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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48화 (248/260)

# 248

레벨업 속도는 9.8m/s^2 248화

큰 전투를 앞둔 익시튬의 마력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지구의 관리자들을 하나씩 때려잡던 때와는 다르다. 그때에는 마력이 남아돌았기에 적당히 운용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윤성은 그렇게 막 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다.

두 사람은 몇 미터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오랫동안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숨을 뱉으면 얼어버릴 것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긴장감이 가득하다.

바토리는 부상이 회복되자 몸을 추스르고 귀족들과 함께 한쪽으로 물러났다.

천사들과 드래곤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콜로라 전사들도 더 이상 전투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 이 세계의 운명은 강윤성에게 달렸군.”

미들로드가 좀비 무리를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마왕. 너는 어찌 보는가?”

그가 바토리에게 물었다.

“마계의 기감이 예민한 건 워낙 유명한 것이니. 네 판단을 들어보고 싶군.”

바토리는 팔짱을 끼며 작게 신음했다.

“어렵다.”

그녀가 말했다.

“윤성이 빛의 강체를 쓰고 익시튬이 클로를 꺼내든 순간부터 이미 둘 다 내 기감으로 추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

“당연히 주인님이 이기는 거 아닙니까?”

아리가 메탈로이드와 함께 별관 쪽으로 이동하면서 말했다.

“저는 익시튬이 3라운드 안에 티케이오 당한다에 배팅합니다.”

“뭘 거는데?”

미들로드가 물었다.

“글쎄요. 제가 가진 다른 차원 노예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바토리?”

“하등한 고철 덩어리가 또 실성을 했느냐? 아까 강윤성이 조각 모음 해준 걸 다시 뜯어줄까?”

바토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근데 왜 싸움을 시작하지 않는 거지?”

미들로드가 약간 답답하다는 듯 말하자 용제가 끼어들었다.

“둘 다 기감도, 지능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머릿속으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지. 잘 느껴봐라. 저 둘이 굉장한 밀도의 마력압을 주고받고 있다.”

까닥.

윤성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바로 그 순간 익시튬의 자세가 격하게 뒤틀어지며 곧장 반격할 태세를 잡았다.

“예민하시군.”

윤성이 단검을 꺼내 들었다.

“많이 쫄았나봐?”

<단검 투척 타깃.>

부웅!

강력한 소닉붐과 함께 단검이 폭발적으로 쇄도했다.

캉!

익시튬은 클로로 단검을 쳐냈지만 벌써 윤성이 그의 코앞까지 날아와 있었다.

빛걸음.

신경을 예민하게 기울였기에 이제는 이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싸악!

윤성이 다가가는 방향에 맞추어 정확한 타이밍에 익시튬이 클로를 내찔렀다.

윤성은 공격을 피했지만 클로에서부터 엄청난 마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마법 침식 발동!>

클로를 매개로 한 스킬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 익시튬만 쓸 수 있는 X등급 스킬은 세 개다.

그중 하나가 마법 침식.

단순히 익시튬의 막대한 마력을 한 번에 분사하는 스킬이다.

다만 그 출력이 엄청나게 높다.

X등급의 싸움에서는 그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그만 수도꼭지로 수영장의 물을 전부 따라내려면 끔찍하게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익시튬이 체내에 쌓아놓은 마력은 수영장의 물처럼 많고, 마력을 분사할 수 있는 출력은 보통 수도꼭지 수준이다.

보통은 그 수도꼭지를 잠깐 돌리는 것만으로 수많은 행성의 주인들을 벌레 누르듯 찍어 죽일 수 있다.

어느 혹성의 수호자나 챔피언 같은, 제법 한다는 놈들 상대로도 수도꼭지를 3초 이상 틀어놓으면 그럭저럭 박살 낼 만한 마력을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X등급이라면?

3초씩이나 마력을 끌어올리는 사이에 반격을 당할 것이다.

심지어 X등급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할 윤성 같은 강적을 상대로는 적어도 소방호스 이상의 출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 역할을 클로가 대신해 준다.

콰광!

마력이 폭발해 버린 것 같다.

사방으로 발사된 마력압은 수백 개의 송곳처럼 끝이 날카로웠다.

