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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25화 (225/260)

# 225

레벨업 속도는 9.8m/s^2 225화

“웃기지 마.”

윤성이 천천히 적들을 향해 움직였다.

“너희 동료 목숨은 소중하냐? 남의 집안을 강탈하러 왔으면 너희도 전원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했어야지.”

“이곳에 죽을 준비가 안 된 전사는 없다. 이런 건 각오의 부족이 아니라 동료애나 희생정신이라고 불리는 거지.”

꺼삐딴 전사들 한 가운데. 옌뚜르가 말했다. 그는 클리앙을 차원 이동시키기 위해 마력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윤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개 같은 소리 하지 마. 남의 동네 침략하러 온 약탈자들 주제에 동료애나 희생 같은 단어 팔면서 신파극 찍지 말라고. 그래 봤자 여기선 한 놈도 빠져나갈 수 없으니까.”

<단검 투척 타깃.>

부웅!

무시무시한 기세로 발사된 단검이 굳은 표정의 전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대전사 하나가 몸으로 막아섰으나 단검은 그의 목을 관통해 버렸다.

조금도 위력이 줄지 않았다. 방향을 볼 때 그다음은 클리앙이다.

카앙!

그러나 옌뚜르가 클로를 휘둘러 단검을 막아냈다.

단검을 회수하면서 윤성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쓸어버려!”

그가 외쳤다.

아리의 눈에서는 터미네이팅 캐논. 그 옆에선 바토리가 쏘는 투창 같은 화살.

미들로드가 휘두른 채찍이 무서운 파공음과 함께 적들을 쓸어버렸고, 하늘에선 용제가 화염을 퍼붓는다.

그 전장의 가운데를 윤성과 에어포스가 파고들고 있었다.

<빛의 강체 발동!>

<빛의 강체 발동!>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스킬을 시전했다.

맹렬한 조도에 전사들이 눈이 따갑다.

바로 그때, 천붕에 의해 거의 압사된 길드 건물에서 무언가가 쏜살처럼 튀어나왔다.

“카이야쓰 님!”

전사들 중 하나가 외쳤다.

“카이야쓰?”

윤성의 시선이 날카롭게 돌아가며 반응했다.

정말 카이야쓰다. 살아 있었군.

몸 곳곳에서 피를 콸콸 흘리고 있는 이 위대한 전사는 마지막 남은 생명과 투지를 불사르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주먹에 클로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장착되어 있다.

<익스플로시브 피스트 발동!>

초고열의 폭발을 일으켜 마력 파장을 뒤틀어버리는 스킬.

카이야쓰만이 발동할 수 있으며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다.

그걸 정면으로 얻어맞은 것은 퀸이었다.

콰앙!

퀸의 표정이 끔찍하게 일그러지면서 순간 그녀의 몸뚱이의 절반이 박살나 증발했다.

그녀의 고통에 감응한 엘리지아들이 비명을 지르며 퀸의 곁으로 달려와 감싸기 시작했다.

콰앙!

펑!

그러나 익스플로시브 피스트의 제물일 뿐이다. 카이야쓰는 앞을 가로막는 엘리지아들을 하나하나 박살 내버리며 돌진하고 있었다.

“대표님! 어서!”

그가 외쳤다.

“전멸하면 안 됩니다! 살릴 수 있는 애들은 살려야죠!”

<드래곤 피어 발동!>

“캬아앗!”

윤성이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용제가 썼던 것과 동일한 스킬이지만 용제와 윤성의 전투력은 하늘과 땅 차이.

심지어 카이야쓰나 옌뚜르조차도 순간 움직임이 굳었다.

대전사들은 이미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으며, 용제는 한기와 공포감에 비행을 멈추고 내려왔다.

드래곤 피어가 아군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이미 버프를 발동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꺼삐딴 전사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너무 억세다.

29분.

이 시간 안에 최소한 간부 셋만이라도 숨을 끊어놔야 나머지를 잡을 수 있다.

