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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판타지로 떨어진 S급 헌터-33화 (33/150)

< 33화 권리와 의무 (1) >

가티스에게는 여전히 호출벨이 안 온다. 아이리에게도 말을 해놓았다. 가티스한테 호출벨 오면 의전이고 뭐고 가야된다고. 난 명색이 가티스의 근위기사니까. 그녀는 그냥 알아서 하라고 했다.

그건 그렇고, 뭔 말을 하냐.

"화장실은 잘 갔다 오셨어요?"

"너 미쳤어?"

아이리가 정색과 경멸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인싸들은 이렇게 여자 웃기던데. 난 왜 못 웃기는데. 정색해서 시무룩해지네. 어차피 아이리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왜냐하면 그녀의 결말을 대충 알기 때문에. 그녀는 악역영애인 만큼 성녀에게 막 대했다는 점 때문에 제국에서 쫓겨나 옌시로 갔던 걸로 기억한다.

어, 아닌가. 내가 좀 갱생시켜주고 나랑 사귀면 되는 일인가?

「이름 : 아이리 라피테스

나이 : 19

호감도 : 1

가장 사랑하는 사람 : ???」

아니네. 호감도 미친 거 아니냐. 하긴 얘랑 나랑 마주칠 일이 없었지. 그래도 1은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이리 아가씨, 옌시로 갈 생각은 없으시죠?"

"공녀라니까?"

"아가씨가 입에 붙었어요."

"에휴. 알아서 불러."

아이리는 내 충고를 무시하고 데뷔탕트 연회장으로 다시 나섰다. 아이리도 그냥 주변만 두리번거리는 거보니까 각 나오네.

"파트너 없으세요?"

"응."

"친구는요?"

"친구는 있거든?"

심하게 발끈하는 것 보니 없는 것 같다. 하긴, 그럴 수 있지. 직설적으로 말하면 아이리는 성격이 더러우니까.

"그럼 전 구석에 있을 테니까, 친교들 나누세요."

"어디 가?"

"의전 해드렸잖아요."

내가 아이리에게 뭘 더하냐는 듯 바라보았다. 아이리는 뭔가 주저하는 듯했다. 그냥 내 옷깃을 잡고 입만 뻐끔거렸다.

"춤 출 줄 알아?"

그녀가 간신히 말했다. 그녀의 말에 당황한 건 나였다. 호감도 1따리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면서. 호감도 창이 안 보였다면, 난 백퍼센트 오해했을 거다.

"춤 추고 싶으세요?"

"황자님하고 같이 추려고 엄청 연습해왔는데, 못 출 것 같아서."

아이리가 저 멀리 마리나 곁에 바싹 붙어 있는 가테스를 바라보았다. 뭔가 그 눈빛이 불쌍했다. 그래, 호감도 1이면 나도 부담 없게 출 수 있겠다 싶었다.

"왈츠라면 조금."

"너, 왈츠 출 줄 알아?"

아이리가 살짝 놀랐다. 옛날 TV 예능 중에 'S급 헌터의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 별 걸 다 했었지. 왈츠도 거기서 한 번 배웠다.

"뭐, 좀, 그래. 하긴 예법이 있는 춤 중에는 가장 쉬운 춤이기는 하지."

아이리는 굳이 날 깎아내리며 자세를 잡았다. 아, 잠깐.

"왈츠도 스킬 필요해요?"

"응."

"그럼 옌시 사람은 왈츠도 못 춰요? 노래도 못하고?"

"할 수는 있지. 막춤을 춰서 그렇지. 예법 춤은 스킬이 필요해. 그래서 예법 춤은 트라프비체 사람만 출 수 있잖아. 넌 어디서 배워왔는지 모르겠다."

불공평한 세상아. 이 세계가 묘사하지 않은 옌시라는 곳이 점점 더 어둡게 보인다. 여기서만 말하는 거 보면 완전히 구렁텅이 그 자체인데.

"저 스킬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아직 단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아이리가 나를 보며 아주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왠지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가족여행이 취소된 아이를 보는 느낌. 난 황급히 변명을 했다.

"단어만 알려줘 봐요. 아마 있을 거예요."

"펜 없어."

"손으로 써줘요."

나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내가 이렇게 대담하게 할 수 있는 이유. 호감도가 1이니까. 원래 모태솔로들은 자신에게 호감도가 없는 것을 알면 잘 말한다. 호감도가 있다고 착각이 심해서 그렇지. 그런 점에서 엘파힘의 심안은 내게 매우 필요한 스킬이었다.

