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속도는 9.8ms^2-238화 (238/260)

# 238

레벨업 속도는 9.8m/s^2 238화

VOM 혹성의 대기권에서부터 떨어졌다. 당연히 달에서부터 떨어졌을 때의 전투력, 또는 X등급의 전투력 정도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나 지금의 버프도 적지 않다.

60만 점.

윤성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치에 더하면 각 능력치가 80만 점을 훌쩍 넘었다.

관리자들보다 훨씬 세고 쯔위민이나 옌뚜르보다도 더 강할 것이다.

문제가 될 수 있었던 현기증 역시 견딜 만하다.

“또 만났군.”

클리앙이 말했다.

이미 클로를 바짝 치켜든 채 전투태세에 들어가 있다. 온 신경을 칼날처럼 예리하게 곤두세우고 윤성을 쏘아보고 있었다.

“뜻밖이야. 강윤성. 네가 X등급이 되고 싶어 할 줄이야.”

“천만에. 내가 튜토리얼을 따르는 것은 레벨 업과 네 각성을 막으려는 목적뿐. X가 되면 지구로 순간이동을 못하는데 내가 왜 하겠어?”

“그런가.”

“시간 없으니 빨리 끝내자.”

윤성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빛의 탄환 발동!>

먼저 발사한 탄환이 클리앙의 머리를 향해 쇄도하는 동안 빠르게 근접한다.

<빛의 강체 발동!>

<비행 발동!>

윤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클리앙은 발사된 섬광을 정확한 타이밍에 회피했다.

다음은 날아오는 윤성의 주먹을 마주한다.

<핀 쓰러스트 발동!>

<빛펀치 발동!>

양 쪽의 공격이 정면충돌하면서 막대한 마력의 풍압이 치솟았다.

윤성을 뒤쫓아 착지하려던 엔의 탐사정에서 윌슨이 핸들을 급격히 꺾었다.

행성의 대기 중 마력 파장이 굉장히 불안정해졌다.

대체 지상에서 어떤 싸움이 벌어지는 거지?

“뒤로 빠져!”

엔이 긴장한 표정으로 우주선의 일시적 후퇴를 명령했다.

콰아아!

클리앙은 몇 초간 잘 버텨냈지만 들고 있는 마력의 사이즈가 너무 다르다.

그 역시 최근에 많은 성장을 거쳤지만 대기권에서부터 떨어진 윤성을 어찌할 수 있는 힘은 없다.

쿠당탕!

결국 튕겨나가 볼썽 사납게 나뒹군 클리앙이 주먹을 움켜쥐며 윤성을 쏘아보았다.

그가 인벤토리창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순간이동석이냐? 쓸모없을 거다. 둠 오브 루인을 설치했으니까.”

윤성이 다가가며 말했다.

“헛소리. 널 죽일 기회인데 도망을 왜 쳐?”

클리앙이 쏘아붙였다.

“그 정도 마력으론 안 될 텐데. 그보다 너, GLU 행성에서도 순간이동석을 써서 도망친 거지? 여기도 순간이동석으로 온 거고?”

“그렇다.”

“난 소행성들에선 순간이동석 작동이 안 되던데. 어떻게 한 거지?”

“소행성들은 마력 파장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돼 있지 않아서 여기선 네 것이 작동하지 않는 거다.”

“네 건 입력돼 있고?”

“그럴 리가. 난 파장을 내가 조율했을 뿐.”

“어떻게 한 건지 알려줘. 그럼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지.”

윤성이 말했다.

“순간 이동석을 다루는 것도 기술이다. 충분히 숙달되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너한텐 무리야.”

클리앙이 말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순간이동석은 숙련도에 따라 활용 범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쯔위민이 민차희를 납치할 때 역시 자신의 순간이동석을 사용한 것이었다.

본래 귀속된 물건이라 주인밖에 쓸 수 없지만 쯔위민만큼 순간이동석을 다루는 데 도가 트면, 그리고 민차희처럼 마력이 거의 없는 일반인을 옮기는 거라면 가능했던 것이다. 마치 짐짝을 들고 나르는 것과 비슷하다.

순간이동석에 충분히 숙달되면 지정된 위치가 아니라 아예 임의의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다.

GLU나 VOM 같은 사람이 없는 소행성으로, 마치 지금의 클리앙처럼.