윤성이 단검을 역수로 쥐고 바짝 파고들었다.

슥! 싸각!

달리는 길을 막는 전사들에겐 죽음뿐이다. 봐줄 생각도 없지만 그럴 여유도 없다.

최소 동작으로 목이나 심장 등의 급소를 찔러 움직임을 끊고 스크린을 파괴한다.

“클리앙!”

카앙!

그러나 던진 단검을 이번엔 카이야쓰가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윤성의 앞에서 전투 자세를 잡았다.

<용조 발동!>

윤성의 움직임이 카이야쓰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손가락이 올라오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어깨가 탈구되고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심장이 찢어지고 목젖이 날아갔다.

아랫배가 뜨끔하더니 열린 틈으로 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크억…….”

카이야쓰가 신음하며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난 네가 죽은 줄 알았다. 숨어 있었으면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괜히 나와서.”

윤성이 쏘아붙이며 옆을 지나쳤다.

“큭…….”

카이야쓰가 피가 쏟아지는 가슴과 목을 움켜쥐었다.

“내, 내가……. 왜 안 죽었……. 아냐?”

“뭐?”

카이야쓰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

윤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치명상을 먹여서 심장이 멎고 호흡이 멈춘 것을 확인했는데.

“간부들은 그런 치명상을 입어도 쉽게 안 죽는다.”

갑자기 멀리서 옌뚜르가 말했다.

“우리는 마력으로 자신의 출혈과 호흡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누가 응급처치만 해주면 살 수 있지.”

“하지만 이놈은 응급처치 못 받을 거야. 이제 끝났으니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전장 속에서 쯔위민은 몰래 처치를 받았지.”

“뭐?”

콰앙!

아리의 거대한 몸체가 통째로 하늘로 떠오르더니 굉음을 내며 추락했다.

쯔위민이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 어깨가 부러진 채 덜렁덜렁 흔들렸지만 그는 윤성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고 있었다.

<빛펀치 발동!>

중간에 튀어나온 에어포스가 쯔위민의 복부에 일격을 먹였다.

쯔위민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미들로드의 사슬이 그의 다리를 휘감아 당기고 있었다.

캉!

클로로 내리쳤으나 사슬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쯔위민은 다리를 당겼지만 미들로드를 끌고 갈 정도의 힘이 이젠 없다.

“칫.”

그가 이를 으득 씹더니 클로를 세웠다.

스걱!

놀랍게도 자신의 발목을 잘라 버렸다. 윤성조차도 저 투지에 당황하고 말았다.

“이게 무슨…….”

“옌뚜르.”

쯔위민이 말했다.

“베아트리체 비행선에 후퇴 명령 내렸나?”

“물론이지. 아까 통신을 보냈다.”

“클리앙만 빼내면 되겠군.”

“어린 전사들은 전부 이곳에서 살려 보낼 것이다.”

“누구 맘대로?”

윤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천붕 발동!>

이번엔 길드 건물 위가 아니라 전장을 헤매는 이들의 머리 위다.

“자칫하면 네 부하들도 깔릴 텐데.”

쯔위민이 말했다.

“부하가 아니라 연합 동료들이다. 그리고 다 알아서 빠져나갈 테니 걱정 마라.”

윤성이 쯔위민을 향해서 홱 달려들었다.

회수된 단검을 그에게 휘둘렀다.

캉! 깡!

쯔위민은 확실히 꺼삐딴 최고의 실력자답게 X등급 수준에 이른 윤성을 상대로도 몇 번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래가진 못한다.

<용조 발동!>

쯔위민의 복부에 꽂힌 드래곤의 발톱.

쫘아악!

윤성은 위를 향해 수직으로 팔을 들어 찢어버렸다. 아랫배에서부터 가슴까지가 완전히 뜯겨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치솟는다.

콰직!

갑자기 쯔위민이 윤성의 손목을 붙잡았다.

