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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속도는 9.8ms^2-224화 (224/260)

# 224

레벨업 속도는 9.8m/s^2 224화

꺼삐딴 길드 본사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 사람들이 없는 건물 안.

차희와 신차민은 엘리지아 넌밀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치직.

넌밀이 들고 있는 통신기에서 마력 전파가 튀었다. 중간중간 끊긴 꺼삐딴 전사들의 통신이었다.

-용제가……. 치직…… 엘리지아가 올라옵…….

“이건 웬 통신기예요?”

차희가 엘리지아 언어로 물었다.

“원래 제가 가지고 있었던 통신기입니다. 지하에서 탈출할 때 가지고 나왔죠. 꺼삐딴의 움직임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앗! 비서님.”

신차민이 무언가를 보고 소리쳤다.

“모함이 사라졌는데요?”

“사라졌다고요?”

차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전방을 관찰했다.

정말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전장 위에 떠 있었던 모함이 완전히 없어졌다.

“인계를 침공하러 갔을 겁니다.”

넌밀이 말했다.

“정말인가요?”

차희가 놀라서 물었다.

“아까 통신에 그런 게 잡혔습니다. 기동할 수 있는 대전사들은 전부 모함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라는 베아트리체의 명령이었죠.”

넌밀이 설명했다.

“보통 모함에 군대를 태우는 건 어딘가를 침공하기 위해섭니다. 갔다면 인계겠죠.”

“혹시 이거 인계로 연결할 수 있나요?”

차희가 물었다.

“파장 주파수도 모르고 어려울 것 같은데요.”

“파장 주파수라면 제가 알아요. 다니엘이 개발한 차원 통신기가 있거든요. 통신 전파 수신탑도 백마 길드 옥상에 세워져 있죠.”

“그럼…….”

“제 말대로 주파수를 조절해 주세요. 인계의 헌터들에게 경고하고 지휘해야 해요.”

72. 강윤성의 랜딩

전장의 소란이 멎었다.

손목시계를 돌려 버프를 발동시킨 윤성은 막대한 현기증과 두통을 느끼고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 모두가 용제의 드래곤 피어를 견뎌낼 정도의 실력자들이다.

압도적인 마력이 출몰한 것을 모두 가 느낄 수 있다.

관리자들과 꺼삐딴의 전사들, 옌뚜르와 쯔위민. 모두 움직임을 멈추었다.

“주인님?”

아리가 다리를 절면서 윤성에게 다가왔다.

“아. 괜찮아.”

윤성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일어났다.

“배터리는 어디 있지?”

“내가 가지고 있다.”

윤성의 등 뒤에 착지한 용제가 말했다. 돌아보니 용제의 목 아래의 비늘 사이에 배터리가 고정되어 있었다.

“줄까?”

용제가 물었다.

“아냐. 계속 갖고 있어. 난 현기증 때문에 중간에 자꾸 무력해지니까. 게다가 배터리를 담아둘 만한 것도 없고.”

X등급 수준까지 능력치를 폭등시키는 물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벤토리에는 안 들어갈 것이다. 딘야차의 전투복도 안 들어간댔으니.

그게 가능했다면 옌뚜르도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다녔겠지.

“클리앙.”

옌뚜르가 목소리를 낮추어 불렀다.

“클리앙. 여기서 피해라.”

“하, 하지만…….”

클리앙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다리가 떨린다.

그는 한 번 저 힘을 느껴본 적이 있다. 그 막대한 마력에 짓눌려 무력하게 무너지고 체포되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극도의 공포.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클리앙!”

옌뚜르가 다그쳤다.

“여기 있으면 모두 죽는다. 하지만 네가 살아 있어야 다음이 있다는 걸 모르겠나?”

갑자기 윤성이 피식 웃었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작게 속닥거리는 수준이었지만 윤성의 높은 감각 능력에는 그들의 대화가 또렷하게 잡혔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칠 수 있는 녀석은 없어.”

윤성이 말했다.

<돔 오브 루인 발동!>

반투명한 마법의 막이 전장을 둘러쌌다.

이제 순간이동석은 모두 먹통이 되었다. 옌뚜르의 표정이 한 층 더 침울해졌다.

윤성은 길드 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천붕 발동!>

클리앙을 제압할 때 썼던 스킬이다.

