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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40화 (240/260)

# 240

레벨업 속도는 9.8m/s^2 240화

콜로라의 침공까지는 두 달 반.

윤성이 다니엘을 통해 차희에게 보냈던 정보다.

차희는 곧바로 전 세계 곳곳의 헌터 협회와 각 국가의 행정부에 메시지를 전했다.

‘지역구별 벙커 건설.’

겉으로는 조언 또는 부탁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사실은 명령에 가까웠다.

윤성과 다른 차원의 동맹들을 제외하고도 이미 어지간한 국가의 무력을 훨씬 뛰어넘은 백마 길드의 비밀스럽고 강력한 이 메시지를 무시할 수 있는 이들은 없다.

전 세계 곳곳에 다가올 콜로라와의 전쟁에 대비한 벙커가 건설되었고, 백마 길드의 최상급 마법사들이 보호 마법을 걸었다.

병원들과 연계하고 동선을 미리 확보해서 유사시엔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도 곧장 옮길 수 있다.

심지어는 내전 등으로 국정 운영이 마비된 나라들조차도 백마 길드의 헌터들이 들어가 직접 벙커를 건설했으니 사실상 벙커의 총합은 전 인류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때문에 익시튬의 군대가 지구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텅 비어 있는 인계를 발견하고 의아함을 느꼈다.

“시민들을 전부 뺐군요.”

익시튬을 보좌하던 간부, 크리스퍼가 말했다.

“쓸데없는 짓을.”

익시튬이 혀를 찼다.

“착지해라.”

그의 명령과 함께 콜로라 본대의 우주선이 서서히 서울 상공에서 지상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쉬이익 하는 바람 소리.

마정석 엔진이 돌아가면서 나는 탄내가 사방에 퍼졌다.

꺼삐딴의 우주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전함이다. 용산구 전체 면적과 비슷한 수준.

우주선이 지면에 가까워짐에 따라 가장자리에서 튀어나온 용수철 발판이 지면을 짚어 우주선의 수평을 유지했다.

발들 중 하나에 깔린 그랜드하얏트 호텔이 장난감처럼 찌그러졌다.

파직!

우주선 아랫면에서는 3,200개의 반구형 근거리 포탈에서 마정석 엔진이 가동되며 전파가 튀고 있었다.

팡! 팡!

곧이어 그곳에서부터 마치 번개를 쏘는 것처럼 마력이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공격용이 아니라 콜로라 전사를 수송하기 위한 것이다.

번개가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콜로라 전사들이 한 명씩 지상에 착지했다.

팡!

마지막에 내려온 크리스퍼가 전사들에게 물었다.

“헌터들은?”

“약간 북쪽에 집결해 있는 모양인데요.”

전사 중 하나가 말했다. 서울역 방향이었다.

“보스는 내려오셨습니까?”

“그분은 포탈 못 타잖아.”

크리스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상에 착지했다고는 하지만 워낙에 거대한 우주선이라 가장자리에서 튀어나온 다리들도 고층 빌딩 수준이다.

우주선의 본체는 20여 미터 이상 높이에 있다.

그 가운데의 스크린이 열리더니 누군가 20미터 아래로 뛰어내렸다.

“보스.”

크리스퍼가 익시튬에게 다가갔다.

“적들은 서울역 근처에 집결해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볼까.”

익시튬은 군대를 이끌고 한강대로를 따라 조금 걸었다.

일곱 차원 연합의 군대가 이쪽을 보고 서 있었다.

800명의 S급 이상 헌터들.

1만에 이르는 메탈로이드.

수천이 넘는 좀비 떼와 엘리지아, 그리고 약 500명의 정예 마계 귀족과 천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그보다 훨씬 숫자가 적지만 막강한 드래곤 40여 기가 으르대고 있었다.

이만한 전력이 한 데 힘을 모으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을 법하지만 상대는 전 우주를 돌면서 수많은 행성을 파멸시키고 수호자들을 살해한 X등급 전사와 그의 정예 군대다.

연합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익시튬!”

