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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갑이다-6화 (6/341)

# 6

레벨이 갑이다

6화

마을로 향하는데, 이서우의 귓가에 메시지가 들려왔다.

-사용 종료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응?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사용 종료 시간이 지나도 후불로 전환이 되지만, 사용자가 얼마나 게임을 했는지 알려야 할 의무가 있어 10분 전부터 2분 단위로 메시지를 보낸다.

이서우는 사냥에 너무 매진한 나머지 뉴 월드 시간으로 18시간 동안이나 늑대를 잡았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아, 맞다. 이제 친추도 되지.”

접속을 종료하고 민수를 불러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 10레벨이 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 추가를 신청하자 박민수가 즉시 수락했다.

-야, 벌써 10레벨 찍었냐?

-이 몸이 한때는 프로게이머를 꿈꿨잖냐.

-프로게이머는 얼어 죽을. 그것보다, 게임 시간 때문에 그러지?

-그래.

-더 할래?

-난 상관없는데, 넌 괜찮겠어?

-아직 초저녁도 안 됐으니 상관없지.

-그럼 시간이 어중간하니 저녁을 좀 일찍 먹고 다시 접속하자.

-그래. 안전지대에 세워 두고 종료해.

-알았어.

이서우는 마을에 들어선 후 게임을 종료했다.

접속 방을 나서며 박민수가 물었다.

“할 만한가 보다?”

“나쁘지 않네.”

“나쁘지 않긴. 아주 좋아 죽겠다는 표정인데.”

“그런 거 아니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이서우는 미소를 애써 감추며 얼른 말을 돌렸다.

접속 방이 워낙 잘되어 있어 안에서 밥을 먹어도 되지만, 편하게 대화를 하면서 먹기에는 아무래도 밖이 나았다.

“뭐 먹을래?”

“종종 가던 백반집 아직 해?”

“아직 있지.”

“그럼 거기 가자.”

이서우는 햄버거나 피자보다는 가정식 백반을 즐겨 먹었다.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나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서,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가끔 인스턴트를 즐기기는 하는데, 그럴 때면 꼭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식당에 도착해 구석 쪽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돼지불고기 백반을 시켰다.

“몇 렙까지 찍었냐?”

“친추 돼 있으니 보이잖아.”

“너 레벨은 안 보이도록 설정했던데?”

“설정? 난 아무것도 안 건드렸는데.”

“원래 처음 시작할 때는 비공개로 돼 있어.”

“아, 그래? 나 이제 13찍었어.”

“벌써? 꽤 빠르네.”

“그게 빠른 거냐?”

보통 10레벨을 벗어나는 데 현실 시간으로 12시간 정도가 걸린다.

시작 지점 NPC부터 하나씩 퀘스트를 완료하면 10레벨이 되는데, 몬스터를 잡고 마을까지 오가는 일을 반복해야 해서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된다.

이서우는 그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고 사냥 속도까지 능숙한 수준이어서 빠른 레벨 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10레벨이면 이제 파티도 할 수 있겠네. 던전에 들어가면 업도 더 빠르고, 초보자가 쓰기에는 괜찮은 장비도 나와.”

“50레벨 던전은 어때?”

“난이도가 장난 아냐. 두 번 들어가면 한 번은 막보스를 못 깨고 나와.”

“고레벨 하나 끼고 가면 편하잖아.”

“걔들은 더 높은 던전 공략하려고 하니 절대 낮은 곳은 안 와.”

“하긴, 나 같아도 자존심 상해서 안 갈 것 같긴 하다.”

박민수가 앓는 소리를 하니 50레벨 이후의 던전이 더욱 궁금했다.

그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한두 숟가락을 조용히 뜨더니 박민수가 입을 열었다.

“참, 너 무기는 선택했어?”

“단검 써. 왜?”

“잘됐네. 나도 활이랑 단검 쓰거든. 우편으로 장비 보내 놓을 테니 그거 써.”

“고맙다. 잘 쓰마.”

“쭉쭉 크라고 지원해 주는 거야. 얼른 커서 같이 파티해야지.”