"뭐, 뭔가 좀 이상한데. 알았어."

아이리는 작은 손가락을 드레스에 비빈 다음에 내 손바닥에 트라프비체어로 왈츠라는 단어를 썼다. 뭔가 간지러워서 웃음이 났다.

【스킬 : 왈츠 Lv 4 개방】

【스킬 : 왈츠 Lv 4 사용 중】

Lv 4 정도면 발 맞춰줄 수는 있겠지. 아이리는 내 손바닥에 그림을 그린 게 민망했던지 얼굴을 붉혔다.

"스킬은 얼마정도 숙련했어? 난 2까지 올리는 데 두 달 걸렸어."

"음, 전 1이요."

괜히 4라고 하기 민망하다. 그냥 맞춰줘야지. 자존심 높은 아이리는 띄워주는 게 맞다.

"너 진짜 상식 없구나."

"갑자기요?"

"원래 스킬 레벨은 말 안 하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야. 상관이 물어봐도 그건 대답하면 안 돼."

"아가씨가 먼저 말씀하셨잖아요."

"거짓말로 말한 지 어떻게 알아?"

그렇구나. 한 수 배워간다.

"감사합니다."

"알면 잘 춰."

나는 능숙하게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그녀의 가냘픈 몸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어떻게 추는 거였더라. 그녀가 불안해하면서 몸을 서서히 내 팔에 맡겨온다. 내 팔에 그녀의 허리가 완전히 감길 때, 나는 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있는데도 황홀할 지경이었다.

아이리와 나는 발을 천천히 맞춰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마리나와 가테스가 춤추기 시작했다. 무도회의 시선은 모두 성녀와 황자에게 가있다. 우리는 구석에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춤을 췄다.

"너, 생각보다 잘 추네. 1은 거짓말이었구나."

나는 아이리의 시선을 최대한 황자와 성녀에게 등지게끔 하면서 춤을 췄다. 내가 생각이 안 나도 그녀가 이끌어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면 춤이 되었다.

확실히, 그녀는 많은 노력을 한 게 보였다. 그녀의 왈츠 스킬은 분명 나보다 높을 것이었다. 그러니까, 둘 다 거짓말이 한 셈이 되네.

"괜히 저랑 추셨네요. 저랑 추실 레벨이 아닌데. 생각해보면."

명예 평민하고 비슷한 남작과 공녀의 춤사위. 공녀에게는 오히려 명예에 누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냥 춤 연습이야. 의미 부여하지 마."

아이리가 차갑게 말했다. 호감도 1의 위엄이라는 건가.

그때였다.

"윽!"

아이리가 발을 삐끗해 넘어질 뻔했다. 나는 그녀의 감싸고 있던 허리를 누가 볼세라 들어올렸다. 다행히 주인공들의 춤에 시선이 쏠려있어 아이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실수했네."

"괜찮아요. 아무도 안 본 거면 실수한 거 아니에요."

"귀족한테는 안 통하는 말이야. 너도 귀족이 됐다니까 말해주는 말이야. 명예는 자신이 자신에게 비추는 거울이니까. 보기 싫어도 봐야하는 법이지."

아이리가 말했다. 난 그녀의 발등을 보았다. 발가락이 묶여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작은 신발과 춤 연습을 하느라 부어있는 발.

아예 연회장의 조명은 황자와 성녀에게 가있다. 그래, 차라리 지금이 기회다. 나는 아이리를 살짝 들었다.

"너 뭐하···"

"시선 집중되기 싫으면 소리 죽여요."

아이리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사전에 차단했다. 이런 연회장에서는 현기증이 나는 영애나 지병으로 쓰러지는 영애가 있을 수도 있으니 구호소가 있다. 난 그곳으로 향했다. 사람들 눈에 최대한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스킬까지 썼다.

"멀미나···"

"좀만 참아요."

어쩔 수 없다는 건 아는지 아이리가 입술을 안쪽으로 오므려 물었다. 우리는 곧 구호소에 도착했고, 난 그녀를 앞에서 내려다주었다.

"용케 알았네, 내가 발 다친 거."

"기초튼튼 트라프비체어 보답입니다."

"탄탄이거든?"

아이리는 그렇게 피식 웃고 들어갔다. 왜일까. 왜, 그녀는 마리나를 괴롭히지 않고 오히려 구해줬을까. 나는 그걸 생각해봐야했다.