윤성은 GLU에서 클리앙의 흔적을 본 후 줄곧 그 방법을 궁금해했다. 엔의 탐사대원들은 모르는 걸 보면 클리앙급 실력자들이나 쓸 수 있는 방법인 듯했다.

그걸 알아내기만 하면 더 이상 저 느려터진 우주선을 타고 다닐 필요가 없을 텐데.

“어쩔 수 없군.”

윤성이 아쉽다는 듯 말했다.

“얻어낼 정보는 없으니 지금 보내주마.”

윤성이 클리앙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스페이스 스퀴즈 발동!>

클리앙의 손에서 나온 마법 장력이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인공적으로 소형 블랙홀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원리.

공격 지점에 포함된 상대의 신체는, 휘고 일그러지는 공간축과 함께 뭉그러진다.

윤성은 스텝을 한 번 뒤로 빼며 그 공격을 피했다.

콰앙!

갑자기 클리앙이 주먹을 땅속에 쑤셔 박았다.

“뭐야?”

공격하려던 윤성이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뭘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움직이기가 꺼려졌다.

불안하다.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는데.

<마력 주입 발동!>

클리앙이 스킬을 발동했다.

옛날 백마 길드 앞에서 마이어와 마더를 폭주시키던 기술이다.

“뭐 하는 거야?”

윤성이 찝찝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너랑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 없는 건 나도 알아.”

클리앙이 대답했다.

윤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접근하기가 불안하면 장거리 공격을 하면 된다.

<단검 투척 타깃.>

부우웅!

윤성의 손에서 발사된 단검이 클리앙을 향해 날아간다. 동시에 윤성이 스킬을 난사해 퍼부어댔다.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빛의 탄환 발동!>

확실히 클리앙은 수상하다.

단검은 클로를 휘둘러 쳐냈고 빛의 탄환 네 발은 고스란히 적중당해 팔과 정강이, 어깨에서 피가 쏟아지는데도 꿈쩍하지 않았다.

땅 속에 틀어박힌 한 손에서는 기이한 마력이 지속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을 줘선 안 된다.’

페이스를 넘겨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빛의 강체 발동!>

근접전을 결심한 윤성이 다시 마력을 끌어올리며 클리앙을 향해 돌진했다.

<용조 발동!>

그의 주먹이 클리앙의 머리를 박살낼 듯 후려쳤지만, 클리앙은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이미 끝났다.”

그가 손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말했다.

윤성의 목덜미에 땀이 흘렀다.

실수했다.

클리앙이 땅 속에 주먹을 쑤셔 박는 순간 달려들어 제지했어야 했다.

잠깐의 망설임이 난처한 상황을 만들었군.

지하에서부터 엄청난 마력이 고동치고 있었다.

“애초에 나와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군?”

“정면 대결해서 이길 수 없다는 것쯤 나도 안다.”

클리앙이 말했다.

“하지만 플래닛 트리는 할 수 있지.”

위이이이이!

고음의 바람 소리 같은 것이 귀를 찢어버릴 것처럼 울려 퍼졌다.

윤성은 눈살을 찌푸리고 클리앙을 쏘아보았다. 클리앙 역시 이 소리가 고통스러운 듯 양쪽 귀를 막고 있었다.

그가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땅속에 쑤셔 박은 것은 마법 전동 드릴이다.

콜로라 본국에서 미리 구해온 물건으로, 행성의 핵을 파괴할 때 쓰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의 마력이 어마어마하게 소모되므로, 보통은 전사 한 명이 혼자서 쓸 수는 없다.

그러나 클리앙 정도 되면 소행성 상대론 어찌어찌 해볼 만한 것이고, 내핵을 파괴할 정도의 마력을 쏟아부을 필요도 없다.

그가 할 일은 플래닛 트리의 뿌리를 자극하는 것뿐.

위이이이이!

플래닛 트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뿌리는 혹성의 내핵을 힘껏 움켜쥔다. 대지가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줄기와 나뭇가지.

이미 윤성이 사용했던 둠 오브 루인은 플래닛 트리의 움직임에 흩어지고 말았다.

윤성은 숨을 깊이 골랐다.

둠 오브 루인이 없어졌으니 클리앙은 순간이동석을 써서 달아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클리앙은 행성의 뿌리를 자극해 핵을 파괴하게끔 했고, 땅이 무너진 나무 역시 우주 공간에서 말라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임무는 클리앙이 달성했다.

게다가 그와 다르게 순간이동석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는 윤성은 이제 꽤 위험하다.

