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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49화 (249/260)

# 249

레벨업 속도는 9.8m/s^2 249화

콜로라의 혹성들을 여행하며 한참 레벨을 올리던 때.

모든 임무를 클리어했음에도 ALK의 꽃 피우기 임무는 달성되지 않았고, 윤성은 그 문제를 수호자와 상의했었다.

-글쎄. 그쪽 수호자 놈이 코딩을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수호자는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네가 이미 Joker라는 거대한 프로그램 안에 들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

“Joker는 X등급이 될 수 없는 건가?”

-그건 아냐.

“그럼 Joker랑 뭔 상관이야?”

-코드가 충돌할 순 있지. 그리고 X등급이 될 수 없는 건 Joker만이 아니야. 질문이 잘못됐어. Joker가 X등급이 될 수 없는 게 아니라 그 누구도 X등급이 될 수 없는 거지.

“익시튬이 예외적인 경우라고?”

-콜로라 최고의 전사이자 최고의 지성이었던 옌뚜르조차도 실패했어. X등급은 전사 육성 코딩에 굉장히 능숙한 수호자가 자기 마력을 몽땅 쏟아부어야 만들 수 있는, 그런 레벨이야.

“넌 못하냐?”

-난 Joker를 만드는 게 한계였어. 내가 좀 별종이지. 대신 넌 랜딩 높이에 따라서 X등급을 넘을 수도 있다고. 그러니 버프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데 주력해.

“성장하는 건 나도 좋아. 하지만 난 버프 없이도 강했으면 좋겠어.”

-이미 넌 강해.

“버프 없이도 익시튬을 쓰러뜨릴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왜?

“버프는……. 변수가 너무 많아. 변칙적이잖아. 꾸준히 강해서 익시튬 같은 녀석들이 기습해도 모두 지켜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강윤성. 넌 버프가 뭐라고 생각하지?

“버프?”

윤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 능력 이상의 힘을 일시적으로 얻는 것?”

-버프를 주력으로 하는 종은 우주적으로도 그렇게 많지 않아. 지구가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버프 중심의 코드 혹성이지.

수호자가 말했다.

-그 이유는 네가 말한 것 때문이야. 변수가 많아지니까. 코딩하는 수호자들은 그런 변칙적인 세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그럼 넌 왜 그렇게 짰어?”

-버프는 매력적인 거야.

수호자가 말했다.

-자기 한계 이상의 힘을 낸다는 것. 잘 생각해 봐. 내가 일곱 차원의 종족 중 인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거든.

“한계 이상의 힘?”

-원래부터 강한 사람들은 그런 게 필요치 않아. 에어포스를 봐. 그 녀석은 본래 일곱 차원 최강의 관리자인 마제스티엘이었고, 각성 전에도 인계 최고의 헌터였어.

수호자가 말했다.

-그런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정의를 관철할 수 있지. 엘리지아로 변한 신민수 같은 것들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 용기가 생긴다고. 자신의 능력에서.

“…….”

-하지만 난 정말 위대한 사람은, 능력이 없어도 자신의 정의와 신념을 위해 강적에게 맞서 전력으로 투쟁하는 이들이라 생각해.

수호자가 말했다.

-그런 점에서 민차희는 그 누구보다 압도적이야. 아무 능력도 없는 민간인이지만 자신의 지혜와 노력과 용기만으로 한국의 헌터 협회 같은 단체를 파괴하고 백마 길드를 이끌었지.

“맞아. 차희는 대단한 사람이야.”

-하지만 그의 알맹이는 E급 마수한테도 잡아먹힐 수 있는 연약한 인간이야. 회사를 이끌면서도 수없이 많은 힘든 일들에 너 몰래 눈물지은 적이 많았지.

“정말이냐?”

-당연하지, 멍청아. 눈치가 메탈로이드만큼도 없네. 아무튼. 잘 생각해 봐. 민차희는 지금 에어포스만큼 강한 사람일지. 아니면 널 도와주고 싶다는 열망과 이 세계를 지켜내겠다는 신념 때문에 그 엄청난 일들을 해낸 사람일지.