“뭐야?”

쯔위민의 눈이 풀렸다. 이미 생명이 거의 다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마지막 마력이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발하고 있었다.

“수천 개의 태양.”

쯔위민이 말했다.

“이 광휘를 봐라. 나는 이제 죽음이며 세상의 파괴자다.”

“뭐라고?”

<바가바드 발동!>

쯔위민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고열과 마력 폭풍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

윤성이 소리를 질렀다.

1,000기가톤급 마정석 폭탄이다. 꺼삐딴 최고의 기술력이 압축되어 있는 이 폭탄이 쯔위민의 몸에 심어져 있다.

발동시키는 암호 코드를 읽고 마력을 쏟아 넣으면 도시 하나를 가뿐히 날려버리는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콰아아!

그러나 폭발은 쯔위민와 윤성의 몸에 한정되었다.

<마계 군주의 장막 발동!>

<용제의 네스트 발동!>

윤성이 두 관리자의 보호 마법을 발동해서 뒤집어씌웠기 때문이다.

폭발은 바깥으로 퍼져 나가지 않았다.

“크으…….”

머리가 울린다.

먼지가 되어버린 쯔위민. 그의 살이 타버린 냄새가 났다.

윤성은 옌뚜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빛의 탄환 발동!>

파앙!

이번엔 옌뚜르가 몸으로 막아섰다. 그의 팔 한쪽이 날아가 버렸다.

뒤에서 클리앙이 옌뚜르를 향해 뭐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버프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천붕이 해제됩니다.>

“안 돼!”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이 버프가 들어간 마지막 빛의 탄환을 발사했다.

이번에도 옌뚜르가 맞았지만 노렸던 바다.

<단검 투척 타깃.>

뒤이어서 발사한 단검은 클리앙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쐐애애액!

그러나 음속으로 날아간 단검이 클리앙의 미간을 뚫어버리기 직전.

슈욱!

클리앙의 몸이 빛에 휘감겨 사라졌다.

순간이동이다. 옌뚜르가 기어이 해내고 말았다.

쿠웅.

옌뚜르의 몸이 기울여 옆으로 쓰러졌다.

“이…….”

화가 난 윤성이 주먹을 쥐고 그 앞으로 다가왔다.

“강윤성.”

옌뚜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게는 마지막 기회였음을 아는가? X등급이 오면…….”

“개소리하지 마. X가 오면 그놈도 내가 박살 내버린다. 그뿐이야.”

“나 역시 X등급 전사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고, 우리 길드를 파괴한 널 용서할 수도 없지.”

옌뚜르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궁금하군. 너 같은 남자가 어떤 술수로도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 벽을 허물어버리고 웃겠지.”

“후후. 그럴지도. 넌 내가 본 최고의 실력자였다. 전투능력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옌뚜르의 고개가 천천히 기울었다.

꺼삐딴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콜로라 최고의 지휘관이 죽었다.

윤성은 승리했음에도 어쩐지 기쁘지 않았다.

콰직!

아리가 대전사 하나를 짓밟아 쓰러트렸다.

“후우. 이제 끝인가요?”

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의 모든 꺼삐딴 전사들이 죽거나 기절해있었다.

“끝났군. 우리의 승리다.”

미들로드가 말했다. 아리가 신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 좋습니다. 이제 퇴근이죠? 주인님? 아니 부장님? 회식은 안 하나요? 제가 법인 카드 준비해 왔는데요.”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아직 일이 더 있다.”

바토리가 활을 거두면서 말했다.

“이놈들 중 일부가 인계를 침공했다고 했다. 인계에 있는 마족 중 하나가 내게 까마귀를 보내 알렸다.”

“그래.”

윤성이 옌뚜르의 통신기를 집어 들었다.

“이제 다들 인계로 돌아가야지. 하지만 그 전에, 차희를 데리고 가야 해. 어디에 있지?”

그가 퀸을 향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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