거대한 마력의 장막이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마법은 공간 물리 계열의 마법 중에서 최강의 위계를 갖고 있다.

천붕이 덤벨이라면 꺼삐딴 길드 건물은 이쑤시개로 만들어진 장난감과 같다.

옥상부터 서서히 짓눌리며 깨지고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

전사들이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이 건물은 꺼삐딴이 콜로라 최고의 길드로 활약해온 지난 수백 년의 영광이 깃들어 있었다.

“이 새끼가!”

쯔위민이 윤성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앞을 막아서는 아리를 가뿐히 쳐내고는 클로를 날카롭게 세웠다.

<티어링 발동!>

깡!

마력이 담긴 윤성의 손바닥이 쯔위민의 클로를 막아냈다.

놀랍게도 쯔위민이 휘두른 클로가 부러졌다.

쯔위민 본인도 그걸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콰직!

용조를 써서 쯔위민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수많은 관리자들을 상대로도 선전하며 잘 싸워왔던 쯔위민이었지만 이 일격은 결정적이었다.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필살의 공격.

털썩.

쯔위민의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의 몸이 서서히 옆으로 기울었다.

“최고 전사님!”

대전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죽여!”

“저 개자식을 죽여 버려!”

전사들이 와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에어포스.”

윤성이 곁에 서 있던 에어포스를 불렀다.

“미안한데 좀 맡아줄래요? 이 버프는 주기적으로 현기증이 찾아와서. 지금 토하기 직전이거든요.”

“알겠습니다.”

<빛의 강체 발동!>

<터미네이팅 캐논 발동!>

<슬래시 휩 발동!>

관리자들이 다시 전면으로 나섰다. 용제가 날아올랐다.

막강한 행동 대장이었던 쯔위민이 무너지자 이제 대전사들 쪽이 밀리기 시작했다.

윤성은 숨을 고르면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전부 괜찮은 듯싶지만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

옌뚜르와 클리앙이 사라졌다.

클리앙은 몰라도 옌뚜르는 이런 상황에서 부하들을 버리고 도망갈 사람은 아니다.

‘어디로 간 거지?’

윤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두 사람의 마력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19층까지 짓눌려 7할이 가루가 되어버린 꺼삐딴 본사 쪽.

15층에서 마력 반응이 느껴졌다.

이 정도로 강대한 마력은 이곳에서 옌뚜르 말고는 없다.

그런데 마력 반응 가운데에 모터 소리가 들렸다.

“이건……?”

쨍그랑!

갑자기 15층 창문이 깨지면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호버 바이크.

쯔위민이 차희를 납치할 때 타고 왔던 그것이다.

옌뚜르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바이크의 운행 속도를 최고 출력으로 높여 하늘로 치솟았다.

“용제!”

윤성이 소리쳤다.

“조심해!”

꺼삐딴 전사들을 향해 화염을 퍼붓던 용제가 옌뚜르 쪽으로 날카롭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호버바이크는 벌써 용제의 바로 곁까지 날아왔다.

팍!

운전석을 박차고 뛰어오른 옌뚜르가 용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빛의 탄환 발동!>

팡!

윤성이 발사한 섬광이 옌뚜르의 손목을 날려 버렸다.

옌뚜르는 반대 손을 뻗었지만 이미 비늘에 닿기는 무리다.

그러나 추락하기 시작한 옌뚜르는 이 상황을 계획에 두었다.

<풀링 다운 발동!>

그의 손에서 발사된 마력의 그물 같은 게 용제의 몸을 묶었다.

도무지 뭘 원하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저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해봤자 둘 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용제에겐 별다른 타격도 없다.

그런데 왜?

윤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안 돼!”

<비행 발동!>

옌뚜르의 노림수를 깨달은 윤성이 직접 뛰어올랐지만 풀썩 고꾸라졌다.

<경고! 마력 수준이 너무 높습니다.>

<경고! 현 레벨에 비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현기증.

아오. 왜 이렇게 안 가라앉아?

“에어포스!”

윤성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용제와 옌뚜르의 추락이 가속되던 시점.

5층 창문이 박살 나면서 또 한 대의 호버 바이크가 튀어나왔다.

클리앙이 손을 뻗어서 용제의 비늘 사이, 배터리를 움켜쥐었다.

쿠웅!

용제의 몸이 추락하면서 나는 육중한 소음과 먼지.