그때, 가티스의 호출벨이 울렸다. 빠르게 가보니, 화장실이 급하다고 찾아달라고 했다. 난 가티스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화장실인, 마리나와 엑스트라 백작이 싸운 곳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가티스를 기다리는 사이, 내게 많은 의문점이 솟아났다. 어째서 마리나는 지문과 다른 거친 대사를 했는지. 어째서 마리나를 괴롭힌 주범이 아이리가 아닌지. 어째서 아이리가 오히려 마리나를 도와준 것처럼 됐는지.

무도회는 그렇게 많은 의문점만을 남기고 끝냈다.

사교계 데뷔를 거친 귀족 영애들은 오롯하게 귀족의 대우를 받는다. 관문을 거친 사람들이라는 거겠지. 몇몇 늙고 보수적인 귀족들 중에는 데뷔를 거치지 않은 귀족 영애한테는 반말을 하고, 데뷔탕트를 거치면 그제야 대우를 해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명예가 중요한 건지, 나는 모르겠다. 여기, 지금 아직 나를 귀족이라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드는 생각이었다.

"에퍼리 남작은 아직 귀족이 아닙니다!"

"무공 훈장이 있기는 하지만, 증명된 것도 없지 않습니까."

"8살이라는 나이에 작위를 수여한 바는 없습니다. 황제 폐하, 철회해주십시오."

가티스는 뿔이 난 표정으로 황제의 옆에 서있고, 그 옆에는 리얀이 있다. 가테스랑 가토스는 없었다.

황제전 중앙 카펫에는 나 혼자만이 서있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좌우 대신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무슨 영화관이라도 온 것만 같다.

"이건 끝난 건 아니었나? 대신들?"

황제가 지친 얼굴로 말했다. 나도 그런 줄 알고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했는데, 역시 대신들이 띄엄띄엄하지가 않네.

"귀족은 나라의 근간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옌시 사람이 어떠한 근거도 없이 귀족이 된다면, 끝에는 제국의 명예마저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말씀을 가려 하세요. 알피스 후작."

그 말을 한 건 의외로 가만히 있던 리얀이었다. 리얀은 그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미소를 짓는 모양새였다. 그게 더 무서웠다.

"죄, 죄송합니다. 황녀님."

알피스 후작이라면 제2황자 쪽이네. 소설에서는 안 나오는 사람이지만, 그냥 말로 들어서 안다. 어쨌든 날 싫어한다 이거지.

"증명이라. 증명은 무슨 수로 하지? 대신들?"

황제가 물었다. 당연히 대답이 나올 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그냥 날 물어뜯고 싶은 거거든. 입이 심심해서 손톱을 물어뜯는 거랑 비슷하다. 맛도 바라지 않고, 식감도 바라지 않지만, 그저 씹기 위해 씹는 거다.

근데, 이해는 된다. 증명은 본인이 하는 거니까, 본인이 찾아야 하는 법.

내가 땅바닥에 고개를 쳐박고 있었던 건, 당연히 황제 앞이라서도 있었지만, 스킬창을 둘러보기 위함도 있었다. 이럴 때 쓸만한 스킬이 있을까 해서.

당연히, 있었다. 유명인인 관계로 대학 강연 같은 것도 많이 다녔으니까. 난 스킬 하나를 열었다.

【스킬 : 웅변 Lv 7 개방】

【스킬 : 웅변 Lv 7 사용 중】

요즘 스킬을 열 때마다 몸이 좀

무거워지는 기분이 난다. 그래서 일부러 읽을 줄 아는데도 개방을 안 한 스킬들이 꽤 많다. 이것을 나중에는 어떻게 해결을 해야겠다.

"황제 폐하."

가만히 있던 내가 입을 열자 모든 시선이 몰렸다. 특히 리얀의 시선이 뜨겁다. 웃고 있지만, 그 안의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다.

"트라프비체 트라프비체 대제님이 이 나라를 세우실 때, 귀족도 없고, 평민도 없었습니다. 그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였고, 트라프비체 대제님은 질서를 위해 귀족과 평민을 가르기로 하고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우리 역사를 잘 알고 있군."

황제가 살짝 놀랐다. 대신들도 움찔했다. 내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올 줄은 모른 모양이었다.

"그때 문제시가 된 건, 어느 누구를 귀족으로 하고, 누구를 평민으로 할 것이냐는 점이었습니다."

