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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32화 (232/260)

# 232

레벨업 속도는 9.8m/s^2 232화

74. 아직도 부족한

“내가 못 이긴다고?”

윤성이 수호자에게 물었다.

“저 녀석 마력은 지금 쯔위민이랑 비슷한 레벨이야. 넌 그보단 아래고.”

“내가 쯔위민보다 약해?”

“그놈이 이미 관리자들하고 싸우느라 피떡 된 걸 유성 랜딩 버프로 마무리해서 그렇지, 그냥 싸웠으면 넌 쯔위민도 엔뚜르도 못 이겼어.”

윤성이 수호자를 살짝 쏘아보았다. 수호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디아만투풀루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게 전한다는 경고가 뭐야?”

“이제 말이 좀 통하는군.”

디아만투풀루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1인정 고속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날아온 선발대다. 굉장히 많은 시간과 마력을 소모해서 이곳 보안을 뚫었지. 보스가 오시기 전에 널 미리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경고라는 게 X등급 전사의 메시지는 아닌 거야?”

수호자가 물었다.

“아니다. 그리고 익시튬이라고 불러라.”

“좋아. 할 말이 뭔데?”

“지난날, 보스께서 널 죽일 수 있었음은 너도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행성의 수호자를 죽이면 저주를 받는 걸 너도 알고 있겠지?”

“그거 툴바족 미신 아냐?”

“아니다. 우주의 법칙이지.”

“하지만 익시튬은 이미 여럿 죽인 걸로 아는데.”

“그렇다. 그분이 더 이상 업을 쌓게 하고 싶지 않은 거다. 하지만 그분의 일을 네가 방해한다면 또 얘기가 다르지. 보스가 움직이기 전에 내가 손을 쓸 수도 있다는 거야. 난 저주도 감내할 수 있으니.”

“그게 전부인가?”

“얘기가 안 되면 죽일 생각도 있었지만 뜻밖의 손님이 있으니 이 정도로 하지. 난 분명 경고했다.”

“잠깐만.”

윤성이 끼어들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날 죽일 힘이 있다면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거지? 너 같은 녀석이 부상이 두렵다고?”

“불필요한 부상을 감수하면서 널 내가 죽여야 할 이유가 있나?”

“내가 너네 보스를 죽일지도 모르잖아?”

“하하하하!”

디아만토풀루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개미가 코끼리를 밟아 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처럼 들리는군.”

그가 빈정거렸다.

“최대한 체급을 키워둬라. 보스께서 널 잡을 때 조금이라도 즐기실 수 있도록. 이미 널 메인 디시로 생각하고 계신다.”

“…….”

“난 이곳을 해킹하고 들어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마력을 들였다. 나가면 다시는 이곳에 올 일 없겠지. 다음엔 전장에서 만날 거다.”

콰과광!

디아만투풀루가 차원문을 열었다.

그 너머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윤성이 가만히 쳐다보았다.

***

“개헌 수준의 법안 발의가 필요합니다.”

여야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정당 인사들과의 점심 미팅에서 여당 지도부의 국회의원 김철휘가 말했다.

“개헌까지 필요할까요?”

박해설 의원이 끼어들었다.

“특별법을 마련하는 걸로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일단 강윤성 씨는 한 명의 시민입니다.”

소연정 의원이 나섰다.

“민주 국가에서 시민들은 모두 국가에 의해 보장받는 자유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우리 모두 해외여행이 가능합니다. 강윤성 씨도 가능해요. 하지만.”

그녀가 말했다.

“만약 대한민국 전체 육군이 갑자기 전함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다면 문제가 생기겠죠? 강윤성 씨의 힘은 그 육군 전체보다 더 강해요. 어떤 외교적 마찰이 생길지 모르니까 그 사람의 행동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함부로 법안 발의하려고 하지 마세요. 국민 영웅입니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에서요.”

박해설이 다시 나섰다.

“그 사람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고 이 세계를 구해준 사람이에요. 한동안은 더 지켜볼 수 있지 않겠어요?”

“백마 길드라는 집단도 문젭니다. 너무 커졌어요. 최상급 헌터만 따지면 백마 소속이, 백마를 제외한 전 세계의 최상급 헌터 수보다 훨씬 많아요.”

“그게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큰 다행이지 않습니까?”

