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레벨이 갑이다
15화
루테인 마을은 초보 마을을 벗어난 곳답게 20레벨이 가장 낮은 몬스터였다.
하지만 많은 몬스터들이 워낙 넓은 지역에 분포되어 있어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넓은 곳인 만큼 사냥터도 많고 던전이나 특수한 지역도 많겠지? 변방의 마을도 이런데, 도시로 나가면 어떨까?’
대형 도시로 가려면 최소 100레벨을 찍고 2차 전직 퀘스트도 완료해야 한다.
“모험가님 덕분에 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영주성으로 오십시오. 병사들도 기쁜 마음으로 맞아 줄 것입니다.”
“저야말로 루테인 마을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기…….”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는데, 사병 중 한 사내가 이서우를 붙잡았다.
“무슨 일이신지요?”
“오면서 도련님과 이야기를 했는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교관이 되어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교관이라면…….”
“저희들을 가르쳐 달라는 뜻입니다.”
“저처럼 부족한 사람에게 교관 자리를 제의해 주신 것은 정말 감사하지만, 전 자유를 추구하는 모험가입니다.”
“모험가님의 뜻이 그러하면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혹시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꼭 연락을 주십시오. 남작님께서 대우는 확실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네, 그러지요.”
“그럼 편히 쉬다 가십시오.”
제다와 헤어진 이서우는 잠시 광장으로 갈까 하다가 접속 종료를 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게임을 하다니.’
점심시간을 고려하고 게임을 했는데, 저녁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이서우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갔다.
-아들, 밥 잘 챙겨 먹었어? 끼리 거르지 말고. 엄마, 아빠는 늦을 테니 먼저 자.
집에 거의 도착했는데 엄마로부터 문자가 왔다.
이서우는 정성을 담아 답장을 하고는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찌개를 데우는 시간도 기다릴 수 없어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만 꺼내서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든든한 배를 툭툭 치고는 차를 한 잔 타서 식탁에 다시 앉았다.
피곤해서 바로 누울까 하다가 소화가 되지도 않은 상태여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차를 마시며 인터넷에 접속했다. 루테인 마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유료 사이트에 가입을 해야 하나.”
처음에는 직접 부딪치면서 하나씩 알아 가자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서는 너무 느리다.
이미 정보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가뜩이나 뒤늦게 시작해서 더 뒤처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서 거의 100골드 가까이 모였으니 필요한 정보는 구입을 하자.’
이서우는 10만 원을 지불하고 회원 가입을 했다.
매달 5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모되지만, 지형에 대한 것이나 스텟, 직업, 게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등을 볼 수 있어 투자할 가치는 있었다.
하지만 고급 정보를 알고 싶으면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했다.
‘흠, 왜 다론 마을이 발전을 못 하는지 알겠네.’
다론뿐 아니라 루테인과 포르틴 마을, 즉 남작가의 영지 전체가 거대한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땅은 엄청나게 넓지만 쓸모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발전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몬스터 분포는 다론 마을이 60레벨까지였고, 포르틴 마을은 80레벨, 루테인 마을은 100레벨까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떤 몬스터가 어디에 나타나는지 알기 위해서는 각 마을당 10만 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했다.
‘몬스터 정보는 됐고, 스텟도 살펴볼까.’
게임은 레벨발이라는 게 이서우의 지론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아이템과 스텟이다.
아이템은 당장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보류해 두더라도 스텟에 대한 정보는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특히 순수 스텟 100에서 변화를 맞이한 경험이 있어 더욱 시급히 알아봐야 했다.
스텟은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 종류가 있고, 전직을 하면 해당 직업에 맞는 새로운 스텟이 추가된다.
근력 1이 오르면 공격력은 2가 상승한다.
민첩력은 이동속도나 전투에서의 순간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체력은 생명력과 방어력에 영향을 미치는데, 다만 마법 방어는 오직 아이템과 레벨 업으로만 보강이 가능하다.
한데, 이서우는 스텟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정보대로라면 내 공격력이 더 낮아야 하는데.”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이서우의 캐릭터 정보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스텟 정보가 맞지 않았다.
더 정보를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기본 스텟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직 후 새롭게 생성되는 스텟에 대한 것들만 있었다.
“내가 하이 레벨이라서 그런 건가.”
가장 신빙성 있는 추측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정 지을 수는 없어 결론을 보류했다.
스텟이 100 이상일 때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추가로 돈이 필요했다.
이서우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들만 꼼꼼하게 확인하고는 사이트를 닫았다.
“보너스 스텟의 여유는 있으니까 접속해서 민첩부터 100을 만들어 보자.”
정보 확인을 끝낸 이서우는 제일 먼저 가장 핵심이 되는 스텟들을 100까지 만들어 보기로 했다.
‘다시 접속하러 갈까? 아냐, 시간도 늦었는데, 차라리 내일 접속하자.’
1시간 정도 남은 시간이 있어 스텟 증가에 따른 변화만 확인해 볼까 하다가 너무 늦어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일주일에 두 번 있는 회복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많이 좋아져서 매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제대로 치료가 되어 가는지 확인 작업은 필요했다.
