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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46화 (246/260)

# 246

레벨업 속도는 9.8m/s^2 246화

차희는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메시지창을 활성화시켰다.

-차희!

마치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윤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대박이야! 너 뭐 어떻게 된 거야? 수호자한테 메시지 받고 연락하는 거야 지금.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이렇게…….”

-뭐 아무튼 잘하고 있어! 헌터들 다 각성해서 잘 싸우고 있다며?

차희가 익시튬을 힐끔 쳐다보았다.

헌터들 대부분은 콜로라 전사들과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지만 최상급 헌터 정예들은 익시튬에게 달려들었다.

정예 헌터들의 전투력은 과연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익시튬은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위압적이다.

하지만 헌터들은 보다 강한 적을 레이드한 경험이 많다.

드래곤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마족은 오만하기 때문에, 천사들은 긍지 때문에 하나의 적을 여럿이서 공격한 경험이 적고, ‘보스 레이드’ 형식의 싸움에 익숙지 않다.

그러나 헌터들은 다르다. 본래부터 최상급 던전들을 클리어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던 최상급 헌터들은 잘 짜여진 군무처럼 움직이며 익시튬에게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아직은 잘하고 있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차희가 대답했다.

시간 끌기의 문제다.

헌터들이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익시튬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일 인물이 없다.

익시튬이 조금만 피해를 감수하거나 지능적으로 움직인다면 결국 헌터들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 전에 윤성이 와야만 한다.

“너 지금 어디야?”

차희가 보챘다.

-곧 착륙해. 조금만 기다려.

“잠깐만. 네가 탄 로켓이 부서졌다고 들었는데?”

-전투기 한 대 남은 거에 매달려서 가고 있어.

윤성이 말했다.

-하지만 이거 착륙 기능이 없거든? 수호자의 보호 스킬 때문에 타서 없어지진 않고 불덩어리 상태로 떨어질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어떡해?”

-백마 길드 앞에 추락하면 사람들 다칠 수도 있으니 약간 방향을 틀 거야. 가까이에 인적 드문 곳 어디 있어?

“용산 공원 지금 비었어.”

-알았어. 일단 그쪽으로 떨어질게. 익시튬 계속 홀딩해줘.

통신을 끊고 차희는 얼른 무전기를 들었다.

“용산 공원 방면!”

그녀가 용산 공원 쪽에 대기하던 돌발 상황 대응조인 A급 헌터들에게 지시했다.

“모두 철수하고 공터 상태로 유지하세요!”

<황룡 참파 발동!>

티엔이 발사한 금색용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익시튬을 향해 날아들었다.

차희 덕에 올라간 마력만큼 황룡은 막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익시튬을 뚫기는 무리였다.

팡!

익시튬은 팔꿈치로 한 번 내리찍는 것만으로 황룡을 제압했고 헌터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거대한 불곰으로 변신한 세르게이가 그 앞을 막아섰다. 원래부터 불곰으로 변신하면 키가 2미터가 넘었지만 이제는 코뿔소 같은 몸집이다.

“크아앙!”

세르게이가 휘두른 주먹을 익시튬이 사뿐히 피했다.

그의 일격이 세르게이의 복부에 꽂히기 직전.

찡!

머릿속에 찌릿한 두통이 울린다.

같은 타이밍에 세르게이는 뒤로 빠졌고 하늘에선 거대한 낙뢰가 떨어져 내렸다.

루이 알뤼세르의 스킬.

번개 아래에 묵직한 것이 떨어졌다.

안토니오의 다이너마이트다.

콰광!

폭발은 여전히 익시튬에게 이렇다 할 만한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지만 애초에 연막을 치기 위한 것이었다.

사방에 자욱하게 올라온 연기와 먼지들이 시야를 가렸다.

삐이이이이!

40만 헤르츠의 강렬한 소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본래는 인간에게 타격을 주는 스킬이었던 쥔 챠이의 사자후가 차희의 스킬로 말미암아 새로운 스킬로 변모했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훨씬 뛰어넘는 초음파.

헌터들은 감각 능력이 폭증했다 해도 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러나 익시튬은 다르다.

이 신경 거스르는 소리가 그의 청각을 사로잡고 있었다.

싸아악!

익시튬이 잠깐 멈칫하는 틈을 타고 슬렌더맨의 촉수가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콰직!

익시튬이 그 끝을 붙잡아 당겼으나 슬렌더맨은 촉수 끝을 잘라 버리며 물러났다.