“…….”

-버프는 너만 쓰는 게 아냐. 그건 모든 인간의 힘이야.

***

<사기 진작 발동!>

<용기 발동!>

<무사의 기백 발동!>

윤성의 손아귀에 힘이 충만하다.

이제는 수호자가 예전에 했던 얘기들이 깊이 와 닿는다.

이런 힘을 전해주고 싶어서, 그동안 차희가 얼마나 애써왔는지도.

파악!

윤성이 익시튬의 손목을 떼어냈다. 가슴팍을 살짝 파고들었던 클로가 빠지면서 피가 살짝 튀었으나 금방 아물었다.

엘리지아의 회복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뭐지?’

익시튬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 갑자기 힘이 강해졌…….’

콰아앙!

윤성의 주먹이 익시튬의 턱을 날려버렸다.

“크아악!”

익시튬은 턱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엄청난 위력이다. 그리고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 대체 이게 어찌 된…….”

그가 당황하며 윤성을 바라보았다.

손이 떨린다.

인지 부조화를 일으킨 머릿속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높은 기감을 가진 몸은 정직하다.

두렵다.

상대의 마력은 압도적이다. 익시튬은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며 충격을 받았다.

‘공포를 느낀다고? 내가? 이 우주 최강의 패자인 익시튬이?’

그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강윤성! 널 최고의 적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날 넘을 수는 없다.”

그가 두 손을 쫙 펼쳤다. 약간의 틈을 두고 조개 모양으로 손바닥을 겹쳤다.

“마, 맙소사!”

갑자기 전쟁을 구경하던 전사들이 놀라서 허둥거렸다.

“도망쳐!”

“튀어! 보스가 미쳤다!”

“저걸 써야 할 정도란 말이야?”

“우주선으로 대피해!”

그들이 소리를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주선의 시스템이 파괴되어 근거리 텔레포트를 할 수 없다.

“대체 저게 뭐기에?”

바토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연합의 강자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익시튬이 지금부터 사용할 기술은 그가 가진 가장 막강한 것일 테다.

“클로를 이용한 X등급의 기술은 총 세 가지다.”

익시튬이 손바닥 사이를 약간 벌리며 말했다.

“이게 그 마지막 단계지.”

“조잘조잘 시끄럽군.”

윤성이 말했다.

“무한도전 찍냐? 멍청한 손 모양 집어치우고 빨리 덤벼.”

익시튬이 눈을 감았다.

두 손바닥은 대지와 하늘을 상징한다.

그사이에 가득 찬 것은 마력 침식과 채찍으로 퍼뜨려놓은 X등급의 마력.

스킬 ‘매직 보일링.’

대기 중 퍼진 마력에 독성을 불어넣어 끓이는 것이다.

쿠아르푸루 혹성에서 익시튬이 이 기술을 썼을 때는 혹성이 통째로 ‘삶아’졌다.

불과 5분이 지난 후에는 그곳에 살아남은 생물체라곤 미생물을 모두 포함해도 익시튬이 유일했다.

그러나 익시튬은 이 혹성을 통째로 끓일 생각이 없다.

그렇게 마력이 퍼졌을 때는 적을 제거할 가능성도 떨어지기에.

<매직 보일링 발동!>

콰아아아!

대기 중에 퍼져 나가던 마력들이 순식간에 윤성을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자석에 들러붙는 철가루처럼.

달튼 단위의 초소형 분자들도 몰(mol) 단위로 쌓여 한데 뭉치면 눈에 보일 정도가 되는 법이다.

초고밀도로 집적된 익시튬의 마력은 너무나 그 양이 막대해서 마치 고형 물질처럼 보였다.

“일렁이는 파동 연기로만 보여도 그 집적도가 엄청난 수준인 건데.”

용제가 몸을 떨었다.

마력이 일반인인 차희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짙고 무겁고 많다.

윤성의 몸이 천에 싸인 미라처럼 마력으로 뒤덮였다.

<보일 업 발동!>

콰아아앙!

순식간에 그를 둘러싼 마력들이 끓어오른다.