“서우 씨, 이제 몇 달만 지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겠어요. 하지만 힘든 일은 조심해 주세요.”
“……네.”
이서우는 1시간에 걸친 훈련을 받고 병원을 나왔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접속 방으로 향했다.
‘당분간만이야.’
아이템을 팔면 접속 베드를 살 수 있지만 이서우는 일단 미루기로 했다.
집에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생기면 빚도 갚고, 당당하게 뉴 월드를 하고 싶었다.
이서우는 이번에도 5시간을 계산하고 접속 베드에 누웠다.
이질감 없이 루테인 마을에 나타났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광장도 다론 마을보다 몇 배나 컸다.
이서우는 광장에서 벗어나 한적한 카페로 갔다.
바깥 자리에 앉아 음료를 주문하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나가면서 인벤토리도 비워야겠네. 잡템이 이렇게 많아서야 원. 그건 그렇고 어디 민첩력부터 올려 볼까.’
민첩과 체력 순수 스텟 수치는 같았지만 사냥에서는 아무래도 스피드가 더 중요해서 민첩을 우선적으로 손대기로 했다.
99개가 될 때까지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1개만 더 올리면 100이 된다.
‘민첩력 1개 더!’
-민첩력 스텟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민첩력에 영향을 받는 모든 스킬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삑! 민첩력에 영향을 받는 스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동과 관련된 모든 움직임이 향상됩니다. 단, 그에 따른 마나 소모가 동반됩니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모되는 마나도 커집니다.
-단, 순수 민첩력 스텟이 100이 되기 전까지는 원래 낼 수 있는 힘의 절반만 적용이 됩니다.
이서우는 보너스 스텟 5개를 더 올려 순수 스텟을 100까지 만들었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걸었다.
-걸음걸이에 마나가 깃듭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고 민첩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걷기 상태에서는 10초당 1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어디 이번엔!’
이서우는 힘차게 달려 보았다.
-강한 근력이 온몸에 전달되어 이동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초당 50의 마나가 소모됩니다.
‘헉!’
이서우는 강력한 공기저항을 느끼고는 얼른 멈췄다.
“어머, 저 사람 좀 봐. 무식하게 마을에서 스킬을 썼어.”
“그러게. 요즘도 저런 사람이 있네.”
친구로 보이는 젊은 여자 둘이 이서우를 흘겨보았다.
마을에서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예의여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서우는 굳이 스킬을 쓴 게 아니라는 변명은 하지 않았다.
‘내 움직임이 스킬을 쓴 것처럼 보인다는 거지? 레벨 100까지 이용하는 루테인 마을에서!’
이서우는 두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
남들처럼 스킬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모든 행동에 마나를 담을 수 있으니 결코 다른 유저가 부럽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체력에도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 스텟이 어디 보자, 42개면 되네. 쩝, 다 찍고 나면 1개 남네.’
계산을 해 보니 체력을 순수 100까지 맞추려면 42개가 필요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이서우는 결심을 굳혔다.
그의 눈앞에는 익숙한 캐릭터 창이 열려 있었다.
이서우는 망설이지 않고 22개를 먼저 올려 체력 총스텟을 100으로 맞췄다.
-체력 스텟이 100에 도달했습니다.
-체력에 영향을 받는 모든 스킬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삑! 체력에 영향을 받는 스킬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어와 관련된 모든 움직임에 마나가 소모되지만, 소모되는 마나에 비례해서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체력 스텟이 증가하면 소모되는 마나도 증가합니다. 하지만 마나의 소모가 클수록 방어력은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단, 순수 체력 스텟이 100이 되기 전까지는 원래 낼 수 있는 힘의 절반만 적용이 됩니다.
‘이제 나머지 20개만 찍으면 완벽해!’
그가 하는 모든 공격과 방어, 적에게 접근하는 행동까지. 그야말로 모든 움직임에 다 마나를 담을 수 있었다.
이서우는 기분 좋은 얼굴로 순수 체력을 100에 맞추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떴다.
-순수 근력, 민첩력, 체력 스텟이 모두 100에 도달하셨습니다.
-전투와 관련된 핵심 스텟을 모두 일정 경지까지 올리셨습니다.
-이 세 스텟의 밸런스 숙련도에 따라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밸런스 숙련도가 증가하면 마나 소모량이 줄어듭니다.
-밸런스 숙련도 1레벨 0퍼센트
‘밸런스 숙련도 정보!’
곧 이서우의 시야에 정보가 들어왔다.
밸런스 숙련도
스킬처럼 정형화된 능력으로도 엄청난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지만, 공격이 펼쳐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조화를 잘 이루면 더 적은 힘으로도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밸런스 숙련도 : 1레벨 0퍼센트
‘대박! 이런저런 스텟 설명이 복잡해서 괜히 머리가 아팠는데, 이거 하나로 그냥 땡이네.’
밸런스를 잘 맞추면 숙련도가 올라갈 테니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할 것 없이 숙련도가 오르는 상황만 체크하면 된다.
‘앞으로 사냥이 재밌어지겠어.’
이서우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