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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43화 (243/260)

# 243

레벨업 속도는 9.8m/s^2 243화

77. 작전명 슈퍼히어로랜딩

콰아아아!

강렬한 바람 소리와 함께 우주선 내부 공기가 깨진 창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디아만토풀루는 급격한 감압에 당황하며 우주선 상단부의 파이프를 움켜쥐었다.

와직!

그러나 디아만토풀루의 힘이 너무 강했고, 그의 체중은 너무 무거웠으며 파이프는 약했다.

나뭇가지처럼 부러진 철사 조각이 디아만토풀루의 손에 붙들린 채 함께 끌려 나갔다.

철컥.

디아만토풀루는 간신이 몸을 겨누면서 조종석 옆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안에서 그가 꺼내든 것은 네모난 골판지 같은 것이었다.

<우주선용 기압 차폐 키트>

포장에 적힌 이름.

‘저런 게 있었군.’

디아만토풀루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던 윤성이 손가락을 겨누었다.

<빛의 탄환 발동!>

차폐 장치를 든 손목을 맞춰봤자 저 맷집 괴물이 놓을 리 없다.

윤성이 공격한 곳은 디아만토풀루의 발목과 책상을 쥔 손이다.

“크윽!”

그의 몸이 미끄러지면서 하반신이 순식간에 창밖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콱!

아슬아슬한 순간, 디아만토풀루는 양손으로 창틀을 붙잡았으나 차폐 키트를 놓쳤고 그 앞에서 윤성이 달려오고 있었다.

쾅!

드롭킥으로 머리통을 차버렸다.

윤성의 손아귀 근처에 무언가가 떠다녀 붙잡고 보니 차폐 키트다.

윤성은 그대로 우주선 창틀을 억세게 쥐고 선체 갑판 위로 몸을 던졌다.

수호자의 보호 스킬이 윤성의 몸을 감싸고 안정시켰다.

‘이럴 수가.’

디아만토풀루도 죽지 않았다. 기압 제로인 우주 공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도 아직도 살아 있다.

윤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노출되면 압력 차이에 의해 몸이 터져 버린다는 속설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도 우주 공간에서 즉사하진 않는다. 다만 압력이 떨어짐에 따라 끓는점이 낮아져 혈액을 비롯한 체액이 끓어오른다.

숨을 쉴 수도 없으니 혈중 산소 농도도 떨어져 의식을 잃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망의 원인은 질식사다.

그러나 디아만토풀루는 초인적인 생명력으로 그 상황을 견뎌내고 있었다. 오래 버티진 못할 듯 보이지만 최소한 아직은 움직인다.

콰직!

윤성이 서 있는 우주선 옆체에 무언가가 날아와 박혔다. 마법으로 구현된 은색 갈고리다.

갈고리에 연결된 사슬을 디아만토풀루가 쥐고 있었다.

휘이익!

그의 몸이 줄다리기를 하다가 끌려가는 것처럼 우주선 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쳇.”

윤성은 양 손을 뻗어 디아만토풀루를 겨냥했다.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연속된 공격들이 적중했으나 적은 꿈쩍하지 않는다.

콰아앙!

그때 갑자기 왼쪽에서 날아온 마법 미사일이 디아만토풀루를 폭파시켰다.

“악!”

윤성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아톰과 나머지 전투기 두 대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디아만토풀루 쪽에서는 거대한 화염과 마법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래도 메탈로이드가 도움이 되긴 되는군.’

화력 자체야 윤성의 스킬만 못하지만 고열의 폭발이 마법 갈고리를 치워버린 것이다.

윤성은 안도하며 자신의 로켓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꽤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가던 방향으로 계속 날고 있다.

윤성이 지금 올라탄 디아만토풀루의 우주선은 원래 윤성의 로켓을 쫓고 있었기에 방향이 같고 속력은 더 빠르다.

윤성과 디아만토풀루가 전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로켓과 우주선은 꾸준히 날았기 때문에 육안으로 로켓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검 투척 타깃.>

윤성이 먼젓번과 같은 방법으로 로켓으로 돌아가려고 단검을 겨누었다가 멈추었다.

