 들어갔지만, 레벨이 더 높고 맷집까지 강한 몬스터를 만나면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일단 남작부터 만나 보자.’

캐릭터 창을 닫고 남작의 집무실로 갔다.

어떤 퀘스트로 이어질지 기대를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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