그 안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차희가 확성기를 든 채 익시튬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리는 이 전쟁을 오랫동안 준비했다. 너희에게 승산은 없으니 지금에라도 물러가라!”

“본래 이곳에는 인간들이 개미떼처럼 득실댔는데 모두 어디 갔지?”

익시튬이 물었다.

“벙커로 대피시켰다.”

“벙커로?”

“민간인들은 빼놓고 우리끼리 결판을 짓자.”

“후.”

익시튬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본인들의 입장이 어떤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그가 말했다.

“민간인을 떼어놓고 전사들끼리 정당하게 한 번 싸우자?”

“크크크큭.”

익시튬의 뒤에 서 있던 전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차희가 눈살을 찌푸렸다.

익시튬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앞으로 내밀었다.

“있는 것 없는 것 모두 긁어모아라. 벌레 같은 힘들도 모조리 빌려서 발버둥 쳐야 할 거다. 너희와 우리의 힘의 격차는 그런 것이다.”

<차원 비틀기 발동!>

시공간이 일그러졌다.

익시튬만이 쓸 수 있는 마법.

수많은 행성의 수호자 중에서도 프로그램에 능하지 않은 이들은 감히 이런 것을 시도할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코드 자체를 쥐어짰다.

차원의 시공간 축이 비틀어짐에 따라 지구의 차원의 경계들을 파괴되었다.

콰아아앙!

끔찍한 굉음과 함께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처음은 바토리의 발치에 나타난 덩치 좋은 남자였다.

“빌티톤?”

바토리의 눈이 커졌다.

옛날 마계에서 그룬헤잘드의 영지에서 살았던 벌목업자다. 지금은 바토리의 시종이 되어 있었다.

전투력은 제로.

“네가 어찌…….”

그러나 그의 소환은 시작일 뿐이다.

쿠웅!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 다른 차원의 주민들이 소환되어 와르르 너부러지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익시튬과의 전쟁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차희조차 당황하고 말았다.

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유체 엘리지아.

늙고 병든 리베르티.

아직 부화조차 못 한, 드래곤들의 에그와 이제 막 눈을 뜬 해츨링.

메탈로이드계의 자원 수집 및 건설용 로봇들.

“익시튜움!”

분노에 찬 용제가 고함을 질렀다.

드래곤 피어를 발동할 듯 그의 가슴이 크게 부푼 순간.

“안 됩니다!”

실렌티가 재빨리 막아섰다.

“해, 해츨링들이 있습니다. 용제. 당신의 포효를 견디지 못할 겁니다.”

“이……. 이 새끼들이.”

용제의 눈빛에 화가 부글거렸다.

메탈로이드의 일상 로봇들은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애초에 대부분이 전투원으로 제작되었고 그들은 모두 이곳으로 넘어왔으니까.

마이어계의 좀비들 역시 공포를 모르는 존재들답게 대부분이 이 전쟁에 자원해 넘어왔다.

그러나 용계와 엘리지아, 마계와 천계는 얘기가 다르다.

전장이 순식간에 민간인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전부 흩어져!”

바토리가 소리를 질렀다.

“비전투원들은 모두 이곳에서 빠져나가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우우우우웅!

갑자기 콜로라 전함이 굉음을 울리면서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찌잉!

이어서 하단부의 포탑 중 하나가 지상을 요격했다.

그러나 포탄이 떨어진 곳은 이곳 전장이 아니다.

서울 용산경찰서 부근에서 폭발이 일었다.

“뭐야?”

차희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익시튬이 빙긋 웃었다.

“너희의 벙커를 파괴하고 있다.”

그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짚었다.

“인간. 감각 능력이 극단적인 경지에 이르면 이곳에 선 채로 행성 전체를 훑을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어떤 수준에 이른 지능과 마력은 저만한 우주선과 동기화해서 움직일 수도 있지.”

“익시튬!”

“너무 분개하지 마라. 어차피 모두 죽을 운명이 아니냐? 내가 하나하나 찾아다닐 수고를 덜었을 뿐.”