“외국에 있는 것보단 훨씬 낫죠. 제 얘기의 요지는 그 길드가 민주적으로 돌아가는 헌터 연합이 아니라 사실상 강윤성의 사병이라는 거예요.”

“민차희의 사병이기도 하죠.”

“이건 어떻습니까?”

대화를 듣던 대통령 문중엽이 끼어들었다.

“지금 말씀들 하신 것처럼, 윤성 씨의 행동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여론을 볼 때도 안 좋을 겁니다.”

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민차희 씨를 회유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 사람은 강윤성 씨와 매우 친하고 백마 길드의 실질적인 씨이오나 다름없습니다. 그분을 우리가 좀 더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분을 통해서 강윤성 헌터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 여자를 통제하는 게 강윤성을 통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거예요.”

소연정 의원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거의 들개 같은 사람이에요. 헌터 협회 말단 직원이던 시절에도 내부 고발하면서 협회를 박살 내고 나왔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강윤성에 대한 충성심이 엄청나요.”

그녀가 말했다.

“절대 그 여자 통해서 강윤성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니. 우리가 강윤성을 우리 맘대로 갖다 쓰자는 게 아니고요. 그 사람이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은 걸 만들자는 거죠.”

문중엽이 대답했다.

“에이. 우리끼리라도 좀 솔직해집시다. 윤성 씨를 통제할 수 있으면 외교적 카드로 쓸 생각 아닙니까?”

“협상이 잘 안 되면 강윤성을 보내겠다는 식의 뉘앙스만 보여도 다들 벌벌 떨 텐데.”

박해설이 코웃음을 쳤다.

“이런 카드가 한국에 들어온 건 단군 이래 최고 행운이에요.”

“어떻게 그런 말씀들을? 그 사람도 한 국민입니다.”

김철휘가 정색했다. 박해설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국민이죠. 아. 이런 건 어떻습니까? 윤성 씨한테 동생 둘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민차희가 안 되면 동생들로 통제해보자?”

소연정이 흥미롭다는 듯 반응했다.

“납치해서 협박을 한다거나 그럴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서 외국에서 들어온 스파이가 그렇게 할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경호’를 붙이겠다든가.”

“그 정도라면 법리적으로도 무리 없죠. 무엇보다 경호니까요. 하지만 국가 에이전트가 동생들 곁에 붙어 있는 게 강윤성 씨는 좀 불편하겠지.”

“다들 정신 나갔습니까?”

김철휘가 다시 정색했다.

“일단 강윤성 씨가 그걸 허락할 리가 없잖습니까? 역효과만 날 거예요.”

“김성인 헌터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국내에서도 유명인이고 인지도도 높아요. 김성인이 직접 나서서 ‘내가 동생들 호위를 해주겠다’라고 하면 강윤성이라도 허락할 수밖에 없을걸요?”

박해설이 말했다. 김철휘는 황당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왜요?”

“거절하면 여론이 나빠질 테니까요. 순식간에 강윤성 저거, 세졌다고 30년 선배가 친절을 베푸는데 저렇게 거절하냐? 이런 식으로.”

“외계 길드를 멸망시킨 사람이 고작 국내 여론이 무서워서 자기 약점을 잡혀준다?”

“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소연정이 손을 들었다.

“일단 강윤성 씨 본인도 자기 동생들이 언제 누구한테 납치되거나 해코지당할지 몰라서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요. 김성인 헌터 정도면 믿을 만하고.”

“강윤성 씨가 호위를 붙인다면 다른 차원에 있는 자기 부하들을 시키겠죠.”

김철휘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대화를 일축했다.

“그건 국민들이 매우 싫어할 겁니다. 국민들도 강윤성이 세계적인 무력이라는 걸 알아요. 근데 그의 약점이 될 수 있는 가족들을 마수 손에 맡긴다?”

박해설이 반박했다.

“마수가 아니고 다른 차원의 연합이라잖습니까.”

“국민들은 그렇게 안 느낄 겁니다. 일산 사건이 불과 몇 년 전입니까? 샌프란시스코는요? 샌텀 타워에서 출몰했던 메탈로이드는? 아직도 국민들은 그것들을 마수라고 느끼고 껄끄러워해요. 우리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명분 삼아 김성인 헌터로 경호를 바꾸라고 압박할 수 있고.”

“잠깐만. 정리 좀 해봅시다.”

문중엽이 소란을 진정시켰다.