이서우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친구의 호의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이라도 그랬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 그때 내가 신들린 딜을 해 주마.”

“렙 업 어렵다고 중간에 포기나 하지 마라.”

재활 훈련이 워낙 힘들고 고된 일이어서 의기소침해 있을까 염려가 되었는데, 웃으며 말하는 이서우를 보니 참 좋았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뉴 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박민수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언급을 했고, 이서우는 궁금한 것들을 묻는 형식이었다.

그러다가 방송 내용이 떠올라 화제를 바꾸었다.

“참, 아까 TV에 나왔던 그 레이드 말이야. 그거 몇 레벨에 가능한 거야?”

“레이드 몬스터가 120이야. 좋은 아이템을 얻으려면 125 정도가 적당해. 하지만 30명은 돼야 해서 경쟁이 너무 심해 레벨을 조금 높이고 인원을 적게 하는 추세야.”

“아까 보니까 두 파티로 공략하는 것 같던데?”

“130레벨이 잡으면 보상이 낮아지니까 인원을 확 줄이는 거지. 아이템 드롭 확률을 생각하면 115~120레벨 20명 정도로 구성해서 가면 좋은데, 그러면 전멸할 확률이 높거든.”

“렙 차에 따라서 드롭 아이템이 많이 차이 나나 보네.”

“많이 나지. 레벨이 낮은 상태로 공략을 해야 좋은 아이템이 나온다는 건 이미 확인된 거거든. 던전 보스가 전설을 주고, 레이드 몬스터는 신화까지 드롭이 되니 더 낮은 레벨에 더 적은 인원으로 공략을 하려는 거지. 물론 지금까지는 유일 등급이 최고지만. 뭐, 그래서 더 기대감을 가지고 미친 듯이 공략하는 거겠지.”

뉴 월드 아이템 등급은 일반, 고급, 희귀, 영웅, 유일, 전설, 신화, 준신, 신 등급까지 존재한다.

던전에서는 전설까지만 나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레이드 몬스터에 매달렸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공략에 성공해서,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 희박하면 전설 등급 아이템의 가치가 엄청나겠네.”

“나오면 대박이지.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하루에 엄청난 보스 몬스터가 죽어나도 유일 등급까지만 나와. 그마저도 너무 확률이 희박하고.”

“레이드 몬스터를 한 파티가 잡거나 혼자 잡아서 득템하면 진짜 대박이겠다.”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해. 최고 레벨들이 한 파티 모여도 안 돼. 그렇게 할 유저들도 없지만.”

뉴 월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수록 다시 접속하고픈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다.

마음이 행동에 반영되니 밥 먹는 속도도 빨라졌다.

이서우는 깔끔하게 밥그릇을 비우고 물로 입가심을 한 뒤 수저를 내려놓았다.

“다 먹었으면 서두르자. 곧 사람들이 몰릴 시간이야.”

“이제 초저녁인데?”

“아직 실감을 못 하나 본데, 뉴 월드 인기가 장난 아냐.”

이서우는 곧 박민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리가 겨우 10개밖에 없었고, 붙은 자리는 두 곳이 전부였다.

서둘러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게임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는 접속했다.

이서우가 접속하자 귓말이 왔다.

-우편 보내 놨으니 바로 사용하면 돼.

-고마워.

-그럼 광렙해. 난 던전 한 타임 더 뛰어야겠다. 너도 던전 가는 거 잊지 말고.

-그래.

-득템해라.

-너도 득템해.

이서우는 대화를 끝내고 바로 우편을 살폈다.

‘짜식, 고맙다. 이 은혜는 몇 배로 갚으마.’

10레벨 고급 등급 장비 세트가 있었다.

이서우는 장비 세트를 착용했다.

“자, 갖출 걸 갖췄으니 퀘스트부터 후딱 완료하고 얼른 진행하자.”

이서우는 늘어난 능력치를 보며 미소를 짓고는 NPC 노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을 지나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진짜 활발하기는 하다. 마을 크기도 상당히 커진 것 같은데, 사람들로 빼곡하네.’

