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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47화 (247/260)

# 247

레벨업 속도는 9.8m/s^2 247화

쿠웅!

에어포스가 추락한 곳으로 차희가 달려갔다. 몇몇 헌터들이 그녀를 뒤따랐다.

에어포스의 부상은 심각하다.

광휘의 날개 같은 방어 마법을 시전할 힘도 시간도 모자랐을 것이다.

때문에 몸으로 막았다. 그 막강한 익시튬의 마법을.

“에어포스…….”

차희가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에어포스의 전신이 하얀빛에 휘감겨 있었다.

마치 유리 가루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처럼 산산이 부서지며 조금씩 하늘로 증발한다.

“아, 안 돼……. 뭐든 좀 해봐요!”

차희가 헌터들에게 외쳤다.

치유 계열 헌터, 겐지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힐링 마법을 쏟아붓고 있었지만 쉽지 않다.

천계의 관리자와 겐지 사이의 마력의 격차가 너무 크다. 게다가 마법을 쓰는 족족 흘러 버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다.

겐지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쿠궁!

용산 공원 방면에서 또 한 번의 큰 소음이 울려 퍼졌다.

이번 것은 윤성일 것이다.

겐지가 침을 꼴깍 삼켰다.

마법 계열 헌터인 만큼 그의 기감은 뛰어나다.

“지금……. 내려온 게 윤성 님입니까?”

그가 물었다.

“맞아요.”

차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전쟁에 밸런스가 맞겠군요. 우리도 X등급을 획득했으니.”

78. 우주 최강

떨어진 전투기는 지면과 충돌하면서 박살이 났다. 수호자의 보호 스킬을 마지막 순간에 거두었기 때문이다.

스킬을 유지하고 있었다간 전투기가 지면을 파고들지도 모를 일이니.

아슬아슬한 순간에 윤성은 전투기에서 뛰어내렸고 랜딩을 했다.

“후우…….”

그가 숨을 깊이 내쉬었다.

머릿속이 지끈지끈 울리고 어지럽다.

100만 ㎞는 ‘현기증이 견딜 만한’ 한계 범위다. 현기증이 없는 건 아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버프를 가졌는데.

윤성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네가 강윤성인가?”

어느새 이쪽으로 달려온 익시튬이 십여 미터 거리에서 짜릿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막대한 마력이 느껴지는군. 이 전쟁의 마지막 적이라 할 만하다. 자, 들어와라. 이 행성의 존폐를 걸고 마지막 싸움을…….”

저벅. 저벅, 저벅.

윤성이 익시튬의 옆을 지나쳤다.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 꽤 떨어져 있었는데.

“이…….”

익시튬의 팔뚝에 힘이 들어갔다.

콰직!

그가 힘껏 윤성의 팔뚝을 잡아채려 했으나 손에 잡히는 것은 공기뿐이다.

윤성은 몇 걸음을 더 이동해 익시튬을 지나친 상태였다.

“어딜 가는 거냐?”

익시튬의 목소리에 약간의 노기가 묻어났다.

<마안 발동!>

그의 눈이 새빨갛게 불타올랐다.

X등급 정도의 경지에 이르면 마안으로 쓸 수 있는 마법도 한둘이 아니다.

시선이 닿은 곳을 불살라 소멸시키는 막강한 마법이 윤성을 향해 날아들었으나, 윤성은 피하거나 방어하는 대신 눈을 부릅떴다.

<마안 발동!>

파직!

마주 사용한 스킬이 익시튬의 마안을 상쇄시켰다.

콰아앙!

이윽고 사방으로 퍼져 나간 마력의 풍압.

강렬한 파동의 흐름에 공원 흙바닥이 일어나 먼지 바람이 불었다.

익시튬은 양팔을 교차해 모래 먼지를 막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윤성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X등급의 초인적인 감각 능력으로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초감각 속에서 익시튬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저건……?’

윤성의 다리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빛걸음 발동!>

본래 에어포스의 스킬이었지만, X등급 윤성이 사용하는 쪽이 훨씬 강렬하다.

이제는 익시튬이 그 움직임을 읽을 수 있으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그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콱!

익시튬이 윤성의 팔을 붙들었다.

“네 숙적을 앞에 두고 어딜 가는 거냐! 이런 식으로 날 모욕…….”

퍽!

주먹이 익시튬의 복부에 꽂혔다.

윤성이 이를 살짝 깨물고 있었다.

“곧 찢어발겨 줄 테니까 입 닥치고 있어.”

“크헉.”

익시튬의 몸이 휘청거렸다.

‘이게 무슨……?’

별로 대단한 스킬도 아니었는데.

그냥 마력을 실은 맨주먹의 위력이 이렇단 말인가?

익시튬이 한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자, 윤성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저벅, 저벅.

다시 떠나려는 그의 길 앞을 거대한 괴수가 막아섰다.

익시튬이 소환했던 ‘아간’이라는 마수다.

“그 오른손…….”

윤성이 눈에 약간의 화가 치밀었다.

아간의 오른손에 달린 독침에 천사의 피가 묻어 있었다.

감각 능력이 극에 이른 윤성에게는 그 혈흔의 냄새까지 전해진다.

<염력 발동.>

윤성은 양손으로 발동한 염력으로 아간의 오른손과 몸통을 붙잡고 양방향으로 뜯어버렸다.

“캬아아아악!”

팔이 찢겨나간 아간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리자 윤성이 그 머리 위를 사뿐히 넘었다.

<천붕 발동!>

놈의 머리 위에 육각형이 뒤집어진 접시 모양의 스킬을 덮어씌웠다.

막강한 마법 프레스가 아간의 몸통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아간은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쳤으나 이미 천붕에 그의 몸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다.

“캬아아악!”

