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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58화 (258/260)

# 258

레벨업 속도는 9.8m/s^2 258화

82. 슈퍼히어로랜딩

하늘이 걷혔다.

클리앙이 만들어놓은 검붉은 마력의 파동이 깨끗하게 사라지고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크악!”

“억!”

갑자기 사방의 헌터들이 풀썩풀썩 쓰러졌다.

“쿨럭!”

윤성도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모든 이들이 기절해 버린 상태다.

쿠웅!

드래곤 하나가 추락했다.

마력의 압이 너무 높다. 메탈로이드 로봇들은 지자기 폭풍을 맞은 것처럼 방전되어버렸다.

좀비 떼도, 엘리지아도, 마계의 귀족들도, 콜로라의 패잔병들도 모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의식을 잃었다.

쩍!

백마중 기념관에 금이 갔다.

건물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었다. 지면이 갈라진다.

“커헉!”

윤성이 다시 피를 토했다.

백마중 기념관에서 클리앙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뺨에 식은땀이 흘렀다.

본능적인 공포.

X등급을 한참 초월한 클리앙은 윤성의 마력압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으나 감히 접근할 수가 없다.

그는 멀리서 윤성을 바라만 보았다.

그러나 윤성은 일어날 수조차 없다. 막대한 마력에 압사할 것 같은 기분이다.

‘플랑크톤이 바닷물을 모조리 마셔버리겠다는 꼴.’

수호자는 그렇게 비유했다.

맞는 말이다.

소화하지 못할 크기의 버프. 어쩌면 이대로 무너질지도 모른다.

‘클리앙을 쓰러뜨릴 때까지만 몸이 따라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 후엔 내 몸 다 부서져도 좋은데.’

윤성이 이를 악물고 클리앙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찡!

뇌혈관이 터져나가는 듯한 기분.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진 윤성의 눈이 서서히 감기는 순간이었다.

<진정 발동!>

따뜻한 마법이 흘러들어왔다.

<인내 발동!>

<위안 발동!>

윤성의 등에서 어느새 떨어져 바닥에 쓰러진 차희가 그에게 마법을 걸고 있었다.

“너, 어……. 어떻게?”

윤성이 기침을 하면서 물었다.

마력 압이 너무 높아서 상급 헌터들이고 드래곤이고 죄다 기절하고 쓰러진 마당에 비각성 일반인의 몸을 가진 차희가 의식을 잃지 않다니?

“꼭…… 이겨줘…….”

그녀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

윤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머릿속이 상쾌하다. 사방으로 쭈뼛쭈뼛 뻗치던 마력이 안정되었다.

이 거대한 버프를 고작 인계 관리자인 차희가 진정시켰다는 게 정말 말이 되는 건가?

윤성은 쓰러진 차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니. 이상할 것 없다.’

하급 헌터들이 분전해서 우주 최강의 존재 클리앙으로부터 차희가 탈출할 시간을 만들어낸 것도.

차희가 윤성의 등에서 랜딩의 마력압을 정면으로 받았음에도 기절하지 않은 것도.

그녀가 건넨 버프가 그 막대한 마력의 독성을 잠재우고 진정시킬 수 있었다는 것도.

이것이 인간의 싸움인 이상 전부 정상이다.

수호자가 왜 일곱 차원을 통틀어 인간을 가장 좋아했는지.

어렴풋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고마워.”

그가 차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역시 넌 내 관리자야.”

이제는 확신과 힘에 가득 찬 윤성의 시선이 클리앙을 싸늘하게 주시했다.

그 눈빛을 받은 클리앙의 몸이 움찔하는 게 보였다.

번쩍!

갑자기 기절한 헌터들 수백이 모여 있는 틈에서 빛이 치솟았다.

의식을 기울이자 시간이 느려지는 듯하다.

클리앙의 마력 주입을 받은 폭탄이 터지고 있었다.

지구의 내핵을 부숴 버릴 정도의 폭발력. 막대한 힘.

‘겨우…….’

윤성에겐 가소롭게 보였다.

은하를 뛰어넘고 그 버프를 소화했다.