파티를 구하는 사람,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어우러져 광장이 미어터졌다.

마치 여름에 해운대 해수욕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북적거리는 광장을 지나 몇 분을 더 걷자 그제야 멀리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노인이 알은척을 했다.

“험, 험. 자네군. 성과는 좀 있었나?”

노인은 죽었을 거라 생각한 이서우가 나타나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금세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임무를 완료한 게 아니라 포기했을 거라 여긴 것이다.

이서우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노인은 자신이 놀랐다는 게 괜히 쑥스러운지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임무를 포기했다면 잘 달래서 촌장에게 보낼 생각으로.

“확인해 보시죠.”

“확인? 설마 늑대를 잡았다는 건가? 괜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필요 없네. 자존심이 상하겠지만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일세. 이제라도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헉!”

노인은 이서우가 죽었다 깨어나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지금 보이는 태도도 단지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것이라 여겼다.

한데, 성공한 것을 넘어 말도 안 되는 숫자의 늑대를 잡은 게 아닌가!

“이, 이게 다 자네가 잡은 거란 말인가!”

“그럼 저 말고 누가 잡았겠어요. 설마, 이제 와서 발뺌하시려는 건 아니겠죠?”

“험, 험. 그럴 리가 있나. 난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네.”

“총 117마리니 77골드‘만’ 주시면 되겠네요.”

“그, 그렇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노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77골드면 초보자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이었다.

“안 주세요?”

“누, 누가 안 준다고 했나? 자, 받게.”

“경험치는요?”

“험, 험. 아주 빡빡 긁어 가는구먼.”

-퀘스트 ‘노인의 부탁’을 완료했습니다.

-77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220,000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한스 노인과 친분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서우는 레벨이 올랐다는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자, 잠깐만 기다리게!”

이서우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리는데, 노인이 다급히 그를 불렀다.

“네?”

“험, 험. 젊은 사람이 성격이 그렇게 급해서야, 원.”

“아시다시피 모험가들이 원래 좀 바쁘거든요.”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뜻이다.

노인은 헛기침을 몇 번 더 하고는 입을 열었다.

“좋은 일이 있는데, 한번 해 볼 텐가?”

“좋은 일이라고요?”

“그래.”

“무슨 일인지 일단 들어나 볼까요?”

“역시 젊은 친구인데도 신중하구먼.”

친분이 살짝 올라갔다고 처음과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서우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얼마 전 페른이 믿을 만한 사람을 좀 소개해 달라고 하더란 말이지. 참, 페른은 마을 경비대원이네.”

“경비대원요?”

“그렇다네. 만나 볼 생각이 있는가?”

한스의 요청

페른의 부탁을 받은 한스가 당신에게 그를 만나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난이도 : -

보상 : 10브론즈.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고? 친밀도는 이제 막 상승했으니 그것 때문은 아닐 테고, 실력 때문이겠군. 이런 유형의 NPC는 꽤 괜찮은 퀘스트를 주지.’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한스 노인과 친분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러게. 자네의 앞길에 행운이 있길 바라네.”

이서우는 한스 노인의 배웅을 받으며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을을 순찰하고 있는 경비대원을 불렀다.

“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신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여겼는데, 생각보다 공손한 태도였다.

총경비대장이 모험가들과 부딪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한스 님에게 부탁을 받고 페른 경비대원님을 찾고 있습니다.”

“아, 페른을 찾고 계시군요.”

“네.”

이서우는 경비대원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가 풀리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서로 관계가 좋지 않다고만 여겼을 뿐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경비대 훈련소 외부에 기사 술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있을 테니 가 보십시오.”

“기사 술집요?”

“네. 주인의 아들이 기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만든 곳이지요.”

“네. 고맙습니다.”

이서우는 고개만 끄덕이고는 경비대원과 헤어졌다.

경비대가 훈련하고 상주하는 곳이 꽤 넓어, 기사 술집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직 날이 밝은데 웬 술집인가 싶었지만, 퀘스트만 받으면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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