“일단…….”

팍!

갑자기 전등이 나갔다.

“뭐야?”

“청와대 VIP 미팅룸에 전등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까?”

박해설이 황당한 듯 물었다.

“비상 전력이 들어와야 하는데.”

소연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빛은 안 들어올 겁니다.”

소름 끼치게 낮고 묵직한 그 목소리는 에어포스였다.

그녀는 어느덧 미팅 테이블 한 곳에 앉아있었다.

“빛을 지배하는 건 저니까요.”

“어……. 에, 에어포스 헌터님? 언제 들어오신 겁니까?”

문중엽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아니. 그보다 이 미팅은 외부인 참관 불가입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여기 들어올 수는…….”

“한국의 SS급 헌터가 아니라 천계의 관리인 자격으로 왔습니다.”

에어포스가 말했다.

“저는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니 이곳에서 제가 못 갈 곳은 없습니다. 제 침입이 못마땅하면 인계 관리자 강윤성 헌터를 통해 따지시죠.”

“…….”

모두가 당황해 침묵만 흘렀다.

에어포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그랬습니까?”

문중엽이 바짝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에어포스는 한심하다는 듯 그들을 쏘아보았다.

“강윤성 헌터는 더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났다고 세계에 공표는 했지만 더 큰 적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적이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그러나 곧 세계 각국의 지도층에 전달할 겁니다.”

“정말입니까?”

“그 사람이 그 일에 집중하도록 해주십시오.”

에어포스가 말했다.

“당신들을 협박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건 부탁입니다.”

“…….”

정치인들이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하지만 민차희나, 윤성 씨의 동생들이 표적이 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박해설이 물었다.

“민차희 씨는 이미 온갖 역경을 혼자서도 잘 헤쳐 왔고, 동생들이 표적이 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은 이미 윤성 씨가 세워두었습니다.”

에어포스가 대답했다.

“다들 쓸데없는 걱정이나 말도 안 되는 망상은 그만하십시오. 윤성 씨에게 더 많은 짐을 지워주지 마세요.”

에어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피곤이 누적되어 쓰러질 것 같은 사람입니다. 혼자 너무 많은 싸움을 해왔고 너무 많은 것을 책임져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차희 씨라도 없었으면 진즉에 쓰러졌을지도 모르죠. 그러니 이 자리에서 맹세하는데.”

에어포스의 몸에서 빛이 살짝 흘러나왔다. 대단한 조도는 아니었으나 이미 불이 모두 꺼진 미팅룸 안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당신들뿐 아니라 인계의 그 누구든, 아니, 지구의 일곱 차원의 그 누구든. 만약 윤성 씨나 차희. 또는 그 가족들을 건드린다면.”

에어포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로 제가 용서치 않을 겁니다.”

에어포스는 몸을 돌려 차원문을 열었다.

천계로 이동하려던 그녀의 등 뒤에서 문중엽이 붙잡았다.

“잠깐만요. 에어포스.”

그가 말했다.

“당신은 원래 우리나라의 SS급 헌터였습니다.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좀 황당하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당신은 인간입니까? 아니면 천사입니까?”

순간 에어포스의 표정이 약간 서글퍼졌다. 그녀는 고민하다가 답했다.

“저는 천사입니다.”

그녀가 차원문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콰아앙!

바깥에서 큰 굉음이 났다.

그리고 막대한 마력도 느껴진다.

에어포스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재빨리 차원문을 닫았다. 그녀는 얼른 창문을 박차고 날았다.

이만한 마력의 주인은 한 사람밖에 없다. 콜로라 본대가 벌써 온 게 아니라면…….

“윤성!”

백마 길드에서 약간 떨어진 버스 정류장 근처.

아스팔트 바닥이 조금 깨졌다.

랜더의 코트로 체중을 조절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랜딩을 마쳤다.

윤성은 이를 갈며 일어났다.

“에어포스 마침 잘 왔어요.”

“네?”

“저 트레이닝 좀 시켜줄래요?”

“뭐라고요?”

“저도 비행 스킬 쓸 수 있지만 에어포스만큼은 아니거든요. 매일마다 최고 속력으로 지상을 향해 떨어져야 해요.”

“왜, 왜요?”

“그래야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릴 수 있거든요. 좀 더 키울 겁니다.”

“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박살 내고 싶은 놈이 생겨서.”

윤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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