우주적 힘을 삼켰다.

이제는 인간이나 드래곤, 콜로라성인 같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먼지처럼 느껴진다.

그의 눈에는 그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타임 스톱 발동!>

윤성이 마법을 사용했다.

이번 랜딩으로 각성한 스킬은 한둘이 아니다. 우주를 관리할 수 있는 힘이 그의 몸속에 들어 있었다.

폭탄 가방에서 치솟던 마력과 빛과 찢어지고 날아오른 케이스의 파편들이 멈췄다.

“무, 무슨…….”

클리앙이 몸을 떨었다.

저항하는 모양이지만 힘겨워 보인다. 클리앙의 움직임이 크게 둔해졌다.

<타임 리와인드 발동!>

윤성이 두 번째 마법을 사용했다.

시간을 한 손으로 쥐고, 다른 손으로 우주의 흐름을 되돌린다.

이 싸움은 그 무엇도 부수거나 죽여선 안 된다. 전쟁은 익시튬 때에 끝난 것이 되어야 하기에.

바토리의 두 동강 난 몸이 서로 다가와 붙었다. 그녀는 저절로 일어나 뒷걸음질로 움직이며 전투를 할 것처럼 활을 들었다.

사방에 깔린 건물의 잔해들이 떠올라 본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샌텀 타워의 41층 스튜디오와 그 내부의 사람들도.

이곳에서 죽은 수많은 헌터들 모두가 살아났다.

실렌티의 머리가 다시 붙었고 용제의 심장에선 총알이 빠졌다.

천사와 마계 귀족들이 회복되어 정신을 차렸다.

아직 타임 스톱이 발동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의식을 따라 움직이진 못했지만 모두가 회복되었다.

클리앙의 전함이 침공하기 전.

침식형 던전이 발생하기 전의 시점으로 되돌아갔다.

폭탄 가방에서 치솟았던 마력은 다시 가방 안으로 얌전히 되돌아갔으며 가방은 클리앙의 인벤토리 안으로 날아갔다.

“경고다. 그 폭탄 꺼내지 마라.”

윤성이 말했다.

“…….”

윤성은 기감을 펼쳐 회복된 이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전부 무사하지만 둘은 아니다.

윤성이 약간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에어포스.

그녀의 죽음은 단순히 몸이 파괴되었다거나 숨이 멎었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천사로서의 소멸이었다.

그리고 수호자의 죽음 역시 지구를 책임지는 존재로서의 소멸이었기에 돌아오지 못했다.

“어떤……. 어떤 힘을 손에 넣은 거지?”

클리앙이 물었다.

“강윤성! 그것도 랜딩으로 얻은 버프냐?”

“…….”

윤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곳에서 싸운 모두가 내게 준 버프다.”

“큭…….”

클리앙이 이를 으득 씹었다.

“네가 아무리 강하든 나는 물러나지 않는다.”

“그렇겠지.”

<마안 발동!>

클리앙의 눈에서 마법이 튀었다.

<스킬 무력화 실패!>

그러나 이어서 떠오른 메시지는 절망적이다.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클리앙이 윤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육탄전으로 들어간다.

<커팅 발동!>

그의 클로가 날카롭게 윤성을 할퀴었다.

카앙!

그러나 가슴을 찌른 클로가 부러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콰직!

윤성이 클리앙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체감상 이쑤시개를 잡고 있는 기분이다.

클리앙을 움켜쥔 상태로, 윤성이 주먹을 겨누었다.

파악!

펀치가 휘둘러지기 직전, 클리앙이 뒤로 크게 뛰어 윤성에게서 빠져나왔다.

붙잡혔던 팔뚝에 손자국이 남았다. 뼈가 부러진 듯하다.

콰앙!

윤성의 주먹이 휘둘러졌다. 5미터 거리를 사이에 둔, 허공을 찌른 정권이었다.

그러나 클리앙은 그 펀치의 마력 풍압에 날아가고 말았다.

그 뒤에 있던 샌텀 타워가 휘청거렸다.

‘조심해야겠군.’

윤성이 손목을 더듬었다.

“으아아아!”