이미 혹성의 핵에 균열이 생기면서 중력이 뒤틀리고 대기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지면 곳곳이 갈라지고 뜨거운 열기와 마그마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클리앙은 아직도 순간이동석을 쓰지 않았다.

윤성이 클리앙을 예리하게 쏘아보았다.

아마 그 역시 플래닛 트리가 만들어내는 비명 소리 때문에 마력 집중이 어려울 것이다.

양쪽 다 감각 능력이 너무 높다.

플래닛 트리가 질러대는 비명 소리가 신경을 직접 억누르는 것 같다.

‘하지만 방법은 있지.’

<빛의 강체 발동!>

윤성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빛의 강체 상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감각 능력에 쌓인 막대한 능력치를 천천히 재분배한다.

힘과 순발력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 그편이 한 번의 움직임으로 클리앙의 목을 쳐버릴 수 있을 테니까.

이제는 이 혹성 곳곳에서 폭발한 화산들에서 날아온 파편들이 포탄처럼 쏟아지고 있다.

감각 능력이 낮아지면 이것들을 피할 방법이 없다.

<수호자의 보호 발동!>

보호막으로 몸을 감싸고.

<비행 발동!>

거칠게 흔들리는 지면 위를 달리는 대신 비행을 써서 돌진한다.

<용조 발동!>

딱 한 번의 공격.

클리앙 역시 이제는 정신을 집중해 순간이동을 발동시킬 정도의 마력을 거의 모았을 것이다.

콰아악!

윤성의 용조가 클리앙의 안면에 작렬했다.

“끄아아악!”

비명 소리.

윤성의 손가락 끝이 클리앙의 얼굴 절반을 찢어 날려 버렸다.

광대가 함몰되고 왼쪽 뺨이 사라졌다.

‘쳇.’

목을 노렸는데 약간 빗나갔다.

<빛펀치 발동!>

윤성의 주먹에서 막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클리앙의 바로 옆에 착지한 자세 그대로 허리만 돌려 주먹을 날렸다.

와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렸다.

윤성의 주먹 끝에 클리앙의 옆구리가 닿았다. 갈비뼈가 조각조각 나는 게 느껴진다.

주먹은 몇 센티미터 정도, 탄력 있게 밀어붙였고 클리앙의 허리가 빛에 휘감겨 짓이겨지고 있었다.

위아래로 번진 빛이 그의 몸 전체를 집어 삼켰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그의 몸체가 사라져 버렸다.

“이래서야…….”

애매하군.

빛펀치를 맞고 죽어서 증발해 버린 것일 수도 있지만 순간이동석을 써서 도망친 것일 수도 있다.

윤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꺼삐딴 간부 놈들은 하나같이 쉽게 안 죽고 질질 끌어왔는데 이놈은 그중에서도 최고군.

윤성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제는 혹성의 붕괴가 꽤 진전되었다.

파악!

땅을 박차고 뛰어 오른 윤성이 <비행> 스킬을 써서 흩어지는 대기 속을 날았다.

저 끝에 엔의 우주선이 보인다.

간신히 엔트리에 올라타 우주선 내부로 들어가자 엔과 탐사대원들이 동그래진 눈으로 쳐다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플래닛 트리를 뽑아버렸어. 이번엔 수확이 없다. 미안.”

대단한 전투를 한 것도 아닌데 굉장히 피곤하다.

윤성은 휴게실에 앉아, 창밖으로 붕괴를 거듭하는 VOM 혹성을 지켜보았다.

그 옆모습이 워낙에 묵직하고 살벌해 탐사대원들은 눈치만 볼 뿐 말을 걸지 않았다.

윤성은 클리앙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죽었는지 알아내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임무 메시지창을 확인하는 것이다.

<익시튬이 이미 X등급이므로 빈자리는 하나뿐입니다.>

원래는 이 메시지창 뒤에 는 메시지가 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다.

VOM 혹성의 플래닛 트리를 뽑아서 파괴해버린 클리앙의 점수는 윤성보다 훨씬 높을 것이고, 그가 경쟁자로 표시되지 않을 리는 없다.

“죽은 건가?”

죽였다고 하기엔 너무 찝찝하지만.

윤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빛펀치 말고 용조로 할걸.’

“저기……. 이제 어디로 가죠?”

엔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물었다. 윤성은 메시지창을 읽었다. 다음 임무는…….

“소행성 COX.”

윤성이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