<마계 군주의 장막 발동!>

하지만 윤성에게는 효율 좋은 방어 마법이 수없이 많다.

마법의 암막이 윤성을 휘감았다.

<용조 발동!>

곧장 이어지는 반격.

암막에 시야가 가린 틈을 타서 윤성이 주먹을 날카롭게 세우고 익시튬을 찔렀다.

콱!

하지만 익시튬의 전투복을 뚫을 수 없었다.

익시튬의 시선이 내려오면서 위협적인 빛을 뿜었다.

<마안 발동!>

<마안 발동!>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마안이 충돌했다.

펑! 소리와 함께 사방을 휩쓸어버리는 마력의 폭풍에 수많은 전사들이 건물 벽과 바닥을 붙들었다.

“흠!”

윤성이 주먹을 힘껏 쥐고 익시튬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순수 완력으로 들어간 공격이다.

‘빛의 강체를 통해서 늘어난 능력치들을 힘에 집중시켰군.’

고통을 감내하며 익시튬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다.

콰직!

이번엔 그의 주먹이 윤성의 명치에 꽂혔다.

핑!

윤성의 손가락에서 빛의 탄환이 발사되었다.

익시튬의 몸을 뚫지는 못했지만 전투복이 찢어지고 피부 겉이 탔다.

탁!

다음 순간, 윤성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여태 선보인 적 없는 스킬을 시전했다.

<우르수스 아크토스 발동!>

“저건!”

세르게이가 화들짝 놀랐다.

러시아 SS급 헌터 세르게이의 스킬이다. 불곰으로 변신하면서 힘과 순발력에 엄청난 가산점을 얻는 스킬.

다만 시전자가 X등급에 이른 윤성인 만큼 그의 거대화는 충격적일 정도다.

순식간에 코끼리 같은 크기가 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용제와 흡사한 몸집이 되었다.

“맙소사.”

헌터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콰앙!

그 육중한 앞발이 익시튬을 후려치는 순간.

에어포스는 지면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재빨리 백마 길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 방금 건물 휘청거렸죠?”

그녀가 차희에게 물었다.

“……내진 설계 잘되어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크으…….”

익시튬은 볼썽사납게 바닥에 찌그러졌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우라노 스피어 발동!>

먼 옛날, 우라노 혹성을 파괴하면서 얻었던 스킬.

익시튬의 손에서 발사된 마법의 창이 불곰의 가슴을 정확히 겨냥하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관통하기 직전.

팍!

윤성의 몸이 다시 사람으로 변하면서 작게 줄어들었다. 스피어는 그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이 스킬은 위력은 좋지만 움직이기 어렵군.’

변신을 푼 윤성의 몸은 약간 공중에 떠 있었다.

익시튬은 그를 향해 새로운 마법을 발동하려 했지만 윤성이 더 빨랐다.

그가 입을 쩍 벌렸다.

<용제의 브레스 발동!>

용계의 지배자가 뿜어내는 화염은 모든 것을 녹이는 필멸의 화염이다.

새파란 빛깔. 초고온의 불이 익시튬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자 익시튬은 방어마법을 켰다.

이번에도 공격의 박자를 한 번 빼앗겼다.

하지만 괜찮다.

익시튬을 화염을 받아내면서 더 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손아래에 검은 구체가 몰려들고 있었다. 처음 분출했던 마력이 물속에서 기름 뭉치듯 한 데 모인 것이다.

애초에 스킬 ‘마법 침식’은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검은 구체 역시 다음 스킬의 매개물에 불과하다.

<휩 발동!>

그의 클로의 다섯 칼날이 검은 흐물흐물 녹아버리며 검은 연기가 되더니 이윽고 한 데 모여 끝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익시튬이 손아귀의 검은 구체를 꽉 쥐었다.

피익!

날아든 채찍이 윤성의 몸을 휘감았다.

“크윽!”

엄청난 압력이다. 빛의 강체를 두르지 않았으면 이미 몸이 파열했을 것이다.

클로를 매개로 한 익시튬의 두 번째 스킬.

<죽음의 사슬 발동!>

윤성의 손에서 미들로드가 사용하던 마법 사슬이 솟구쳤다.

콰과광!