익시튬이 한 걸음씩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행성을 깨끗이 치운 후, 콜로라 성인을 이주시켜 식민지로 개발할 것이다.”

그가 말했다.

“나도 가급적 이 행성의 자연경관이나 너희가 만들어 놓은 설비들을 많이 파괴하고 싶진 않다. 필요한 만큼의 전투만 하지. 그러나 너희 일곱 종족은 절멸해야 한다.”

<브레스 발동!>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용제가 매섭게 강하하면서 익시튬을 향해 불꽃을 뱉었다.

하지만 화염은 그에게 조금의 위협도 되지 못했다.

귀찮은 파리라도 쫓는 것처럼, 익시튬은 손을 휘둘러 마력 돌풍을 일으켰고, 용제의 화염은 흩어지고 말았다.

피잉!

콜로라 전함에서 두 번째 포격이 발사되었다. 이번에는 한남동 쪽이다.

“야!”

헌터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죽여 버리겠어!”

“차희! 돌격 명령 내려요!”

“갑시다!”

“아직!”

차희가 그들을 멈춰 세웠다.

아직 안 된다.

전면전은 필패다. 벙커는 파괴되어도 사람이 다칠 구조는 아니다. 상층부가 무너져도 방어마법이 공간을 유지하니 지하에 있는 사람들이 깔려 죽진 않는다.

출구가 막히고 갇혔다는 사실에 시민들이 패닉에 빠질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익시튬이 직접 전투를 벌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윤성이 랜딩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 일곱 차원 연합군의 목표는 오직 그것뿐.

하지만 이렇게 버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기를 떨어뜨려선 안 된다.

콰앙!

그 순간 무언가가 콜로라 전함의 천장에 수직으로 꽂혔다.

그것은 마스크맨이었다.

“마스크맨이다!”

전사 중 하나가 외쳤다.

콰직!

마스크맨은 전함의 천장부를 부숴버리고 안으로 난입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간부 크리스퍼가 익시튬에게 인사하며 마법을 발동했다. 번개와 함께 그의 몸이 전함 내부로 전송되었다.

“대표님이 전함 안으로 들어가신 건가?”

헌터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차희가 적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미 콜로라 전사들이 덤벼들기 직전이다.

이제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갑자기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 거대한 연합을 지휘할 자격이 정말 내게 있을까?’

차희는 눈을 꾹 감았다.

성공해야만 한다. 익시튬과 그 군대가 지상에 내려온 시점에 윤성이 출발했으니 한참 더 버텨내야 할 것이다.

차희가 주먹을 꽉 쥐며 익시튬을 노려보았다.

“전원, 돌격!”

“돌격!”

“콜로라를 막아라!”

바토리가 활을 겨누었고 아리가 양손의 캐논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용제는 하늘로 솟구쳤고 퀸은 엘리지아 군대를 이끌고 저돌적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미들로드는 단숨에 적진 가운데로 난입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수많은 좀비 떼가 그 뒤를 따라 달려들기 시작했다.

***

“크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시민들이 불안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벙커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천장이 박살 났다.

내부 뼈대가 마력 보강되어 무너지지 않도록 처리되어 있었지만 입구 쪽은 박살 나버렸다.

어쩔 수 없다. 사람이 드나드는 출구까지 강력한 마법 처리로 봉인할 수는 없었으니까.

“벙커가 공격당했습니다.”

시민들의 보호를 담당한 A급 헌터 표진수가 말했다.

“다들 진정하세요.”

차민이 두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나 사실 본인이 가장 동요하고 있었다.

차라리 일반인들은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덜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바깥에 나타난 게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니까.

그러나 A급 헌터 정도만 되어도 전장에 있는 게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가 변했다. 윤성이 유성랜딩버프를 썼을 때와 비슷하다. 다만 무게감이 다르다.

‘내 기감이 그렇게 훌륭하진 않지만…….’

적은 윤성보다 훨씬 강하다.

차민은 적의 마력을 가늠해 보며 몸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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