‘잠깐만.’

나올 때 로켓 문의 잠금장치를 부숴 버리고 나왔다. 다시 닫기는 했지만 고장 나 있다.

저 로켓을 다시 타는 게 좋은 선택일까? 아니면 더 빠르고 고성능인 디아만토풀루의 우주선을 타는 게 나을까?

디아만토풀루의 우주선은 창문이 깨진 상태지만 차폐 키트가 있다.

그걸로 고치면 될 텐데.

이 우주선의 조종법이야 모르지만 콜로라 언어는 아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우주선 안으로 되돌아간 윤성은 차폐 키트를 꺼내어 마력을 불어넣고 창문에 붙였다.

이미 우주선 내부 기압이 상당히 줄었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윤성은 조종석으로 이동해 우주선의 핸들을 쥐었다.

바로 그 순간.

쿠궁!

시야가 기울었다.

강한 진동과 함께 선체 우측에서부터 충격이 일었다.

‘설마?’

불안한 마음에 재빨리 조종석에서 나와 홀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광경이 펼쳐져 있다.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디아만토풀루가 선체에 매달려 있었다.

그 부상은 전투기의 폭격 때문만은 아니고 우주 공간에 맨몸으로 노출되어 피부 조직이 말라붙고 괴사하면서 생겨난 것이었다.

끔찍한 몰골이다.

마치 복수를 위해 지옥에서 돌아온 귀신같은 모양새.

윤성은 이를 갈며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나 디아만토풀루는 윤성을 공격하는 대신 선체 위로 기어올랐다.

“뭐야?”

윤성이 황당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디아만토풀루는 자신의 생명이 거의 다했음을 안다.

“후우우.”

그가 한숨을 푹 뱉어냈다.

아톰과 전투기 두 대가 디아만토풀루를 둘러싸고 비상등을 켜고 있었다.

윤성이 안에 있으니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디아만토풀루는 전투기를 하나씩 손으로 겨냥하고 마법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엘리멘탈 주포 발동!>

콰광!

쾅!

순식간에 두 대가 정통으로 맞아 박살 나버렸고 나머지 한 대는 동력실 근처를 스쳐 엔진이 꺼졌다.

“파리 같은 것들.”

디아만토풀루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곳곳에 별들이 반짝인다.

‘내 고향이 여기서 보일까?’

그는 잠깐 딴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보스. 이 녀석은 위험한 놈입니다. 전투력만이 아니라 상황을 비틀고 이용하는 센스가 있습니다.’

디아만토풀루가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을 위협할 수도 있는 이런 적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디스트로이 더 스타 발동!>

디아만토풀루가 발사한 마법 저격 주포가 강렬한 에너지파를 만들어 발사되었다.

콰과과과!

뜨거운 마력의 파동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서, 윤성이 원래 타고 왔던 로켓을 박살 내버렸다.

폭죽처럼 터져 버리는 로켓을 바라보며 윤성은 디아만토풀루가 노리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놈은 애초에 살 생각이 없다.

단지 윤성이 랜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콰아앙!

디아만토풀루의 스킬에 윤성이 탄 우주선 전면부가 박살 나버렸다.

<수호자의 보호 발동!>

뜯어져 나간 조종석 앞부분으로 공기가 새자 윤성이 스킬을 발동했다.

“이…….”

그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이제는 모든 체력과 마력이 다해, 우주 공간 속에서 질식해 버린 디아만토풀루가 시체가 되어 암흑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의 손아귀에 아직도 마력의 잔파가 맴돌고 있다.

모든 우주선을 파괴해 버리는 것.

그게 디아만토풀루의 생각이었다.

‘확실히 큰일이군. 이 상태로는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윤성은 우주선 조종부로 기어 나오며 상황을 살폈다.

전투기들의 잔해가 사방에 깔려 있다.

치직! 지직!

그들 중 한 대는 비교적 멀쩡해 보였지만 동력 엔진에서 계속 어긋난 마력 파장이 튀고 있었다.