쒸이익!

대신 안개 속에서 촉수 하나가 더 날아왔고, 익시튬은 재빨리 붙잡았으나 실수였다.

촉수 끝에 핵이 있었다.

‘퀸?’

파악!

부활한 퀸의 촉수 끝에서 핵이 튀어 오르며 익시튬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신경을 끊어버리고 잠식하려는 핵을 느끼고 익시튬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마력을 뿜어내 핵을 파열시켜버리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머리 위에서 또 한 발의 낙뢰가 떨어지고 있었고, 저 끝에서는 티엔이 발사한 황룡, 나탈랴가 쏜 마법 열탄, 프리드리히가 날린 마법 볼트가 있었다.

<클린업 발동!>

그러나 익시튬이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그들의 장거리 스킬들은 모두 먼지가 되어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안개가 가라앉는다.

익시튬의 눈에서 서늘한 살기가 흘렀다.

가소로운 적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걸리적거린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겠군.’

애송이 관리자들이 재롱떠는 걸 지켜보는 것도 이제 질렸다.

익시튬의 손아귀에서 하얀 마력 구체가 피어올랐다.

<아간 소환 발동!>

익시튬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스르르 돌아가며 떨어져나왔다.

콰앙!

반지는 바닥에 닿음과 동시에 거대한 벌레로 변신했다.

풍뎅이 같은 등껍질을 덮어쓰고 있지만 지네처럼 다리가 많고 뿔과 가시와 이빨이 날카롭다.

옆구리에 달린 두 개의 거대한 앞발은 마치 사마귀를 연상시켰지만 그 끝에 달린 것은 전갈의 꼬리 같은 독침이다.

“옛날 세이븐무르츠 혹성에서 주워온 관리자다.”

익시튬이 말했다.

“그쪽 혹성의 수호자가 키워놓은 챔피언이었지. 이젠 내 애완동물이지만.”

헌터들은 몹시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러나며 거리를 만들었다.

괴수는 꾸륵꾸륵 소릴 내며 주위를 둘러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건 시간을 주면 안 됩니다.”

갑자기 에어포스가 헌터들 사이에서 뛰쳐나갔다.

그녀는 비행 스킬을 발동해서 빠르게 적을 향해 돌진하더니 빛펀치로 괴수의 턱을 날려 버렸다.

콰직!

턱 아래에서 진물과 녹색 체액이 후두둑 떨어졌다.

“캬아악!”

괴수가 몸을 뒤틀며 앞발로 에어포스를 후려쳤지만, 에어포스는 비행 고도를 낮추며 능숙하게 회피했다.

<빛펀치 발동!>

이어서 에어포스의 마법 주먹이 괴수의 눈에 꽂혔다.

콰앙!

아래쪽에서도 강력한 공격이 들어왔다.

퀸이 삼십여 개의 촉수를 날려 괴수의 몸에 깊은 자상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익시튬이 이 괴수를 소환한 것은 시선을 모으기 위한 것뿐이다.

잠깐의 타이밍만 얻으면 된다.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 익시튬이 퀸의 머리를 붙잡아 지면에 내리꽂았다.

<익스플로전 발동!>

퍽!

수박을 도끼로 내리찍은 것처럼 퀸의 머리가 터져나가며 피가 튀었다.

익시튬은 이제 헌터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테쿰세가 왼쪽 관자놀이를 손으로 짚으며 마법을 발동하려 하고 있었다.

<마안 발동!>

그러나 정신공격이 날아오기 전에 익시튬이 먼저 스킬을 발동했다.

“크아악!”

카운터를 당한 테쿰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와들와들 떨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디하이드레이션 발동!>

헌터들을 주시한 채 익시튬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마법이다.

지면이 쩍쩍 갈라진다.

옛날 샌드맨이 사용하던 건조시키는 스킬과 비슷하지만 그 강도가 차원이 다르다.

물 분자를 모두 날려 버리는 죽음의 마법.

익시튬은 이 스킬로 수없이 많은 행성들의 강적들을 말려 죽인 경력이 있다.

콰과광!

그러나 하늘에서 휘황찬란한 빛이 쏟아져 내리며 익시튬의 스킬을 막아섰다.

<광휘의 날개 발동!>

에어포스가 막강한 방어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본래 천사들의 주력은 공격보다 방어나 회복이다.

대천사들에게만 내려오는 이 스킬은 용제의 네스트나 마왕의 장막보다 더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부 피하십쇼!”