옌뚜르는 손 하나가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배터리를 써서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더 이상 피해가 커지지 않게.

“대표님!”

몇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작전에 성공한 클리앙이 환하게 웃었다.

그가 배터리를 옌뚜르에게 던져주려는 순간이었다.

퍽!

단검 한 자루가 옌뚜르의 목을 뚫어버렸다.

윤성이 머리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쥔 채 이쪽으로 손가락을 내밀고 있었다.

단검의 유도 능력은 현기증과 상관없다.

“크헉.”

옌뚜르가 목을 움켜쥐고 휘청거렸다. 놀란 클리앙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움직이지를 못했다.

콰직!

한 박자 늦게 도착한 에어포스가 클리앙의 머리를 눌러 제압했다.

그녀는 클리앙을 바닥에 쓰러뜨려 놓고 옌뚜르를 바라보았다.

옌뚜르의 목에서 피가 콸콸 쏟아진다.

“대, 대표님! 어서 이걸!”

클리앙이 필사적으로 에어포스에게 저항하며 배터리를 내밀었다.

옌뚜르는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부상 자체는 사실 심각하진 않다. 힐링 스킬을 지속적으로 써서 지혈을 잡으면 전투도 할 수 있다.

최고의 컨디션과 비교하면 7할 정도의 체력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하지만 틀렸다.’

배터리를 상시 휴대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의 독성이 크기 때문이다.

‘클리앙, 난 너 같은 재주가 없었다.’

이 몸으로는 이제 배터리를 가져도 사용하지 못한다.

지혈을 쓰면서 배터리의 독성을 중화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쓰지 못한다면 X등급 강윤성을 무슨 수로 제압할 것인가.

목을 지혈하며 싸워봤자 이것은 결국 필패하는 전투가 아니겠는가.

“후우…….”

옌뚜르가 눈을 꾹 감았다.

모함을 보호하며 버프 제거를 이용하며 싸우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윤성과 관리자들이 몽땅 모함을 향해 돌진하면 결국 버프 제거기가 파괴되었을 거다.

이쪽은 길드로 돌아가서 호버 바이크를 써야 하지만 저쪽은 비행 가능한 관리자만 셋이니까.

게다가 용제나 메탈로이드 같은 경우엔 체격이 있어 바토리나 미들랜드, 엘리지아를 수송할 수도 있었고.

이게 최선이었다.

단지 마지막의 실수가 아쉬울 뿐.

전투를 포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많이 마력과 힘이 남았으나, 그렇기 때문에 퇴로를 만드는 것도 할 수 있다.

옌뚜르가 클리앙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아앙!

클리앙을 중심으로 강렬한 마력의 오로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놀란 에어포스가 클리앙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뭐지 저게?”

미들로드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처음 보는 마법이다.

수천 종의 마법에 통달한, 콜로라 최고의 마법사 옌뚜르만이 쓸 수 있는 스킬.

<안개 걷기 발동!>

모든 해로운 디버프와 마법 제약들을 치워버리는 힘.

옌뚜르 정도 되는 마력과 지능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그 상대가 X등급 수준의 실력자가 만들어낸 <돔 오브 루인>이라면.

장막을 다 걷어버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클리앙 한 사람과 배터리가 빠져나갈 만한 구멍을 만들 수는 있다.

<순간이동 발동!>

옌뚜르가 두 번째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몸의 털이 하얗게 새기 시작했다. 얼굴에 주름이 깊어졌다.

“서…… 선배님?”

클리앙도 옌뚜르가 무슨 짓을 하는 건지 깨달았다.

“안됩니다. ……안 됩니다! 선배님!”

<빛의 탄환 발동!>

윤성이 옌뚜르에게 스킬을 발사했다.

팡!

그러나 그걸 맞은 것은 대전사였다. 어느새 대전사들이 옌뚜르와 클리앙을 둘러싸며 포메이션을 짜고 있었다.

그들은 클리앙을 힐끔 돌아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클리앙이 비록 간부지만 이 대전사들은 카이야쓰나 딘야차처럼 클리앙보다는 한참 선배들이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단 한 명만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클리앙이어야 한다.

“대표님 뜻에 따른다.”

전사들이 말했다.

“클리앙을 보내자.”

“꺼삐딴의 미래를 위해.”

윤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이제 현기증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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