나동그라진 클리앙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체급을 더 높이겠다!”

클리앙이 외쳤다.

윤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게 가능한가? 아직 무슨 수가 남았단 말인가?

클리앙이 이를 부득 갈더니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마정석 배터리?”

윤성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지구에 온 후에 내가 익시튬의 시체를 버려두었을 것 같으냐?”

클리앙이 말했다.

그는 익시튬의 시체에서 마력을 추출했다. 옌뚜르가 마정석 배터리를 만들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커스텀 배터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

와직!

클리앙이 배터리를 깨물었다. 엄청난 마력이 모든 혈관마다 솟음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터리였다. 이 힘은 일시적인 것일 수 있다.

콰앙!

클리앙이 땅을 박차고 윤성에게 튀어 올랐다.

“끝이다!”

<커팅 발동!>

클로에서 강력한 마법의 칼날이 길어졌다. 한 번의 휘두름으로 모든 것을 베어버릴 수 있는 날카로운 공격.

카앙!

그러나 윤성의 어깨를 내려친 클로는 또 부러지고 말았다. 이제는 양손 모두 클로가 없다.

“이…… 이건…….”

클리앙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났다.

윤성이 그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다.

“오지 마!”

클리앙이 소리쳤다.

“움직이지 마라! 민차희를 죽여 버리겠어!”

그가 부러진 칼날을 차희의 목에 겨누며 말했다.

“넌 그 애를 못 죽여.”

윤성이 말했다.

“너보다 훨씬 강하거든.”

윤성은 훅! 입김을 불었다.

콰앙!

그 바람에 떠밀린 클리앙이 십수 미터를 뒤로 나동그라졌다. 건물 벽에 처박힌 그가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왜, 왜…… 내가 이기지 못하는 거지?”

그의 목소리에 공포가 묻어났다.

“X등급에 이르고 옌뚜르의 배터리를 먹고 익시튬의 마력을 삼켰다! 대체 내가 왜 널 이기지 못하는 거냐!”

“전에 증오나 분노. 광적인 집착. 그런 것들이 모자라서 익시튬이 날 못 이기는 거라고 했었지?”

윤성이 물었다.

“그런 게 아니다. 이 세계에는 너희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클리앙.”

“벽……?”

“넌 지금 내게 겁을 먹고 물러났지만. 우리 세계의 전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거거든.”

윤성이 손을 펼쳤다.

그의 뒤에 있는 수천의 헌터와 천사, 마족과 엘리지아, 좀비들과 드래곤이 클리앙의 눈에 들어왔다.

“오합지졸이라 생각했나?”

윤성이 말했다.

“나는 그들이 실현한 정의에 뒤따른 힘이다.”

“…….”

“나는 히어로 같은 게 아니지만, 이곳에는 수천, 수만, 수십억의 히어로들이 있다.”

윤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너 같은 적이 나타나면 그들은 앞다퉈 랜딩하지. 내가 없어져도 그들 중 새로운 Joker가 나올 거고, 은하 거리에서 랜딩하는 바보가 또 나타날 거다.”

윤성의 손이 클리앙을 겨누었다.

“제길!”

클리앙이 인벤토리에서 폭탄 가방을 다시 꺼냈다.

“이렇게 되면 같이 죽겠어!”

<마력 주입 발동!>

모든 마력을 다 쏟아부었다.

클리앙의 몸에서 힘이 전부 빠져나갔다. 일시적으로 먼 옛날 콜로라의 밑바닥 전사로 돌아갈 정도의 마력 주입.

타이머 같은 건 없다.

당장 터지도록. 마력을 쏟아붓기만 했다.

“소용없어.”

윤성이 말했다.

슈우우우!

폭발하는 대신 폭탄 가방이 먼지가 되어 스르르 흩어졌다.

“뭘 어떻게 한 거지?”

“이 손에는 만물을 재로 만드는 힘이 들어 있다.”

윤성이 클리앙에게 다시 한 걸음씩 다가갔다.

“먼지로 돌아가라. 클리앙.”

그의 손이 클리앙의 이마를 짚었다.

<소멸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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