사슬은 익시튬의 채찍을 휘감으며 날아가더니 익시튬의 목을 조였다.

“후후후후.”

갑자기 익시튬이 웃음을 터뜨렸다.

“관리자들의 스킬을 조잡하게 훔쳐다 쓰는군. 수치스러운 줄 알아라.”

그가 눈을 사납게 빛냈다.

“남의 스킬을 아무리 가져다 쓴다 해도 숙련도가 다르다. 이까짓 잡기술.”

콰지직!

익시튬이 목에 힘을 줘 당겨 버리자 사슬이 부러져나갔다.

“끄아악!”

윤성이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익시튬의 채찍이 더욱 강력하게 몸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이건 좀 위험한데……!’

윤성이 몸에 힘을 주며 눈을 부릅떴다.

익시튬의 마력이 채찍으로 계속해서 흘러들어오고 있다. 갈수록 강해진다.

지금 이 포박을 풀지 못하면 나중에도 풀 수 없다.

<빛의 강체 발동!>

윤성도 빛의 강체를 최고 출력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흐음!”

그가 기합을 주며 힘으로 채찍을 조금씩 밀어냈다.

“믿을 수 없군.”

익시튬의 눈이 약간 동그래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채찍에 대부분의 마력을 옮겼으니.”

휘리릭!

익시튬이 채찍을 잡아당겨 거두었다.

이미 그의 마력 전반을 채찍에 담았다.

이제는 수영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는 상태라고 해도 좋다.

치직! 직!

익시튬의 채찍에서부터 어마어마한 마력이 끓어오른다.

촤악!

그가 채찍으로 바닥을 한 번 갈기자 지면이 쩍 갈라졌다.

동시에 번개가 친 것처럼 사방이 환해졌다.

털썩.

전투를 지켜보던 바토리가 주저앉았다. 그녀의 몸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녀가 중얼거렸다.

“어떻게 저런 힘이 있을 수 있지?”

익시튬은 윤성을 거만하게 쏘아보며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픽!

윤성의 뺨이 찢어졌다.

‘채찍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윤성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생각보다 큰일인데.

이전에 검붉은 색이 되었던 하늘이 이제는 오로라가 발생한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채찍을 땅에 내리침으로써 이 공간에 분사했다.

이 영역 일대는 전부 익시튬의 마력으로 가득 차버린 상태.

공기 자체가 무기인 셈이다.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마력을 운용할 수 있다.

“자. 이제 끝내야겠다.”

<휩 발동!>

익시튬의 공격과 함께 윤성도 스킬을 사용했다.

<빛의 강체 발동!>

<비행 발동!>

그는 하늘을 날아오르며 빠르게 익시튬의 등 뒤로 이동했지만 익시튬은 그 움직임을 정확히 쫓았다.

콰직!

채찍이 허공에서 윤성을 낚아채 바닥에 내리찍었다.

이제는 굳이 채찍 형태를 유지할 필요도 없다. 익시튬의 채찍이 다시 짧아지더니 클로로 돌아왔다.

쉬이익!

익시튬이 휘두른 공격이 윤성을 찔렀다. 그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클로 끝이 가슴께에 박혔다.

“크악!”

주먹으로 익시튬의 팔뚝을 움켜쥔 채 몸이 파르르 떨렸다.

힘이 모자란다.

‘빛의 강체만으론 안 돼.’

뭔가 다른 게 더 필요하다. 다시 곰으로 변신할까?

윤성이 이를 으득 갈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차희!”

갑자기 윤성이 소리를 질렀다.

“어…… 어?”

차희가 화들짝 놀라며 반응했다.

“버프를 걸어!”

“뭐?”

“나한테 인계의 버프를 걸어줘!”

윤성이 말했다.

“나도 인간이다!”

<빛의 강체 발동!>

빛의 강체로 능력치를 뻥튀기해도 현기증이 더 심해지진 않았다. 랜딩 버프와 달리 천계의 버프는 부작용이 없다.

인계의 버프도 그렇지 않을까?

다만 인계의 버프는 직접 쓸 수 없다. 남에게 걸어주는 것만 가능하니.

<연대 발동!>

차희의 스킬이 윤성에게 전해졌다.

<고무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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