<단검 투척 타깃.>

윤성은 그쪽으로 단검을 던져 이동한 후 엔진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한 번 보고 들은 스킬은 무엇이든 쓸 수 있는 Joker.

그 스킬 중에서는 다니엘 같은 특이 체질의 마법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기계 분석 발동!>

<……캘리브레이션 완료. 최적화 분석 완료. 모델 재구축 시작.>

부서진 부분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잔해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윤성의 마법이 스며든 동력 엔진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 고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차원 통신 발동!>

<아리. 아톰 연결해 줘.>

윤성은 메탈로이드계의 관리자인 아리를 통해 아톰과 연결했다.

<이 전투기 네 거지?>

-그렇습니다. 지금은 제가 전투기의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네 본체는? 지구에 있고?>

-전투 중입니다.

<거기 상황은 어때?>

-안 좋습니다…….

<빨리 갈게. 조금만 더 버텨. 그보다 이 전투기 안에 날 넣어줄 수 없나?>

-아쉽지만 그곳에 있는 전투기들은 전부 무인 전투기라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어쩔 수 없네. 지금 내 위치가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지?>

-94만㎞입니다.

<좀 더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군. 그쪽 상황도 급하다니까.>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 전투기를 지구로 직행시켜. 최고속으로.>

-하지만 사람이 못 타는데요?

<상관없어.>

윤성이 전투기의 갑판부에 엎드렸다.

<용조 발동!>

양손의 손가락 끝을 날카롭게 만들어 갑판부에 찔러 넣어 고정시켰다.

수호자의 보호를 유지한다.

전투기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한 후에 지상이 가까워지면 랜딩하는 거다.

<가자.>

윤성이 메시지를 보냈다.

***

콰직!

아리의 몸통이 철사처럼 구부러지며 박살 났다.

이미 팔이며 다리며 전투용 주포 따위는 모두 박살 나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관리자였던 만큼 부상도 가장 크다.

“내가……. 졌습니다…….”

아리가 말했다.

“당연하지.”

익시튬이 아리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말했다. 목과 함께 뽑혀 나온 인공 신경망에서 윤활액이 줄줄 떨어진다.

“메인보드가 어디에 있지?”

“치직!”

아리의 눈에서 전파가 튀었다.

“여깁니다.”

그가 입을 벌리는 순간, 강렬한 마력이 모여들었다.

<광전자포 발동!>

아리의 입에서 발사된 마력 주포가 익시튬을 향했지만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

“훅!”

익시튬은 숨을 한 번 크게 불어버리는 것만으로 광전자포를 막아냈다.

“이 정도일 줄이야…….”

차희가 몸을 떨었다.

일곱 차원 연합군이 거의 궤멸 직전에 이르렀다.

처음에 그녀는 익시튬이 각 차원의 비전투 민간인들을 모두 소환해 버린 것을 양날의 칼과 같은 전략으로 판단했었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드래곤이나 엘리지아 등이 더욱 치열하게 싸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한다.

용제가 드래곤 피어를 쓰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차희는 익시튬이 후자를 노렸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사자가 쥐새끼들과 싸우면서 전략을 짜야 할까?

익시튬이 민간인들을 소환한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다.

‘한곳에서 모두 쓸어버리는 게 더 편리하기 때문에.’

익시튬이 연합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강렬한 마력이 모두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콜로라 전사들은 전투를 치르면서 꽤 많은 수가 죽었지만 익시튬 한 명의 힘이 너무나 압도적이다.

이미 300번은 넘게 파괴된 엘리지아 퀸이 신체를 복구하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용제는 한참 전에 추락해서 일격을 맞고 기절한 상태.

미들로드 역시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있다.

파직! 파직!

콜로라 전함에서 마력 파장이 튀었다.

“마제스티엘…….”

익시튬이 빙긋 웃었다.

“이제 아래쪽이 거의 정리가 되었으니 메인 이벤트를 치르러 가볼까.”

그가 전함의 갑판 위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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