천붕에 짓눌린 채 아간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헌터들도, 콜로라 전사들도 싸움을 멈추었다.

일곱 차원 연합의 모두가 충격과 공포에 빠져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우직!

아간의 등딱지가 부러지는 소리.

찢어진 몸체에서 흘러나오는 진액이 바닥을 적시며 번졌다.

“크르륵…….”

이제는 천붕이 지면까지 거의 도달했고, 아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윤성은 전장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대, 대표님…….”

테쿰세가 말을 걸었다.

“다들 고생했어요.”

윤성이 한 손을 확 치켜들었다.

<토탈 레저렉션 발동!>

이번 랜딩으로 얻은 버프 스킬.

이미 죽은 자들까진 어쩔 수 없지만 목숨만 붙어 있으면 회복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기적의 스킬이라 할 만하다. 수호자가 만든, 이쪽 차원의 스킬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위계가 높은 마법.

화아아악!

원래 회복력이 좋은 퀸이 가장 먼저 회복했다.

익시튬에 의해 날아가 버린 머리가 아이 주먹만큼 재생되었던 퀸은 비 온 뒤 새싹 자라듯 머리가 치솟았다.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음은 몸의 절반이 날아간 미들로드였다.

그는 자신의 망가진 신체가 복구되는 것을 지켜보며 놀란 표정이 되었다.

“주…… 주인님!”

아리의 부서진 몸의 파편들이 저절로 모여들어 퍼즐을 맞추듯 서로 조밀하게 붙기 시작했다.

내장의 절반이 파열되었던 바토리도 몸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는 용제조차 미간에 용안이 다시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뭐, 이런 마법이 존재하다니?”

그가 황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성의 눈에 연청색 빛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에어포스.”

그가 쓰러진 에어포스 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직 가면 안 됩니다.”

슈우우우우!

하늘로 퍼져 나가던 그녀의 빛의 파편들이 하나씩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허억!”

에어포스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숨을 토했다.

“쿨럭! 쿨럭!”

그녀는 격하게 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었다.

“어, 어떻게……? 윤성 씨?”

그녀가 윤성을 쳐다보며 혼란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이미 많은 이들이 희생했죠.”

윤성이 말했다.

“연합군. 모두 잘 싸워줬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원 방면에서 익시튬이 다시 걸어오고 있었다.

약간의 굴욕감이 그의 얼굴에 묻어난다.

“보스!”

“보스. 이 녀석 보통이 아닙니다!”

전사들이 익시튬 쪽으로 재빨리 이동하며 말했다.

그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지금부터 일어날 싸움은 슈퍼 파워끼리의 핵전쟁 같은 것이다.

어설픈 풋내기 전사들이 끼었다간 뼛가루도 남지 않으리라.

익시튬 역시 느끼고 있었다.

“넌 내가 꺾었던 X등급 중에서 가장 세다.”

익시튬이 말했다.

“아 그래?”

윤성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넌 내가 꺾었던 놈 중에서 저 아래에 있는데. 아르동 다음쯤?”

“후후.”

익시튬이 웃었다.

“정말. 흥분되는구나. 내가 클로를 꺼내는 게 얼마 만인지.”

익시튬이 인벤토리에서 클로를 꺼내며 말했다.

칼날까지 광이 없는 새까만 무기다.

인벤토리에서 그 물건이 나오는 순간 마계의 귀족들과 마법 헌터들이 귀를 막았다.

기감이 뛰어난 이들에게는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것이 들렸던 것이다.

“끼이이이이!” 하는, 마치 저주받은 망자의 울음소리 같은 것.

끔찍할 정도로 불길하다.

“대표님. 이길 수 있겠습니까?”

테쿰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론이죠. 이겨야 합니다.”

윤성이 대답했다.

그는 양손을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풀면서 익시튬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익시튬. 그거 알고 있나?”

“뭘?”

“난 이곳에 온 후로 줄곧. 인계 관리자의 마법을 쓰고 있었다.”

윤성의 말에 차희가 깜짝 놀랐다.

“내 마법?”

“‘연대’라는 스킬이다.”

윤성이 익시튬에게 말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싶었거든.”

한 번 보고 들은 스킬은 모두 쓸 수 있는 Joker다. 차희의 연대 스킬은 여전히 발동 중이었고, 윤성은 그 스킬을 느끼자마자 시험해 보았던 것이다.

“거하게도 저질렀더군.”

윤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전쟁인데 뭘 바라나?”

“민간인들까지 소환해서 죽이고 말이야.”

“어차피 다 죽을 것. 시간을 당겼을 뿐이다.”

“그래. 네가 뉘우친다거나 죄책감을 갖는다거나. 그런 건 기대하지도 않았어.”

윤성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독수리의 도덕이 어쩌고 하던 네 철학이다.”

“따분한 설전이라면 집어치우지.”

익시튬이 인상을 찡그렸다.

“클로를 빼 들고 말싸움이나 해서야 쓰겠나?”

“아니. 네 논리에 반박하려는 게 아냐.”

윤성이 말했다.

“난 전적으로 동의해. 독수리에겐 양의 고기가 맛있다, 맛 없다라는 게 가치 판단의 전부지. 선하다 악하다 같은 개념은 없어.”

“말이 통하는군.”

“그래.”

<빛의 강체 발동!>

콰아아아!

윤성의 몸에서 흰빛이 태양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빛의 강체는 모든 능력치를 두 배로 폭증시켜주는 최고의 버프 스킬.

그리고 이미 랜딩 버프로 증폭된 버프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옛날 뉴욕에서 있었던 퀸과의 전쟁에서 확인되었다.

윤성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요동쳤다.

“그럼 이제 들어와 봐, 이 참새 새끼야.”

윤성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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