행성 하나를 말려 죽일 수 있는 공격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털썩.

에어포스가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너무 다른 세계의 힘이다. 인간이 저런 것을 견뎌낼 수는 없다. 윤성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저기서 살아남는다는 게 물리적으로 상상이 안 된다.

“강윤성이 쓰러져도 익시튬의 마력이 많이 빠졌을 거다.”

미들로드가 채찍을 들며 말했다.

“다들 전투 준비해라. 강윤성이 쓰러지는 순간 우리가 들어간다.”

“윤성…….”

바토리가 침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뇨.”

차희가 끼어들었다.

“안 쓰러집니다.”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콰과과광!

윤성의 몸에서 연한 파란 색의 마력이 분출했다. 익시튬의 마력이 모래처럼 사방으로 휘날렸다.

“이럴 수가.”

익시튬이 당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게 끝이냐?”

윤성이 말했다.

“생각보다 별것 없군.”

화악!

갑자기 익시튬의 앞으로 들이닥친 윤성이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콰앙!

그대로 땅에 내리꽂았다.

<빛의 산탄 발동!>

쿠구궁!

이미 ‘산탄’보다는 ‘미사일’이 더 그럴싸한 위력의 스킬이 되었다.

산탄의 개수는 수억 발로 늘어났고, 그 한 줄기 한 줄기가 에어포스의 빛의 탄환보다 훨씬 굵다.

“크억.”

익시튬이 무릎을 꿇었다.

전투복 곳곳이 찢어지고 몸에는 수천 개의 찢어지고 패인 상처가 생겼다.

“이 새끼!”

익시튬이 클로를 휘둘렀지만 윤성은 간단히 피했다.

콰앙!

약간 거리를 둔 채 복싱을 하듯 날린 주먹이 연달아 익시튬의 얼굴에 꽂히며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보, 보스가…….”

콜로라 전사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용조 발동!>

콰직!

주먹이 익시튬의 가슴께를 뚫어버렸다. 등 뒤로 관통해서 튀어나온 손아귀에 피와 살점이 흥건하다.

“크윽.”

익시튬은 몸을 떨면서 윤성의 팔을 움켜쥐었다.

<콜로라 라이플 발동!>

투투투투투!

그가 윤성을 향해 라이플로 변한 클로로 마법 탄환을 쏟아부었지만 소용없었다.

피부를 뚫지 못하고 죄다 튀어나온다.

익시튬의 표정에 경악이 묻어났다.

콰악!

그의 가슴을 뚫은 주먹을 뽑아버리자 피가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헉……. 헉…….”

익시튬이 숨을 헐떡이며 몸을 떨었다.

윤성의 손가락이 그의 이마를 겨누었다.

<빛의 탄환 발동!>

콰앙!

이마에 뚫린 손가락 굵기의 구멍.

그것은 두 가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웬만한 관리자급이라면 머리는 물론이고 몸통까지 날아갔을 빛의 탄환을 근거리에서 맞고도 작은 구멍 하나 날 정도로 익시튬의 몸이 좋았다는 것.

또 하나는 그를 죽일 정도로 윤성이 강했다는 것이다.

털썩.

익시튬의 몸이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주, 죽었어.”

바토리가 숨을 꿀꺽 삼켰다.

“저 괴물을 처치했어.”

“주인님!”

아리가 호들갑을 떨면서 달려왔다.

“진짭니까? 진짜 죽인 거예요?”

“아리. 이놈 시체 수거해 줘.”

윤성이 말했다.

그가 차희가 있는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에어포스가 말했다.

“에어포스도 수고했어요.”

윤성이 인사하며 차희를 바라보았다.

그가 빙긋 웃었다.

“고생했어.”

갑자기 차희의 눈에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윤성은 다가가 차희를 꼭 안아주었다.

“자, 그럼 대장들 일기토는 끝났고.”

아리가 성큼성큼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의 명령에 따라 메탈로이드 전원의 눈에 전투 신호가 들어왔다.

“이제 ‘잔당 소탕’입니다. 전원 돌격!”

아리가 소리를 지르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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