에어포스가 하늘에서 소리쳤다.

“저 마법의 범위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쾅!

에어포스의 말끝이 폭발음에 먹히고 말았다. 익시튬이 그녀에게 파괴 마법을 발사한 것이다.

그러나 폭발을 견뎌내면서도 에어포스는 광휘의 날개를 풀지 않았다.

헌터들이 흩어지며 포지션을 새로 잡았다.

그들이 다음 공격을 감행하려던 때였다.

푹!

익시튬이 소환한 괴수의 독침이 에어포스를 꿰뚫었다.

헌터들의 눈에 당혹감이 번졌다.

아랫배가 꿰뚫린 채 에어포스의 몸이 힘없이 떨렸다.

구멍난 복부에서 하얗게 빛나는 천사의 피가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콰앙!

괴수는 에어포스의 몸뚱이를 바닥애 내리찍었다.

지면에 떨어진 그녀는 힘겹게 땅을 짚고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대천사의 힐링 발동!>

쾅!

달려온 익시튬이 그녀를 발로 걷어차 버렸다.

회복할 틈이 없다.

잇단 치명타를 당한 에어포스의 몸이 바닥에서 굴렀다.

“에어포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차희가 소리쳤다.

“헌터들! 에어포스를 지켜주세요!”

그녀가 소리쳤다.

더 오래 함께 일 해왔다는 정 때문에 내린 판단이 아니다.

에어포스를 지금 잃으면 안 된다.

이곳에 있는 유일한 비행 타입이다. 윤성이 랜딩할 때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데, 그에 대처하기 위해선 에어포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르게이와 티엔이 재빨리 에어포스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익시튬은 머리를 쓸어 넘기더니 눈에서 다시 한번 마법을 뿜었다.

쿠구궁!

지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쩍! 쩌적!

땅이 갈라진다. 시멘트가 녹아내린다. 황 냄새. 하늘의 색이 변했다.

“어둡다…….”

쥔 챠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당황했다.

하늘이 검붉은 색으로 변해 소용돌이치듯 윙윙 돌고 있었다.

첨벙 첨벙.

어디서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면 위에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환상인가?”

테쿰세가 숨을 꿀꺽 삼키며 흐트러지는 정신을 모았다.

콰직!

백마 길드에 금이 갔다.

슈우우우!

하늘에서부터 끔찍한 소음이 퍼졌다.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럴 수가…….”

프랑수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유성의 크기는 절망적일 정도로 크진 않다. 다만 그 개수가 수십에 이른다.

콰앙! 쾅! 꽈광!

지면에 하나씩 추락하는 유성들 중 첫째는 백마 길드를 박살내며 사방에 건물 파편을 날렸다.

나머지는 워싱턴 D.C, 모스크바, 두바이, 방콕, 시드니, 토론토, 런던, 뮌헨 따위에 쏟아져 내렸다.

지구적인 재앙이 초래되는 중이었으나 대부분의 인구는 벙커로 대피했으니 인명 피해가 크진 않을 것이다.

헌터들에게는 눈앞의 전투가 우선 중요하다.

하지만 상당수가 전의를 상실했다. 전력 차이가 너무나 압도적이다.

바로 그때.

유성들 속에서 작은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대기권 속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반투명한 구체였다. 그 안에는 전투기 한 대가 들어 있었고, 거기에 매달린 한 남자가 있었다.

헌터들은 그의 존재를 바로 눈치채지 못했으나 딱 두 사람만이 깨달았다.

하나는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던 차희였고, 또 하나는 말도 안 되는 기감을 가지고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익시튬이었다.

익시튬의 고개가 번쩍 올라갔다.

<엘리멘탈 캐논 발동!>

익시튬의 마법이 전투기를 겨냥하고 발사되었다.

“안 돼!”

차희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지상에서 솟구쳤다.

쾅!

전투기를 겨냥하고 날아가던 익시튬의 마법이 그와 충돌하며 허공에서 퍼져 나갔다.

“…….”

차희의 입이 약간 벌어진 채 충격에 굳었다.

그것은 작은 빛의 폭포 같았다.

반짝이는 보석을 하늘에 흩뿌린 것처럼.

새하얀 피부 곳곳의 찢어지고 부서진 틈 사이로 천사의 피가 쏟아진 것이다.

익시튬의 일격을 막아내고 의식을 잃은 에어포스가 추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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