내 유수처럼 뽑아져 나오는 말들에 모든 대신들이 벙졌다. 웅변이란 스킬은 마치 말에 위압을 담는 것과 비슷했다.

"여신님은 저희에게 계시하시기를,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이다, 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귀족은 제국의 근간이며, 쉽게 죽으면 안 되도록 보다 강력한 자를 귀족으로 선출하셨습니다. 1차적으로 여신님이 선출하신 다음에는, 대제님의 차례였습니다. 대제님은 자신의 방위를 지키는 건 무력이지만, 국가의 방위를 지키는 건 지식이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지혜로운 자가 공작이 되고, 그 이후의 작위가 뒤따랐습니다."

"지혜는 증명된 것 같고, 무력만 증명하면 되겠군."

아직 말 안 끝났는데. 내 말을 끊은 건 황제전 안의 누구도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 뒤쪽으로 갔다. 뒤에는 두 팔로 황제전 문을 열은 가테스 황자가 있었다.

"등위 시험을 곧 치를 예정이니까요."

"그건 다음 달 아니었던가?"

황제가 물었지만 가테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 일정이 당겨질 것 같습니다. 성녀도 나왔으니, 검은 나무를 정화하는 순례단이 곧 꾸려질 거거든요. 순례에 나가기 전에 올해 등위시험을 치루고 갈 예정입니다."

음. 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가테스 정도 되면 황자 이외에 많은 직위를 받기 마련이다. 그의 직위 중에는 등위심사평가위원회 위원장도 있거든.

그냥 내 생각으로는 아무나 불러서 때려눕히려고 했지만, 차라리 등위라도 얻는 게 앞으로 봤을 때 더 좋은 방법 같았다.

"그렇군. 그래, 뭐 사실 등위 시험만큼 적합한 건 없긴 하지. 에퍼리 남작, 동의하나?"

"동의합니다."

등위시험은 그야말로 제국에서 이뤄지는 시험. 그야말로 공정한 건 없지. 괜히 한 사람만 때려눕히면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릴 여지가 있으니 차라리 등위를 따놓는 게 나았다.

"다음 주에 등위 시험이 벌어질 예정이니, 잘 준비하도록. 자네의 등위는, 나도 기대하고 있으니."

가테스가 웃었다. 나도 그에게 역시 웃어주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도록 하지."

황제가 입을 열었다.

"소드 엑스퍼트 5 이상으로 나오지 않으면, 에퍼리 남작의 작위를 박탈하겠다. 대신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대신들이 웅성거렸다. 대충 들어보니 소드 엑스퍼트 5 정도면 남작에게 요구되기에는 꽤 높은 등위인 것 같았다. 하긴, 오츠카 남작도 소드 엑스퍼트 1 정도 되는 것 같았으니. 근데 그 정도면 너무 쉬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때, 가테스가 손을 들고 발언했다. 그는 어느새 대전 문 바깥에서 내 옆까지 와있었다.

"고작 그것으로는 그를 귀족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왜 그렇지?"

황제의 물음에 가테스는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직 에퍼리 남작은 트라프비체가 말하는 명예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자입니다. 그런 자에게는 조금 더 높은 기준이 요구되는 바입니다. 이건 위원장으로서의 생각입니다."

나는 가테스를 힐긋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명예 더하기 힘으로 작위가 결정된다면, 나는 명예가 없으니까 힘이 강해야 된다는 논리인 것 같다.

"전 그의 등위가 소드마스터 1 이상이 아니면, 남작의 작위를 박탈해야 된다고 봅니다."

가테스는 말을 끝내고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다른 대신들은 더 웅성거렸다. 나를 까느라 바빴던 대신들도 이건 좀, 하는 분위기였다. 황제도 살짝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때, 내가 손을 들었다.

"동의합니다."

"···무슨 소리지?"

"전 사실, 여기서 말하는 명예가 뭔지도 모르고, 그 의무가 뭔지도 모릅니다. 물론 삶의 목표는 있지만, 그건 여기서 분명 중요시 되는 게 아닐 겁니다."

여기는 연애라는 게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결혼은 후계의 생성이라는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나라. 그렇다면, 나도 내 식대로 부딪쳐주겠다.

"현재 황자님이 소드마스터 3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최연소시겠죠. 제가 그 기록을 갱신해볼까 합니다."

"···뭐?"

황제와 가테스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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